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arding In Hell RAW novel - Chapter (321)
지옥에서 독식-321화(321/346)
321화. 최선의 미래 (8)
“선생님, 최소한 강현무의 구속이라도 풀어서…….”
이지태는 선생님의 표정을 보았다. 선생님은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어내며 몸을 떨고 있었다.
이지태는 자신이 말실수를 한 건가 싶어 긴장했다. 선생님이 이토록 분노하는 모습은 본적이 없었다.
선생님이 돌리기로 한 과거 시점은 ‘이지태가 죽기 직전’의 상황이었다.
그게 선생님이 생각한, ‘가장 최소한으로 시간을 되돌려 상황을 수정할 수 있는 시점’이었다.
“선생님, 선생님? 괜찮으십…….”
심연에 구속되어있는 현무는 이지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곧 ‘이변’을 눈치 챘다.
그는 선생님이 부상을 당하고 ‘되돌렸다’는 것을 깨닫고 바로 심연을 움직여 선생님을 공격했다.
그리고 심연의 창날이 선생님을 향해 찔러 들어가자 당연하다는 듯 이지태가 그 앞을 가로막았다.
“비켜, 이 머저리 자식아.”
같은 상황이 반복되려던 찰나, 선생님은 빠르게 이지태를 낚아채 뒤로 끌어당겼다.
아슬아슬하게 빗나간 심연은 궤도를 꺾으며 집요하게 선생님을 노리고 들어갔다.
“꺼져!”
그러나 선생님이 내지른 고함에 심연은 퍽 소리와 함께 흩어졌다.
현무는 부상을 입히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면서 심연을 응축시켜 전투에 대비했다.
이지태는 선생님이 자신을 구해줬다는 사실에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선생님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여기서 빠져나가야 한다. 이지태.”
“예? 하지만…….”
“어딜 가려고?”
현무는 재빨리 심연을 움직여 공격을 쏟아 부었다. 선생님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촉수를 빠르게 손으로 휘감아 당겼다.
실타래 풀리듯 현무의 심연이 빼앗기기 시작했다.
현무는 더 뺏기기 전에 재빨리 잠식당하는 심연을 끊어냈다.
누가 봐도 선생님이 현무보다 압도적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이지태를 계속 다그쳤다.
“어서!”
“알겠습니다.”
선생님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이지태는 여전히 선생님이 모두를 최선의 미래로 데려다 줄 것임을 의심치 않았다.
이지태는 재빨리 광휘의 날개로 선생님을 휘감고는 그대로 자리에서 이탈했다. 빠르게 날아가는 이지태를 현무는 따라잡을 수 없었다.
“저쪽으로 가라.”
이지태는 순순히 선생님을 데리고 지시한 방향으로 날아갔다.
순식간에 강현무가 지평선의 점처럼 보일 때까지 멀어지자, 이지태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선생님, 이대로 강현무를 죽이지 못하면 리바이어던 미션은…….”
“그게 그렇게 걱정되면 네가 강현무를 죽이지 그랬나.”
이지태는 대답하지 못했다.
선생님은 속이 부글거리는 것을 느꼈다.
정의롭고 도덕적인 이지태의 성정은 선생님이 꿈꾸는 미래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의 속을 뒤집는 원인이기도 했다.
“다 생각이 있다. 이지태. 이쯤에서 멈춰라.”
선생님이 멈춰선 곳은 그가 데려온 몬스터, ‘기린’이 있는 곳이었다.
역사에는 기록도 되지 않았지만, 선생님이 권속으로 들여올 수 있었던 소수의 몬스터 중 가장 강한 녀석이었다.
기린이 아담에 의해 쓰러졌지만 단순히 넘어졌을 뿐이었고, 실제로는 사고를 위장해 앞으로의 목적에 방해가 될 자들을 한꺼번에 처리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지태는 기린에 짓이겨져 죽은 시신들의 처참한 모습에 말을 잊었다.
선생님은 최선의 미래를 위해 선택한 길이라고 했지만, 직접 눈으로 보게 되자 동요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선생님은 이지태를 공들여 설득했었다.
“기다려라. 이지태. 금방 끝날 테니.”
선생님은 기린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자신이 가져온 한줌의 심연을 엎드려있는 기린에게 밀어 넣었다.
심연은 순식간에 기린을 잠식하며 종말의 짐승으로 승화시켰다. 세균이 숙주를 거대한 균체로 만드는 모습 같았다.
“선생님?”
그때 이지태가 입을 열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선생님은 고개를 돌렸다. 주변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것도 꽤나 막강한 기운들이었다.
선생님은 바로 그 인기척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몬스터들.
현무가 난이도: 지옥에서 데려온 권속들.
박도령을 뒤쫓던 그들이 어느새 선생님을 둘러싸고 포위하고 있었다.
“컥, 허억…….”
그때 언덕의 비탈을 따라 누군가가 굴러 떨어졌다.
만신창이가 된 박도령이었다.
선생님은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미래에서는 박도령이 상대적으로 멀쩡한 모습으로 살아남아 저격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 녀석이 갑자기 도망치길래, 뭔가 했더니 역시나 너를 따라왔더라고.”
몬스터들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전투에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인면거미, 하현이었다.
송여운이 미래에 몽스트릴의 권속이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역시 둘은 전혀 닮지 않았다.
“이 녀석은 네가 도망친다고 굳게 믿고 있던데, 여기서 멈춰있네? 무슨 꿍꿍이야?”
선생님은 한숨을 쉬었다.
그가 데려온 몬스터를 종말의 짐승으로 각성시키고 나면 이들을 상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발목을 잡힌다는 사실이다.
선생님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천루가 얼마만큼, 어디에 와있는지 알 수 없었다.
“……너희들을 다 죽이고 준비할 시간 정도는 있겠지.”
***
하늘이 박살났다.
폭풍우를 찢어발기며 뒤얽힌 천루가 선생님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선생님은 그 모습을 보면서 포효했다.
그의 주변에는 갈기갈기 찢겨진 현무의 권속들이 사방에 널브러져 있었다.
이지태와 박도령도 그 과정에서 또 다시 살해당했다.
하지만 이제 천루를 막아내는 동안 자신을 방해할 자들은 없었다.
“무겁기만 한 이따위 것으로 날 죽이겠다고?”
선생님은 비웃으면서 종말의 짐승의 힘을 끌어올렸다.
아까처럼 급조된 융합이 아닌, 전투를 통해 완전히 기린과 한 몸이 된 상태였다.
선생님은 들끓는 힘을 느끼며 추락하는 천루를 향해 힘껏 칼날 같은 뿔을 박아 넣었다.
천루의 거대한 몸집 안에서 사슴의 뿔의 형상을 한 심연이 길고 거대하게 부풀어 올랐다.
천루의 혈관과 신경을 자르고 베어 들어가며, 뿔은 제 주인의 몸통보다도 더욱 거대하게 성장했다.
“널 짓이겨주마, 강현무!”
천루만 박살 내면, 남은 힘으로도 현무를 죽이기엔 충분할 것이다.
선생님이 있는 힘을 모두 쏟아붓자 종말의 짐승의 형체가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콰지지직.
수천 년 된 나무뿌리처럼 뒤얽혀있던 천루의 촉수들이 분리되기 시작했다.
엄청난 압력이 느껴졌지만 선생님은 확신했다.
할 수 있다.
천루를 찢어발기고, 이제 놈의 머리를 박살낼 차례만 남았다.
그러나 선생님은 천루가 반으로 갈라지기 시작한 순간,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뒤엉킨 두 천루가 너무 쉽게 갈라지고 있었다.
게다가 이 상황이 될 때까지 강현무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는 점이 선생님을 불안하게 했다.
쩌어억.
위에서 아래로 쪼개지던 천루가 갑자기 우뚝 멈췄다.
선생님은 자신이 두 천루 사이에 완전히 끼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치 악어 아가리 사이에 들어간 작은 새처럼.
휘리리리릭.
사방에 그물처럼 검은 심연들이 번져갔다. 선생님은 뒤늦게 상황을 깨달았다.
현무와 레니안은 선생님이 도망친 사이, 천루를 종말의 짐승으로 만들어버렸던 것이었다.
종말의 짐승이 된 천루는 찢어진 몸을 심연으로 꿰어 붙이며, 순식간에 선생님을 찍어 누르기 시작했다.
“안녕, 주인님!”
그때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과거의 요정한테 안부 전해줘!”
두 천루 사이에 끼어 압사당하기 직전, 선생님은 또 한 번 분노의 고함을 내지르며 시간을 되돌렸다.
***
바람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선생님은 천루의 위에 있었다.
선생님이 이번에 선택한 방법은 아예 천루 자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었다.
강현무가 천루를 종말의 짐승으로 만들 수 있다면, 당연히 그도 할 수 있다.
강현무를 내팽개치고 함께 따라온 이지태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강현무가 분명 천루를 우주로 보내버리는 것을 봤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깊이 생각할 시간 없다. 놈이 이걸 통제하기 전에 우리가 선수를 쳐야 해.”
선생님은 주저 없이 천루의 심장부 쪽으로 향했다.
천루를 통제할 방법은 그곳뿐이었다.
강현무 역시 심장부에 무언가 수작을 부려두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심장부를 지키고 있던 몬스터 몇이 있었지만, 선생님과 이지태의 협공을 버틸 수 없었다.
이윽고 도착한 심장부에서 시커멓게 물든 심장을 찾을 수 있었다.
“하, 같잖은 수작을 부려두었군.”
선생님은 심장에 손을 얹었다.
천루는 이미 반쯤 종말의 짐승이 되었다. 하지만 천루를 잠식시킨 주체는 이 힘을 다루는 것이 미숙했던 건지 어중간한 상태였다.
그 주도권을 선생님이 탈취해오는 것은 간단했다.
선생님은 심장부의 주도권을 가진 주체를 찾아 나섰다.
거대하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심해에서 엄청난 수압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선생님은 친숙한 존재를 느꼈다.
선생님의 눈이 부릅떠졌다.
[와! 주인님! 와! 종말의 별! 종말의 별이 뭔지 모르는 분들에게 잠깐 설명 드리자면, 레벨은 99고 힘체민이 99인데 엄. 청. 셉. 니. 다.]“이런 망할.”
선생님은 재빨리 손을 떼려 했지만 심연이 순식간에 그의 팔을 휘감았다.
그때 이지태가 급히 벼락으로 둘러싸인 칼을 휘둘러 심연들을 잘라냈다. 하지만 심장에 직접 맞닿아있는 손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팔과 손의 거죽이 벗겨지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단숨에 팔을 뽑아냈다.
시뻘건 핏물이 줄줄 흐르고 일부는 뼈까지 보일 정도였지만, 그래도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이지태의 걱정에도 선생님은 대답하지 않고 고민에 빠져 있었다.
천루의 심장부에 ‘짐승’의 인격이 씌워져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강현무처럼 본체가 깃들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놀라는 바람에 손의 부상까지 감수하긴 했지만 겁먹어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
‘주도권을 빼앗아올 수 있어.’
하지만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았다. 선생님은 이지태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지태, 나를 지켜라. 3분 정도면 충분해.”
“하지만 선생님!”
“이 상황에서도 말대답을…….”
선생님은 버럭 화를 내려다가 이지태가 다급히 바닥을 가리키는 것을 보았다.
천루의 심장부 바닥에서는 지상의 상황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난생 처음으로 지구가 둥근 모습을 보게 되었다.
“……천루가 정말로 우주로 향하고 있습니다!”
“강현무 이 미친 자식이…….”
강현무는 선생님이 천루에 타자마자 우주로 올려 보낸 것이었다.
싸울 필요도 없었다. 선생님이라고 우주에서 살아남을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깨달음과 동시에 천루가 참았던 숨을 내뱉듯 내부의 공기가 빠르게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광풍과 함께 우주의 차가운 기운이 스며들어왔다. 선생님은 천루가 얼어붙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3분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지상으로 내려갈 때까지 적어도 수십 분은 필요할 것이다.
남은 선택지는 질식사하거나, 동사하거나 둘 중 하나뿐이었다.
***
천루를 종말의 짐승으로 만들어 길들이는 것도 실패했다. 직접 맞서는 것도 불가능했다.
이쯤에서 선생님은 인정해야했다.
그에게는 조력자가 부족했다.
선생님은 이번에는 다소 많은 시간을 되돌릴 수밖에 없었다.
천루를 막아내기 위해 쏟아 부었던 힘의 소진을 회복하고, 곳곳에 입은 상처를 치료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강현무를 몰아붙였던 성과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상태로 강현무를 다시 마주했다간 더욱 최악의 결과만 불러올 뿐이었다.
“아니, 세상에. 선생님, 괜찮으십니까?”
아직 현무를 찾아가기 전, 선생님은 산자락 위에서 구름으로 가득 찬 땅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지태는 한쪽 얼굴이 찢기고 눈은 박살 난 데다 손까지 망가진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
원래대로라면 부서진 가면이라도 가지고 있어야겠지만, 그가 착용한 아이템도 선생님과 함께 시간의 흐름을 적용받는다.
선생님은 말없이 맨얼굴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지태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의 뒤를 따랐다.
선생님은 동맹원들 앞에 서서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이 죽음으로 내몰았던 자들. 저마다의 욕망에 불타는 최선의 미래를 꿈꾸는 자들.
선생님은 그들을 전부 잘라내고 단 하나의 미래만을 남기려 했다.
“모두.”
하지만 선생님은 그 계획을 조금 미뤘다.
“함께 간다.”
***
하늘이 박살났다.
주변의 잔해는 처참했다. 동맹원들 상당수가 강현무와 그가 소환한 종말의 짐승에 의해 살해당했다.
하지만 강현무 측은 훨씬 더 큰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전능련 헌터들 대부분이 죽고, 몬스터도 전멸 수준이었다.
심지어 이지태와 박도령도 살아있었다.
선생님은 이 결과에 도달하기까지 대략 12번의 회귀를 반복했다.
그때까지 강현무는 선생님의 오른쪽 이빨을 전부 박살내고, 허벅지에 관통상을 입히고, 갈비뼈 일곱 개를 부러뜨렸다.
물론 선생님은 강현무의 목을 잘라내고, 심장을 뽑고, 사지를 뽑아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지금 남아있는 것은 선생님의 부상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번의 회귀 중 가장 나은 결과가 바로 지금이었다.
이게 최선이었다.
그러나 현무가 불러 떨어뜨리는 천루는 이 모든 것을 역전시키고도 남을 카드였다.
“얼마 안 남았다!”
선생님은 동맹원들을 격려하며 소리쳤다. 곁에서 이지태가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 역시도 심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지만, 이 결전을 위해 필사적으로 살아남고 있었다.
이제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강현무를 물리칠 수 있다.
“최선의 미래를 향해서!”
선생님은 동맹원들에게 하는 말인지, 자기 자신을 향해 하는 말인지 모를 외침을 토해냈다.
동맹원들이 일제히 고함을 내지르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천루를 향해 공격을 쏟아 부었다.
선생님 역시 종말의 짐승으로 승화시킨 기린을 통해, 있는 힘껏 천루를 뿔로 들이받았다.
마침내 그 노력과 염원이 통한 듯, 천루가 쪼개지기 시작했다. 빠르게 싸운 탓에 현무는 천루를 종말의 짐승으로 만들 틈이 없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바로 이 뒤에 천루 속에 매복하고 있던 진정한 형태의 강현무가 나타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천루가 쪼개진 순간, 강현무와 레니안은 선생님을 향해 기습해왔다.
“최선의, 미래를, 향해!”
하지만 이 순간을 충분히 대비해둔 선생님은 있는 힘을 다해 현무와 전력으로 맞부딪쳤다.
선생님은 지칠 만큼 지친 상태였지만, 현무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그는 다 죽어가고 있었고, 세력도 없었다.
‘이번에야 말로 이긴다.’
선생님은 반복되는 전투와 체력 소진으로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난이도: 악몽에서도 이 지경이 될 정도로 연이어 전투를 이어간 적이 없었다.
선생님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현무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 순간 선생님은 강현무가 히죽 미소를 띠는 것을 보았다. 그의 가슴이 크게 부풀더니, 큰 고함이 터져 나왔다.
“아담, 물어!”
“선생님, 피하십시오!”
동시에 이지태의 외침 역시 들려왔다.
그러나 이미 강현무와 선생님은 충돌한 상태였다. 정확히는 강현무가 자살이나 다름없는 방법으로 선생님의 공격 속에 몸을 던졌다.
강현무의 통제 하에 있던 심연이 선생님의 심연에 질척하게 들러붙었다.
선생님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대로는 강현무는 모든 심연을 자신에게 빼앗기게 될 뿐이었다.
그러나 딱히 상황을 이해할 필요는 없었다. 무언가가 선생님의 몸을 꿰뚫고 있었다.
콰직.
가슴에서 격한 통증과 함께 소름 돋는 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은 자신과 강현무를 동시에 꿰뚫은 긴 창을 발견했다.
에고 웨폰이었다.
선생님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그리고 비처럼 쏟아지는 수십 자루의 에고 웨폰들이 보였다.
절대로 빗나갈 리가 없는, 살의 넘치는 창들이 선생님과 현무의 목숨을 노리고 날아들고 있었다.
그제야 선생님은 현무의 외침을 이해했다.
‘체페슈 케이스.’
아담 폴트가 이를 악문 채 선생님을 노려보고 있었다.
바로 이 순간이 될 때까지 아담 폴트는 발톱을 숨긴 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현무의 명령을 따라서.
그렇게 강현무가 아담 폴트와 합류한 순간부터 준비해왔던, 44자루의 에고 웨폰이 강현무와 선생님을 동시에 꿰뚫었다.
잔혹한 꼬챙이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