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arding In Hell RAW novel - Chapter (300)
지옥에서 독식-300화(300/346)
300화.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 (9)
현무는 적대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아담의 태도에 가장 먼저 당황했고, 그 다음에 그녀의 말을 알아들었다.
“애라고? 이 그림자 안에 무슨 애가 있어?”
“말해도 못 믿을 거다.”
아담 자신도 어이가 없다는 투였다. 하지만 당장 현무의 눈앞에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곧 전투가 시작될 수도 있을 테니 어딘가에 숨겨두었겠거니 했다.
현무는 아담이 당장 싸울 기색이 없어보였으니 궁극기를 해제했다.
“그림자 내부라고 해서 전부다 별의 선택을 받는 건 아닌 모양이더군.”
현무는 그녀의 말에 난이도: 악몽까지 인간성을 유지하며 싸우던 사람들을 떠올렸다.
난이도: 지옥에서야 권속이 되지 않으면 아예 생존조차 불가능하니 그렇다 치지만, 난이도: 악몽이 된 시점까지 어느 별도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던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그때는 이미 ‘리바이어던’이 끝난 이후였다.
“인간이 아니면 죽이고, 인간이라면…… 모르겠군. 알아서 해주면 좋겠지만, 영 관리할 곳을 찾을 수 없다면 크롬으로 보내라. 켈러 교수님께 여쭤보도록 하지.”
“딱히 가려서 죽인 것 같지는 않았는데.”
현무는 주변의 폐허를 둘러보며 말했다. 이곳이 어딘지는 몰라도 아담 폴트가 파괴한 도시 중 하나일 것이다.
뿌연 먼지에 휩싸인 도시의 꼴은 향후 백 년 동안 아무도 못 살 것처럼 생긴 폐허였다.
“몰랐다면 그랬을 거다.”
아담은 담담히 대답했다.
“하지만 모르는 척 하고 죽이는 건 안 돼. 당장 걸리는 건 그거 하나뿐이니까 아이를 넘겨준 뒤 다시 작업에 들어갈 생각이다.”
아담은 ‘생명체란 생명체는 전부 다 죽여 버리고 문명은 지면 아래로 쑤셔박겠다’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그저 모래성을 무너뜨리겠다는 담담한 투로.
그때 그녀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이제 낙하산을 펴고 내려오기 시작하는 다른 헌터들이 보였다.
“흠, 혼자 올 줄 알았는데.”
아담은 얼굴을 찡그렸다.
“그림자가 위험하다는 자각도 없었나? 이미 권속이 된 자들이 아니면 무사하기 힘들 텐데. 권속이 아닌 능력자들은 강제로 권속을 선택하게 될 수도 있다.”
“내 권속이야. 아담.”
“네 권속?”
아담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그래. 나는 별이다. 사도고 대리인이고 건너뛰고, 나 혼자 오롯이 별이 되었지.”
정확히는 별의 후보이고, 세상을 싸그리 집어삼킬 준비 중인 중소기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아무리 작고 조그맣다 해도 사장님은 사장님, 별은 별이다.
아담은 한동안 의아하게 바라보다가 이내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과연. 그럴 수도 있겠군. 그런 방법도 있었군…… 내가 오해하고 있었다.”
아담은 학위 하나 없었지만 수십 년간 켈러 교수 곁에서 그녀의 연구를 지켜보고 보조해왔기에 어느 정도 기반 상식은 있었다.
심지어 다른 자들이 접하기 힘든 기밀 지식까지 포함한다면 어지간한 석박사보다 나을 수도 있었다.
“크게 달라질건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담이 현무에게 둔 시선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무관심한 눈빛.
아담이 현무를 죽이지 않는 이유는 일단 적대적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당장 아이를 맡길 곳이 없기 때문이었다.
“별이거나 말거나 위험하긴 마찬가지야. 네 부하들 말고도 다른 별들의 권속이 드글거린다. 파편을 가지고 있으면 더 위험하겠지. 여긴 대체 뭐 하러 온 거냐?”
아담 폴트는 현무가 어째서 왔는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현무는 아담이 그토록 눈치가 없다는 사실에 놀랄 지경이었다.
빅터를 처치했는데도 미국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공격할 이유가 정말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아담. 나는 여기에 놀러온 게 아냐.”
“그러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을 제거하러 온 거지.”
리바이어던 미션의 가장 궁극적인 목적. 그 목적이 언급되자 아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만약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을 조기에 제거하는 게 가능하고, 그 대상이 근처에 있다면 굳이 그림자 내부의 모든 것을 초토화시킬 필요는 없다.
“그런 것이라면 내가 하겠다. 어디에 있지?”
현무는 가만히 아담을 가리켰다.
“너다. 아담 폴트. 마리아 켈러가 너를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으로 만들었어.”
***
아담은 멍청하지 않다. 오히려 똑똑한 축에 속한다.
그저 모든 판단을 마리아 켈러를 중심에 두고 생각할 뿐이다.
애초에 그녀에게 이성이라는 것도 마리아 켈러가 부여해준 것이니 당연했다.
현무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도, 마리아 켈러가 그런 판단을 내린 것도, 그리고 어째서 자신의 머리 위에서 그림자가 사라지지 않는 것인지도 알아차렸다.
오히려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할 만했다. 뉴스를 보지 못한 탓도 있었겠지만.
그러나 아담에게서 표정 변화는 없었다.
현무는 아담 폴트가 자신의 말을 제대로 들은 걸까 싶어졌다.
“아담, 마리아 켈러는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이 불명확한 상태로는 인류가 자멸할거라고 생각한 거다. 그래서 차라리 빠르게 넘쳐나는 권속들을 처리할 겸 너를 수렁으로 밀어 넣은 거야. 너는 인류를 위한 제물로 선택된 거다.”
“…….”
아담은 대답이 없었다. 분노를 터뜨리지도, 거짓말이라고 몰아붙이지도 않았다.
“마리아 켈러는 너를 죽이기 위해 크롬 요원들을 파견했어. 너를 죽이고, 그림자가 더 커지기 전에 리바이어던 미션을 끝낼 거다. 그게 가장 피해를 줄이는 길이지.”
“대충 알겠다. 그만 말해도 좋아.”
아담은 싸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서, 지금 날 죽일 건가. 강현무?”
그 질문에 현무는 씩 웃었다.
“아니, 나는 전력으로 그걸 훼방 놓을 생각이다. 왜냐면 나는 네가 마음에 들었거든.”
현무는 아담이 품을 걱정에 대해서도 미리 대답했다.
“걱정마라, 온 세상이 그림자에 뒤덮이게 둘 생각은 없으니까. 나는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을 죽일 거지만, 적어도 그게 너는 아닐 거야.”
아담은 피곤한 표정을 했다. 현무는 살짝 그녀의 모습이 일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난이도: 지옥에서 봤었던 때처럼.
그때였다.
갑작스럽게 붉은 조명탄이 솟아올랐다. 현무와 아담이 대치중인 상태에서 어느새 헌터들이 아담을 둘러싸고 포위망을 구성한 것이었다.
하지만 붉은 조명탄 불빛이 아담의 얼굴을 비춰도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상관없어.”
“뭐?”
“상관없다고, 강현무. 교수님께선 내게 할 일을 주셨다. 그와 별개로 내가 모르는 곳에서 다른 명령이 내려졌다 해도, 교수님께서 내게 주신 명령은 여전히 유효해. 나는 그걸 수행할 뿐이다.”
쿠구구구구. 지면이 들썩이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내 지면이 통째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현무는 이때까지 땅이라고 생각했던 바닥이 어떤 거대한 건축물의 무너진 잔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담은 한숨을 길게 내뱉으며 허공에 손짓을 했다.
“아무래도 좋아. 일단 아이를 데리고 나가라.”
현무의 시선이 아담의 옆으로 향했다. 아담은 아직도 칭얼거리며 울고 있는 아이의 어깨를 떠밀어 현무 앞으로 밀었다.
아이는 도통 움직이려 하지 않았지만, 어차피 그녀가 자리를 떠나면 현무는 그 아이를 보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어. 일단 내가 받은 명령은 72시간동안 그림자 내부를 철저하게 파괴하는 것뿐이다. 그때까지 방해받고 싶지 않군. 나는 걱정 말고 그 아이나 밖으로 데려가.”
“그래. 그거 말인데, 아담.”
현무는 자신이 이상한 게 아닌지 약간 의심하긴 했지만, 침착하게 말했다.
“대체 아이가 어디 있는데?”
팡.
아담이 무슨 말이냐고 물을 틈도 없었다.
하늘을 밝히는 섬광이 쏟아져 내렸다. 미군 저격수의 비가시 광선이 아담 폴트를 겨냥하고 있었고, 그 안내에 따라 탄도미사일들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가루조차도 남기지 않겠다는 듯이.
“돈이 남아도는군.”
아담은 눈썹을 찡그리며 손을 하늘로 뻗더니 양 옆으로 쫙 벌렸다.
순간 미사일들이 사방팔방으로 갈라져 박살나고 추락했다.
그러나 일부 미사일들은 추락 직전 극적으로 자세를 틀어 아담을 향해 날아들었다.
현무는 곧장 미사일들이 저격수들의 비가시광선의 인도에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아담은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미사일을 퉁겨냈으나, 미사일은 그녀의 지근거리에서 폭발했다.
현무는 재빨리 전능련 헌터들에게 의지를 보냈다.
‘송여운, 미군 저격수를 찾아 제압해라.’
송여운은 현무의 의지를 본능에 가까운 수준으로 알아들었다. 그녀의 의지인지 현무의 의지인지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였다.
그녀는 순식간에 미군 저격수 분대를 찾아냈다.
현무는 제법 먼 거리에서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곧 흐트러지는 미사일의 움직임을 보고 저격수 분대가 제압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림자의 영역에 들어오면서 권속간의 결속이 훨씬 강해지고 있군.’
힘도, 떠받드는 의지도 이전에 비해 월등히 상승한 상태였다. 결속은 강해지고 힘은 증폭된다.
현무는 생각보다 헌터들이 큰 힘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담에게는 권속이 없었다.
콰가가가가각.
미사일 문제가 해결되자마자 아담은 다른 능력자들과 맞부딪쳤다.
가장 먼저 나타난 것은 남중국연합의 능력자들이었다.
그중에는 이서연을 통해 들었던, 굶주리는 별의 대리인급에 속하는 능력자 헬렌도 포함되어 있었다.
“리바이어던, 아담. 아니면 짐승, 괴물, 악마. 뭐라고 불러야 하지? 그걸 알아야 박제를 했을 때 이름표를 붙일 것 아니냐.”
헬렌은 빠르게 아담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담은 성가시다는 듯 눈짓을 보내 그녀를 밀쳐내려 했지만 섬뜩한 기운이 헬렌의 몸을 휘감았다.
현무는 순간적으로 몸이 헬렌을 향해 기울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담 역시 이변을 알아차렸다.
쩌어어억.
공간을 찢어발기는 검은 궤적이 아담과 헬렌의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갈라놓았다.
간발의 차이로 아담은 그 궤적에 몸이 휘말려들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고통스러운 신음이 터져 나왔다.
“크윽……!”
상처 하나 생기지 않았는데 고통스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헬렌과 현무, 모두 의아한 얼굴을 했다.
하지만 헬렌은 어쨌든 자신의 공격이 통한다는 생각에 다시 공격을 이어갔다.
아담은 빠르게 몸을 뒤로 퉁겨내 물러섰다. 헬렌을 견제하기 위한 공격조차 하지 않았다.
‘저 검은 궤적은 뭐지?’
현무는 헬렌이 사용하는 스킬을 알아보려했다.
오러와는 달랐다. 허공에 새겨진 검은 궤적은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처럼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조금 시간이 흐르고서야 검은 궤적은 천천히 상처가 아무는 듯한 속도로 제 자취를 지웠다.
아직 불명확하지만 한 가지 알 수 있는 점은 아담에게 충분히 타격을 줄 수 있는 스킬을 헬렌이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현무가 직접 나서려던 순간이었다.
쩌엉.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헬렌이 뒤로 튕겨나갔다.
아담의 공격이 아니었다. 포위망을 구성하고 있던 능력자들 중 하나가 헬렌을 저격한 것이었다.
헬렌이 노성을 토해냈지만, 상대측은 활시위를 당겨 헬렌을 튕겨내며 아담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냈다.
‘누구?’
현무는 의아하게 상대측을 보았지만, 상대 쪽은 정체를 알아볼 수 있는 표식을 단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현무는 상대들의 힘과 실력을 보고 알아차렸다.
헬기를 타고 온 자들 중 저 정도 기량을 갖춘 세력은 하나뿐이었다.
“크롬이군.”
***
한편 아담은 몸을 추스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통증으로 손이 벌벌 떨렸다.
헬렌의 스킬은 그녀의 스킬과 상극이었다. 그저 우연히 맞아떨어진 결과겠지만, 기습으로
승부를 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아니면 이 일대를 통째로 붕괴시키거나.
[아담.]그때 그녀에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있었다. 체페슈 케이스로 인한 전파교란 때문에 한동안 계속 대답이 없던 무전기였다.
[켈러 교수님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왔다.]아담은 상대의 목소리를 알아들었다. 크롬 요원 중 한명이었다. 요원이 근처에 있다는 뜻이었다.
“교수님이? 뭐라고 하셨지?”
[그림자 안에 있는 자들을 모조리 죽이라는 명령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셨다.]상대가 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담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아담은 그렇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담은 한 가지 의문점을 돌려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영향을 받지 않은 인간이 있다면? 그 인간도 포함하나?”
아이에 대한 의문을 이 김에 물을 생각이었다. 십중팔구 살해하라는 명령이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요원의 대답은 다른 것이었다.
[이 명령에는 너 자신도 포함된다. 아담.]아담은 입을 다물었다.
그녀가 침묵하는 사이, 크롬 요원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이 그림자 안쪽으로 세상의 모든 악덕들이 모여들고 있다. 네가 할 일은 인류를 위해서, 그것들을 모두 끌어안고 저편으로 가라앉는 거야. 켈러 교수님께서 그렇게 명령하셨다. 우리 역시 함께 돕겠다.]크롬 요원들 역시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다.
그들은 아담을 해치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를 돕기 위해서 온 것이었다. 또한 혹시 있을지 모르는 아담의 저항 또한 막기 위해서.
[저들 모두가 인류에게 있어선 안 될 미래의 씨앗들이다. 그 독을 모조리 삼켜라, 아담 폴트. 그리고 이곳에서 죽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