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arding In Hell RAW novel - Chapter (27)
지옥에서 독식-27화(27/346)
27화.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1)
얼마 후, 난이도: 지옥.
쾅. 마지막 각목이 부러지는 소리였다. 부러진 각목 파편이 비좁은 골목 벽에 부딪쳤다.
현무는 쌍욕을 내뱉으며 고블린에게 발길질을 했다. 하지만 고블린은 여유 있게 피했다.
골목에 온갖 함정과 덫을 설치해 놨는데, 대개 발목도 잡지 못했다.
이젠 더 쓸 함정도 없었기 때문에 현무는 온몸을 소진시키며 싸워야 했다.
살벌하게 날아든 단검이 목을 스쳤다. 핏줄기가 솟구쳐 올랐다. 현무는 목을 감싸 쥐는 동시에 쫙 손을 펼쳐 피를 흩뿌렸다. 독혈들이 방울지며 허공에 흩어졌다.
고블린은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두르고 있던 짐승 가죽을 확 털어 냈다. 현무의 독혈은 허무하게 막혔다.
그러나 고블린이 득의만만하게 가죽을 치웠을 때 날아든 것은 한 쌍의 지옥 모기 다트였다. 지옥 모기 다트가 눈을 꿰뚫음과 동시에 현무의 손아귀가 고블린의 머리를 감싸 쥐었다.
쾅! 현무는 체중을 실어 고블린의 머리를 바닥에 그대로 내리찍었다.
고블린은 충격에 단검을 떨어뜨렸다. 현무는 그것도 모자라 다트로 눈 안쪽을 후벼 파며 연달아 주먹을 날렸다.
억센 손아귀 장갑으로 강화된 그의 손이 고블린의 머리를 짓이기기 시작했다.
“캬악!”
하지만 고블린은 눈을 잃은 상태에서도 손을 마구잡이로 휘둘러 댔다.
현무는 기겁하며 피하려 했지만 팔과 가슴이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 순간 현무의 주먹이 고블린의 이빨을 부수며 입 안으로 파고들었다. 고블린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강철 같은 이빨이 순식간에 현무의 손을 아작 내 놓았다.
현무 역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손을 빼내기는커녕, 고블린의 목구멍 안쪽 깊은 곳까지 팔을 쑤셔 넣었다.
고블린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꺽꺽거리며 경련을 일으키다가, 이내 온몸의 구멍에서 검은 물을 토해 냈다.
[레벨 업!] [정복하는 별, 아르단이 당신을 주시합니다.]현무는 하늘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정확히는 들어 올리려 했다.
고블린에 의해 짓이겨져 떨어져 나갔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는.
때문에 현무는 주먹을 불끈 쥐고 퍼포먼스를 취하는 듯한 자세가 되었다.
현무는 그대로 피를 흠뻑 뒤집어쓴 채, 길게 포효했다.
[현재 난이도: 지옥 진입 후 생존시간.] [12일 6시간 17분 8초.]***
“집사야, 안 아파?”
레니안은 현무가 짓이겨진 손을 붕대로 대충 싸매는 모습을 보며 말했다. 처음에는 당연히 미칠 것처럼 아팠지만, 너무 아프면 머리가 맛이 가는 모양이었다.
이젠 상처를 보호하려고 붕대를 감는 게 아니라 긁다가 괜히 상처 덧나지 않게 하려고 감싸는 느낌이었다.
“당연히 아프지.”
“핥아 줄까?”
레니안이 헤헤거리며 말했다. 결국 원하던 게 그거였던 모양이다. 현무는 잠깐 고민을 했다. 레니안이 피를 핥으면 지혈은 확실하게 되지만 그 부위가 미친 듯이 가려워진다.
그러나 아무리 익숙해진다고 해도 아픈 것보다는 가려운 게 낫다. 현무는 툴툴거리며 레니안에게 손을 내밀었다.
레니안은 아이스크림 빨 듯 신나게 손을 핥기 시작했다.
별들이 나타나자마자 쏜살같이 달아났던 레니안은 현무가 지옥으로 돌아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헤헤거리며 나타났다. 손에는 정체불명의 몬스터 뼈다귀를 가지고.
적어도 생존력은 현무보다 나은 것 같았다.
‘오늘은 얼마나 남았지?’
현무는 손을 핥는 레니안을 보며 생각했다.
이러다 어느 순간 체력이 10% 이하로 떨어지면 ‘최후의 1인’ 칭호 특전으로 체력이 재생되는데, 현무는 그걸로 버티고 있었다. 그나마도 하루에 한번 뿐이었다.
‘그래도 덕분에 아직도 살아 있지.’
하지만 오늘은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아직 체력 재생 특전이 시작되려면 멀었을 것이다. 현무는 자신의 레벨을 확인해 보았다.
레벨 15.
지옥에 발을 디딘 지 12일 만에 얻은 성과였다. 현무가 레벨을 올리기 위해 싸울 수 있는 몬스터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레벨이 조금 낮다 싶은 것들은 떼 지어 몰려다니거나, 찾아내기조차 힘든 곳에 있었고, 혼자 다니는 것들은 도저히 상대할 수가 없는 것들이었다.
‘그것들을 상대하느니 차라리 박휘소 그 영감이랑 싸우는 게 낫지.’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박휘소라도 그 괴물들과 싸운다면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런데 현무는 당장 단기간에 그런 괴물들 사이에서 레벨을 올려야만 했다.
그 괴물들 가운데 그나마 현무가 상대할 수 있는 괴물이 고블린이었다.
고블린. 초보자들의 친구.
현대에서도 그 법칙은 통용된다. 1성급 던전에서 나오며, 고블린이 흘리는 뼈 장신구들은 기업 측에서 가장 흔하게 취급하는 부속물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이곳의 고블린은 달랐다.
더러운 가죽 옷과 뼈 무기가 아니라 잘 재단된 가죽 제복과 신발, 제련된 단검까지. 용병이나 군인을 떠올리게 했다.
‘그런 빌어먹을 놈들이 비열한 수단도 가리지 않고 해대니…….’
조금이라도 어렵다 싶으면 도망치고, 수준이 비슷하다 싶으면 거리낌 없이 장거리에서 다트를 쏘아 대거나 독을 뿌렸다.
등 뒤에서 기습하는 짓도 마다하지 않는다. 참으로 정정당당함이라곤 모르는 족속들이었다.
현무는 어째선지 자기 자신을 욕한 기분이 잠깐 들었지만 잊어버렸다.
어찌 됐든 그런 놈들이라도 현무가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저레벨 몬스터였다. 미세먼지나 모기, 벌레 따위로는 이제 레벨도 오르지 않았다.
현무가 처음 고블린을 잡기까지 대략 9번 정도 죽었다. 그때 레벨이 2 정도 한꺼번에 오른 뒤로는 대충 방법을 익힐 수 있었다.
‘물론 아직도 한 놈 잡는 데 이 정도로 체력을 쏟아부어야 하지만.’
하루에 딱 한 놈.
체력 재생을 이용해 회복한 뒤 하루 종일 함정을 만들고 새로운 전략을 구상한다. 그렇게 해서 한 놈을 유인해 와 기습을 통해 겨우 죽인다.
전략은 단순했다. 싸우다가 상처 난 부위를 어떻게든 고블린의 체내에 쑤셔 넣기.
그나마 독혈이 유의미한 타격을 줄 수 있으니 선택한 방법이었다.
무식한 방법이었지만 현무는 그렇게 레벨을 꾸준하게 올리고 있었다.
이제 슬슬 레벨 업에 정체가 올 만한데도 계속 오르는 것을 보면 역시 경험치 추가 보정이 붙는 ‘나는 전설이다’ 칭호 특전 때문인 것 같았다.
희망이 있다면 점점 사냥이 끝난 뒤에도 사지가 멀쩡한 경우가 늘어난다는 점이었다. 초반에는 고블린과 현무 본인의 몸 중 어느 쪽이 자기 몸인지 구분하기 힘들 지경이었는데.
“흠, 이렇게 몸을 너무 막 다루면 안 되는데…….”
감각이 맛이 가는 것은 물론이고, 실전에 들어갔을 때 실수할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고블린이 너무 강하다.
고블린 주제에.
따지고 보면 현무가 레벨 7이었던 시절 적나비는 레벨 14였다. 그리고 현재 현무의 레벨은 15인데 고블린은 레벨 20이다.
‘지옥 최강자’ 특전으로 능력치 보정이 붙으면 20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고블린을 상대하는 것은 여전히 사활을 걸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었다.
“……아니, 생각해 보면 대등한 상대를 상대하는 거니 당연한 건가?”
그렇다면 고블린도 엄청난 무술의 대가들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아니면 그 이상의 놀라운 신체 능력이 있거나.
‘사지 멀쩡한 상태로 승리했다는 것은 의외로 대단한 성과일지도 모르겠군.’
그 이전까지 거둬 온 승리를 기적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현무는 옆에서 상처를 다 핥은 뒤 앉아 있는 레니안을 흘겨보았다. 레니안은 쏘아보는 눈도 모르고 자신의 손가락에 묻은 피까지 핥아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손이 미친 듯이 가려워지기 시작했다.
“이게 좀 싸움에 도움이 되면 좋겠는데.”
“헹? 하지만 요정은 싸움이 무서운걸.”
이 생지옥 생태계에서 명백히 일부를 차지할 법한 피칠갑한 식인 요정이 싸움을 무서워한다는 말이나 하고 있다.
현무는 레니안의 전투 능력을 가늠해 봤지만 결코 약한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싸움만 시작되면 마술처럼 사라졌다가 끝나면 다시 헤헤거리며 등장하는 게 꼭 전투 상황과 평화 상황을 알리는 메시지 같았다.
‘어떻게든 이 앙증맞은 요정의 모습을 가장한 식인 괴수의 쓸모를 찾아내야 탈취당하는 내 피가 아깝지 않을 텐데.’
하지만 성격을 교정하지 않는 한 쉽지 않아 보였다. 레니안이 고블린과 싸운다면, 최소한 방해라도 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어쩌면 그녀는 고블린보다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레니안이 적극적으로 싸울 수 있게 되었을 때, 현무 자신은 안전할지에 대한 의문도 들었다.
레니안이 먹을 것을 가리진 않지만,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것은 현무였기 때문이다.
‘……평화주의를 지향하는 편이 괜찮을지도 모르겠군.’
쓸모는 언젠가는 따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치만 집사는 너무 험하게 싸워. 끼어들기도 무서운걸.”
“고블린 머리를 뜯어 먹으면서 그런 말 하지 마라.”
하지만 레니안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고블린과의 첫 싸움에서 몇 군데 떨어져 나가는 건 기본이었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는 전략 그 자체였다. 실로 목숨이 여러 개 있어야만 가능한 전략이었다.
사실,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는 전략은 미친 짓이다.
어쨌든 사람은 싸움이 끝난 뒤에도 살아가야 한다. 딱 한 번의 전투를 이기자고 사지 불구로 살아갈 바에야 그냥 도망치는 게 맞다. 그게 똑똑한 사람의 생존 방식이다.
그러나 현무는 자신의 방법이 썩 나쁘게 느껴지진 않았다. 어떻게든 자신을 엿 먹이려 하면 상대도 엿 먹는다는 사실을 몸 안에 쑤셔 넣고 알려 준다는 건 괜찮은 기분이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그 새끼를 꼭 엿 먹여야 하는데…….”
처음으로 현무를 죽였던 그 검은 손을 가진 고블린.
현무는 아직 그 고블린을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고블린들은 검은 손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 오해할 리는 없다.
그것도 한쪽 손만 검은 그 놈을.
현무는 언젠가는 그놈을 만날 거라 기대하고 있었다.
현무는 손을 움직일 만해지자 일어서 고블린 시체를 질질 끌고 갔다.
골목 구석에 고블린 시체가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고블린은 경험치인 동시에 보급고였다.
놈들은 모험가라도 되는 것처럼 이런저런 유용한 물건들을 바리바리 싸 짊어지고 다녔다.
희귀 장구류와 무기, 독약, 먹을 것까지.
희귀템이 대박이다 싶을 정도로 많았지만 현무가 쓸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었다. 사이즈가 맞는 게 단 한 개도 없었기 때문이다. 설령 현대로 돌아가더라도 팔기에는 애매했다.
아무리 헌터들이 막장이라도 유아용 장비를 팔 수는 없다. 그나마 단검은 예비용으로나마 챙겨 둘만 했다.
현무는 고블린의 가방 속에서 먹을 것을 찾아냈다. 고블린들의 비상식량이었다. 처음에는 조금 꺼림칙했지만 생각보다 꽤 그럴듯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심지어 챙겨 온 전투 식량보다 낫단 말이지.’
차가운 물에 불린 전투 식량보다는 조리된 듯한 고블린의 비상식량이 나았다.
덕분에 현무는 그럭저럭 버틸 만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현무는 고블린의 비상식량을 우물거리며 다음에는 어떤 함정을 깔아 볼지 구상하기 시작했다.
탁.
그때 현무는 등 뒤에서 발소리를 들었다. 어느 틈에 레니안이 재빠르게 사라진 것도 느꼈다. 경고라도 줄 것이지, 망할 식인 요정 같으니.
현무는 반사적으로 단검을 뽑아 들고 휘둘렀다. 하지만 놈은 간단하게 회피했다. 현무는 곧 들어올 반격을 위해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그러나 공격은 오지 않았다.
고블린은 현무를 완전히 무시하고, 골목 구석에 쌓인 고블린 시체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독에 썩고 붕괴되어 하나로 뭉쳐 가기 시작한 시체들을.
“───.”
놈이 뭐라고 중얼거렸다. 현무는 눈살을 찌푸리며 고블린을 응시했다. 놈은 뭔가 망연자실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때 현무는 놈의 손을 보았다.
잊을 수 없는 검은 왼손을.
현무의 독혈을 맞고 잘라 냈던 오른손에는 갈고리 형태의 날붙이가 의수처럼 붙어 있었다.
현무는 망설임 없이 고블린을 공격했다. 멍하니 시체를 응시하던 검은 손 고블린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텅 비어 있던 눈에 누군가 불을 붙인 듯 훅 분노가 타올랐다. 놈이 의미를 알 수 없는 고함을 내질렀다. 저주와 욕설이 뒤섞인 절규였다.
현무는 자신이 놈을 대단히 빡치게 만든 것 같다고 느꼈다.
“망할.”
[당신은 죽었습니다.] [총 생존 시간: 12일 06시간 58분 04초.]***
[퀘스트 발생!]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검은 손을 가진 고블린을 처치하십시오.]***
“헉, 헉!”
현무는 사거리 주변을 죽어라고 달리고 있었다.
등 뒤에서는 검은 손 고블린이 희번덕거리는 단검을 움켜쥐고 쫓고 있었다.
처음 검은 손 고블린에게 살해당했던 날부터 현무는 계속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무차별적인 습격을 당했다. 거리에서, 집에서, 골목에서 장소를 가리지 않고 놈은 나타나 현무를 죽여 댔다.
‘동족을 죽인 걸로 머리가 돌아 버리기라도 한 건가?’
아니, 따지고 보자면 먼저 죽인 것도, 죽이려 했던 것도 고블린이다.
그런데 그걸로 이렇게 치사하게 나오면 안 되지. 하지만 현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다름 아닌 현무였기 때문에.
‘하긴, 모르는 인간보다는 우리 집 개 목숨이 더 소중한 법이지.’
때문에 도살당하다시피 하는 현무의 생존 시간은 이전보다 부쩍 줄어든 상태였다.
[한계 속도가 상승하였습니다.]“이런 빌어먹을!”
고블린은 오직 현무만을 찾아다니는 것 같았다. 이렇게 능동적인 적은 상대해 본 적 없어서 현무는 당혹스러울 지경이었다.
계속해서 죽을 바에야 맞서 싸울 생각을 안 해 본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고블린과 현무의 격차는 지나치게 컸다.
“빌…… 어먹을! 밸런스는 적당히 맞춰야지!”
고블린은 레벨 20이었다. 현무도 레벨 15에, 능력치 보정을 받으니 따지고 보면 동급이었다. 하지만 검은 손 고블린은 이때까지 다른 고블린들과는 차원이 다른 실력을 보여 주었다.
복수에 미친 것처럼도 보이지만 이미 현무와 싸워 본 놈은 조금도 방심하지 않았다.
‘101바퀴째.’
대략 둘레 500m 정도 되는 블록을 그저 달리고만 있었다. 물론 입에서는 단내를 풍기고 다리는 터질 듯이 아프지만 현무는 자신이 이렇게 달리고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거의 50km를 쉬지 않고 달린 셈이다. 마라톤보다 긴 거리를 전력으로 달릴 수 있는 사람은 운동선수 중에도 없을 것이다.
‘물론 능력치 덕분이겠지만.’
능력치 중에 폐활량을 보정하는 부분도 있는지 모르겠다. 능력치는 표시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유독 폐활량이 상승한 것 같기도 했다. 현무는 내심 미세먼지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뒤에서 고블린이 짜증스럽게 소리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따지고 보면 놈도 전력 질주로 101바퀴를 돈 셈이니, 이 세계의 몬스터들의 스펙도 미쳤다 말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이 상태로는 그냥 당하기만 할 뿐이었다. 대책을 찾아야 했다.
그냥 바로 숨는 게 답일지도 모른다. 검은 손 고블린 놈이 숨바꼭질 술래 역할을 귀신같이 잘하는 재능이 없었다면 그냥 그렇게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현무 자신이 용납하기 힘들었다.
증오는 증오를 낳을 뿐이다. 용서야말로 진정한 승리의 길이었다.
그 말대로라면 현무는 언제든 패배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 좋은 승리는 언제든지 적에게 양보할 자신 있다.
그는 원한은 잊지 않고 후환은 남기지 않으며,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자신에게 엿 먹인 상대는 반드시 피 맛을 보게 해야만 했다.
현무는 어떻게든 저 외팔이 고블린을 죽여 버릴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너무 억울해서 미쳐 버리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