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y Medical Life RAW novel - Chapter (112)
제112화
환자가 준비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1황자는, 여러 사람들을 주렁주렁 달고 온 채로 베이언을 찾아왔다. 이번 치료의 결과를 많은 이들이 보게 하려는 속셈일 테지만.
“무슨 수작을 부릴 속셈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는 5성이 어느 정도의 경지인지 간과하고 있다.”
자신만만한 얼굴이었다.
5성이라.
현자에게 들었던 것처럼 각 고리는 특별한 분야에서 유독 뛰어난 효력을 보였으며, 다섯 번째 고리가 어떤 효력을 보이는지는 나로서는 알 방법이 없었다. 그럼에도, 1황자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는 않을 터였다.
“쿨럭, 쿨럭.”
나는 베이언에서 데려온 노인이 누워 있는 방 안으로 1황자 무리를 데리고 들어갔다. 여전히, 노인은 고통스러운 얼굴로 누워 있었다.
“어떤 병자를 준비해 두었을지 참 궁금했는데. 흔해 빠진 노인이었군.”
1황자는 피식 웃었다.
“세상을 떠나는 데 정해진 시기는 없으나 나이가 되면 신의 곁으로 떠나게 되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성력으로 그녀의 상태를 호전시킬 수는 있겠으나, 이미 때가 되었다면 그 누구도 어찌할 수 없지. 그건 정말 신의 뜻이니까. 헌데 그녀가 죽고 나면 내 탓으로 돌릴 셈인 것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그는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데려온 것은 곧 죽을 노인도 아니요, 결코 치료가 불가능한 병자도 아니었다.
물론 장담할 수는 없었다. 나로서도 살릴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지만 적어도 이 노인을 통해, 이들에게 의술이 가진 효능과 신성력의 한계를 보여줄 수는 있을 터였다.
“그런 거 아니니 착각하지 마시오.”
나는 그런 1황자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만약 그런 비겁한 정치를 하는 거라면 결국 손해를 보는 건 내가 아니겠소? 웬만해선 형님의 편을 들어줄 사람들이 여럿이나 있는데.”
1황자의 곁에 서 있던 이들은 내 말을 듣고는 찔린 듯한 반응을 보였다. 차마 부정하지는 못하고 시선을 피하며 헛기침을 토해내는 이들.
아무리 그들이라 해도,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면 그것마저 부정한 채로 헛소문을 퍼뜨리지는 못할 터.
“쿨럭, 쿨럭.”
그러는 와중에도 노인은 계속해서 기침을 토해내고 있었다.
“네가 그린 그림이 어떤 것이든 그대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를 평생토록 살아가지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수년은 더 살게 할 터이니.”
1황자는 자신이 먼저 손을 쓰려는 듯 노인의 앞으로 다가갔다.
화아악.
1황자가 내뻗은 손에서 신성력이 뿜어져 나옴과 동시에, 주변에 포진된 공기에서 공명이 강하게 일어났다. 피부로 느껴지는 그의 어마어마한 성력.
나는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비록 2성으로 태어났지만 성배를 통해 고리를 4개까지 확장시켰고, 성력의 양에 비해서도 효율적으로 그것들을 다루는 법을 익혔다. 과거의 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신성력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조금은 콧대가 올라갔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헌데, 성장한 것은 나 뿐만이 아니었다.
“오오…….”
지켜보던 이들은 1황자의 성력을 보며 감탄했다. 하지만 애써 유지하고 있는 내 시원찮다는 반응을 본 1황자는 혀를 찼다.
“쳇. 시건방진 놈.”
자존심 때문에 놀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지만, 1황자의 신성력은 과거와 비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일 정도로 발전해 있었다.
과거 그는 장난으로 나를 신성력으로 찍어 누르곤 했었다. 그때는 간신히 뿌리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신성력의 경지가 높다고 하여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1황자의 신성력은 노인의 온 몸을 감싸며 재생의 권능을 발동시키고 있었으나,
“쿨럭, 쿨럭! 쿨럭! 케헤헥….”
오히려 노인은 점점 더 고통스러운 얼굴로 기침을 토해내며, 자신의 목을 부여잡고 있기까지 했다.
당황한 1황자는 더욱 많은 성력을 통해 노인을 계속해서 치료하려 했으나.
“그만!”
내가 달려들어 그를 뿌리쳤다. 사방에 휘몰아치던 어마어마한 양의 성력이 순식간에 회수되었고, 저지당한 1황자가 나를 노려보았다.
“무슨 짓이냐?!”
그가 내게 따지는 것은 치료를 중단시킨 것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대체 무슨 수를 써 둔 것이냐?! 설마 손을 대면 안 되는…… 이 불경한 쓰레기…….”
“신 앞에 맹세하되 그런 짓은 하지 않았소.”
그는, 신성력에 반하는 힘, 흑마법에 의한 저주가 걸려 있는 것이라 착각하고 있었지만 결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쿨럭, 쿨럭.”
조금이나마 나아진 얼굴의 노인이었지만 방금의 일로 인하여 완전히 탈진해 있었다. 나는 그런 노인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가락이 평소보다도 더욱 두꺼워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확신할 수 있었다.
* * *
노인의 질환이 무엇인지 처음에는 확신할 수 없었다. 직접 개복을 하거나, CT를 찍어보지 않는 이상 증상만으로 병을 확정하는 것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몇 가지 추측하고 있는 질병이 있었으며, 마인츠에서 성배를 통해 미량의 성력을 그녀에게 주입해 본 결과 내 진단은 더욱 확고해져만 가고 있었다.
비세포성 폐암.
비흡연자들에게도 자주 나타나는 폐암이며, 기침과 복통, 호흡 곤란과 객혈을 보이는 통상적인 폐암이었다.
이 정도의 증상만으로는 다른 호흡기 질환과 구분할 수 없었다. 특히나 면역력이 약한 노인에게 걸릴 수 있는 질병은 너무도 많았다.
하지만 비세포성 폐암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증상.
비세포성 폐암에서 발생한 화학 물질이 손끝으로 몰리며, 손가락 끝이 더욱 두꺼워지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비세포성 폐암의 진단 방법 중에는 손가락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1황자의 성력이 작용한 후, 더욱 두꺼워 진 그녀의 손가락을 보며 비로소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는 폐암에 걸린 것이었고, 그것은 신성력으로는 결코 낫게 할 수 없었다.
어째서일까, 라고 묻는다면.
터무니없는 가설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나는 이미 그 가들을 진리인 명세로 확신한 채로 신성력을 사용해 왔고, 어긋난 적이 없었다. 그 가설은 바로 신성력은 신체 내의 세포 분열을 활성화한다는 것이었다.
세포 분열을 통해 인간의 몸에 난 상처를 재생시키는 것. 물론 신성력은 그 이상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에 그것만으로 한정 지을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신성력이 세포 분열을 활성화한다는 것은 이미 나는 확신하고 있는 부분이었으며.
그러한 신성력의 작용이 방금 1황자의 신성력이 노인을 죽일 뻔한 것이었다.
암이 현대 사회에서 가장 무서운 질병으로 꼽히는 이유는, 암세포는 신체 내에서 정상적인 세포로 인식되며, 다른 세포들의 촉진을 비정상적으로 증식시켜 인체의 기능을 망가뜨려 버린다.
인체에서 무해한 세포로 인식하고 있으니, 신성력이 암세포를 제거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역할을 도우게 된 꼴이었고.
그로 인해 노인의 증상이 더욱 심각해진 것이었다.
“신성력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주위에 있는 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갑자기 무슨 개소리냐? 당연한 것을…….”
“그 당연한 게 대체 뭐란 말이요. 인간을 살리기 위한 것?”
내가 엿들었던 신성력에 대한 비밀도, 신성력에 대한 온전한 해답은 될 수 없었다. 아직까지 신성력은 내게 파헤칠 것이 많은 비밀투성이였고, 확실한 것은.
“신성력으로 살릴 수 없는 것을 의술로는 살릴 수 있소.”
그뿐이었다.
“칼로스.”
나는 근처에 서 있던 칼로스를 불러 준비해 둔 의료 기구를 들고 오게 했다.
“잘…….”
잘 봐둬, 라는 말은 칼로스에게 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열의가 가득한 의원이었으며 내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있었다.
“개흉부터 할 거다.”
흉부의 후 측방, 쉽게 말해 옆구리 쪽으로 절개를 시작했다.
스윽.
메스를 따라 살이 그어졌다.
“저, 전하! 지금 무슨 짓입니까? 아무리, 아무리…….”
“이건 아닙니다. 신께서 크게 노하실 것입니다. 전하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벌은 전하 뿐만 아니라 신성 제국 전체로 내려질 수 있으니 부디 주의해 주십시오!”
지켜보던 이들은 버럭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살에 칼을 대는 것만으로도, 그로 인해 피가 나는 것만으로도 신을 모독하는 행위로 받아들이는 자에게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시끄러워.”
나는 그런 그들에게 반응할 시간도, 정신도 없었다.
“아무리 전하께서 높으신 분이라 한들 힐데스하임의 존위가 걸린 문제를…….”
“죽고 싶냐?”
결국 내 앞까지 다가와 저지하려던 이를 노려보았다. 나도 모르게 눈에 살기가 돌았다. 수술을 방해하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이게 사람을 살리는 방법이야. 끝나고 볼까? 이자가 어떻게 되는지. 신성 제국이 정말로 벌을 받는지 말이야.”
“……이미 그때가 되면 돌이킬 수 없을 것입니다.”
하는 수 없었다. 저자들은 나를 저지하려는 생각을 도무지 접지 않고 있었고, 나로서는 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밖에 없었다.
「역설의 권능」
메스를 쥔 채로 고리를 회전시켜 그들에게 뜻을 전했다.
* * *
미친 짓이었다. 신성 제국의 황자라는 사람이, 병자의 배를 가르다니.
신성 제국의 황족이 직접 사람을 죽이는 것은, 상대가 악인이거나 혹은 거룩한 혈투 중일 때만 가능한 용납되는 일이었다.
그 외에 그렇게 끔찍한 일을 벌인다면 신께서는 결코 용서하지 않을 테고, 신성 제국은 한순간에 통째로 무너지게 될 것이었다. 그것만은 도저히 지켜볼 수가 없어 3황자를 저지하려 했지만.
[신께서 그대에게 신탁을 내립니다.] [가장 거룩한 과업을 수행하는 성자에게, 찬란한 빛으로 하여금 찬사를 전합니다.]“……어?”
“이, 이게 무슨.”
신탁.
역사를 통틀어 봐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신이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전해오는 일이었다.
자신들이 신탁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에 기뻐할 새도 없이, 신의 뜻을 듣고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정녕 신의 뜻이란 말입니까.”
“신이시여! 무지한 어린 양을 용서하십시오.”
그들은 신에게 사죄를 올리고 있었다. 정작 사과를 해야 할 대상은 자신들이 방해했던 3황자인데 말이다.
그런데도 3황자는, 잠깐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더니 다시금 칼질을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