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arding In Hell RAW novel - Chapter (298)
지옥에서 독식-298화(298/346)
298화.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 (7)
쩌억.
빅터가 움직이자 주변의 잔해들이 무너져 내렸다.
그의 철갑은 내부구조가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없지만, 거진 크기가 4미터에 이르렀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괴물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러시아 놈들이 숨겨둔 생화학 무기나 병기들의 비유인 줄 알았지.”
쿵, 쿵.
그가 발을 내딛을 때마다 튀어나온 철근이며 건물 폐허들이 수수깡처럼 부러져나갔다. 그럼에도 그의 철갑에는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하지만 가까이 갈수록 괴물이 아니라 신이라는 말이 들리더군.”
빅터는 온몸의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아담은 빅터에게 흥미를 갖지 않았다.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다른 방해요소가 있는지 훑어보았다.
“너에 대한 소문은 들으면 들을수록 가관이었지. 신이다, 괴물이다, 짐승이다, 악마다, 아니, 종말 그 자체다……. 심지어 너를 섬기는 종교 집단까지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오히려 실망했어. 그냥 광신도 놈들이 미쳐서 하는 말인 줄 알고 말이야.”
하지만 아니었다.
아담은 실존하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신이자, 괴물이자, 악마이자, 종말의 표상이 될 수도 있었다.
러시아는 그녀를 확보하기 위해 사단을 갈아 넣었지만 실패할 정도였다.
“그러다 UN특수감찰부의 요청으로 함께 합동 작전을 하게 됐지. 마리아 켈러 교수와 함께 말이야.”
마리아 켈러의 이름이 언급되자 무관심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아담의 고개가 멎었다.
마침내 눈이 마주치자 빅터는 히죽 미소 지었다.
“켈러 교수와 함께 너를 발견했을 때 상황이 기억나는군. 네 발 아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쌓여있던 무수한 인간들의 시체가 쌓여있었지. 경배하기 위해 너를 금은보화로 치장했던 현지인들도, 너를 차지하기 위해 쳐들어왔던 러시아군도. 그들을 한데 뭉쳐 공기놀이를 하던 네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군.”
아담은 느슨하게 고개를 꺾으며 대답했다.
“현지인들은 내가 죽인 게 아냐.”
“하지만 그 시체를 무관심하게 취급한건 마찬가지겠지. 너는 짐승이야. 아담. 먹이를 줄 때는 고맙게 받지만, 그때뿐인 거지. 죽었다고 그 살점을 물어뜯는 건 짐승이나 할 짓이 아닌가?”
아담은 대답하지 않았다. 빅터에게 대꾸한 것 자체가 그녀에겐 크나큰 배려였다.
빅터가 자신에게 가지고 있는 열패감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는 공포심도, 그러면서도 동시에 솟구치는 호승심 또한 그녀에게는 아무런 의미 없었다.
“너를 살려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마리아 켈러 하나뿐이었지. 다들 켈러 교수가 미쳤다고 생각했었다. 켈러 교수는 자신의 의견을 증명하기 위해 그 고원 지대에서 사흘 내내 잠도 자지 않고 너를 길들였고.”
물론 마리아 켈러에게 그 대가는 작지 않았다.
사흘 뒤 기어 나온 마리아 켈러는 곧바로 응급실에 끌려가 대수술을 받아야 했다.
마리아의 목숨을 건 설득으로 간신히 아담을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그녀의 관리는 철저하게 마리아의 소관이었다.
이후 마리아의 신체는 하나 둘 망가지고 허물어져갔다.
야망 넘치던 던전 탐사학자였던 그녀는 아담을 만나고 반년도 안 되서 반신불수의 장애인이 되었다.
온몸의 뼈가 부러지지 않은 곳이 없었고, 목숨을 건 대수술을 열 번도 넘게 반복했다.
가망이 없으리라고 생각한 순간도 수 차례였다.
그러나 아담은 반대였다.
마리아의 몸에 망가진 곳이 늘어갈수록, 아담은 말을 깨우친 아이처럼 사회성을 학습해나갔다.
“누군가는 헬렌 켈러와 설리반 선생님 같은 관계라더군. 물론 그만큼 낭만적인 관계는 아니지. 설리반 선생님 쪽이 누가 봐도 가혹한 대가를 치렀으니까. 반면 너는 짐승에서 인간으로 올라섰다.”
아담은 점점 빅터의 말이 언짢게 느껴졌다.
빅터가 어째서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어째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는지도.
이미 그녀가 마리아 켈러에게 느끼고 있는 채무감은 다른 자들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건데?”
“그래서 궁금해졌다 이거야.”
빅터는 두 주먹을 쿵 부딪치며 중얼거렸다.
“인간인 척 하는 짐승은, 과연 짐승이었던 시절보다 강할까?”
***
빅터가 바닥을 박찬 순간, 사방이 쩍 하고 충격파로 깨져나갔다.
방금 전 그 육중한 무게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빅터는 빠르게 아담에게 달려들었다.
주먹이 아담의 얼굴을 강타하기 직전, 텅 하는 충격이 밀어닥쳤다.
빅터는 주먹에서 얼얼한 충격을 느꼈다.
하지만 그의 주먹은 아담에게 닿지 못했다.
투명한 벽 안쪽에서 아담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빅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곧 무관심하게 시선을 돌려버렸다.
“날 봐, 아담!”
빅터는 고함을 내지르며 재차 주먹을 휘둘렀다.
주먹을 횡으로 휘두른 순간, 갑작스럽게 그의 손에서 뜨거운 쇳물이 쏟아져 나와 형태를 이루었다.
거대한 망치의 형태를 한 그것은 아담을 둘러싼 투명한 벽을 강타했다.
주먹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거대한 진동이 주변을 뒤흔들면서 먼지가 일제히 올라갔다.
아담은 눈살을 찡그리며 다시 빅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빅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러나 빅터의 생각과는 달리 아담은 그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아이는 어디 갔지?’
아담은 아까 빅터의 앞에 있던, 그녀가 지팡이로 저격하려 했던 아이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아까부터 주변을 둘러봐도 어째선지 보이지 않았다. 아담은 그 아이가 휘말려들까 봐 공격을 자제하고 있었다.
‘어딘가로 도망쳤거나 몸을 숨긴 거겠지.’
아담은 일단 안심했다.
안심?
그 순간 아담은 흠칫 멈춰 섰다.
안심할 이유는 또 뭐란 말인가.
결국 그림자에 들었다면 배제해야 할 대상이다. 그런 논리로 이미 그녀는 수많은 지역을 폐허로 만들고 인명을 살상했다.
지금 아이가 사라졌다고 안심한 것은 스스로의 목적을 배반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담은 갑작스레 혼란에 빠졌다. 왜 이제 와서 그런 생각을 한단 말인가.
자신은 마리아의 명령만 잘 따르면 그만이다.
인간을 사랑하라, 인간을 보호하라.
기계에 입력된 명령처럼 아담은 반복해서 중얼거렸다.
사랑이 무엇인지, 보호한다는 게 무엇인지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그건 마리아가 알려줄 테니까.
쿵, 쿠구구구궁.
아담은 발밑을 흔드는 진동을 느꼈다.
빅터가 아담이 자신에게 무관심하다는 것을 깨닫고 무장을 바꿔든 것이었다.
빅터는 양손에 거대한 시미터를 들고 있었다. 거의 그의 키만큼이나 거대한 시미터가 아담의 주변을 난도질하자 바닥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정복하는 별의 대리인이다. 아담, 너와 동격의!”
빅터는 뜨거운 열기를 입에서 토해내며 소리쳤다.
“정복하는 별, 아르단의 심장이 내 가슴에서 뛴다! 그의 말발굽 소리가 세상을 정복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의 역사가 지금 내 손안에서 펼쳐진다!”
빅터는 현란하게 무기를 바꿔들며 아담을 공격하고, 후려치고, 몰아붙였다.
양손으로 휘두르던 시미터는 어느새 핼버드가 되어있었고, 내려찍던 핼버드는 순식간에 육중한 도끼가 되어 있었다.
아담은 시간이 지날수록 공격을 받아내기가 어려워지는 것을 느꼈다.
빅터의 공격은 오직 한 점에 집중되어있는데, 그녀의 방어막은 넓었기 때문에 비효율적이었다. 아담은 뒤로 물러나 몸을 공중으로 띄웠다.
“하하! 인간은 이미 하늘을 정복한지 오래야! 내게 애교라도 부리는 건가, 아담?”
빅터는 순식간에 팔을 변형시키더니, 양 손의 장갑을 전투기에나 달법한 고속기관총으로 변형시켰다.
말 그대로 그의 손 안에 정복의 역사, 무기의 역사가 담겨있었던 것이었다.
콰가가가가각.
쇠를 찢는 듯한 둔탁한 굉음이 연달아 울려 퍼졌다.
마탄과 달리 이것은 정복하는 별의 대리인이 스킬로 만들어낸 무구였다.
일회성이지만 한 발 한 발이 어지간한 몬스터도 찢어발길 정도로 강력했다.
하늘로 솟았던 아담은 순식간에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포화에 둘러싸였다.
쩌억.
처음으로 그녀의 방어막을 뚫고 탄알 한 발이 스쳐지나갔다.
직접 맞지 않고 스쳐지나갔지만, 그 파공음만으로도 귓불이 찢어지기에 충분했다. 아담의 눈동자가 사납게 변했다. 하지만 동시에 억누르는 마음도 있었다.
’72시간 동안 그림자 안에서 권속들을 파괴하려면 힘을 아껴야한다.’
빅터는 명색이 대리인이라는 건지, 꽤나 성가신 상대였다.
아담은 어차피 승부를 봐야한다면 최대한 빠르게 승부를 보기로 했다.
그녀는 흩어져있던 신의 지팡이들을 끌어 모아, 빠르게 빅터를 중심으로 확 끌어당겼다.
그대로 짜부라진 개구리 같은 꼴이 될 것이라 생각한 순간, 텅 하는 소리와 함께 신의 지팡이들은 빅터의 갑옷 앞에서 멈춰 섰다.
“뭘 하는 거지, 아담? 신의 지팡이는 우리 미국에서 최초로 고안한 무기였다.”
빅터는 자신의 갑옷에 들러붙은 신의 지팡이 하나를 쥐며 말했다. 직경 1미터짜리 금속기둥도 그에게는 평범한 창처럼 보였다.
“그걸 더욱 적절히 다룰 수 있었던 너희에게 양보한 것뿐이야. 설마 UN특수감찰부가 그런 고강도 합성금속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빅터는 그대로 손에 쥔 신의 지팡이를 아담을 향해 확 집어던졌다.
아담은 재빨리 신의 지팡이를 붙잡아 튕겨내려 했지만, 그녀의 힘이 통하지 않았다.
아담은 재빨리 몸을 웅크렸다.
터엉.
신의 지팡이에 얻어맞은 그녀는 그대로 뒤로 튕겨나갔다가 바닥을 향해 추락했다.
아슬아슬한 높이에서 가까스로 멈춰서긴 했지만 저릿한 충격이 온 몸을 뒤흔들고 있었다.
아담은 입가의 피를 닦아내고 빅터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적개심 어린 눈동자에 빅터는 온몸이 오싹해져오는 것을 느꼈다.
“그래. 나를 증오해라, 아담! 분노를 불태워봐! 다시 괴물이 되어봐!”
빅터의 손에 뜨거운 쇳물로 녹아내리는 철 채찍이 스르륵 길게 생겨났다.
채찍을 확 휘두르자 녹은 쇳물이 사방에 튀며 폐허에 긴 상흔을 남겼다.
“인간은 야만을 정복하고 세계의 정복자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괴물 하나를 정복해 그 정복의 역사에 한 발자국을 보탤 것이다!”
빅터는 환희에 차 소리쳤다.
“네 머리는 정중하게 베어 내 깃대에 매달고 다니마. 그러다 썩어 백골만 남게 되면, 네 두개골을 술잔으로 만들어 매일 오늘을 기리마!”
“비위생적이군.”
아담은 싸늘하게 쏘아 붙이며 몸을 재정비했다.
그녀의 몸 주변이 기이하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빅터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빅터는 인생 전체를 통틀어 가장 철두철미하게 무장하고 이 자리에 섰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봤던 아담의 모습을 떠올리면 이런 준비조차 부족했다. 하지만 아담은 그때보다 훨씬 약한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때 같은 모습을 다시 보려면.
그리고 그런 괴물을 정복하려면, 아담에게서 마리아 켈러의 가르침을 벗겨내야만 했다.
그리하여 지금, 아담은 동물적인 증오를 불태우며 빅터를 보고 있었다.
빅터가 기대하던 것이었다.
완전한 짐승의 눈동자. 샛노란 눈동자.
어둠 속에 도사리는, 지금도 인간을 호시탐탐 노리는 야만의 눈동자.
아담은 마침내 손을 들어올렸다. 그녀의 손끝은 검게 그을려 형태가 흐트러지고 있었다.
그 손의 형태에 시선을 빼앗긴 순간, 빅터의 투구가 갈래갈래 찢겨나가 흩어졌다.
주르륵.
이내 갈라진 투구 안쪽에서 흐물흐물하게 다섯 갈래로 찢겨진 빅터의 머리가 드러났다.
그러나 그 안에서 흘러내리는 것은 붉은 핏물이 아닌 눅진하게 녹아내린 쇳물이었다. 빅터는 입술마저도 갈라져있었지만, 되려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 하하, 하하하!”
쿵. 빅터는 멀쩡한 웃음을 내뱉으며 발을 한번 바닥에 굴렀다.
벗겨진 철갑 안에 빅터의 모습은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갈라진 살갗에서는 녹은 쇳물이 쉴새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때까지 만들어 왔던 무기는 그의 피이자 살점이나 다름없었다.
“드디어 짐승 사냥을 나서는구나!”
빅터는 말 그대로 아담을 사냥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있었다.
이제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탈피한 이상 그의 군 장성 지위도, 명성도, 가족도 다 포기한 셈이었다.
마침내 완전한 정복하는 별의 대리인만이 존재하게 된 것이었다.
“사냥의 나팔을 불어라!”
빅터의 포효와 함께 아담의 몸이 다시 움직였다.
머리를 박살내도 소용없다면 갈기갈기 찢어발기면 그만이다.
그러나 빅터에게 힘을 집중한 순간, 날카로운 통증이 그녀를 엄습했다.
콱, 콰직. 콰칵.
무언가가 아담의 양쪽 손등과 어깨, 등허리, 다리, 발등을 꿰뚫었다.
뒤늦게 그녀의 시야에 묵빛 장비들을 착용한 헌터들이 보였다.
워해머(Warhammer)라고 불리는 빅터의 전속 특수부대 요원들이었다. 다섯, 그들 모두에게서 적어도 사도 급의 힘이 느껴졌다.
“사냥은 본래 단체로 하는 법이지.”
아담은 이때까지 빅터가 도발한 것이 그녀의 방어막을 벗기기 위한 수작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빅터는 포효하는 듯한 웃음을 터뜨리며, 채찍을 둥글게 휘둘렀다.
뜨거운 쇳물이 아담의 목에 휘감겼다. 철 채찍이 목을 단숨에 꺾기 위해 당겨지던 순간.
아담의 몸이 순식간에 흐릿한 검은 안개처럼 물들었다.
***
빅터는 길게 숨을 토해냈다. 그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드리워져 있었다.
“뭐가 그렇게 즐겁지?”
아담은 빅터의 머리를 공중에 들어올린 채로 물었다.
목이 잘려나간 상태였지만 빅터의 목숨은 끈질기게 붙어있었다.
아마 이 상태로도 한동안은 살아있을 것이다. 다시 몸에 붙여놓는다면 살아날지도 모르고.
빅터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네가 결국 짐승이라는 걸 밝혀냈지.”
아담은 빅터의 대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그렇게 만족스럽나?”
“물론.”
“네 부하들은 전멸하고, 네 평생의 노력은 무위로 돌아갔어. 그런데 고작 한 사람이 평생의 노력을 기울인 수고가 수포로 돌아갔다는 게 그렇게 너를 즐겁게 만드나?”
“아직 정복할 것이 있다는 게 즐거운 거다.”
빅터는 히죽거리며 말했다.
“짐승은, 괴물은, 야만은 결국 정복당하게 되어있다. 나는 여기서 죽지만 결국 괴물은 괴물이라는 게 이렇게 밝혀졌다. 네가 아무리 인간의 탈을 쓰고 있어도 그건 마찬가지일거야.”
“…….”
아담은 빅터의 머리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철퍽하는 소리와 함께 입이 뭉개져서 빅터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아담은 싸늘한 시선으로 빅터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맞아. 켈러 교수님이 아무리 노력한다한들 아마 나는 영원히 짐승이겠지.”
그것이 태생부터 대리인으로 선택받은 그녀의 저주였다.
스스로 부모의 배를 찢고 나와, 배가 고프면 짐승을 비틀어 체액을 빨아먹고, 오직 생의 의지만으로 살아왔다.
그런 생물이 어떻게 인간의 삶을 살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담 폴트는 멈춰서거나 도망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그게 대체 뭐가 어떻다는 거지? 짐승이면 뭐 어때서?”
빅터는 할 말을 잃었다. 입도 없어서 대답도 할 수 없었지만.
“솔직한 심정으론 네가 친구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을 때 공을 터뜨리고는 즐거워하는 어린애 같은 꼴 같다는 생각만 드는군. 아직도 이게 너한테 그렇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어.”
아담은 감흥 없는 시선으로 빅터에게서 시선을 떼냈다.
어차피 마리아 앞에서만 얌전한 인간인척 하면 그만이다. 굳이 빅터에게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뭐가 있단 말인가.
태연하게 걸어가는 아담의 뒷모습을 보며 빅터는 한 가지를 생각했다.
아담을 죽일 수 있었던 순간은 마리아 켈러를 만나기 전 뿐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