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y Medical Life RAW novel - Chapter (101)
제101화
베이언에서 3황자가 의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이 퍼졌을 때, 생각보다도 더욱 많은 지원자가 몰려들었다.
앞서 성기사를 모집할 때는 어느 정도의 성력과 무력을 지니고 있어야만 그 자격 요건이 되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머리가 비상한 자, 손기술이 좋은 자, 어떠한 상황에서도 침착한 자, 성력은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사람을 살리는 기적을 만들어내고 싶은 자.
의원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단지 그것이면 된다는 것이었다. 의술과 의원이 무엇인지도 몰라도. 아니, 애초에 힐데스하임에서 의술에 ‘의’자도 아는 자가 없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어쨌거나 의술에 대한 인식이 결코 좋지 않음에도, 의원 모집에 많은 지원자가 몰린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성력 없이도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말 때문이었다.
사람을 살리는 데는 성력이 당연한 것이요, 성력 없이는 사람을 살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여기는 것이 힐데스하임이었다. 물론 민간요법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것들이 있기는 했으나 사실상 큰 효용을 보이지는 않았고, 차라리 신께 기도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 알려져 있었다.
헌데 다른 누구도 아닌 3황자가, 성력 없이도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미 3황자 전하께서 두 손으로 기적을 만들어내셨다는 건 유명한 이야기지.”
“그뿐인가? 일개 병사들에게 일시적으로나마 성력을 전수하여 주셨다지.”
의원이 되면 3황자를 통해 훗날 사제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잘못된 믿음이 퍼지고 있었다. 꼭 그런 게 아니라도, 죽어가는 동료와 가족들을 보면서 신께 기도를 올리는 것이 최선인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사람을 살리는 기적을 본인의 손으로 일으키고 싶다는 갈망을 지닌 이들의 수가 꽤나 많았다.
그리고 의원이 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은 두 번째 이유는,
“……솔직히 먹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되겠지.”
“베이언의 기사가 된 분들도 전부 팔자가 완전히 피셨다는군.”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3황자가 직접 모집하여 뽑는 만큼, 의원으로 발탁이 된다면 지금처럼 찢어지게 겪어야 하는 가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누군가에게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그러한 이유들로 많은 이들이 3황자의 의원이 되고자 지원하였으나.
“돌아가.”
“탈락이다.”
“그 정도 손재주로는 어림도 없다 하셨다.”
대다수가 입구 문턱조차 밟지 못한 채로 시험관에 의해 탈락했다.
“그 많은 문장을 어떻게 외운단 말인가? 불가능한 일이었네.”
“바느질은 또 어떻고. 그 좁은 곳을 어찌 열 바늘이나 꿰맨단 말인가?”
“이 정도면 애초에 뽑을 마음이 없다고 봐야 하겠네만.”
탈락의 고비를 맞은 이들이 툴툴대었다.
“그다지 어렵지는 않던데요.”
헌데 방금 막 시험장에서 나온 남자가 그리 말했다. 고개를 돌려 확인한 그 남자의 목에는 합격패가 걸려 있었다.
“무, 무어라고?”
“그대들에게는 가혹한 말처럼 들릴 수 있으나 애초에 그쪽들에게는 자격이 갖추어져 있지 않았던 것이죠.”
“자네는 시험을 통과했단 말인가? 말도 안 되네. 분명 무슨 부정이…….”
“그 정도 시험으로 부정은 무슨. 2차 시험까지 있다니 애초에 그대들에게는 아쉬워할 여지도 없었던 겁니다. 괜한 소리로 황자 전하를 음해하지 말고 돌아가시죠.”
그렇게 말한 남자는 다름 아닌 칼로스였다. 그는 이미 3황자에게 선택을 받아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으나, 이번만큼은 자력으로 시험을 통과하고 싶었다.
애초에 3황자가 내건 조건에 충족하지 못한다면 베이언에서 의원이 될 자격이 없다는 것 아닌가. 그런 칼로스가 사사로운 정 덕분에 3황자의 곁에 남아 있게 된다면 말이 나올 것이 분명했다. 자신 때문에 3황자가 그런 취급을 당하는 것을 결코 두고 보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공정하게 시험을 본 결과는 합격이었다. 헌데 안타까운 일이지만 당연하게도 합격하지 못한 이들의 수는 꽤 많았다. 칼로스로서는 그들이 3황자에 대해 모함하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후우.”
다행히 1차 시험은 합격했지만 아직 2차가 남아 있었다. 그리고 2차는 1차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여러 과정들을 진행하며 종합적으로 평가를 내린다고 알고 있었다.
“잘 할 수 있을까.”
이미 3황자와 함께 다니며 많은 것을 알게 된 칼로스였지만 불안한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설령 합격을 한다고 치더라도 합격자 중에는 칼로스보다 뛰어난 이가 분명히 존재할 것이었다.
“나에겐 과한 대우를 해주셨지.”
언젠가부터 3황자에게 받았던 특별 혜택들. 그걸 결코 당연한 일이라 여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그게 늘 이어질 거라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허나 이번에 칼로스보다 뛰어난 자가 나타난다면 3황자의 관심은 그에게 쏠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칼로스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과거의 본인 같았으면 현실에 순응하며 불가피한 미래라 여겨 받아들였을 테지만.
“전하께서는 방법이 없을 것 같은 경우에도 최선의 수를 찾아내셨지.”
3황자와 함께 다니며 의술 지식에 대해서만 배운 것이 아니었다. 3황자의 굴하지 않는 태도, 그것이 어느샌가 칼로스에게도 묻어 있었다.
* * *
“소생은 살해의 역과정이라 생각한다.”
그리 말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1차로 걸러내고 남은 합격자들과, 발칸의 의원들이 앉아 있었다. 그중에서는 칼로스도 있었다.
쓸데없는 짓을.
내가 칼로스를 데리고 다녔던 것은 분명히 잠재력이 있는 녀석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단지 그에게 동정심 따위를 느껴서만이 아니었다. 의대 교수 생활을 하며 생겨난 안목을 통해 그의 가능성을 확신한 것이었다.
그러니 구태여 시험을 볼 필요가 없다고 말했음에도 녀석은 사양하고 제대로 시험에 응시했다. 결과는 당연히 합격이었다.
나는 그를 흘깃 바라보며 미소가 지어지려는 것을 참았다. 이러니 더욱 녀석을 좋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대들이 알고 있는 대로 성력은 생명을 살리는 원천이 되는 힘이지만, 성력을 통해 사람을 살리는 데에도 분명히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진작부터 깨달은 바였고, 신체 구조를 훤히 알고 있던 덕분에 나는 그간 살릴 수 없던 환자를 미천한 양의 성력으로도 살릴 수 있었다.
“그 효율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해왔고, 클레이디크에서 발칸의 의원들과 마주하면서 성력 외에도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깨달은 바가 있었다.”
힐데스하임의 제국민인 이들에게 더욱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허풍을 조금 섞어 줄 필요도 있었다.
“신께서는 ‘신탁’을 내려 그 새로운 방법에 대해 눈을 뜨게 해 주셨고 그것이 바로 발칸에서만 사용하던 의술이다.”
신에 대해 언급하자 효과가 있었는지 지켜보던 이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성력과는 달리 의술은 만인에게 허락된 것이지만, 때로는 독이 될 수도 있는 법이다. 말했듯 소생은 살해의 역과정이고 그 과정을 제대로 풀지 못할 경우에는 오히려 살 사람도 죽이게 될 수 있다. 그런 만큼 더욱 신중해야만 하는 법이다.”
내가 말하는 주제가 발칸의 의원들에게도 꽤나 흥미가 동한 것인지, 별 관심 없게 지켜보던 이들의 태도도 조금씩 바뀌어 갔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죽음의 방법이 수백 가지가 넘는다면, 그 죽음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방법은 오로지 몇 가지밖에 안 되니까.”
그렇게 말한 나는 대기하고 있던 이를 시켜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고리타분한 이론 교육보다는, 직접 눈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들에게 확실하게 전달될 테니까.
병사가 들고 온 것은 한 고블린의 시체였다. 기본적으로 인간과 비슷한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는 고블린은 그 내부 구조에도 큰 차이가 없었으니 예시로 보여주기 적합했다.
고블린의 시체는 이미 부패하여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의 썩은 내가 풍기고 있었다.
허나 다들 시험을 통과한 만큼 어느 정도 비위가 강하고 의지가 강한 자들이었다. 앞에 있는 시체를 보고도 헛구역질을 내뱉지는 않는 수준이었다. 처음엔 이 정도만 해도 합격이었다.
“최근 수비대가 처치한 고블린이다. 살리기 위해서는 어째서 죽었는지 알 필요가 있겠지. 가까이 와서 보고 어떻게 죽게 된 것인지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자유롭게 의견을 말해 봐.”
그 말에 모두가 슬금슬금 다가와 누워 있는 고블린의 시체를 살폈다.
“배가 칼에 찔린 것 같습니다.”
“그건 너무 당연한 말이고.”
복부에 칼자국이 있었으니 당연히 칼에 맞아 죽은 것이겠지만 그런 뻔한 대답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헌데 모두가 그 뻔한 대답을 생각했던 것인지, 아무런 말도 더하지 못했다.
“출혈이 과했을 테지요.”
결국 발칸의 의원 한 명이 나서서 말했다.
“칼에 찔리면 피가 나는 것이 당연한 이치요, 많은 피를 흘리면 사망에 이르는 것도 당연한 것입니다.”
“그래?”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허나 의원의 대답 역시도 이 경우에는 정답은 아니었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의원의 말을 부정한 것은 칼로스였다.
“……무어라?”
의원은 칼로스를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발칸에 있던 시절 칼로스에 대해 알고 있기라도 한 것인지, 그렇게 말한 칼로스가 어이가 없다는 듯한 눈초리였다.
“배움이 짧아 장담할 수는 없으나 그간 제가 본 바로는 출혈로 사망에 이를 정도라면 눈에 보이는 혈관을 건드리는 경우였습니다.”
칼로스가 말한 눈에 보이는 혈관이란 정맥 혹은 동맥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제가 보았던 바에 따르면 그러한 혈관들은 복부의 중앙을 크게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헌데 칼이 꿰뚫고 지나간 위치는 복부의 중앙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이번에는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지 못했다. 그동안 칼로스를 옆에 보조로 두기는 했지만, 상황이 매번 다급했던지라 제대로 가르쳐 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옆에서 보기만 한 정도로 혼자 이 정도로 깨닫다니.
“확신할 수 있어?”
내 물음에 칼로스는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만 보아서는 확신은 할 수 없습니다. 칼의 경로를 겉으로만 보기에는 확신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그런 주제에 무얼 안다고…….”
과다 출혈을 주장했던 발칸의 의원이 목소리를 높이려 했지만 칼로스가 그의 말을 자른 채로 내게 말했다.
“허나 개복을 해 보면 그 원인을 분명히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거기에 이어,
“기회를 주신다면 제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이제는 미소를 숨길 수조차 없었다. 참 데리고 다닐 맛 나는 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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