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y Medical Life RAW novel - Chapter (76)
제76화
사실 오우거의 신체 구조가 인간과 동일하다는 보장이 없으니 정상적으로 붙일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신체를 접합하는 건 생각 이상으로 복잡한 일. 혈관 외에도 뼈나 힘줄, 신경과 피부 등. 많은 부분을 직접 이어줘야만 했고, 이 때문에 접합 수술에서 외과에서 필요한 모든 덕목을 엿볼 수 있다는 말이 나오기까지 할 정도였다.
그런데 오우거의 뼈가. 힘줄과 신경이. 인간의 구조와 동일할까. 설령 육안으로 큰 차이가 없더라도 잘 잇는다면 정상적으로 제 기능을 되찾을 수 있을까.
장담할 수 없는 문제였다. 게다가 오우거 족장의 팔이 절단된 지 일주일이 넘었다고 하니 인간을 기준으로 한다면 한참이나 늦은 시기였다. 세포에 필요한 산소 공급이 끊기고, 조직들이 괴사한 상태라면 접합을 한다고 하더라도 원래대로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오우거의 강인한 신체는 상처에도 빠르게 회복된다고 들었다. 그러니 절단된 팔의 상태를 보고 판단해도 될 문제였다.
족장은 내가 지시한 대로 잘려 나간 팔을 내 앞으로 들고 왔다. 투박한 상자 안에 담겨 있었지만 제 딴에는 꽤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는 듯했다.
인간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거대한 팔. 하지만 이미 시퍼렇게 질려버린 팔에서는 악취까지 풍기고 있었다.
다행히 절단면은 꽤 깔끔한 편이라 접합 수술 자체는 비교적 쉽게 이루어질 수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조직이 괴사한 팔이 기능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오우거들은 기대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을 거라고는 말을 해 놓았지만 그래도 저들의 입장에선 이것이 유일한 희망일 것이다.
반면 현자나 트루드를 포함한 힐데스하임의 사람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한 것.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성력은 분명 다양한 방면으로 신체를 회복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연적인 재생을 극대화하거나, 바이러스나 세균을 박멸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지금까지 내가 파악한 바로는 그랬다.
그런데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수준을 늘린다고 잘려 나간 팔이 다시 뻗어 나올 리는 없었다. 확실히 성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불가능한 일이라는 뜻이었다.
“전하. 혹시…… 의술을 통해 치료하시려는 겁니까?”
현자가 다가와 조용히 물었다. 현자는 내가 발칸 제국의 황비를 치료한 후로부터 내가 의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게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어떻게 의술을 익혔는지는 그로서도 모를 테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팔을 붙여도 정상적으로 회복될지는 모르겠어.”
혹여나 싶어 잘려 나간 팔에 성력을 부여해 보기도 했지만 괴사한 팔의 세포가 되살아나지는 않았다.
이대로는 접합한다고 해도 오히려 오우거에게는 거추장스러워 없느니만 못할 것이다. 게다가 절단된 팔의 오염된 부분이 그의 생명까지 앗아갈지도 모르고. 함부로 무작정 팔을 붙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현대였다면 사실상 접합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라면 조금이나마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구석이 분명히 있었다. 절단된 신체 부위를 이어 붙일 수 있는 기술이 없었기에 지금까지는 치료 불가능한 일이라고 여겨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가진 기술로 접합 수술에 성공한다면, 이후 성력으로 절단된 신체 자체를 되살리는 건 불가능한 것이 아닐지도 몰랐다.
역사서에는 멈춰버린 심장을 되살렸다거나, 숨이 멎어버린 이에게 호흡을 불어넣었다는 등의 성력으로 기적적인 일을 해냈던 기록들이 남아 있었다. 물론 역사서의 내용에는 허풍이나 과장이 섞인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으로선 그것이 유일한 희망의 끈이었다.
성력을 통해 생명의 끈이 끊어진 팔을 되살린 후에 의술로 팔을 접합시킨다. 물론 팔을 접합시키는 것이 우선일 테지만, 만약 성력이 팔의 기능을 되살리지 못한다면 오우거에게 달린 쓸모없는 팔은 단순히 거추장스러운 것을 넘어 그의 생명을 위험하게 할 수도 있었다.
“허.”
새삼스럽게 한숨이 튀어나왔다.
지금까지 내게 성력은 의술의 대체 수단이었을 뿐이다. 현대였다면 의학을 통해 훨씬 수월하게 치유했을 질환들도, 신성 제국의 황자라는 이유만으로 성력을 통해 치유해야만 했다. 물론 의술을 사용한 적도 있었지만 그건 가급적 자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성력은 생각한 것보다 더욱 많은 것들을 가능케 했고, 확실히 내가 가진 의학 수준만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로 보였다. 가슴 속에 지닌 성력의 고리들이 이처럼 대견하고 새롭게 느껴지기는 또 처음이었다.
그렇게 감회에 빠져있던 것도 잠시였다. 우선은 내가 생각해 둔 계획이 정상적으로 실행될지 확인부터 해 보기로 했다.
절단된 오우거의 두툼한 팔에 가지고 있는 성력을 불어넣었다. 성력이 오우거의 팔에 스며들며 회복되는 느낌이 가슴팍으로 전달되었지만 겉으로는 전혀 진전이 보이질 않았다.
그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희망 가득한 오우거들의 눈빛이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아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었지만 불안하기는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만약 정상적으로 회복될 것이었다면 진작에 기미가 보였을 것이다.
“당장은 해결될 것이 아니니 우선은 원래 너희들의 거처로 돌아가 있어.”
그렇게 말하며 억지로 오우거들을 돌려보냈다.
그리곤 혼자 궁리하다가 현자에게 물었다.
“왜 회복이 되지 않는 걸까? 팔이 분리돼 있어서?”
현자 역시도 그에 대한 해답을 알지는 못하는 듯 잠시 생각에 빠진 모습이었다. 그리곤 이내 고개를 저었다.
“확실치는 않지만 아마 그런 것은 아닐 겁니다. 성력은 그 자체로 신체를 회복시키는 힘이니 말입니다. 전투의 최전방에 서 있는 이들에게 있어 신체의 일부가 절단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고, 그를 회복시키는 것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걸림돌이 되었던 건 분리된 신체를 접합시키는 것이었지, 절단된 부분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 현자의 부연 설명이었다.
“성력은 신께서 인간을 위해 내려주신 힘이니 인간에게 그 효과가 더욱 탁월하게 작용합니다. 지금 당장은 전하의 성력이 온전히 자리 잡은 것이 아니라 조금 부족한 것이 아닐지…….”
쉽게 말하면 내 성력이 부족하다는 뜻이었다.
“아버지나 형들이라면 가능할까?”
잠시 머뭇거리던 현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제 경지가 부족하여 전하께 도움을 드리지 못하는 점…….”
“됐어. 누구 때문인데.”
현자는 나를 깨우치기 위해 본인의 고리를 태워버렸고 그게 힐데스하임에서 얼마나 큰 불이익을 가져다주는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되려 내게 머리를 숙이고 있으니 보기가 영 불편했다.
어쨌거나 지금의 내 성력으로는 불가능한 일. 그렇다고 내게 적대심을 가진 형들의 손을 빌리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고, 이런 일로 아버지에게 손을 빌릴 수도 없었다.
“혹시 대주교라면?”
형들이나 아버지를 제외한다면 아마도 현 힐데스하임에서 가장 우월한 성력을 가지고 있을 이.
“그가 도울지는 모르겠습니다.”
대주교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에 대한 소문은 사실 좋지 않은 편이었다. 박쥐처럼 눈치를 살피며 본인의 이득을 위해 행동하기로 유명했다. 그렇기에 그가 내게 도움을 줄 가능성은 희박했다.
내게 도움을 준다면 그 사실은 형들의 귀에까지 들어갈 것이 당연했고, 그렇게 된다면 훗날 형들이 더욱 강력한 권력을 갖게 되었을 때 대주교에게 불이익이 갈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은 그게 유일한 방안인 듯 보였다.
“제가 그와 짧게나마 연이 있으니 서신을 보내보겠습니다. 허나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대주교에게 연락이 닿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 * *
“파우스트에게서 온 서신이라.”
대주교는 간만에 받은 현자의 연락을 받고는 복잡한 심정이 들었다. 젊었을 적 파우스트와는 여러 가지 주제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정도로 절친한 사이였고, 대주교 또한 그와는 통하는 부분이 많다고 여겼었다. 언젠가 둘 중 한 명이 중책을 맡게 된다면, 힐데스하임 신성 제국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기로 약조까지 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게 되었다. 물론 달라진 것은 대주교 본인이었다. 현자는 늘 한결같은 사람이었으니까. 아마도 그런 덕에 성황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던 것이리라. 대주교는 그래서 시기를 느껴 파우스트와 멀어지게 되었고.
한결같이 올곧은 것이 현자 파우스트였고, 현 신성 제국의 성황의 총애를 한몸으로 받았다. 대주교는 그것을 보며 시기와 질투심을 느끼게 되었다.
“부끄럽군.”
그것이 그 누구에게도 지금까지 말하지 못한 대주교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대주교는 부끄럽게도 성황의 총애를 받기 위해 교활하게, 정치적으로 행동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점점 젊었을 때의 신념을 잃게 되었고, 옳지 못한 것을 알면서도 성황의 뜻을 따르는 꼭두각시가 되었다.
현자와 대주교가 멀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현자는 대주교를 아무렇지 않게 대했지만 대주교는 현자를 마주 볼 자신이 없어 피하고 다녔다.
“여전하군.”
그리고 몇십 년 만에 받은 서신에서도 현자는 대주교를 원망하고 있지 않았다. 그럴수록 대주교의 마음은 더욱 불편해질 뿐이었다.
서신을 모두 읽어본 대주교는 고민에 빠졌다. 베이언으로 와서 3황자를 도와줄 수 있냐는 현자의 부탁.
마음 같아서는 단칼에 거절하고 싶었다. 지금껏 그래왔듯 자신의 입지에 대한 고민 때문이 아니었다. 성황이 임기를 다하고 있고, 이미 자신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위치에 오른 상황인데 더 이상의 욕심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하지만 이미 현자에게 부끄러울 대로 부끄러운 모습을 다 보인 와중에, 이제 와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오랜 고민 끝에, 3황자를 만나 부탁이 무엇인지 정도는 들어보기로 했다.
파우스트와 챈슬러.
그 둘이 따르는 3황자는 대체 어떤 사람인지, 대주교에게 바라는 부탁이 어떤 것인지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던 탓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