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y Medical Life RAW novel - Chapter (109)
제109화
[‘운명의 권능’을 깨워냅니다.] [머나먼 미래, 그중 일부만을 제삼자와 공유합니다.]마인츠에 대해서는 전해 들은 바가 있었다.
마인츠의 국왕은 겉으로는 엄격하고 무자비한 사람처럼 비추어지지만, 그건 마인츠를 굳건한 국가로 이끌기 위한 그의 선택이었고. 그럼에도 국왕은 자신의 어진 본성을 감추지 못했다.
마인츠 내에서 국왕의 평판이 더없이 좋은 것은 그 덕분이었다.
그러나 차기 국왕으로 여겨지던 왕자가 죽어버렸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된 것이, 그 아이는 사실은 2왕자라는 것이었다.
어째서 나이도 그토록 어린 2왕자가 황제 자리를 물려받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었을까. 더욱 나이도 많은 본처의 자식, 1왕자가 살아있는데.
그에 대해서는 들을 수가 없었다. 마인츠의 이들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눈치임에도 외지인인 내게 털어놓지 않았다.
아무래도 찜찜하고, 마인츠의 미래가 궁금했던 나는 운명의 권능을 직접 발현시켰다. 자동적으로 보여준 미래가 아닌, 내 의지를 통해 운명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보게 된 미래. 그걸 마인츠의 국왕에게 보여줄 셈이었다.
“이, 이건 무엇입니까?”
환상 속에 서 있는 마인츠의 국왕은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마인츠가 맞이하게 될 미래입니다.”
그가 반문하기도 전에 환상은 빠르게 형상을 만들어내었고, 미래의 국왕이 서 있는 곳은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혹 여기가 어딘지 아시오?”
국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본 나는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진작부터 마음이 있었군.”
미래의 국왕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분장한 채로 시골 마을에 방문했다. 그리고 그가 바라보는 곳에는 땀 흘리며 분주히 일하는 농노들이 서 있었다.
「식사부터 좀 하거라.」
그들을 향해 걸어오는 미모의 여인. 그녀는 한 자작가의 장녀였다.
근본이 귀족인지라 고아한 분위기가 쏟아져 나오면서도, 낮은 이들을 따스하게 대하며 웃어 보이는 인간적인 면모가 있었다.
“언제부터였소?”
미래를 바라보는 국왕을 향해 물었다.
“예?”
나는 더 묻지 않고 웃어 보였다. 국왕은 이미 내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걸 직감하곤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일 년 정도 되었습니다.”
“무엇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소?”
“글쎄요. 그때가 마침 2왕자의 모친이 죽었을 때입니다. 아무래도 시기가 시기인지라 외로움에 사무쳐 있던 때이니 순간의 감정이 휩쓸리고 있는 것이 두렵습니다.”
“1왕자와 그 모친이 살아있지 않소?”
“그들을 마주하고 세상에 태어나게 한 것은 제 크나큰 실수입니다. 결코 범했으면 안 되었습니다.”
역시 1왕자에 대해서는 모두가 함구하던 것이 이유가 있었다. 단편적으로 파악해서는 안 되지만, 아무래도 국왕에 대해 좋은 감정을 지니고 있는 나로서는 그의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었다.
“그 자식이 제 뒤를 잇는 꼴은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리되었다가는 마인츠 역시 성국과 달라질 것이…… 아, 죄송합니다.”
황자인 내 앞에서 성국을 모독한 것이 실수라고 여겼는지 국왕이 고개를 숙였지만 나는 전혀 기분 나쁘지가 않았다.
“옳은 말을 한 것인데 무얼 사과한단 말이오.”
“……전하께서는 정말로 제가 보았던 힐데스하임의 황족과 같은 핏줄인지 의문이 듭니다. 아무튼 권력을 위해 눈치를 보았던 제 실수였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2왕자를 태자로 책봉할 셈이었습니다.”
“그랬군.”
이제야 마인츠 내의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2왕자가 세상을 뜬 것은 안타까운 일이나, 저는 첫째 아들이 왕이 되는 꼴은 결코 볼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또 다른 처를 들일 생각을 하고 있으니 저는 여전히 눈치나 보는 겁쟁이일 뿐입니다.”
다른 이들은 결코 볼 수 없는 국왕의 나약한 면모일 터였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가 저와 혼인하는 것이, 제가 국왕이기에 그녀에겐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런 걱정은 할 필요 없을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한 나는 미래를 빠르게 넘겼다.
평소보다 훨씬 더 단정한 국왕의 모습과, 여전히 편한 복장을 하고 있는 자작가의 딸이 보였다.
「……주겠소?」
「예? 잘 안 들립니다. 국왕 전하.」
「나, 나와, 결혼해주겠소?」
「그래도 잘 안 들립니다. 왕국을 이끌어 가셔야 하는 분의 기백이 어찌 이 정도란 말입니까?」
「나와 결혼해주시오! 설령 내게 마음이 없으면 거절해도 좋소!」
미래의 국왕은 그녀 앞에서 쩔쩔매고 있는 형국이었으며, 오히려 그녀는 국왕을 결코 어렵게 대하고 있지 않았다.
그걸 보고 있는 현재의 국왕은 자신이 더 부끄러운 것인지 벌게진 얼굴을 감추고 있었다.
「좋습니다.」
그렇게, 마인츠의 국왕과 자작가의 딸은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혼인하게 되었고.
더 먼 미래에서는 씩씩한 아들을 낳게 되었으며 그가 황위를 계승하는 데 성공했다. 운명의 권능이 비춘 미래는 딱 거기까지였다.
“제, 젠장. 아, 경망스런 말을 입에 올려 죄송합니다.”
하지만 미래를 본 국왕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보기 좋았는데 왜 그럴까.
이해할 수 없었다.
* * *
이 정도면 마인츠의 국왕에게 부탁을 하기엔 충분할 터였다. 그의 선택에 확신을 주었고, 그게 아니더라도 마인츠의 병사들을 치료해 주었으니.
아마 국왕에겐 큰 부탁이 아니기도 할 것이었다.
“어찌 그걸 부탁이라 하시는 겁니까?”
그리고 그 내용을 들은 마인츠의 국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하께서 저희 왕국민을 직접 치료해 주신다는데, 전하께서는 정말 도움만 받아 몸둘 바를 모르겠으나 그들을 생각하면 제가 차마 거절하지 못하는 점…….”
“대신 조건이 있소.”
“예?”
“힐데스하임으로 데려와서 치료할 거요.”
“……저희 왕국민을 말입니까?”
“예. 그리고 그 대상이 될 왕국민은 내 위로 있는 형님의 신성력으로도 치료를 받게 될 거요.”
“그게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만.”
“그냥 그런 게 있어서. 나중에 일이 잘 풀리면 말해 드리겠소. 그리고 치료 대상이 될 환자는 내가 직접 마인츠로 가 택하게 될 거고, 그자가 거절한다면 억지로 데려가지도 않겠소.”
마인츠의 국왕은 딱히 거슬리는 것이 없는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오히려 제가 또 신세를 지게 되었군요.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그런데데.”
그는 무언가 켕기는 것이 있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인츠의 전역에서 신성력이 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마인츠에 오래 살아온 이들의 신체 자체에 신성력에 대한 거부 반응이 생겨 전혀 효과가 없다 들었습니다. 신성력을 접하지 않은 지 오래되어 확실치는 않으나 그것이 사실이라면…….”
“괜찮소.”
1황자가 신성력을 통해 치유한다는 것 때문에 마인츠의 국왕은 그리 말하는 것이었다.
“오히려 더욱 괜찮지.”
그게 내가 바라던 것이었다.
* * *
3황자는 마인츠를 수소문하며 치료를 받을 이를 정하고 있었다.
특별한 조건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접한 왕국민들은, 대거 3황자의 치료 대상으로 지원하고 나섰다. 그들에게는 3황자가 치료해주는 것이 오히려 더욱 고마운 일이었다. 힐데스하임까지 가야 한다는 것은 결코 까다로운 조건이 아니었다.
평생이든, 얼마 되지 않았든, 혹처럼 달고 다녀야만 하는 그들의 불편한 질병을 낫게 해 준다는데 혹하지 않을 자들이 없었다.
3황자는 직접 마인츠 전역을 돌아다니며 지원자들을 만나고 다녔지만, 오히려 그 자리에서 직접 병을 치료해 주었고 힐데스하임으로 데려가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런 조건을 명목으로 건 것은 우리 같은 사람들을 보살펴 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뭐하러 그런단 말이야.”
“그때 보지 않았는가. 2왕자 전하 때 일만 하더라도 별로 나서서 칭송받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신 것 같더군.”
“그럼 단순히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인 것처럼 위장하신 거란 말인가?”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 국왕 전하만큼이나 대단하신 분이군.”
“성격은 정반대인 것 같은데 말일세.”
“헌데 힐데스하임으로 가서 치료받는 것이 우리 같은 놈들에게 까다로운 것도 아닌데 어찌 그런 조건을 거신 게지?”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것투성이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하나였다. 3황자는 직접 돌아다니며 마인츠 왕국민들을 치료해 주고 있었으며, 모두가 그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신성 제국의 황자가 직접 이들을 위로해줌으로써 마인츠 왕국민들은 위로를 받고 있다.
그러니 3황자에 대한 인식은 마인츠에서 더없이 좋았고.
“……어머니.”
마인츠에서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는 남자 역시도 3황자에 대해서는 같은 생각이었다.
“혹 얘기 들으셨습니까?”
“쿨럭, 쿨럭. 무슨 얘기 말이냐?”
“힐데스하임의 황자께서 마인츠로 방문하시어 몸이 아픈 이들을 치료해 주신다고 합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거라.”
허나 자신의 늙고 병든 어머니는 평생 쌓아온 경험으로 인해 힐데스하임에 대해 유독 강한 반감을 지니고 있었으며.
“괜히 일 벌이지 말거라. 효과도 없을 것이 분명하며, 그딴 놈들에게 손 벌릴 생각은 추호도…… 쿨럭, 쿨럭.”
3황자에게 치료받는 것을 극도로 거부하고 있었지만.
“그 소식이 들려온 첫날, 바로 신청했었습니다.”
“무어라고!?”
“그리고 이틀 내로 3황자께서 직접 오신다고 합니다.”
“이 자식이!”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아들의 몸을 때렸으나 그마저도 기력이 없어 얼마 하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어머니! 그러게 기력도 없으시면서…….”
“이…… 이 자식아. 네 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잊은 게냐? 그리고 내가 힐데스하임에서 받았던 수모가 어떤 것인지도 잊은 게냐?”
아들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어찌 잊겠습니까? 뼈에 사무치도록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를 살릴 수 있다는데, 아들 된 저로서 어찌 가만히 있겠습니까?’
그 역시도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힐데스하임에 대한 반감이 강했었다. 하지만 3황자를 통해 어느 정도 그 생각이 바뀌어 가고 있었다.
힐데스하임에 대한 인식이 어떻든 간에, 죽어가는 어머니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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