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y Medical Life RAW novel - Chapter (107)
제107화
나는 국경을 수비하는 병사들을 가장 먼저 치료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래도 성력 없이 의술만으로는 특정 질병을 치료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따라서 외과적인 처치로 치료하기 적합한 병사들을 우선으로 삼았다.
“저, 전하!”
미리 인사를 나눈 적 있던 경비대장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그의 뒤에는 한 병사가 다른 병사를 업은 채로 따라오고 있었다. 그것을 본 나는 직감했다.
“첫 환자다.”
내 말을 들은 의원과 지원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실려 오는 병사를 받으려던 의원 한 명이 그의 꼴을 보고는 멈칫했다. 나 역시도 그의 상태를 보곤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목에 난 상처에서 혈액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근처에 서 있던 의원의 얼굴에 피가 튈 정도로 많은 양.
상처의 위치나 혈액의 분사량으로 보았을 때 경동맥에 자상을 입은 환자였다. 지금까지 늘 환자를 가볍게 대한 적은 없었지만, 이번은 특히나 더욱 긴장이 됐다.
동맥은 혈관 중에서 혈액의 순환 속도가 빨라 손상 시에 더욱 많은 출혈이 발생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목 쪽에 위치한 경동맥은 뇌로 가는 혈액의 80%를 차지하는 만큼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가 있었다.
“옷부터 벗겨!”
나는 다른 것은 보지도 않은 채로 눕혀 있는 병사의 목에 손을 가져다 댔다. 동맥이 꿈틀거리며 피를 계속해서 쏟아내고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은 채로 경비대장에게 물었다.
“어떻게 됐는지 간단히 설명해.”
“그, 그게…… 국경을 수비하던 중에 습격한 늑대에게 물렸습니다.”
“얼마나 됐어?”
“물리자마자 곧장 데려왔습니다. 1, 2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뇌에 산소 공급이 끊기는 순간부터 치명적인 손상이 발생하는 탓에 그 짧은 시간이라고 하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손을 쓰면 살아날 가능성은은 있었다.
“너희들.”
나는 동맥을 지혈한 채로 의원들을 바라보았다.
“심폐소생술 할 줄 알지?”
그들은 이미 일전에 내가 한 심폐소생술을 본 적이 있었고, 그 효능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베이언에서는 나를 통해 배우게 된 심폐소생술로 많은 이들을 살리고 있었고.
“자신 있는 놈 나와서 심폐소생술부터 해.”
하지만 심폐소생술 역시도 숙련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고, 평소 같았으면 아무나 시켜서 내가 조정을 해주었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
하지만 아무도 나서질 않았다. 자신이 없는 듯 주위를 바라보며 눈치만 살피고 있는 이들. 혹여나 병사가 잘못되었을 시에 자신에게 책임이 주어질 것이 두려울 터였다.
허나 이유가 그것만은 아니었다.
“전하. 심폐소생술을 접한 지 오래되지는 않았으나 베이언의 치료소에서 근무하면서 많은 환자들에게 실행해 온 바 있습니다. 분명 혈액의 순환과 함께 의식을 잃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게 큰 역할을 하기는 하나…….”
그들이 우려하는 바가 따로 있었다.
“혈관에 상처가 나 있을 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더욱 많은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습니다.”
나름 머리 좀 굴려본다고 굴려 본 모양이었다.
그래.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심폐소생술을 통하여 심장을 압박하면, 심장은 더욱 많은 양의 혈액을 순환시키게 되고, 지금처럼 혈관에 구멍이 나 있는 상태라면 그 혈액들이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시키는 대로 해.”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걸 설명할 시간은 없었다.
그럼에도 나서는 이는 없었다. 나를 믿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여전히 병사의 죽음이 자신의 탓으로 돌려지는 것이 두려운 것일까.
한숨이 나오려 할 때, 앞으로 나선 것은 칼로스였다.
“제가 맡겠습니다.”
“……그래.”
제일 믿을 만한 놈이 나서주니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칼로스가 윗도리를 벗은 남자의 명치 부근에 두 손을 모아 강하게 압박했고, 경동맥에 얹어진 내 손을 통해 더욱 강하게 꿈틀거리는 것이 전해져 왔다. 혈류량이 많아지고 있었다.
나는 의원들이 걱정하는 더욱 많은 출혈을 막기 위해 손으로 직접 경동맥의 끊어진 부분을 확실히 지혈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 모든 혈액이 뇌로 가게 할 수는 없었지만 그 양을 늘릴 수는 있었다.
잠시나마 완전히 뇌에 공급이 끊겼던 혈액을 어느 정도 공급해 줄 수 있었고, 이젠 응급 처치가 아닌 본격적인 치료를 할 때였다.
“칼로스.”
“……예?”
온몸을 흔들어가며 강하게 심폐소생술을 하던 칼로스가 땀에 젖은 채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이 과거 어리숙하던 녀석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지금부터 동맥을 직접 봉합할 거야.”
내 보조로는 충분한 놈이 되었고.
“너는 뭘 해야 하는지 알지?”
칼로스는 고개를 끄덕이곤 심폐소생술을 하던 손을 멈추었다.
* * *
의원들에게 심폐소생술은 분명 혁신적인 기술이었다. 그간 죽는 걸 지켜봐야만 했던 환자들이 심폐소생술이라는 응급 처치를 통해 의식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의원들은 베이언에서 많은 경의를 받고 있었고.
하지만 심폐소생술은 분명 3황자가 말한 대로 혈류량을 늘리고, 그 혈액 속에 담겨 있는 산소를 원활히 공급하는 역할을 할 뿐. 그게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할 때가 있었다.
지금처럼 많은 양의 혈액이 흐르는 혈관이 상처를 입었을 때가 그 경우였다.
혈액의 순환이 늘어난다고 한들, 그건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꼴이었다. 몸에 흐르는 혈액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혈관에 난 상처로 출혈량이 늘어날 뿐이었다.
하지만 3황자는 기어코 칼로스에게 심폐소생술을 시켰다. 그러나 그간 의원들이 무식하게 심폐소생술만을 실시하던 것과는 달리, 자신의 손으로 직접 상처가 난 부위를 지혈하고 있었다.
“……!”
끊어진 혈관이 3황자의 손으로 인해 어느 정도 이어진 것과 다름없었고, 걱정했던 것만큼 많은 양의 출혈이 발생하지도 않았다. 그간 심폐소생술을 연구하고 실시해온 의원들은 그것이 훌륭한 해결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3황자는 이미 그들보다 몇 수나 위에 있었다. 심폐소생술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기술을 만들어 낸 것도 모자라, 지금 같은 상황에 대한 정립까지도 이미 끝나 있는 듯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잠시 그 명줄을 붙들 뿐인 것이 아닌지…….”
안타까운 일이지만 저런다고 병사의 목숨을 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출혈의 근본적인 이유, 끊어진 혈관을 처치하지 못한다면 결국에 병사는 죽을 수밖에 없다. 인간의 신체는 어느 정도 자가 치유 능력을 가지고는 있으나, 저런 식으로 혈관의 끊어진 부분에서 끊임없이 피가 쏟아져 나온다면 혈관이 이어질 리가 없었다.
결국 병사도 마인츠의 왕자처럼 목숨을 잃게 될 것이며, 3황자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 그리고 그에게 위로를 건네주는 것.
오직 그것뿐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것은 3황자의 능력이 부족한 탓이 아닌,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 탓이었다.
3황자가 그를 조금이나마 더 살리기 위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지혈하는 모습을 보며 의원들은 경외심을 느꼈다. 그들로서는 저 정도도 할 수 없을 터였으니.
하지만.
“지금부터 동맥을 직접 봉합할 거야.”
3황자는 단순히 그의 목숨을 짧게 연장하려는 생각이 아니었다. 혈관을 직접 봉합하겠다는, 의원들로서는 듣도 보도 못한 해괴망측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게 어찌…….”
의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실과 바늘을 통해 인체를 직접 봉합하는 것은 발칸에서도 거의 전설처럼 내려오는 궁극의 의술이었다. 직접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며 그것이 가능하다고 알려진 의원은 딱 한 명 살아 있었으나, 그는 모종의 사건을 통해 이미 의술을 내려놓은 지 오래였다.
“안타깝군.”
그럼에도 의원들은 3황자가 측은함으로 인해 말도 안 되는 일을 하려 하고 있다고 믿었다. 다른 신체 부위도 아닌, 혈관이다. 그 작은 혈관을 직접 손으로 봉합하겠다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혈관에서는 많은 양의 혈액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물이 철철 흐르는 독의 밑동을 메꾸는 것은, 텅 비어있는 독을 메꾸는 것보다 수십 배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 독이 혈관이라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믿었다.
헌데.
“너는 뭘 해야 하는지 알지?”
3황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칼로스가 심폐소생술을 멈췄다. 그리고는 가슴을 압박하던 그의 손이 혈관의 끊어진 부분 바로 아래를 강하게 억눌렀다. 칼로스로서는 있는 힘을 다하는 듯한 모습이었고.
“……!”
마치 마법처럼, 동맥에서 뿜어져 나오던 혈액의 양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일전의 의원들이었다면 피가 멈추었다며 좋아했을 테지만 이젠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혈관은 심장으로부터 피를 운반하는 역할을 하고, 칼로스가 혈관의 끊어진 부분 바로 아래를 억눌렀으니 운반되던 혈액이 멈추는 것은 당연한 일.
그리고 출혈이 멎었을 뿐, 온몸으로 운반되는 혈액의 양 역시도 억제되어 오히려 상황은 더욱 좋지 않을 것이 분명했지만.
“설마!?”
3황자는 그렇게 출혈을 멎게 하고서 혈관을 직접 봉합하려 하고 있었다. 그의 의도를 알아챈 의원들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번에도, 생각지도 못했던 발상으로 3황자는 수를 찾아냈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3황자가 그 작은 혈관을 직접 봉합할 수 있을 거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오랜만이네.”
3황자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바늘에 실을 꿰매며, 3황자가 의원들을 바라보았다.
“너희들도 알지?”
“……예?”
“지금 상태가 출혈이 지속되고 있는 거랑 다를 바 없다는 거.”
의원들은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나 머리 쪽으로 가는 혈액의 공급이 끊기는 건 치명적이거든. 길어 봐야 몇 분?”
3황자가 그렇게 말하며 꿰매진 바늘을 들고 병사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니까 그 안에 끝낼 거야.”
의원들은 분명히 불가능한 일이라 여겼다. 인간으로서는 결코 해낼 수 없는 경지라고 여겼다.
곧이어 벌어진 현장을 두 눈으로 목격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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