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arding In Hell RAW novel - Chapter (200)
지옥에서 독식-200화(200/346)
200화. 악마가 춤춘다 (1)
[여기는 강현무, 강현무 헌터라고 알립니다.]현무가 날린 무전은 태성측 통신팀에만 들어간 것이 아니었다.
한국군 통신망을 도청하고 있던 중국군 측에도 흘러들어갔고, 중국군 통신망을 도청 중이던 크롬 측에도 흘러들어갔다.
때문에 특수감찰부 요원 시바 아미니는 태성측 인사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찾아왔을 때 놀라지 않았다.
[이지태 단장, 박도령 단장이 사망했습니다. 구출 작전은 실패했습니다. 반복합니다. 구출 작전은 실패했습니다. 최후 계획을 시작해주십시오. 저는 이곳에서 뼈를 묻겠습니다.]하지만 여전히 충격적이었다.
전능련과 태성, 호환마마 측의 인사들과 아담 폴트가 한자리에 모인 장소에서 시바 아미니는 녹음된 무전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틀었다.
“이게 언제쯤 들려온 무전이라고 하셨었죠?”
아미니의 질문에 태성측 통신팀장이 입을 열었다.
“대략 20분 전입니다. 이지태 단장의 무전기로 들려온 메시지라, 전능련 측과도 이야기해야 했고, 사실 확인을 하느라…….”
이런저런 사실 확인 절차를 밟은 것을 생각하면 20분은 대단히 짧은 시간이다.
아마 태성측 통신팀장은 최대한 빠른 확인을 위해 절차 몇 가지는 가볍게 뛰어넘었을 것이다.
어차피 아미니는 이미 들었던 것이기도 했고.
“어떻게 하실 거죠?”
질문한 것은 호환마마 측 인사였다. 그들 역시 박도령 단장이 죽었다는 소식을 쉽게 믿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상황을 의심하고 있었다.
“뭔가 이상합니다. 샤오지에 팀이 당한 것은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진입했기 때문에 생긴 실수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쪽은 준비를 철저하게 한데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구출작전에 들어간 겁니다. 그런데 갑자기 강현무 헌터 혼자 살아서 무전으로 연락하다뇨?”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 이지태 단장과는 내내 연락이 닿지 않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강현무 헌터만 연락이 되고, 연락도 일방적으로 끊어버렸습니다. 게다가 뼈를 묻겠다뇨. 왜 탈출하지 않는 겁니까?”
태성과 호환마마 측은 쉽게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강했다.
이해 못할 것도 아니었다. 갑자기 자신들 리더가 죽었다는데 덥썩 믿을 수는 없으니까.
아미니는 전능련 쪽에서 온 인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서지후라는 현무 직속의 행정팀장과 아미니와도 안면이 있는 연구자, 유민이었다.
유민은 자신의 애인이 평양에서 뼈를 묻겠다는 말을 들었는데도 아무 말 없이 손가락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유민 양, 하실 말씀 없으십니까?”
“글쎄요. 오빠가 한다면 하는 거죠.”
유민은 고개를 들어 담백하게 대답했다.
“그보다는 다른 분들께 묻고 싶은데요.”
그녀의 시선이 태성과 호환마마의 조직원들에게로 향했다.
“만약 의구심이 든다면 헌터들을 보내야 할 텐데, 누굴 더 보낼 수 있죠?”
“…….”
방 안이 침묵에 휩싸였다. 태성은 청금석 팀을 비롯해 최고 엘리트라고 할 만한 헌터들은 다 이지태와 함께 투입되었고, 호환마마 역시 박도령과 함께 들어갔다.
전능련 측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후방에 있는 엘리트 팀도 있긴 하지만 그들이 합류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움직일 수 있는 것은 한 명뿐이다.
태성 측 인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크롬에서…….”
“안됩니다.”
아미니가 먼저 잘라 말했다. 태성측 인사는 분노한 표정을 지었다.
“이 원정은 당신들이 제안한 겁니다! 이지태 단장은 대승적 의미에서 따른 것이구요! 당신들 입맛대로 그렇게 우리 단장을 버릴 순 없습니다!”
“우리도 그만큼 태성 그룹에게 이득을 돌려줬습니다. 어디서 얼마나 이익을 얻었는지는 이서연 부사장에게 물어보십시오. 말했지만, 최우선 사항은 공략을 성공시키는 겁니다. 이지태 단장은 그 전제조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다음 들어갔습니다.”
태성측 인사는 납득 못한 것 같았다. 당연했다. 그 어떤 논리로도 설득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순식간에 방 안이 난장판이 되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아미니는 머리를 쥐고 의자에 몸을 기댔다.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는 것은 그녀도 안다. 평양이 대단히 주의해야할 상황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일방적으로 흘러가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뭔가 자신이 놓치고 있는 게 있는 것 같았다.
두터운 커튼 뒤에서, 그녀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여하튼 우리는 이대로 이지태 단장을 포기하는 것은 이해 할 수 없소! 최소한 구조대가 올 때까지 기다려주시오!”
태성측 인사 한명이 아예 테이블을 쾅 두들기며 소리쳤다. 그 순간, 쩍 하는 소리와 함께 테이블이 갈라졌다.
테이블을 내려친 태성 측 인사는 기겁하며 손을 떼냈지만, 곧 굉음과 함께 두터운 대리석 테이블이 사방으로 찢겨나갔다.
폭발이라도 일어난 모습에 사람들은 질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때 이때까지 계속 아미니의 뒤에서 회의를 지켜보기만 하던 여성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의 크기와 설득력이 비례하는 건 아닙니다.”
아담 폴트였다.
사람들은 아담 폴트가 대리석을 걸레 짜듯 비틀어 부숴버린 장본인임을 깨달았다.
그것은 대놓고 하는 협박이었다. 얌전히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누구든 대리석 테이블처럼 될 수도 있다는.
“우리는 더 늦기 전에 최종 계획을 시작할겁니다. 그게 앞서 희생된 헌터들의 죽음을 무익하지 않게 만드는 방법이자, 유지를 받드는 겁니다.”
아담 폴트는 사람들을 천천히 훑어보며 선언했다.
“앞으로 24시간, 평양으로부터 멀어질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그 사이에 좋은 방법이 떠오르신다면 얼마든지 찾아오십시오. 그러나 내일 이 시각, 평양에 최종 계획이 실행되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불만이 있으면 조금 뒤 제 방으로 찾아오십시오. 제겐 당신을 아주 빠르게 설득할 방법이 있습니다.”
“…….”
다들 할 말을 잃고 묵묵히 있었다. 아담 폴트가 한다는 ‘설득’이 썩 유쾌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아담 폴트는 단단히 못을 박아두었다.
“크롬은 인류를 위해 자산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그 사실에 감사하십시오.”
***
아무도 아담 폴트에게 따지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딱 한 명 있었다.
“왜 그런 식으로 얘기한 겁니까?”
회의실을 떠나 아담 폴트의 방으로 돌아온 아미니는 따지듯이 물었다.
일단 한국 측 인사들을 닥치게 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는 아무 말도 안 했지만, 심정적으로는 그들에게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의문은 너무 많고 인재들이 너무 은 무의미하게 희생되었다. 최소한의 조사도 없이 대충 묻어버렸다가는 후회만 남을 것 같았다.
“최소한 3일 정도 여유는 줄 수 있잖아요? 24시간이라니. 그 사이에 강현무 헌터라도 살아 나올지도 모르고…….”
“아미니.”
아담 폴트는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는 아미니의 어깨를 쥐었다.
아미니는 아담 폴트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눈은 냉막하고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 안에 있는 게 무엇이든 헌터들을 순식간에 몰살시킬 수 있는 것이고, 강현무 헌터가 최종 계획을 실행하라고 한 것을 보면 그 역시 순식간에 당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몇 명의 목숨으로 수많은 인명을 구한다고 생각하십시오.”
“…….”
아담 폴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만약 누군가의 흉계에 휩쓸린 것이라면, 아예 그 흉계 채로 묻어버리는 편이 낫다. 단순하지만 가장 완벽한 해결책이다.
아미니는 결국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담 폴트가 사무적으로 말을 시작했다.
“좋습니다. 최종 수단을 사용하려면 UN 특수감찰부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승인을 요청하기에 이르러 저희 크롬 측 최종 수단에 대한 간단한 개요를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이전에도 이게 사용된 적 있나요?”
“몇 번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부담스러운 역할을 맡았다. 아미니는 ‘최종 수단’이라는 게 대체 뭐기에 이렇게 꽁꽁 숨기는 건가 했다.
“간단하게 설명 드리자면, 밀도가 높은 물질로 아주 빠르게 땅을 내리찍어 지역을 초토화하는 기술입니다.”
“밀도가 높은 물질이요?”
“지팡이로 땅을 두드리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아담 폴트는 미리 준비해둔 것처럼 어딘가에서 길고 두터운 나무 막대 하나를 가져왔다.
그리고는 그 막대를 똑바로 세워 바닥을 쿵 두드렸다.
그 순간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닥의 대리석 바닥이 쩍 쪼개졌다.
아미니는 설명이 더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담 폴트는 멀뚱멀뚱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어? 설마 설명 끝인가요?”
“예.”
“잠깐만요. 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린다? 그게 어떻게 최종 수단이 되는 거죠?”
아담 폴트는 어느 부분에서 설명이 부족했는지 느낀 것 같았다. 그녀는 약간 고심하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 말을 이었다.
“정확한 원리는 제가 설명을 못 드립니다. 켈러 교수님께서 고안하신 방법이라…… 우선 크롬에서만 만들어낼 수 있는, 질량이 고도로 응축된 금속 막대를 만들어냅니다. 대략 길이 20미터에 지름 1미터의 막대입니다. 수정이끼와 제 능력이 결합되어 순간적이지만 아이템과 같은 성능을 발휘합니다.”
막대가 아니라 기둥이라고 불러야 할 사이즈였다.
세게 최고의 능력자 집단이 응축해서 만들어낸 물질이라는 게 어떤 건지 짐작도 되지 않았지만, 대략적인 개요가 잡히는 것 같았다.
이미 아미니는 비슷한 무기 개념에 대해 들어본 적 있었다.
“그 지팡이를 성층권까지 들어 올립니다. 그리고 아주 빠른 속도로 목표물을 향해 낙하시킵니다. 금속 막대가 지면에 충돌하는 순간, 어마어마한 양의 충격량이 생겨납니다. 설정된 속도마다 차이는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핵폭발에 준하는 수준으로 설정중입니다.”
“……’신의 지팡이’ 같은 건가요?”
신의 지팡이는 미국에서 한때 우주전 개념으로 만든 무기였다. 다만 효율 문제로 포기한 바 있었다. 하지만 아담 폴트의 능력은 딱히 효율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듯 했다.
“조금 다릅니다. 신의 지팡이는 총알 같은 개념이지만…… 저희는 말 그대로 지팡이거든요.”
아담 폴트는 지팡이를 들어 바닥을 몇 차례 쿵쿵 두드렸다.
“단발식 핵폭발보다는 지반을 다진다고 하는 편이 더 와닿을지도 모르겠군요. 여튼 핵폭발에 준하는 충격량이 짧은 시간에 한 지역에서 수차례 반복해서 일어납니다. 해당 지역은 초토화됩니다. 건물의 뼈대? 잔해? 그런 것도 남지 않습니다. 남는 것은 크레이터와 까맣게 탄 탄소 막대뿐입니다.”
그제야 아미니는 자신이 남수단에서 입수한 사진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걸 체페슈 케이스라고 부르는 건가요?”
“그건 정식 명칭이 아닙니다. 이미 들어보신 적 있으시군요. 켈러 교수님의 지인 한 분이 농담 삼아 붙인 이름입니다. 꼬챙이처럼 적을 꿰어 전시해놓는다는 뜻이었죠.”
아미니는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체페슈 케이스는 사실 실전적인 의미보다는 본보기의 성격이 강하게 느껴졌다.
대체 핵폭발에 준하는 충격을 수십 차례나 반복해서 줘야 할 이유가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런 공격이 필요한 몬스터에 대해서 들어 본적도 없었다.
“그럼 그걸 왜 진작에 평양에 쓰진 않은 거죠? 하이퍼 플루드 우려 때문에?”
“그건 핑계입니다. 일차적으로는 중국군과 한국군, 어느 쪽도 폐허가 된 평양을 가지고 싶어 하진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마 공략에 성공만 하면 막대한 양의 부산물이 나올테니까요. 그리고 이차적으로는…… 사용한 뒤의 후폭풍입니다.”
“후폭풍이요?”
“체페슈 케이스는 적당히 쓰다가 멈출 수 있는 스킬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위력을 보고나면 아미니 씨도 더 이상 삶이 예전 같다고 느끼지 못 하실 겁니다. 우리 문명 세계라는 게 지금 얼마나 얇은 살얼음판 위에 서 있는지 알게 될 테니까요.”
***
크롬의 통제 하에 중국군과 한국군은 평야에서 거리를 벌리고 멀어지기 시작했다.
언제든 평양에 진입할 수 있도록 바짝 밀착하고 있던 양국의 군대는 서둘러 후퇴를 시작했다.
24시간은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대규모 부대가 움직이기에는 긴 시간도 아니었다.
“얼마나 이동해야하죠?”
아미니는 전망대에서 아담 폴트와 함께 평양 시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직 강현무로부터는 별다른 연락이 없었다. 귀환한 헌터 역시 한 명도 없었다. 아담 폴트는 한쪽 눈을 감고 거리를 가늠하듯이 손바닥을 펼쳐보았다.
“대략…… 5킬로미터 정도만 이동하면 안전권입니다. 낙진이나 방사능 같은 건 없으니까요.”
“아직도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당연합니다. 그러니까 최대한 신중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수밖에 없지요.”
지팡이로 돌다리를 두들겨가면서.
평양은 이제 그 쇠 지팡이에 두들겨질 차례였다.
아미니는 이 선택이 무고한 자들의 희생을 막을 유일한 방법이었기를 간절히 바랬다.
“그럼 저는 상황실에서 대기하다가 다시 오겠습니다. 변동 사항이 생기면…….”
그때였다.
갑자기 아담 폴트가 평양 한쪽으로 고개를 팩 돌렸다. 분위기가 일변한 아담 폴트의 모습에 당황한 아미니는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류경 호텔이 있는 방향이었다.
“아담 폴트?”
아담 폴트에게서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기운은 인간의 것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비능력자인 아미니조차 살갗이 쭈뼛 설 정도의 두려운 박력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아담 폴트의 기척따윈 깨끗하게 잊을 만큼 압도적인 무언가가 류경 호텔 쪽에서 퍼져 나왔다.
아미니는 순간적으로 그쪽으로 빨려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맹렬한 바람이 불어왔다. 세상의 바람이란 바람은 다 그곳을 향해 치닫고 있는 느낌이었다.
“아담 폴트!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
아담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미니는 한 번 더 질문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을 깡그리 날려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엄청난 섬광이 지평선 쪽에서 터져 나왔다.
하늘까지 치솟은 버섯구름이 북쪽 하늘을 순식간에 휘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