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arding In Hell RAW novel - Chapter (270)
지옥에서 독식-270화(270/346)
270화. 하늘이 무너진다 (1)
메이륜하이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천루를 발견한 시점에서 움직인 것은 현무나 자신들이나 마찬가지였다.
러시아가 기민하게 대응한 것은 이곳이 그들의 모국이고 비상 프로토콜이 있으니 이해할만했지만, 그다음으로 빨랐던 것은 자신들 남중국 연합이라 자신할 수 있었다.
“어떻게 헬기보다 빨리 올라온 거지? 러시아 쪽이 분명 너보다 먼저 올라갔을 텐데.”
“튼튼한 두 다리와 두 손이 있잖아.”
“무슨…… 설마?”
천루에는 긴 촉수들이 수천 개씩 달려있다. 그리고 그중 몇몇은 지상에 앵커처럼 박혀있었다.
현무는 지금 그 촉수를 타고 올라왔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믿을 수 없지만 그것 외에는 다른 방법은 없었다.
메이륜하이는 등골이 서늘하게 젖는 것을 느꼈다.
‘사실이라면 놈은 린후이민 님과 대등하거나 더 강하다.’
그것도 린후이민은 육체 강화 계통으로 특화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현무도 그런 과라면 이해할 수 있었다.
현무는 러시아 헌터의 무전기를 빼앗아 가슴에 달면서 말했다.
“어쨌거나 여기 러시아 녀석들을 조금 심문해보니, 너희들 목적도 딱히 천루를 저지하는 건 아닌 것 같더군. 하긴, 그러니까 천루에 올라타기도 전부터 그렇게 치고받지.”
이미 공중에서부터 서로 치고 받던 시점부터 그들의 목적은 천루 저지가 아니라 독점임을 천명한 셈이었다.
메이륜하이는 현무가 이미 자신들의 목적을 알아차렸거나,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그를 배제하는 것뿐이었다.
‘천루가 더 많은 도시를 파괴해야만 한다.’
굶주리는 별로부터 그녀가 받은 시련은 ‘공포의 대왕’. 인류가 최대한 공포에 떨고 전율하게 만드는 것이 그녀가 받은 시련이었다.
특정한 숫자가 정해진 바는 없지만, 그 수가 많을수록 보상이 후해질 것은 분명했다.
공포는 가장 훌륭한 장사수단이다. 사람은 안전을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다.
굶주리는 별과 그의 권속들이 그 주린 배를 채울 아주 좋은 수단인 것이다. 플루드로 쏟아지는 몬스터들은 부수적인 이득에 불과했다.
현무가 어떤 목적으로 왔든, 메이륜하이는 자신이 부여받은 시련을 위해서라도 다른 목적을 가진 모든 헌터들을 제거해야만 했다.
메이륜하이는 슬쩍 의지를 보냈다. 그녀의 팀원들은 전부 권속이었다.
권속이 유리한 점은 이렇게 무전이 무력화된 상황에서 의사소통이 쉽다는 점이었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전문 암살팀이다.”
그녀는 현무가 던져 준 머리통을 든 채 중얼거렸다.
“전문 암살? 그런 것도 있나?”
“그래. 너처럼 특출나게 강한 상대에 대비해서 만들어진…….”
그 순간 현무의 손이 기묘하게 움직였다. 마치 실을 감듯이 손을 빙글 돌린 뒤 쭉 당기는 동작이었다.
불길한 예감을 느낀 순간, 팅 하는 소리와 함께 핀 몇 개가 허공으로 튀어 오르는 것이 보였다.
메이륜하이의 시선이 현무가 던져주었던 머리통 쪽으로 향했다.
입과 머리통 안쪽에 마구잡이로 쑤셔 넣어진 수류탄이 이제야 눈에 들어왔다.
메이륜하이는 재빨리 머리통을 집어던졌지만, 그녀의 손끝을 떠나기 전에 폭발이 일어났다.
콰콰쾅.
섬광과 함께, 온몸을 난자하는 열기와 압력이 느껴졌다. 메이륜하이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튕겨나갔다.
길게 이어지는 비명소리도 들려왔다. 몇몇은 천루 밖으로 튕겨나간 듯 했다.
메이륜하이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현무와 그녀의 거리는 결코 멀지 않았다. 그런데 태연하게 폭발시켜버린 것이었다.
메이륜하이는 눈앞이 어지러웠지만 피를 울컥 토해내며 몸을 일으키려 애썼다.
하지만 그녀는 바닥을 짚지 못했다.
양 팔이 날아간 것이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재차 비명과 살을 찢고 뼈를 부수는 소리가 들려왔다.
길게 이어지는 비명이 몇 차례 아련하게 사라졌다.
이내 주변이 조용해질 무렵에서야 메이륜하이는 간신히 허리를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퍽 가슴의 통증과 함께 그녀는 다시 바닥에 쓰러졌다.
“전문 암살팀?”
현무가 다시 한 번 물었다. 웃음기가 가득 담겨있었다.
“내 생각에는 진짜 암살팀은 자기 입으로 암살팀이라고 떠들고 다니진 않을 것 같은데.”
“컥, 허억.”
메이륜하이는 가슴을 압박하는 통증에 대답할 수 없었다.
현무의 발에 짓밟힌 갈비뼈가 우득거리는 소리를 내며 부러져 나가고 있었다.
“그나저나 정면에서 수류탄이 다섯 개나 터졌는데 용케 살아있구나. 아, 사도라서 그런 건가? 아예 데미지를 안 입었으면 이해하겠는데. 흠, 아마 시간이 지나면서 신체적 구조가 완전히 바뀌는 과정이 있는 모양이군.”
“사, 살…….”
“전문 암살팀이라는 놈들이 살려달라는 말을 하면 안 되지.”
현무는 발을 꾹 누르며 말했다.
“그리고 너희들에 대한 정보를 받는 대신 너희들을 꼭 죽여주기로 했거든.”
퍽.
부러진 갈비뼈가 심장을 관통하면서 메이륜하이는 길게 피를 토해냈다.
잠시 몸을 부르르 떨던 그녀는 이내 절명했다. 현무는 메이륜하이의 파편을 습득한 뒤, 그녀의 몸에 있는 소지품을 뒤져보았다.
정보가 될 만한 물건을 가지고 있는지 싶어서였다.
그러던 중 현무는 메이륜하이의 장구류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정보가 될 만한 물건은 아니었지만, 메이륜하이가 왜 뻔뻔하게 전문 암살팀 운운하는 헛소리를 했는지 알 수 있는 아이템이 있었다.
***
린후이민은 초조하게 천루 위를 둘러보았다.
직경 18킬로미터 짜리 거대한 원반 형태의 천루의 등은 거대한 스크린 같았다.
현란한 무늬가 형형색색으로 움직였다 사라지고 번뜩거리다 어두워졌다.
지구가 아닌 이세계에 온 것 같다고 느꼈지만, 곧 천루의 등이 보여주는 것은 아래의 풍경들임을 깨달았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야경과 대공포대의 총격, 헬기, 화재 등을 실시간으로 비출 뿐인 것이다.
TV에 눈을 바싹 붙여대고 보면 화면은 그저 기이하게 보일 뿐이다.
린후이민은 새삼 자신이 거대한 생물체의 등 위에 탔음을 자각했다.
하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틈은 없었다.
그가 천루 위에 도착한 직후 하늘을 수놓은 신호탄의 숫자는 총 다섯.
도착하는 대로 신호탄을 쏘아 올려 서로의 위치와 전력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시간이 지나도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만이 신호탄을 쏘아 올렸을 뿐이었다.
아무리 공중에서 격추당했다고 해도 최소 열 이상은 도착해야 정상이었다.
가장 초조한 것은 메이륜하이의 신호탄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뭔가가 잘못되고 있었다.
“린후이민 님, 이제 어떻게 합니까?”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러시아 놈들은 우리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당장 놈들의 뒤를 쫓는다.”
“존명.”
굶주리는 별의 사도인 린후이민은 천루의 출현을 일찍이 알고 있었다.
구체적인 위치와 경로는 알 수 없지만, 몬스터를 쏟아내는 무언가가 나타나리라는 사실은 사도라면 모두들 알고 있었다. 아마 다른 별의 추종자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때문에 천루 위에 무엇이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기반 지식이 있었다.
“찾았습니다! 던전 입구입니다.”
“이곳에도 있습니다.”
천루의 거대한 등 위 곳곳에는 던전 입구들이 잘못 돋아난 나무처럼 튀어나와 있었다.
약간 높은 언덕에서 보이는 던전 입구만 해도 열 개가 넘으니까, 전부 다 합치면 수십 개는 될 것이다.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러시아 놈들이 들어간 던전이다. 그리고 구울과 가스트가 나오는 던전. 그 던전들을 발견하면 둘 이상이 경호를 서서 누구도 훼손하지 못하게 해라.”
좀비, 구울과 가스트 등은 대표적인 굶주리는 별의 권속이다. 이번 시련의 목표는 세력을 불리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세상에 더 많이 뿌려지게끔 해야 하기도 했다.
린후이민은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색 현무암 던전을 발견했다.
각이 지게 깎인 던전은 차갑고 단단한 분위기를 풍겼다.
던전 앞에는 이미 누군가가 들어간 듯, 흰 분필로 X자를 그린 표시가 되어 있었다. 아마 중복해서 입장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인 듯 했다.
“이곳일까요?”
헌터 중 하나가 물었다. 하지만 그건 린후이민도 묻고 싶은 것이었다.
“모르지. 러시아 놈들이 들어간 던전은 하나가 아닐 테니까. 하지만 첩보에 의하면 놈들이 찾는 목표가 있다. 그걸 어떻게든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린후이민은 딱딱한 표정으로 던전 안으로 발을 디뎠다.
이제부터는 어디로 갈지, 어떻게 될지 한치 앞도 가늠하기 힘든 혼돈뿐이었다.
***
현무는 메이륜하이의 팀을 정리한 뒤에도 만민전선 측의 팀 몇 개를 더 정리하고 송여운 팀의 흔적을 발견해 따라갔다.
송여운과 서지후, 오대성은 함께 던전을 정리하기 위해 움직였다.
전원 한 가닥 하는 인물들이었지만 아직 사도와 맞설 수준은 못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들의 던전 공략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특히 서지후와 송여운은 던전 공략을 최대한 빠르게 하는 것에 최적화 되어있었다. 전부 현무의 골 때리는 훈련법 때문이었다.
“애초에 던전 자체가 짧았어요.”
송여운은 의아한 듯 말했다.
“몬스터도 별로 없고. 뭔가 좀 싱거운데?”
보스 몬스터가 있긴 했지만 4성급 던전 보스 수준으로,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던전 하나를 공략한 그들은 귀환석 대신에 팔뚝만한 크기의 붉은 수정 같은 것을 발견했다.
송여운은 붉은 수정은 신기한 듯 보았다.
“이게 대체 뭐에요? 특이한 게 있네?”
“아아, 그것은 수정석이라는 거다.”
현무는 곧장 그것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수정이끼는 마나가 응고되어 만들어지는 일종의 소금 결정 같은 것이다. 수정석은 그 수정이끼가 고도로 응축된 상태였다.
이때까지 수정석은 난이도: 지옥에서만 만들어져 오직 현무만 독점하고 있었지만, 천루부터는 슬슬 풀리는 듯싶었다. 구하기는 대단히 어려울 테지만.
“수정석? 몸에 좋은 건가?”
“몸에 좋은지는 모르겠고, 인간한테는 해로울 것 같군.”
송여운은 기겁하며 손을 뗐지만, 현무는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니었다.
수정석의 바닥은 천루의 등처럼 지상의 상황을 비췄다.
어느 순간, 바닥은 녹색으로 물들었다가 다시 투명해졌다. 현무는 그 순간 수정석의 마나가 약간 빠져나간 것을 느꼈다.
“아마 여기서 실시간으로 플루드가 발생중인 것 같다. 대신 몬스터가 던전 안에 생기는 게 아니라, 천루 밖으로 배출되는 거지. 이 던전에는 구울이랑 가스트가 나왔었으니까, 그것들이 밖으로 떨어져나가고 있는 중일 거다.”
“아아, 그래서 던전이 이렇게 쉬운 거였나?”
송여운은 손쉽게 납득했다.
현무는 탐을 들어 단숨에 수정석을 후려쳐 박살냈다.
수정석이 산산이 깨져나가고, 이내 주변이 흐릿한 흑백으로 물들어갔다.
“이제 이 던전은 더 이상 기능하지 않을 거야. 몬스터를 배출할 일도 없겠지.”
“어? 던전은 귀환석이 부서지지도 않고, 몬스터가 영원히 안 나오는 일도 없잖아요?”
현무는 이 개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싶었다.
“으음, 그러니까…… 여기는 일종의 몬스터 클론 제작실 같은 개념이고, 저 수정석에서 풍부하게 담겨있는 마나를 동력으로 삼는 거야. 던전도 마찬가지지. 던전 내부에 마나가 과하면 플루드처럼 몬스터 대량 발생이 생겨나고, 고갈되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거다.”
그 고갈된 결과물이 난이도: 지옥의 던전 같은 텅텅 빈 황무지다.
그 말인즉슨, 언젠가는 전 세계 모든 던전에 마나가 텅텅 빌 정도로 대량의 플루드가 발생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지금 당장은 천루 하나로 국한되어 있고, 수정석을 파괴하는 걸로 봉인할 수 있지만 내버려두면 지옥 같은 꼴이 될 것은 분명했다.
‘그 전에 결과를 봐야겠지.’
현무는 다른 헌터들에게도 같은 내용을 지시했다.
“수정석은 발견하는 대로 부숴. 어차피…… 음, 아무것도 아니다.”
현무는 그 자신이 별이지만, 동시에 신생 별이기 때문에 기존의 몬스터들은 태생부터 권속으로 삼을 수가 없다.
카자트나 키르손처럼 자발적으로 충성 맹세를 한 몬스터만을 권속으로 거느릴 수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아깝지만 천루에서 발생하는 플루드는 현무에게 아무런 이득도 되지 못했다.
“모두 부수고 불태워라. 그리고 수정석 조각들은 알뜰하게 챙겨.”
“왜요?”
“비싼 거니까. 전부 너희들 보너스가 될 거다.”
헌터들은 환호하며, 더욱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무는 이제부터 송여운 일행과 따로 움직이기로 했다. 애초부터 그녀를 만났던 것은 뒷바라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줘야 할 물건이 있어서였다.
물건을 전달한 뒤 현무는 곧장 다른 던전으로 향했다.
‘다른 놈들은 지금쯤이면 현무암 던전을 죽어라 찾고 있겠군.’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던전은 다른 던전과는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다.
바로 천루 그 자체를 조종하는 기능이었다.
던전마다 각각 다른 방식으로 조종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것이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는 직접 부딪쳐봐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기록문에서 본 대로라면 꼭 서두를 필요까지는 없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현무암 던전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 그걸 차지하지 못하면 전부 무용으로 돌아가게 된다.
현무는 두 번째 던전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 던전에 들어서자마자 현무는 당황하고 말았다.
던전 내부 통로 곳곳에 헌터들이 쓰러져 있었다. 여기저기서 고통스러운 신음과 흐느낌이 들려왔다.
“……이게 뭐야?”
현무는 쓰러져있는 헌터들의 상태를 파악했다.
전부 러시아 측 헌터들이었는데, 다들 팔다리가 부러지는 것 이상의 심한 부상을 당하기는 했지만 죽은 자는 없었다.
현무는 그게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몬스터에게 당했다면 살아남은 자가 없었어야 했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전투불능으로 만들어놓은 것뿐이었다.
누군가 자신 외에도 만민전선을 방해하는 자가 있었다.
‘그것도 압도적인 실력을 갖춘 누군가가.’
현무는 가까이 있던, 그나마 상태가 양호해 보이는 헌터에게 포션을 먹였다. 상태가 약간 양호해지자 헌터는 현무에게 감사하는 듯한 눈길을 보냈다.
그 순간 현무는 바로 헌터의 배를 발로 걷어찼다.
“컥, 어억!”
헌터는 기껏 마셨던 포션을 다시 토해냈다. 회복이 멈추자 현무는 허리 숙여 헌터에게 물었다.
“야, 누구한테 당했어?”
헌터는 입을 뻐끔거리며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대화가 성립하진 않았다.
현무는 좀 더 상냥하게 물어봤어야했나 생각했지만, 상대방이 적이라고 생각하면 자꾸 발이 먼저 나간다.
현무는 친절하게 그를 응원해주기로 했다.
“다음에 한 번 더 걷어찼을 때 나오는 건 포션이 아니라 네 내장이야.”
그제야 헌터는 온 힘을 쥐어짜 겨우 제대로 된 발음을 되풀이해서 말했다.
현무는 그 단어를 듣고 묘한 표정을 지었다.
“가면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