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y Medical Life RAW novel - Chapter (132)
제132화
[「체득의 권능」이 깨어납니다.] [다른 이들의 경험을 피부로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체득한 경험을 또 다른 이들에게 전파할 수 있습니다.]체득의 권능이라.
누군가는 4성의 권능 치고는 빈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 큰 가능성이 엿보이는 권능이었다.
이 세계에서 내가 익혀야 할 것도 많았지만 그것보다도 더욱 체득의 권능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다른 이들에게 내가 체득한 경험을 전파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얼마나 효과적으로 내가 가진 것들을 전달할 수 있을지는 실험을 해 봐야겠지만 의원들에게 의술을 전달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질 테니까.
“……전하. 이곳을 수호하던 기운이 사라졌습니다.”
다른 이들은 지금 벌어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따. 특히나 완전히 패닉에 빠져 버린 것은 기존에 이곳에서 살아가던 생존자들이었다.
“흐, 흑마법사들이 금세 찾아올 것입니다!”
“얼른 몸을 다른 곳으로 숨겨야만…….”
하지만 그런 그들의 우려가 곧장 현실로 다가왔다.
화아악.
기존에 칠흑 등대에서 느껴지던 불길한 기운. 그건 그저 장난에 불과했다는 듯, 수백 배에 달하는 흑마법의 기운이 주변에 몰려들었다.
“흐, 흐아아악!”
“도망쳐야 해!”
생존자들은 트라우마가 되살아나는 듯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 했지만, 흑마법의 기운은 주변을 가로막으며 이곳을 감옥으로 만들어 버렸다.
“힐데스하임이라.”
그리고 새까만 기운들이 몰려들며 앞에 십수 명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아까 영혼들의 경험을 통해 보았던, 검푸른 피부를 지닌 고위 흑마법사들이었다.
“그대들이 무슨 일로 온 것이지?”
“물어볼 것도 없지. 정의로운 척을 하는 놈들이니 우리를 통해 그 위선적인 면모를 드높일 생각인 게야. 겁도 없이. 케헤헤헤헤.”
흑마법사들을 처음 마주하는 사제와 성기사들은 생각보다 더욱 강한 그들의 기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힐데스하임에서 성황이 보낸 것인가? 그는 그럴 자가 아닌데. 누구의 명령이었지?”
나 역시도 그들의 기운이 기존에 대륙에서 보았던 흑마법사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해서 놀라기는 했으나, 티를 낼 수는 없었다.
“나는 힐데스하임의 3황자다.”
오히려 더욱 당당해 보여야만 한다. 그래야 병력들의 사기가 꺾이지 않을 테니까.
“호오. 3황자라. 이야기는 들어본 적 있지. 우리에게 운반책 역할을 하던 똘똘한 놈을 죽인 게 그대의 짓이었지?”
“……너희도 같은 처지가 될 것이다. 신의 뜻에 따라 마땅한 심판을 받게 되리라.”
“푸하하하하. 우릴 그런 잔챙이와 같은 놈으로 보는 것인가?”
흑마법사들은 자신들에게 극상성인 사제와 성기사들을 보고도 전혀 주눅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기분 나쁘게 웃어 보일 뿐.
“그놈은 흑마법사들에게 있어 도태된 놈일 뿐이다. 힐데스하임으로 치면 3황자 당신과 같은 처지였던 놈이지. 반면 우리는 말이야.”
화아아악.
세차게 바람이 불어왔다. 단순히 바람이 강하게 부는 것을 떠나서, 피부에 닿자 찌릿찌릿하게 불길한 통증이 느껴지는 흑마법의 바람이었다.
“신에게 대항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자들이자, 신을 무너뜨릴 존재를 불러일으킬 존재들이다.”
“무엄한 놈!”
“네놈들은 죽어서도 힐데스하임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사제들은 흑마법사들의 그런 불경한 말에 불같이 화를 냈다. 나는 목소리를 높이는 대신 그들에게 물었다.
“신을 무너뜨릴 존재라…… 그것이 대악마를 뜻하는 것인가?”
“그걸 어떻게? 힐데스하임의 황족 답지않게 눈치가 빠르군. 신성 제국이 하는 꼴을 보면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말이야.”
웅성웅성.
대악마의 부활이라는 말에 사제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고 있었다. 극히 일부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었으나 모두가 알아야만 하는 내용이었다.
지금 여기서 흑마법사들을 저지한다고 하여 대악마의 부활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을 지도 모르니까. 분명히 대비가 되어있어야만 하고, 그렇기 위해서는 모두가 알고 있어야만 했다.
겔리두스 성황처럼 감추기만 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푸하하. 역시 다른 놈들은 전혀 몰랐던 눈치군. 3황자라……. 내지에 있던 우리 부하를 찾아낸 게 완전히 요행은 아니었던 모양인데. 아쉽군. 우리에게 너무 성급하게 온 것은 아닐지.”
흑마법사들이 일제히 손을 들어올렸다. 대화는 여기서 끝이었다.
그들의 손에 주변에서 맴돌던 흑마법의 기운이 완전히 몰려들며 새까만 구를 생성하고 있었다.
“사제들은 수호 마법을 펼쳐라!”
불길한 기운을 직감한 나는 고리를 빠르게 회전시키며 사제들에게도 명령을 내렸다.
콰아아아앙!
흑마법사들이 만들어 낸 엄청난 크기의 구체 수십 개가 우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수십의 사제가 만들어 낸 몇 겹의 수호 방벽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견고했다.
“크윽.”
일부 사제들이 가슴을 부여잡고 통증을 호소했으나 다행히 방벽이 뚫리는 것만은 막아낼 수 있었다.
이런 것까지는 흑마법사들도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것일까. 당황하고 있는 눈치가 엿보였다.
그들이 또다시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 * *
흑마법사들에게 있어 사제들이 자신들을 찾아온 건 분명 예상 밖의 일이었다. 만약 현 힐데스하임의 성황이 작정하고 자신들의 병력을 끌고 온 것이라면 정말로 막아내기 힘들 테지만.
성황이 아닌 3황자였다. 황실의 병력을 이끌고 왔다고 한들 성황이 직접 찾아온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어떻게 바다에 걸린 저주와, 칠흑 등대의 입구에 걸어 둔 환각 마법을 파훼했는지는 몰라도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
“주인께서 부활하셨을 때 대항할 잔챙이들의 수가 더욱 적겠지.”
지금의 신성 제국이 루시퍼를 막아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으나 더욱 확실히 하면 할 수록 좋은 것이었다.
헌데 힐데스하임에서 들이닥친 병력들은 기존 칠흑 등대의 생존자들에 의해 안전 지역으로 도망쳐 버렸었다.
“젠장. 그놈들을 살려두는 게 아니었군.”
루시퍼께서는 가장 싱싱한 먹잇감을 좋아하시기에. 제물을 필요로 할 때마다 칠흑 등대 여기저기에서 도망치는 인간들을 사로잡아 오곤 했다. 어차피 그들은 안전 지역 내에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며, 그곳만 제외하면 칠흑 등대는 흑마법사들의 손바닥 위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래서 살려둔 것이 오히려 귀찮게 돼 버렸다. 그놈들이 사제들을 데리고 안전 지대로 들어간 이상 계속해서 예의주시를 하고 있어야만 했다.
그런데 무슨 일일까. 사제들이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지역을 보호하던 영혼들의 기운이 사라져 버렸다.
“푸하하. 정말이지 멍청한 힐데스하임의 사제들답군.”
흑마법사들이 당황해하고 있을 때 누군가 한 명이 그 이유를 알아챈 듯 폭소를 터뜨렸다.
“무슨 일인데?”
“잘 생각해 봐. 저들을 지키고 있던 건 신성력이 아니야. 그건 우리가 누구보다 잘 알지. 단순히 신성력과 비슷한 힘이라고.”
“……그게 뭐가 문제지? 사제들에게 그 힘이 상극인 것도 아닐 텐데.”
“그래. 분명 그렇겠지만…… 저들에게는 신성력이 유일무이한 제일의 힘이 되어야만 한다고.”
그제야 다른 흑마법사들도 그 뜻을 알아채곤 따라서 웃었다.
“그렇군. 저들이 스스로 그 힘을 소멸시킨 거야.”
“정말로 멍청한 놈들이지. 그깟 되도 않는 신념으로 제 명을 갉아먹게 되었으니.”
어차피 흑마법사들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될 것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단지 그 시기가 당겨진 것 뿐이리라. 그렇게 믿으며 일제히 흑마법사들이 이동했다.
힐데스하임의 사제들이 향하는 곳으로.
흑마법사들에게 있어 신성력은 치명적인 힘이라, 상대가 가진 신성력의 수준을 꿰뚫어 보는 것도 능했다.
헌데 자신을 3황자라 소개한 남자.
겉으로 티를 내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보통이 아니었다. 게다가 생존자들을 끝까지 지키던 영혼의 힘은, 소멸시킨 것이 아니라 3황자에게 온전히 귀속되어 있었다.
어쩐지 상황이 좋지만은 않았다. 그 영혼들의 힘은 흑마법사들이 접근할 수 없는 고유 영역을 만들던 것이니까. 그게 3황자에게 귀속되었다는 건…….
자신들끼리 눈치를 보던 흑마법사들은 일제히 손을 들어 올리고 흑마법의 기운을 끌어모았다.
커다란, 불길하게 일렁거리는 구체.
평범한 마법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힘을 지니고 있는 고위 흑마법이었다.
콰아아아앙!
그 구체가 쏟아지며 사제들을 덮쳤지만, 사제들이 만들어 낸 방벽 일부만을 뚫고 결국에는 소멸해 버렸다.
최선을 다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건 상대 역시 마찬가지일 터.
‘일단 몸을 숨긴다.’
‘어떻게 할 셈이지?’
‘그분을 조금 더 일찍 깨우는 수밖에.’
‘그랬다가는 온전한 힘을 깨우지 못하실 수도…….’
‘그것은 중요치 않다. 지금 신성 제국의 힘만으로는 이 정도도 감당할 수 없을 테니.’
애초에, 흑마법사들이 사제들과 정면에서 싸운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들은 흑마법에 상극인 힘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애초에 흑마법이 정면 대결에서 효율적인 것도 아니었다.
흑마법사들은 연기처럼 사라져 자신들의 아지트로 되돌아왔다.
* * *
커다란 오망성이 그려진 제단.
“으읍. 으으으읍……!”
제물이 더욱 필요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넣으려고 묶어두었던 인간들을 데려왔다.
“이 정도로 될까?”
“3백년 전에 딱 이 정도였지.”
그렇다면 이견이 없었다. 그 때의 신성 제국은 막아낼 수 있었지만, 지금의 신성 제국은 결코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읍…… 사, 살러주……!”
묶여 있는 인간이 발버둥을 쳤다. 그들이 자아낸 고통이 흑마법의 기운으로 치환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을 따질 만한 시간이 없었다.
원래였으면 더욱 고통스럽게 찢어 죽였을 것인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만 했다.
묶여 있는 수십 명의 사람들. 그들을 산 채로 제단 위로 던지려고 할 때.
화아악.
흑마법사들은 딱딱하게 굳은 채로 주위를 경계했다. 신성력의 기운이 가득 들어찼다.
“……어떻게 여기까지……?”
어느새 3황자가 사제들을 이끌고 들이닥쳐 있었다.
“너무 쉽던데.”
3황자의 시선은 흑마법사들이 아닌 그 뒤 쪽의 제단으로 향해 있었다.
“저것이 대악마를 부활시키는 주문인가 보군.”
이건 낭패였다.
준비가 어느 정도 끝나있다고 한들, 루시퍼를 깨우는 마지막 주문은 모든 흑마법사들이 최소한 십 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야만 완성할 수 있었다.
결국 하는 수 없이 흑마법사들은 남은 모든 힘을 끌어모았다.
새까만 기운이 몰려들었지만 그건 이 공간의 딱 절반만을 채울 수 있었다.
나머지 절반은 절대 섞일 수 없는 상극의 힘, 신성력이 자리 잡고 있던 탓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