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y Medical Life RAW novel - Chapter (91)
제91화
“정말이라니까. 3황자 전하께서 성웅을 불러내셨네. 전하는 이 세상을 구원할 성자이셨던 게야.”
“마수가 내뿜는 위압감이 얼마나 살벌하던지. 그 상황에서 전하가 아니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정말 끔찍하군.”
헬리배드로 파병을 나갔다가 돌아온 베이언의 기사들은 동료들에게 경험담을 자랑처럼 퍼부어 놓았다. 그걸 들은 기사들은 함께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면서도 3황자의 무용담에는 허풍이 담긴 것이 아닌지 의심을 품기도 했다.
“정말로 성웅께서 부활하셨단 말인가? 그런 게 가능하단 말인가?”
“안 될 것이 뭐 있나. 전지전능한 신께서 직접 선택하신 성자가 3황자 전하라면 불가능할 것도 없지.”
“헌데 전하의 성력은…….”
“자네들도 알지 않는가. 전하께서 소문과는 달리 깊이 있는 성력을 보유하고 계신다는 것을.”
“헌데 그 정도인 줄은 몰랐지.”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일세.”
“백번 양보해서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콜마르 헬리배드께서는 분명 그만한 힘이 없으실 텐데.”
“트루드 경도 불카누스 앞에서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고 안 했나?”
베이언의 기사들은 대부분이 기사단 모집 공고를 보고 막 몰려든 이들이었다. 이들로서는 나이도 어리고, 심지어 기사 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여성인지라 알게 모르게 얕잡아 보고 있던 것이 사실이었다.
특히나 3황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은혜를 입은 적이 있던 이들이 대부분이었기에, 그런 그녀가 3황자의 총애를 받는 기사라는 사실이 못마땅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채 사흘도 가지 못했다.
비록 명망 있는 기사단의 실력자는 아니었지만, 이들은 꽤 오랜 기간 기사로서 활동을 해 왔고 한시도 검을 소홀히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실력을 평가하겠다는 트루드의 목검에 얻어맞고 볼품없게 바닥을 뒹구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여기사.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경지 높은 무력과 성력. 힐데스하임의 성기사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을 트루드는 겸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한시도 쉬지 않고 독하게 수련하는 모습을 보며, 단순히 그녀가 재능으로만 그 경지에 오른 것이 아님을 알게 되면서 그녀를 진심으로 따르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조차 마수의 왕, 불카누스에게는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
그런 불카누스를, 비록 과거 세상을 구한 성웅이었다고 할지라도 평가가 꽤나 박한 콜마르 헬리배드가 가볍게 제압했다는 사실이 의아했다.
“신께서 성웅에게 특별한 힘을 내리셨을 수도 있고, 아니면 역사가 전해지면서 왜곡된 걸 수도 있네만. 중요한 것은 분명 성웅께서 불카누스를 무찌르셨다는 것과, 그 성웅을 소환하신 것이 전하라는 것이지.”
핵심은 변하지 않았다. 그것이면 되었다.
3황자가 힐데스하임 내에서 유언비어처럼 떠도는 소문과는 달리, 훌륭한 사람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대부분이 3황자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3황자가 베이언에서 기사단을 모집한다고 했을 때 지원하기는 하였으나. 역시 이들은 3황자에게 큰 기대를 품고 있지는 않았다.
단지 3황자의 인품을 보고 지원했을 뿐이니까. 아니, 조금 더 솔직한 이유를 들자면 어쨌거나 황족의 기사단으로 입단하게 된다면 이들로서는 훨씬 더 풍족한 삶을 기대할 수 있었다. 단지 그뿐이었다.
힐데스하임의 성기사로서 추구해야 할 더욱더 높은 성취는 뒤로하고, 보잘것없는 가문의 입지를 올리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과거에 꾸었던 성대하고 찬란한 꿈을 저버리려 했으나.
“3황자 전하께서는 정말로 큰일을 이루실지도.”
가능성이 낮은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현재 힐데스하임의 황자들 중 가장 입지가 좁은 것이 3황자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베이언 내에 퍼진 3황자의 업적에 대한 소문은 성국 전역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었고 불카누스가 부활했다는 소문으로 인한 불안감과 함께, 3황자에 대한 기대감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물론 그 사실을 완전히 신뢰하고 있는 이는 드물겠지만.
그런 그들로서도 3황자가 만들어 낼 변화의 방향에 대해선 조금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 * *
성황과의 대화를 마친 후 베이언으로 돌아와 성황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성황의 명령이 떨어졌다.
발칸 제국의 황태자와 직접 만나 이야기 정도는 나누어 보라고.
그를 만난다고 꼭 일이 수월하게 풀릴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발칸 제국의 상황도 힐데스하임과 크게 다를 바가 없듯이, 황제가 대부분의 결정권을 지닌 상태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내게는 유쾌한 일처럼 느껴졌다. 발칸의 황태자는 나와 통하는 바가 꽤 많다고 느껴졌으니까.
그에게 서신을 보내자 곧바로 답장이 왔고 그의 초청에 따라 두 번째로 발칸 제국의 수도인 브레멘으로 향하게 되었다.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았소.”
황태자는 웃는 얼굴로 나를 맞이해 주었다.
“아닙니다.”
“담소나 나누러 온 것은 아닐 테고. 대충 이야기는 전해 들었지만…….”
“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성황께서는 발칸과 힐데스하임의 관계를 예전처럼 돌려놓고자 바라고 있습니다.”
“……그게 정말이오? 단순히 황자의 뜻이 아니라?”
“말하자면 길지만, 일단은 성황께서 말씀하신 바가 맞습니다.”
황태자는 그게 이해하기 힘든 듯한 반응을 보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정말 그런 것이라면 정말로 잘된 일이겠지. 두 제국이 손을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커지게 될 테니. 허나…….”
그는 난감한 얼굴을 하며 말끝을 흐리다가 이내 다시 말을 이었다.
“문제는 저희 쪽의 황제께서도 뜻이 확고하시다는 거요.”
대충은 알고 있었다. 만약 이번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힐데스하임이 발칸과의 관계를 회복할 필요성이 생기지 않았다면.
성황은 결코 발칸과의 화해를 바라지 않았을 거고, 그건 발칸 제국의 황제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설령 그게 인류의 멸망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하더라도 말입니까?”
“……인류의 멸망 말이오?”
이왕 이렇게 된 거, 황태자에게는 내가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 전달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그는 힐데스하임의 사람이 아닌지라 내가 하는 말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지만 그렇다고 감출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게 정말이라면. 큰일이로군.”
황태자는 내 말을 꽤나 진지하게 받아들였는지 심각한 얼굴로 고민에 잠겼다.
“황제께서는 그 말을 믿지도 않으실 것이고, 설령 믿는다고 하더라도 발칸의 힘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으실 것이오.”
발칸이 지금 모든 대륙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그에 따라 자존심도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건 발칸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 마수의 힘을 직접 보지는 못했으니 내가 감히 추측할 수는 없고. 그대가 그렇다면 우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맞겠으나, 내가 정녕 황제를 설득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소.”
황제의 일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쩐지 내가 보았던 황태자의 강단 있던 태도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만큼 그에게는 황제가 설득하기 어려운 대상이리라.
“우선은 이렇게 방문하고 손을 먼저 내밀어 주어서 정말 고맙소. 내가 기회를 엿보다 아버지께 잘 말해 보겠소. 지금은 폐하께서 서쪽의 반란군을 진압하러 직접 출정하신 터라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잘 모르겠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장에 큰 소득을 얻지는 못한 터라 아쉽기는 하였으나 우선 전해야 할 말들은 전부 전한 상태였다. 그렇게 황태자의 궁을 떠나려는데.
[‘운명의 권능’이 발동됩니다.] [선택의 갈림길, 개척할 수 있는 미래가 제공됩니다.]별안간 가슴 속의 고리가 회전하며 미래의 환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눈앞에 나타난 풍경은 폐허가 된 마을이었다.
“전부 베어 넘겨라! 반란군들이다!”
말을 타고 달리는 기사들. 선두에 선 기수가 들고 있는 깃발은 발칸 제국의 황제가 등장했음을 알리고 있었다.
돌진하는 기사들 사이에, 여유롭게 말을 탄 채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남자, 발칸 제국의 황제가 보였다. 그는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지은 채로 눈앞에 펼쳐지는 학살을 관망하고 있었다.
“저, 저희는 반란군이 아닙니다!”
“어찌 저희가 반란군이란 말입니까! 평범하게 살아가는 소시민일 뿐…… 크악!”
“닥쳐라!”
겉으로 보기에도 지극히 평범한 작은 시골의 풍경이었다. 저들이 결코 반란군처럼 보이지는 않았으나 발칸 황제의 군대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민간인들이 칼에 맞고 피가 튀기며 잔혹한 현장이 펼쳐졌고, 단 한 명의 남자만이 살아남은 채로 결박되어 황제의 앞에 무릎 꿇렸다.
“폐하! 저는 정말로 반란을 꿈꾼 적이 없습니다.”
“네 이름이 뭐지?”
황제는 그 남자를 향해 물었다.
“튀센 남작입니다. 저희는 대대로 소박하게 영지를 가꾸어 오던…….”
“그건 물은 적이 없다. 그대가 생각하기에 이대로면 충분할 것 같은가?”
“예…… 예?”
“본보기로 말이다. 황실의 권위가 바닥까지 떨어진 것 같아서 말이지. 본보기로 확실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는데. 그대가 생각하기로도 고작 남작령 하나로는 부족하겠지?”
황제는 애초부터 반란군을 진압하려던 것이 아니었다. 그걸 알게 된 나는 나도 모르게 입술을 거세게 짓씹었다. 이건 성황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쓰레기였다.
“그대에게 특별히 기회를 주지. 다음은 어디로 향하면 되겠는가?”
“폐, 폐하! 부디 살려주십시오. 입은 꾹 다물고, 조용히 산에 들어가 죽은 목숨으로 숨어 살겠습니다.”
“그래?”
황제는 미소를 머금은 채로 말에 올라 결박된 남자 앞을 지나갔다. 그 남자가 한도의 한숨과 함께 몸을 부르르 떨던 것도 잠시.
“크아악!”
황제는 안심하고 있던 남작을 뒤에서 베어버렸다. 거기서 희열감이라도 얻은 것인지 아예 폭소까지 하고 있었다.
“크하하하하! 하하하하!”
차마 두 눈으로 지켜보기도 힘든 광경이었다.
하지만 이윽고 더욱 끔찍한 벌어지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마기가 몰려든 것이었다. 그건 황제로서도 예상치 못한 일인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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