Hoarding In Hell RAW novel - Chapter (100)
지옥에서 독식-100화(100/346)
100화. 다가오는 위협 (1)
“키르손, 카자트!”
난이도: 지옥에 입장한 현무는 바로 자신이 가장 쉽게 부려먹을 수 있는 두 권속을 불러냈다.
둘은 어둠 틈바귀를 동시에 비집고 빠져나오다가 부딪치자 서로 으르렁거렸다.
지하 작업에 익숙한 랫맨들 덕분에 쉘터의 확장 작업은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었지만, 랫맨과 고블린은 애초부터 그리 사이가 좋지 않은 편이었다.
“카자트, 랫맨들 통제는 잘 되고 있냐?”
“그렇습니다. 위대한 분이시여.”
고블린들과 달리 랫맨들은 현무에게 조금씩 불만이 있었다.
고블린들은 키르손에게 절대 복종하고, 그런 키르손이 복종하는 현무에게도 복종한다.
하지만 랫맨들은 다르다.
현무는 그들에게 완전한 공포도 복종도 얻지 못한 상태였다. 전부를 권속으로 들일 수는 없으니까. 그러나 기묘하게도 카자트는 그런 랫맨들을 무리 없이 통제했다.
“그래? 어떻게 하고 있는데?”
“위대하신 분을 욕되게 하는 자를 하루에 하나씩 공개 고발하도록 해 쥐 떼에게 파 먹히는 형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제 완전히 제도로서 자리 잡혀가고 있나이다.”
“고블린들도?”
“그들의 고발도 적극적으로 듣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불만이 포착된 바가 없습니다. 물론 랫맨 중에서도 불만을 드러낸 자는 없지만 경고의 의미로 임의의 피고발자를 뽑아 처형할 생각입니다.”
이웃 간 감시라. 훌륭한 전체주의 사회로 굴러가고 있다.
하지만 현무는 그런 끔찍하고 처참한 방식으로 조직을 굴리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카자트, 잘하고 있다만 그렇게 하면 내게 반항적인 놈들이 있다는 게 공공연하게 드러난다. 그러니까 비밀경찰 같은 것을 만들어서 서로 밀고하게 만들고, 아무도 모르게 처리하는 게 좋을 것 같군. 조직에 불만이 있는 것처럼 보이면 안 돼. 우리는 아무도 불만 없는 행복하고 건전한 조직이라고 믿게 만들어야 한단다.”
“훌륭한 조언이십니다. 위대한 분이시여.”
옆에서 키르손이 질렸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었지만 뭐 고블린은 낫냐 싶었다. 그래봤자 부족사회 정도 밖에 안 되는 주제에.
“아직은 우리가 그렇게 크지 않으니 그 정도면 될 것 같군. 아무튼 그건 그 정도로 넘어가고, 너희들한테 묻고 싶은 게 있었는데.”
현무는 우선 키르손을 가리켰다.
“키르손, 레드캡 고블린에서 홉고블린으로 상승하게 된 이유가 뭐지?”
[홉고블린 키르손(LV 32)]키르손의 레벨과 종족명은 분명 갑작스럽게 변했다. 그때는 허기진 자들을 죽여서 그 덕분인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치기에는 종족명까지 바뀐 것이 석연치 않다.
키르손은 의외의 질문을 들었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스, 이런 반푼이 같은 질문을 할 줄은 몰랐는데.”
“위대하신 분께 말조심해라, 이 건방진 놈. 위대하신 분께서 그런 당연한 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느냐? 이 질문은 네게 준 힘을 누가 주었는지 각성시켜주고자 함이시다! 겸손한 태도로 대답하도록.”
“그래. 그거야.”
현무는 카자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키르손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현무를 바라보았다.
“……제가 보스를 이때까지 봐온 바에 의하면 아닌 것 같지만…… 일단 말씀드리자면, 별의 파편에 담긴 힘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권속은 파편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주군의 힘이 강해질수록 함께 강해지지요.”
현무는 키르손의 대답에 더 의아해졌다.
키르손은 자신보다도 훨씬 강한 가울의 권속이었다. 그럼 애초부터 자신이 감당할 수도 없는 그런 존재였어야 하지 않나?
“하지만 권속이라고 다 같은 권속이 아니지요. 이름을 주었는가, 주군으로부터 자주 부름을 받는가, 주군의 명령을 이행하였는가, 얼마나 오랜 기간 모셨나, 파편의 힘을 얼마나 받느냐, 그 모든 것에 따라 권속마다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제 힘으로는 별들의 관심을 끌기가 힘들지요.”
키르손은 미소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즉, 가울 밑에 있을 때보다 뒷배경은 시원찮아졌지만, 용의 비늘보다는 뱀의 머리 언저리일 때 받는 대우가 낫다는 것이지요. 물론 뱀의 머리가 잘리면 곤란하겠지만, 보스는 머리가 잘려도 안 죽잖습니까.”
어차피 별들은 성격만 맞다 싶으면 거리낌 없이 권속으로 삼는다.
난이도: 튜토리얼 시점, 아니 이제는 쉬움 시점이라고 해야겠군. 어쨌든 당시에는 꽤나 까다롭게 골랐던 것 같지만, 지금은 쉽게 고르는 것 같다.
전략의 변화라고 해야겠지.
현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자트의 능력이 상승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권속으로 들이면 강해진다. 그리고 그건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그렇다면 이건 인간에게도 통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자 현무에게 남은 고민은 한가지였다.
‘……누굴 죽여야 하나?’
***
[퀘스트 발생!] [다가오는 위협]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오크 100마리를 처치하십시오.]고민이 끝나기 전에 퀘스트가 시작되었다. 현무는 퀘스트 조건을 듣고 의아해졌다.
“오크 100마리?”
오크는 드물지만 잡아본 적은 있다. 난이도: 튜토리얼에서 오크는 고블린보다 조금 더 어려운 난이도지만, 뭉쳐 다니는 일이 적어 잡기 쉬운 적이다.
그 선입견은 난이도: 지옥에서도 통했다. 오크들은 2m에 이르는 거대한 덩치에 육중한 근육을 자랑하는 놈들이었지만, 변변한 장비도 일행도 없었다. 레벨도 30대 초반 정도니, 그다지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다.
“뭐, 단순하니 좋군.”
난이도가 낮은 만큼 보상이 낮을까봐 걱정되지만 그만큼 레벨 업 기회도 제공되는 셈이다. 100마리씩이나 잡다보면 레벨도 제법 오르지 않겠는가.
“키르손, 이 근처에 오크가 제일 많이 사는 곳이 어디지? 맨날 하나 둘씩만 돌아다니는 것만 봐서.”
키르손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오크를 굳이 찾으시는 이유가…… 거, 퀘스트인가 뭔가 그거 때문에 그런가 보군요. 거 꼭 골라도 그런 것만 걸립니까?”
“왜 또 불만이야? 느그 상사가 더럽게 재수가 없어서 그렇단다. 재수가 있으면 너랑 만날 일도 없었겠지. 떡밥 깔지 말고 빨리 말하기나 해. 너 오크 싫어하냐?”
“하필 지금 그런 퀘스트가 나타났는지…….”
키르손은 한숨을 쉬며 지도를 꺼내 한쪽을 짚었다.
사거리를 벗어나 꽤 떨어진 곳이긴 했지만, 키르손의 정찰 구역에 포함된 구역이었다. 키르손이 엉성하게 그린 돼지 그림도 그려져 있었다.
“그래봤자 오크잖아? 왜 그렇게 심각하게 구는데?”
“근처에는 오크 부락이 없수다. 어쩌다 가끔 보는 오크들은 탈주병, 낙오자들이지. 그러니 보스가 오크를 만만하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런데 오크는 원래 그런 놈들이 아니거든. 놈들은 군단 단위로 움직이는 군벌입니다. 놈들 개개인도 엄청난 힘과 끈기, 목적의식에, 냉병기부터 자동화기까지 못 다루는 무기가 없는, 천상 군인들입죠.”
“잠깐, 자동화기? 총도 쓰냐?”
“아, 인간들의 그 시끄럽고 조잡한 무기. 말했잖습니까. 오크는 안쓰는 무기가 없다고. 물론 괴짜들이나 그런 걸 쓰지만 총도 쓰지요. 주로, 어, 먼 거리에서 적을 툭툭 건드려서 도발하는 용도로.”
잠깐 아이템화 된 총이 개발된 게 아닌가 하는 기대가 있었지만 역시나 여기서도 총의 취급은 비슷한 모양이다.
하지만 현무는 조금 심각해졌다.
현무는 인간이다. 몬스터와 달리 인간에게는 총이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한다.
만약 놈들이 자동소총을 들고 긁어대기라도 하면 뼈도 못 추릴지도 모른다.
“총 쏘는 놈들이 별종이라고 했지? 그럼 기껏 해봐야 한두 마리겠군.”
“뭐,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입니다.”
키르손은 아까 손으로 짚었던 곳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오크를 많이 찾을 수 있는 곳은 여기밖에 없습니다. 며칠 전에 새롭게 나타난 놈들인데, 탈주병은 아니고 제대로 된 수색대처럼 보이더군요. 중무장 상태에 보급도 잘됐고, 무장 상태도 튼튼한 놈들입니다. 아마 보스가 상대하던 탈주병들이랑은 차원이 다를 겁니다.”
***
오크 정찰대가 어슬렁거리며 길 한복판을 걷고 있었다.
오크들은 통일된 복장 대신 여기저기서 주워 입은 듯한 중갑과 묵직한 무기들로 무장하고 있었다. 마치 노련한 용병단처럼 보였다.
현무는 멀찍이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옆에 있는 키르손에게 속삭였다.
“쟤네냐? 그런데 왜 갑자기 나타났대?”
“오크들은 원래 이곳까지 오지 않습니다. 아마…… 몰락제국이 멸망한 것이 놈들의 호기심을 끌었는지도 모르겠군요. 원래대로라면 여기까지 오기 전에 랫맨 정찰대에게 견제 당했을 테니까요.”
현무는 그중 한 놈을 주시했다.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놈은 무반동총을 두 개나 짊어지고 탄 상자까지 들고 가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오크들이 만든 것 같지는 않았다. 크긴 하지만 인간을 위한 사이즈다. 어디선가 주워온 것 같았다.
“어떻게 할까요? 오늘은 정찰만 한다고 했으니 지나갈 때까지 기다립니까?”
현무는 잠시 그들을 살펴보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놈들이 가는 방향은 사거리 쪽이었다. 물론 가다가 방향을 전환할 수도 있지만 쉘터를 찾아내기라도 하면 곤란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무는 레벨 업이 고팠다.
“잡아 죽이자.”
키르손은 한숨을 쉬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기습을 가하기 좋은 위치로 이동했을 것이다.
현무도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선두에서 걷던 오크 한 마리가 무언가에 걸려 넘어졌다. 뒤에 있던 오크들은 그를 비웃어주려 했지만 터져 나오는 비명에 기겁하며 상태를 살폈다.
“뀌익, 뭔가 있다!”
쓰러진 오크의 다리에는 강철 각반이 장착되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이 무언가에 녹아떨어지고, 다리에 심각한 상처를 입히고 있었다.
오크들은 낮게 깔려있는 붉은 실이 끊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쓰러진 오크의 다리는 이제 작은 상처가 아니라 거무죽죽한 수포를 일으키며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독혈: 산성 특성 발현]오크 중 하나가 상처를 살펴보려다 손을 댄 순간 녀석의 손도 곪아 들어가기 시작했다.
[독혈: 전염 특성 발현]오크의 비명이 폐허를 우렁차게 울렸다. 오크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난이도: 지옥에서 함부로 큰 소리, 그것도 비명을 내는 것은 상위 포식자들을 부르는 소리다.
리더로 보이는 오크가 서둘러 손짓을 내렸다. 오크들은 바로 달려들어 동료였던 자들을 순식간에 쳐 죽였다.
“근처에, 뀌익, 랫맨 잔당 놈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주의하며 뒤로 물러나자.”
오크들은 불안하게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또 한 오크가 무언가에 걸려 넘어졌다. 이번에도 똑같은 상처가 생겼다. 다리가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오크들은 그제야 자신들이 너무 깊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덫만으로는 완전히 잡을 수가 없지.’
어둠 속에서 지켜보고 있던 현무는 탐을 꺼내들었다.
과부여왕거미의 거미줄에 독혈을 발라 깐 것은 놈들이 도망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피가 발라진 이상 붉은 색을 띌 테니 주의하면 발견할 수 있겠지만, 무턱대고 도망치긴 어려울 테니.
현무는 가장 먼저 리더인 듯한 오크에게 지옥 다트를 날리고, 순식간에 달려 나왔다. 동시에 키르손도 모습을 드러냈다.
“고블린!”, “인간!” 같은 외침이 동시에 터져 나왔지만 명령을 내릴 대장 오크는 탐에 목을 찔린 뒤였다.
“뀌이이익!”
“이게 안 뒈지네.”
대장 오크는 흥분하며 현무를 단숨에 뿌리쳤다. 목이 엄청나게 두터웠다.
자르는 것은 기대도 안했지만 구멍이 뚫렸는데도 안 죽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대장 오크는 현무를 향해 뭐라고 소리치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숨도 쉴 수 없었다.
현무의 독혈이 수포를 일으키고, 기도를 막기 시작한 것이다. 대장 오크는 바닥에 손을 짚고 쓰러졌다.
하지만 죽으려면 한참 걸릴 것 같았다.
오크들은 지시가 없음에도 서둘러 대응했다. 레벨 30대의 오크가 다섯 마리. 결코 쉬운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현무는 불리할 때, 자신의 편을 늘리는 법을 알고 있었다.
“모두 죽여라.”
[독혈: 기생 특성 발현]대장 오크가 갑작스럽게 발작을 일으켰다. 놈은 눈을 부릅뜨고 바로 옆에 있던 오크를 향해 달려들었다.
오크들은 갑자기 대장 오크가 자신들을 공격하자 당황했지만 이미 놈들은 동료를 버리는데 익숙했다. 하지만 대장 오크에게 물리고, 그 입안에 머물고 있던 수포를 뒤집어 쓴 오크는 재차 다른 오크를 공격했다.
현무와 키르손은 그 대혼란을 이용하며 가볍게 오크들을 요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