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y Medical Life RAW novel - Chapter (72)
제72화
“오우거는 야만적인 놈들입니다.”
처음 마르틴이 오우거에 대해 설명한 것들은 누구나 아는 내용들이었다.
“비록 지능은 낮으나 완력으로 통나무를 부술 만큼 괴력을 가진 놈들입니다. 게다가 그 태생적인 힘으로도 모자라서 더욱 근력을 강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수련을 하는 무식한 놈들이지요.”
“그거야 뭐, 지나가던 아이들도 아는 것들이고. 그래서 그 괴력을 가진 오우거를 어떻게 상대할 수 있단 말이냐.”
듣고 있던 챈슬러가 끼어들어 마르틴에게 물었다.
“그만큼 힘을 숭상하는 놈들입니다. 자신보다 힘이 강한 이에게 깊은 존경심을 지니고 있습니다. 가장 강한 이가 족장이 되고, 추후 나이가 들면서 족장에서 물러난다고 하더라도 과거의 괴력에 대해 존경심을 품는 종족입니다.”
듣고 보니 정말 무식한 면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꽤 특별한 매력을 가진 종족인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평범하게 살고 있던 영지민들의 거처를 빼앗은 것도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그걸 어떻게 알았지?”
“일전에 의뢰가 들어왔었습니다.”
“오우거라면 상대하기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을 텐데.”
“분명 그렇습니다. 하지만 당시 의뢰를 받았던 용병들이 모두 이름 깨나 날리는 놈들이었고 보수가 꽤 컸습니다.”
“누가 준 의뢰였지?”
“당시 오우거에게 마을을 빼앗겼던 주민들이 마을을 탈환하는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어차피 그대로 두었다가는 마을에 있는 모든 것을 빼앗길 참이니 꽤 큰 보수를 걸었다고 하더라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해결은 했었나?”
내 질문에 마르틴은 고개를 저었다.
“오우거는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욱 강했습니다. 아니, 애초에 마을 주민들이 오우거의 숫자를 줄여 말하지만 않았다면 그 정도 인원으로 오우거 토벌을 나서지도 않았을 겁니다.”
애초에 머릿수가 딸려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는 뜻이었다.
“그럼 그때 일을 꺼내는 건, 아마 그때 오우거에 대해 알아낸 게 있는 거겠지?”
“그렇습니다. 마지막으로 살아남았던 제가, 그들이 보기에도 놀라운 힘을 지니고 있다는 이유로 저를 놓아주었습니다.”
“단지 그런 이유로?”
“예. 말씀드렸듯이 오우거는 순수한 무력을 숭배하는 놈들이니까요.”
인간의 시선에서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종족들은 저마다의 특색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애초에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의 것이니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상책이라는 건 진작에 깨달은 바였다.
“그렇다고 한들 달라질 게 있나?”
이 정도까지 듣고도 나는 마르틴이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르틴은 그들과 꽤 동하는 바가 있는 것 덕분인지 꽤 그럴싸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들은 우두머리에 대한 충성심이 남다릅니다. 그 이유 역시 힘에 대한 숭배 때문이지요. 그들 중 가장 강한 족장을 순수한 힘으로 꺾어낸다면 저희가 원하는 조건을 들어 줄 것입니다.”
오우거에 대해 알기는커녕 직접 눈으로 본 적도 없으니 마르틴이 한 말이 얼마나 합리적인지는 알 도리가 없었다. 다만 조금은 허무맹랑하게 들린 것이 나뿐만이 아닌지 트루드가 끼어들었다.
“합당하지 않은 방법입니다. 만약 그것만 믿고 오우거를 상대하러 갔다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면 큰 위험이 닥칠 것입니다. 전하의 평판과 안전이 달린 일인 만큼 시간을 두어 철저한 준비를 마치고 해결하는 것이 옳다 사료됩니다.”
“트루드 경. 자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고는 있네. 다만, 오우거가 언제 다른 마을을 습격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방치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마르틴과 트루드의 의견이 충돌했다. 마르틴의 말대로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하는 것도 맞았고, 트루드의 말대로 조금 더 확실한 방법을 모색해야 할 필요도 있었다.
“설령 마르틴 경의 말이 옳았다 하더라도 오우거 중 가장 강하다는 족장을 순수한 힘으로 상대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마력이나 성력 같은 기운을 배제한 채로 싸워야 한다는 뜻 아닙니까?”
“맞네. 그대가 걱정하는 이유도 알고 있어. 오우거를 인간이 힘만으로 상대하는 건 무모해 보일 수 있지. 나도 당시에는 평범한 오우거 한 마리와 겨우 호각을 겨루는 게 최선이었으니까. 하지만.”
마르틴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나는 그대처럼 성력도 없어. 그렇다고 어딘가에 들어가서 제대로 된 검술을 배운 적도 없지. 가진 건 이 무식한 힘뿐이었는데도 고작 그 정도가 한계였다는 거야. 그래서 더욱 매진했지. 내 힘을 기르기 위해서.”
마르틴이 지닌 큰 덩치는 단순히 태생적으로 그렇게 태어난 것뿐만이 아니었다는 소리였다. 그의 표정에서 꽤 많은 노력을 들였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트루드는 그 말에 더 대꾸하지 않았다. 여전히 마르틴의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조용히 내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2주 정도면 제국에서 지원병을 추가로 보내주기로 했다. 안전하게 그때까지 기다렸다가 출발할 테니까 다들 준비해 둬.”
마르틴은 그 말에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 * *
“트루드 경.”
회의를 마치고 돌아가던 트루드를 붙잡은 것은 마르틴이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방금 내가 제시했던 방법이 그토록 비합리적으로 보이던가?”
트루드는 가감 없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예.”
“어째서?”
“굳이 무모한 싸움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무모하지 않아. 양쪽의 피해를 최소화한 채로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세.”
“지원 병력이 도착하고 나서 토벌한다면 저희 쪽의 피해를 더욱 막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피해를 보는 마을의 주민들은?”
“그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일 테지만 어쩔 수 없는 피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선은 저희의 병력을 보존하는 것이 장차 더 많은 백성들의 삶을 지켜줄 테니까요.”
“지원 병력으로 오우거들을 쓸어버린다면 굳이 죽일 필요가 없는 오우거들이 목숨을 잃게 될 텐데. 그것 역시 상관없다는 건가?”
트루드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침공을 한 것은 그들입니다. 그들에게 피해를 받은 이들이 워낙 많으니…….”
“3황자 전하는 생각이 유연한 분이라고 하시던데. 그대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도록 고지식한 면이 있군. 과거 보았던 기사들을 떠오르게 해.”
“……저를 모욕하는 것은 상관없으나 불필요하게 다른 기사분들을 낮추어 말씀하는 일은 자제해 주십시오.”
“오우거에게도 사정이 있다는 건 생각해보지 못했나? 지능이 낮다고는 하나 그들 역시 지성을 가지고 있는 인격체일세.”
마르틴의 표정은 꽤 진지했다. 트루드와 마르틴은 많은 면에서 생각이 달랐다. 그건 마르틴도, 트루드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 둘이 3황자의 밑에서 계속해서 생활하려면 확실히 정리를 할 필요가 있었다.
“순수한 힘으로 오우거를 상대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까?”
“지금의 나라면 단순히 오우거를 상대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족장까지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네.”
“진지하게 조언을 하나 드리자면 그 힘에 너무 자신만만하고 있다가는 큰일을 치르게 되실 수 있을 겁니다. 저 역시 제 힘에 취해 일을 그르칠 뻔한 적이 있으니.”
그렇게 말하는 트루드의 눈에는 왠지 모를 서글픔이 담겨 있었다. 마르틴은 그런 그녀의 진지한 말을 가볍게 듣지는 않았다.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건지는 알고 있었으나…….
“내가 용병 바닥에서 구른 세월만 해도 그대가 살아온 삶보다 더 오래되었을 걸세. 그런 거야 진작 깨달았지. 내가 가지고 있는 건 자만심이 아니라 자신감이야.”
“……한때 기사단에도 계셨다고 들었습니다.”
“아주 찰나의 과거일 뿐이지. 모든 기사들을 비하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들은 보잘것없었어. 특히나 그대처럼 혈기왕성한 나이에 타고난 재주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꼭 큰코다치고는 했지.”
트루드 역시 마르틴의 말을 가볍게 듣지 않았다. 그의 말은 틀린 게 없었으니까. 이미 트루드는 여러 위기를 겪었고, 3황자 덕분에 간신히 그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굳이 그런 것까지 말하지는 않았지만.
“3황자 전하를 따르다 보면 용병 생활을 하실 때보다도 더욱 위험한 일들을 많이 겪게 되실 겁니다.”
“그런 거야 각오하고 있지. 주군을 위해 검을 휘두르다 목숨을 잃어버리는 것만큼 영광스러운 일은 없을 테니 상관없어.”
“그것은 저와 통하는 바가 있군요.”
그렇게 말한 트루드는 작게 중얼거렸다.
“허나. 3황자 전하는 그것조차도 허락해주지 않으실 겁니다. 결국 3황자 전하께 하나둘 빚이 쌓여 가다보면 평생 갚지 못할 은혜가 생겨 있겠지요.”
그것은 트루드의 경험담이었다.
* * *
제국의 지원 병력이 도착하는 동안, 오우거가 점령한 곳 주변의 마을들에 경계를 강화했다. 혹여나 오우거가 추가적으로 다른 마을을 침공할 것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오우거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이제는 우리가 움직일 때가 되었다.
제국에서 지원해 준 수십의 병사들. 그리고 나와 챈슬러, 트루드와 마르틴까지.
베이언에 닥친 첫 번째 위기를 해결함과 동시에,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고 치안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는 꼭 성공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다그닥, 다그닥.
챈슬러가 검을 뽑아 앞으로 휘두르자 말을 탄 기병들이 일제히 앞으로 달려 나갔다.
“우와아아아!”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다른 이들도 뛰어나갔고.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던 오우거들이, 일제히 기다렸다는 듯 몰려나왔다.
“우어어!”
거대한 몸집과 더불어 쩍쩍 갈라진 근육들을 보자 그들이 가지고 있는 괴력을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었다. 실제로 보니 더욱 위압적인 기세를 뽐내고 있었다.
우지끈, 콰앙!
옆에 있는 나무를 오우거가 몽둥이로 후려치자 나무 한 그루가 그대로 쓰러졌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던 대로였지만…….
“전하. 아무래도…….”
“알고 있어.”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챈슬러가 내게 귓속말로 무언가를 전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몇 번이나 겪은 탓에 모를 수가 없었다. 오우거들의 눈에 흑마법의 기운이 보이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