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arding In Hell RAW novel - Chapter (116)
지옥에서 독식-116화(116/346)
116화. 전능련 접수 (3)
전능련 회의실.
갑작스레 간부 회의가 소집되자 간부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여기저기서 모여들었다. 심지어 지방에 있는 간부까지 소집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빈자리가 많아서 소집률은 40%도 되지 않았다.
“최 사장은?”
“부친상이라던데.”
“김 회장은 모친상이라더니 그쪽은 부친상이야?”
“유 팀장은 강아지가 죽어서 못 온다던데, 그냥 오기 싫은 거지 뭐.”
정말로 상을 당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갑자기 간부 회의를 소집하니 겁이 나서 못 온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누구를 두려워하는지는 분명했다.
강현무.
오늘 그가 일찌감치 오대성 단장에게 불려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오대성 단장은 이미 며칠 전부터 사퇴를 한다 만다로 고민 중이었고, 사실상 날짜만 가늠할 뿐이었다.
간부들 중 헌터 출신들은 내심 아쉬워했다.
오대성 단장은 정말 훌륭한 사람이다.
그만큼 헌터들을 위해 일하며 무수한 던전 내 구조 활동을 벌였던 헌터는 없었다.
그의 직속 헌터 팀인 ‘흰 방패 팀’은 아예 전문 응급치료사 자격증까지 가지고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문제는 오대성은 전사에 어울리는 사람이지, 한 단체의 대표감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누가 대표가 될까? 역시 강현무 지부장이 불려간걸 보니…….”
“강현무 지부장 말고 할 사람이 있긴 한가? 자기 직속 헌터 팀 키우는 실력도 소문났고, 투자도 아낌없이 하잖아. 거기다 정부가 팍팍 밀어주고 있다는 소문도 있던데.”
“강현무 지부장 정도면 우리도 사실상 태성이나 호환마마에 꿇릴 게 없지.”
내심 헌터 출신 간부들은 강현무가 되었으면 하는 눈치였다.
강성규에게 포섭되지 않고, 늑대 던전에 끼어들지 않았던 간부들은 애당초 현무를 지지하는 쪽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젊은 헌터들로 젊고 강력한 리더쉽을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대놓고 큰소리로 떠들지는 않았는데, 회의실 한쪽에 앉아있는 사람 때문이었다.
“강성규 부대표님이 웬일로 회의에 나오셨네.”
사실 배분으로 따졌을 때 오대성 다음은 강성규가 되어야 맞다.
하지만 강성규도 늑대 던전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는 소문이 도는 판국에 가능할 리가 없었다.
“그나저나 강성규 부대표님 요즘 부쩍…… 나이 들어 보이지 않아?”
강성규의 원래 나이는 50대 중반으로 오대성과 비슷한 정도였다.
하지만 요 며칠 사이 부쩍 나이를 먹어 흰머리가 잔뜩 나고, 주름도 늘어난 것처럼 보였다.
이러다 폭삭 늙어 주저앉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쿵쿵.
문이 열리고 오대성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 뒤를 따라 강현무가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간부들은 속으로 역시, 하고 중얼거렸다.
강현무가 대표로 내정된 게 틀림없었다.
“음, 모두 이렇게 자리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대성은 늘 그렇듯 간단한 인사말을 한 뒤 바로 용건을 꺼내들었다.
“저 오대성은 오늘부터 전능련 대표직에서 사퇴하고자 합니다.”
여기저기서 안타까운 탄식이 흘러나왔지만 놀라는 사람들은 없었다. 다들 예상했지만 그렇다고 안타깝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오대성은 회의실을 죽 둘러보다가, 강성규를 바라보며 말했다.
“강성규 부대표께 자리를 양보하고자 합니다.”
그 순간 회의실이 정적에 휩싸였다. 모두가 경악으로 말을 금치 못하는 가운데, 현무만이 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오대성은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강성규는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얼굴이었다.
모두가 뻣뻣하게 굳은 가운데, 강성규가 일어서 죽어가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부족하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것뿐이었다. 강성규가 자리에 앉은 뒤에도 적막이 이어졌다.
그때 짝,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강현무였다.
강현무가 먼저 박수를 치자 나머지 간부들도 어정쩡하게 있다가 하나 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제야 다른 사람들은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강성규가 대표 자리에 있긴 하지만, 실세는 강현무가 움켜쥐고 있다고.
아마도 배분문제나 통합문제 때문 아니겠느냐며 간부들은 저마다 추론을 내놓으며 이해했다.
강성규는 똥 씹은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
“오대성 단장님.”
회의가 끝난 후, 현무는 오대성을 불러 세웠다. 오대성은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만졌다.
“이제 단장이 아닙니다. 강현무 지부장님.”
오대성은 지부장이라는 단어가 입에 붙지 않는다는 듯 입을 다셨다.
“내심 강현무 단장이라는 호칭을 연습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되니 오히려 지부장이라는 호칭이 낯설군요. 사실 지부장급에 머물기에는 너무 아까우신 능력인데 말입니다.”
“저는 상관없습니다.”
현무가 전능련 대표직을 거부한 이유는 단순했다.
‘이런 암 덩어리 단체를 그대로 내가 끌어안을 수는 없지.’
당분간, 적폐가 완전히 정리되고 때가 될 때까지는 강성규를 내세울 생각이었다.
실제로 적폐의 태반은 강성규가 저지른 일이니 본인이 책임지고 정리하는 게 옳았다.
강성규는 온갖 추잡한 일들을 다 정리한 뒤, 무능력한 군살들을 끌어안고 몰락할 것이다.
그 과정에선 당연히 욕도 먹고 똥물도 튈 수밖에 없었다. 현무는 조금도 그걸 뒤집어쓰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자신은 배후에서 조종하는 걸로 충분했다.
‘그래야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테니까.’
오대성은 아쉽다는 듯 한숨을 쉬다 입을 열었다.
“아, 그런데 왜 부르셨습니까?”
“생각해보니까 저희 대련 한번 해보지 않았잖습니까? 이대로 은퇴하시는 건 뭔가 좀 아쉬워서요.”
“아, 은퇴한다고는 해도 흰 방패 팀과 계속 구조 활동은 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말씀대로 대련은 한 번도 안 해봤군요.”
오대성은 자신의 대머리를 더듬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흠, 제 주특기는 최전방에서 방어와 적을 제압하는 기술 쪽입니다. 강현무 지부장은 공격과 음, 여러 가지 다재다능한 재주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대련을 해도 별로 의미가 없지 않을까 싶군요.”
헌터는 같은 헌터나 사람과 싸우는 게 아니라 몬스터와 싸우기 위한 직업이다.
사람을 향하는 순간 전혀 다른 직업이 된다. 오대성은 그런 원칙에 철저한 타입이었다.
“아, 꼭 싸워서 실력을 겨루고 싶다는 건 아닙니다.”
현무는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냥 후배에게 한 수 가르쳐주신다 생각하고 보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현무와 오대성이 도착한 곳은 청계산 던전이었다.
저녁이 가까운 시간이었기에 방문하는 헌터는 없었다.
담당하는 군인들은 갑자기 찾아온 탑랭크 헌터들에 깜짝 놀랐지만, 산책삼아 왔다는 말에 얌전히 통과시켜주었다.
오대성은 청계 던전에 발을 디딘 뒤,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허, 청계 던전에 들어온 건 거의…… 30년만인 것 같군요.”
“초창기 능력 각성자라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그때는 클랜이고 뭐고 없었지요. 나라가 쪼개지는 건 아닌가 걱정도 됐었는데. 벌써 이렇게 되다니.”
오대성은 감회가 새롭다는 듯 둘러보았다.
현무는 슬슬 준비를 시작했다. 고블린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기세를 내뿜어 주변에 있던 놈들을 모조리 쫓아냈다.
현무가 기세를 뿜은 순간, 훅 새떼가 날아오르고 숲이 들썩거릴 정도로 요란하게 흔들거렸다.
오대성은 놀라 주변을 둘러보다가 현무가 뭔가를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럼 오대성 씨.”
현무는 조용히 오셰트의 육손 손아귀를 장착했다. 찰캉거리는 소리와 함께 현무의 주변으로 쇠사슬들이 쏟아져 내렸다.
방어를 위해 구현시킨 맹약의 구속이었다.
먼저 공격할 생각은 없으니 탐을 꺼낼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그저 방어하기 위한 것이었다.
“실력 한번 보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현무의 의도는 단순했다.
늑대 던전에서 4성 한계레벨 달성자인 엔도의 실력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던 것이다.
궁극기가 그렇게 강한 위력을 발휘했으니, 4성 한계레벨 달성자도 뭔가 다르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오대성은 염려되는 표정이었다.
“괜찮겠습니까? 물론 강현무 씨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만…….”
“요번에 늑대 던전에서 인간과 싸워보고 느꼈습니다. 앞으로는 인간과의 싸움도 철저하게 단련해두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하고.”
오대성은 입을 다물었다. 늑대 던전에서 있었던 일을 언급하면 그도 할 말이 없었다.
던전에서 자신 대신 암살당할 뻔한 사람이, 던전에서 인간을 상대하는 것에 대비한다는데 그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오대성은 어쩔 수 없이 들고 온 가방에서 장비를 꺼내들기 시작했다.
“스킬이나 기술부터 시작해서…… 기왕이면 궁극기도 보여주시면 좋겠네요.”
궁극기를 써 달라는 말에 오대성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어, 제가, 강현무 씨에게요?”
“예. 아, 혹시 실례되는 부탁입니까?”
“어, 하지만 궁극기는 사람한테 쓰는 거 아닙니다. 아무리 강현무 씨라고 해도…….”
현무는 잠깐 고민에 빠졌다. 자신이 견딜 수 있는지 없는지 궁금하지만, 맞고 죽으면 의미가 없다.
엔도가 썼던 궁극기는 확실히 치명상을 입힐 정도는 됐었다. 다만 철저히 준비한다면 한번 정도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개인차는 있겠지.’
현무는 오대성이 괜히 염려하는 게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사람에게 쓰는 게 아니라고 했을 정도니까.
“흠, 그러면 스킬부터 천천히 시작해보죠. 대련한다 생각하고 저를 공격해주세요.”
오대성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보다가, 곧 자신이 실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대가 누군가. 자신보다 등급이 높은 5성급 능력자, 절두 던전의 영웅 강현무다.
오히려 배우는 것은 자신이 될 것이다.
“그럼, 한수 배우겠습니다.”
오대성의 장비는 거대한 흰색 사각 방패였다.
오대성의 거구를 다 가릴 수 있을 정도였는데, 오대성은 그걸 한손으로 가뿐하게 들어올렸다. 하지만 그 외에는 이렇다 할 장비가 없었다.
‘돈이 생기면 장비에 투자하는 대신 팀원들의 복지와 장비 값으로 다 나간다는 게 사실인가보군.’
그림으로 그린 듯한 좋은 사람이다. 지나치게 친근하게 구는 아저씨 스타일이라는 게 큰 단점이지만.
오대성은 잠시 현무를 바라보다가 훌쩍 달려들었다.
[인간(LV 50)] [‘지옥최강자’ 칭호의 효과로 레벨 대비 능력치가 상승합니다.]우선 방패를 휘둘러 강타하는 일격. 오대성의 가장 기초적인 공격법이었다.
오대성의 힘이 실린 육중한 방패에 얻어맞으면 어지간한 몬스터들은 그대로 절단되거나 나가 떨어졌다.
현무는 쇠사슬을 휘둘러 방패의 궤적을 뒤트는 동시에,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오대성은 확 방패를 끌어당겨 그대로 원래의 궤적대로 내려찍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땅이 움푹 패었다. 현무는 회피했음에도 불구하고 기가 질렸다.
‘비틀렸던 궤적을, 완력으로 다시 원상 복구시켜?’
능력치 자체가 확실히 현무보다 압도적이지만, 그중에서도 완력은 비교 불가인 듯 했다.
‘속도는 부족하지만 능력치 자체만큼은 예르단과 호각일지도 모르겠군.’
“다음 갑니다!”
오대성은 재차 방패를 붕 휘둘러 현무를 공격했다. 하지만 첫 번째 공격과 비슷한 방식이었다.
무작정 달려드는 몬스터들에게는 적당할지 몰라도 인간처럼 변칙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상대에게는 어려울 것 같았다.
특히 현무처럼 살아남기 위해 온갖 치사한 수를 동원하는 타입이라면 더욱.
‘스킬은 언제 보여주려나?’
현무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오대성이 처음처럼 방패를 쾅 내려찍었다. 현무는 약간의 간격을 두고 피했다.
그때 오대성이 기묘한 동작을 보였다. 내리찍은 방패를 지지점 삼아 몸을 붕 띄우더니 그 육중한 몸으로 현무에게 드롭킥을 날렸다.
단조로운 움직임에 익숙해있던 현무는 순간 당황했다.
“큭!”
오대성의 두 발이 현무를 강타했다. 현무는 오셰트의 육손 손아귀에 쇠사슬들을 촥 감아 아슬아슬하게 막아냈다. 하지만 몸이 붕 떠오를 정도의 충격이었다.
현무의 몸이 뜬 순간 오대성이 미소를 짓는 게 보였다.
일순간, 오대성의 기세가 폭발할 듯 강해졌다. 첫 번째 스킬이었다.
‘오대성의 스킬 중 공개된 것이라면…….’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스킬, 육체강화.
안 그래도 무지막지하게 강했던 오대성이 육체 강화 스킬까지 동원하면서 빠른 속도까지 갖추게 되었다.
오대성은 순식간에 현무에게 달려가 아래서부터 위로 방패 날 부분으로 쳐올렸다.
현무는 막아냈지만 어쩔 수 없이 몸을 다시 한 번 띄우는 수밖에 없었다.
‘맞으면 뜰 수밖에 없어.’
다음 공격을 준비할 시간을 주면 안 된다.
현무의 판단은 늦지 않았다. 그는 재빨리 쇠사슬을 펼쳐 몸이 더 이상 뜨지 않게 오대성으로부터 구속시켰다.
오대성은 쇠사슬에 몸이 붙잡히자 당황한 듯 했지만, 곧 되려 현무의 몸을 휘둘렀다. 재빨리 사슬을 끊었기 때문에 내동댕이쳐지는 꼴은 피할 수 있었다.
오대성은 현무가 땅에 발을 딛기 무섭게 숨을 크게 들이키더니 함성을 터뜨렸다.
‘포효.’
절두 던전에서 서태경 지부장이 썼던 것과 비슷한 스킬이었다. 하지만 거기에 담긴 특성은 달랐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대성의 포효는 ‘저레벨 기절’ 특성을 달고 있었다. 그리고 현무는 오대성보다 등급은 높지만 레벨은 낮다.
‘아, 젠장. 왜 이걸 생각 못했지?’
현무는 그대로 의식이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이미 두 다리의 힘이 풀리고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간신히 정신력으로 붙들고 있을 뿐이었다.
이미 오대성이 의아함을 느낀 듯 멈칫하는 게 느껴졌다. 오랫동안 이상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하지만 오래 버틸 수는 없었다. 현무의 의식이 완전히 끊어졌다.
그렇게 쓰러지기 직전, 현무의 입이 갑자기 열렸다.
“어라, 집사야? 왜 그러니? 어디 아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