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late's Villain RAW novel - Chapter (106)
홈플레이트의 빌런-107화(107/363)
# 107
슈퍼 빌런 (3)
1
패가망신의 지름길.
퀘스트 이름에서부터 냄새가 확 풍긴다.
포스트시즌에서, 일생에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퀘스트다. 회귀했으니 다시 한 번 할 수 있는 거다.
어쨌든,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이건 도박이나 마찬가지다. 아니, 마찬가지가 아니라 그냥 도박이다.
포스트시즌에서만 모을 수 있는 포인트로 도박을 하는 거다.
그리고 패가망신하거나, 적당히 뭔가를 얻고 적절할 때 빠지거나.
그게 아니면 정말 말도 안 되는 걸 얻고 초대박을 터뜨리거나.
ㅇㅅㅇ :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르는 법이다.
ㅍㅅㅍ : 한 번 호되게 당해 놓고도 아직 모르다니.
ㅍㅅㅍ : 이 붕어 대가리 포수 놈.
나는 2046년, 4할 1푼 4리에 72홈런을 친 그 시즌에 여기 도전했다.
그리고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지. 이 운빨좆망 퀘스트의 첫 시작은 매우 중요하지만 내 능력과는 관계가 없다. 말 그대로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스타트를 끊었고, 결과적으로는 S급 스킬 5개를 날리고 만렙 스킬 4개가 레벨 초기화됐으며 페널티 스킬까지 떠안았다.
최악의 선택이라고 해도 내 잘못이 아니었다. 운이 얼마나 없었으면 그럴 수 있었던 건지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그냥 이건 뭐, 불법 스포츠 토토 같은 거지.
ㅡㅅㅡ: 불법 스포츠 토토라니.
ㅡㅅㅡ: 요정님의 야심작을 그런…….
야심작이라고 하기엔 너무 변태 같지 않냐?
어쨌든, 이번에는 포인트를 꽤 가지고 시작하는 데다 비장의 무기가 있다.
[패가망신의 지름길: 현재 포인트는 57점입니다.] [다음 경기가 시작되기 전날 밤에 첫 선택지가 오픈됩니다.] [마음을 졸이며 기다려 주세요.]2
우리 팀이 카디널스를 3 대 0으로 깔끔하고 완벽하게 박살 낸 시점에서, 다저스는 자이언츠와의 라이벌전에서 2승 1패로 앞서 나가고 있었다.
하루 일찍 일정을 시작한 아메리칸 리그에서는 레인저스와 양키스가 2 대 2로 동률을 이루게 되었고, 레드삭스는 인디언스를 3 대 1로 눌렀다.
나는 3연승으로 얻은 꽤 긴 휴식을 모두 상대 팀 분석과 개인 훈련에 투자하기로 했다. 팀 훈련 외의 시간은 모조리.
부모님은 그런 나를 이해하셨고, 미국의 옛 수도인 필라델피아 관광을 즐기고 계신다.
특히 다저스 대 자이언츠의 디비전시리즈 모든 경기를 낱낱이 분석했다. 어떤 타자가 자신감이 넘치는지, 투수의 컨디션이 어떤지, 패턴에 변화는 없는지. 작전, 시프트, 더그아웃 분위기와 감독의 표정까지.
다저스와 자이언츠의 4차전은, 자이언츠의 2 대 3 역전승으로 끝났다. 시리즈 전적 2 대 2. 한 경기 더 분석할 기회가 생긴 데다, 마지막 한 경기에서는 총력전이 벌어져 투수들이 녹초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 좋은 결과다.
“다저스 선발진이 홈에서 강했지.”
다저스가 내셔널리그 전체 승률 1위기에 다저스가 올라오면 1, 2차전과 6, 7차전을 LA에서 갖는다.
반대로 자이언츠가 올라오면 3, 4, 5차전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다. 다저스 선발투수들이 줄줄이 홈 스위트 홈 키워드를 가지고 있었는데, 다저스랑 붙게 되면 상황이 조금 빡빡하게 돌아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경기는 제삼자 입장에서 보자면 상당히 재밌었다.
홈 스위트 홈 키워드를 가진, 다저스타디움 여포인 반스 그랜트가 뚝 떨어지는 스플리터로 쉴 새 없이 삼진을 잡아 댔고, 셜롯이 솔로 홈런을 때렸지만 자이언츠도 만만치 않았다.
번트와 런 앤드 히트에 이어 수비 실책을 틈타 동점. 셜롯은 불같이 화를 냈고, 각자 1점씩 더 낸 상황에서 경기는 연장으로 흘러갔다.
“자이언츠, 10회 초에 2사 만루 기회를 잡습니다.”
“타석에 들어서는 폴 대븐포트. 4차전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때려 낸 젊은 스타 포수가 팀을 더 위로 이끌 기회를 잡습니다!”
대븐포트의 키워드 중에 승부욕과 홈 스위트 홈, 스타 의식이 있었다.
지난 4차전에서 2 대 0으로 밀리며 패색이 짙었던 8회 말에 쓰리런을 때리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는 데 큰 공을 세웠다.
하지만 지금은 동점 상황이기에 승부욕 키워드도 별 쓸모가 없고, 원정이기에 홈 스위트 홈 키워드도 마찬가지다.
마운드에는 다저스 마무리인 헨리 보크스가 올라왔고, 대븐포트는 보크스의 트레이드 마크인 101마일 패스트볼 두 개와 이어지는 너클 커브에 당하며 삼구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10회 말에는 다저스 미래의 골드글러브 외야수인 루카스 에비아스가 주자를 3루에 두고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쳐 냈다. 결국, 다저스의 승부수가 통한 거다.
“다저스가 해냅니다! 루카스 에비아스가 다저스 타선의 희망으로 떠오릅니다!”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저 선수를 주목해야 합니다. 타구 질이 아주 좋아졌어요! 축하해요, 다저스!”
우리의 다음 상대는 다저스로 정해졌다.
첫 경기에 에이스도 내지 못하고, 불펜도 너덜너덜해진 다저스.
꽤 상황이 괜찮게 흘러간다.
ㅇㅅㅇ: 패가망신으로 가즈아!
넌 아무것도 모른다. 우매한 요정 놈.
ㅡㅅㅡ: 요정님이 모르는 건 없다.
언제까지 그렇게 건방질 수 있나 보자.
ㅎㅅㅎ: 금강불괴 털리고 질질 짜지나 마라, 호모 사피엔스.
인간을 얕보지 마라, 종이 쪼가리.
ㅎ血ㅎ: 스킬 다 털리고 소포모어 징크스 겪는 꼴이 눈앞에 선하군.
유치하게 언제까지 이런 말장난할래? 적당히 맞춰 줄 때 그만 하자, 응?
ㅡ,.ㅡ: 장단 좀 맞춰 줬더니, 이 건방진 초소형 포수 놈이.
3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라는 최악의 라이벌전이 벌어지는 아메리칸리그.
그리고 투수력의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타격의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맞붙는 내셔널리그.
자칭 혹은 타칭 야구 전문가들은 각자 앞다투어 전망을 내놓았다.
[메이저리그 전문 기자 설문 조사. AL CS: 레드삭스 52%, 양키스 48%.] [메이저리그 전문 기자 설문 조사. NL CS: 다저스 51%, 필리스 49%.]양대 리그 승패 전망은 설문 결과를 봐도 알듯이 팽팽했다. 자랑인 투수력을 많이 소모했지만, 시즌 내내 기복 없는 모습을 보여 온 다저스와, 디비전시리즈에서 경험의 부족을 조금 보여 준 필리스.
언론의 전망만큼 팬들의 기세 싸움도 치열했다.
[필리스? 입으로 야구 하는 놈들? 그게 뭐가 무서워?] [인디펜던스 데이를 기억해? 거기서 LA가 박살 나는 건 알지? LA 다저스는 곧 그 꼴이 될 거다.] [결국, 인류는 승리하지. 이 외계인 놈들아. 핵폭탄 맞고 다 죽는 거 몰라?]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즈? 다저스 최악의 실수?]어쨌거나, 2029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아메리칸 리그에서 레드삭스가 양키스를 5 대 2로 꺾고 1승을 가져가 펜웨이 파크가 환호에 휩싸인 그 순간.
[패가망신의 지름길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해당 퀘스트는 당신의 선택에 따라, 그리고 경기 상황에 따라 드라마틱하게 변화합니다.] [패가망신의 지름길 퀘스트는 당신의 시작점을 아주, 매우, 굉장히 다양하게 제공합니다!] [당신의 앞에 1번부터 1,000번까지 다양하고 흥미로운 숫자 카드가 놓여 있습니다. 하나를 신중하게 선택해 주세요.] [각 카드의 뒷면에는 퀘스트 기간 동안 가져갈 수 있는 특전이 쓰여 있습니다.] [단, 마이너스 특전도 있으니 유의해서 골라 주세요.] [※해당 선택은 퀘스트가 끝날 때까지 변동되지 않습니다.]로스앤젤레스의 호텔에서 편안히 휴식을 취하고 있던 홍빈의 눈앞에, 회귀 전 자신의 많은 것을 강탈해 갔던 그 선택지가 떠올랐다.
4
요정, 내가 회귀 전에 뭘 뽑았더라? 진짜 개똥 같은 거 걸려서 피똥 쌌었잖냐?
ㅇㅅㅇ: 플러스 배율 1배에 마이너스 배율 100배.
ㅡㅅㅡ: 보너스 특전 없음.
ㅍㅅㅍ: 말 그대로 최악이었지.
패가망신의 지름길은, 자신의 포인트를 가지고 도박을 하는 거다. 플러스 배율은 안타나 홈런, 호수비 같은 것들에 곱해서 점수를 얻고, 마이너스 배율은 실책이나 삼진, 병살 같은 데 곱해서 점수를 잃는다. 그리고 점수가 떨어질수록 스킬 레벨이 떨어지거나 스킬이 아예 사라지기도 한다. 플러스 배율 1배라 안타 하나당 1점씩 찔끔찔끔 점수를 적립해도, 병살 하나에 300점이 날아갔으니 답이 있을 리가 있나.
최초 포인트는 1점인데 디비전시리즈에서 꽤 활약해서 57점을 만들었으니, 이걸로 시작한다.
1점으로 시작했다가는 삐끗하는 순간 아주 지옥으로 빠져드는 거다.
내 타격감은 최고조에 가깝고, 믿는 구석이 있었기에 이걸 한 거다. 이길 자신이 있으니까. 그리고 1점과 57점의 차이는, 3경기를 손해 봄에도 불구하고 스노우볼이 굴러가기 시작하면 엄청난 이득으로 내게 돌아올 것이다.
ㅡㅅㅡ: 자만하지 마라.
8ㅅ8: 큭큭, 또 멍청하게 이상한 걸 골랐다가는 정말 패가망신할 것이다.
자, 그럼 고르기 전에.
요정.
ㅇㅅㅇ: 왜.
저기서 제일 좋은 게 몇 번이냐?
플러스 배율 제일 높고 마이너스 배율은 제일 낮으며, 보너스 특전 제일 빵빵한 게 몇 번 카드에 숨어 있냐고.
ㅡㅅㅡ: 헛소리를 당당하게 하는 법을 배워 왔군.
ㅇ血ㅇ: 청렴하고 공평한 요정님이 어째서 그런 걸 가르쳐 줄 거라 생각한 거지……?!
약속했잖냐. 50경기 21홈런 쳤을 때.
ㅇ□ㅇ: ……?!
뭐든 내가 원하는 거 딱 하나 알려 준다며.
기억 안 나냐?
ㅇ△ㅇ: …….
표정 보니까 기억났네, 기억 났어.
ㅇoㅇ: ……!
현실도피 하지 말고, 빨리 말해라.
요정은 거짓말 같은 거 못 한다며? 내 말이 맞지?
설마 공명정대하고 공평무사하신 요정님이 거짓말 따위를 하진 않겠지?
◎□◎: …….
◎ㅅ◎: …222.
좋다, 222번.
내가 222번을 선택하자, 다른 999개의 카드가 모두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222번이 번쩍하고 빛나며 공중에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플러스 배율 100배, 마이너스 배율 0.5배의 카드를 골랐습니다!] [해당 카드에는 보너스 특전이 제공됩니다.] [원하시는 S급 스킬을 지목하시면, 포스트시즌 기간 한정으로 10레벨 스킬을 무료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灬╹ω╹灬: 저기, 있잖아.
뭐? 왜?
灬╹ω╹灬: 보너스 특전은 양심껏 안 받아도 되지 않을까?
꺼져.
8ㅅ8: …….
스킬, 마법의 가을을 선택한다.
이건 KBO 커리어 마지막 즈음에 얻었었다. 사실, 3천 안타에 포스트시즌 안타는 포함되지 않기에 레벨을 올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히든 유틸리티가 뭔지는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제한이 있는 스킬의 히든 유틸리티 성능은 정말 끝내준다는 것이고 패가망신의 지름길과 정말 잘 어울릴 거라는 것이다.
음.
아마도. 맞겠지?
[마법의 가을(S)스킬을 기간 한정 10레벨로 사용 가능합니다!] [마법의 가을(S) : 포스트시즌 기간에 모든 능력이 큰 폭으로 상승합니다.] [마법의 가을 스킬의 히든 유틸리티를 사용 가능합니다!] [5레벨 히든 유틸리티, ‘올 가을은 풍년’을 사용 가능합니다.] [올 가을은 풍년 : 주자 만루 상황에서 1시리즈당 1회 사용 가능. 1타석 동안 투수의 모든 투구 궤적이 보입니다.] [10레벨 히든 유틸리티, ‘가을엔 인생 샷’을 사용 가능합니다.] [가을엔 인생 샷 : 사용한 타석에서 타구를 날릴 경우, 비거리가 최대 100미터 추가됩니다. 추가되는 비거리는 기존 타구의 비거리와 반비례해 적용됩니다. 타구 발사 위치에 따라서도 변경 적용됩니다.] [쿨타임: 500년.]뭐, 쿨타임 500년?
어쨌든 제대로 맞히면 그냥 넘어가는 거네? 105포인트 몽땅 걸고 들어가면 되는 거네?
8ㅅ8: …….
왜 우냐.
내가 잘하는 게 싫냐?
8ㅅ8: 작작 해 먹어라, 이 나쁜 새끼야.
8ㅁ8: 혼자 다 해 처먹고 이 나쁜 새끼.
ㅠ□ㅠ: 엉엉엉ㅠㅠㅠㅠㅠㅠㅠㅠㅠ
5
마음이 가볍다. 몸도 가볍다.
마법의 가을 스킬은 이 기간 동안 내게 최상의 컨디션을 제공하고, 뭐든 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패가망신의 지름길, 이번 타석에 57포인트 건다.’
[패가망신의 지름길에 포인트 57을 베팅했습니다.]단타는 1점, 2루타는 2점, 3루타는 3점, 홈런은 4점.
볼넷은 1점, 타점당 1점, 득점당 1점.
다저스 팬들의 야유 소리 따위는 기분 좋게 웃어넘길 수 있다.
[트로이 밀러.] [우투우타, 선발투수.] [키워드: 에이스, 강심장, 슬로우 스타터, 싸움닭, 인저리 프론, 좌타 천적.]부상과 경기 초반 기복만 없다면 확실한 에이스감인 트로이 밀러는 슬로우 스타터답게 시작과 동시에 볼넷 두 개를 내줬고, 나는 무사 1, 2루에 타석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완벽하다. 주자가 없어도 어쩔 수 없이 그냥 쓰려했는데 두 명이나 베이스에 나가 있다.
‘가을엔 인생 샷 사용.’
[가을엔 인생 샷을 사용합니다!] [해당 타석에서 타구 비거리가 최대 100미터 증가합니다.]이제 제대로 외야를 향해 날리기만 하면 된다.
포수 마스크 아래로 보이는 셜롯의 콧수염이 오늘따라 우습게 보인다.
“Hello, 애송이. 너 요새 끝내주더라. 오늘은 홈런 안 칠 거지? 살살하자고. 내가 끝내주는 미녀들을 소개해 줄게. 끌리지?”
대꾸하지 않고 어깨를 한 번 으쓱해 준 후, 타석에 섰다.
유리 몸이지만 자존심 강한 투수가, 챔피언십시리즈 첫 경기에서 시작하자마자 연속 볼넷으로 타자를 내보내고, 루키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꽂을 확률은?
알 게 뭐냐.
99%쯤 되겠지.
따악-!
아직 제대로 경기의 긴장감도 올라오지 않은 시점에서 살짝 밀어 친 타구가 말도 안 되게 쭉쭉 뻗기 시작한다. 원래라면 간단한 우익수 플라이였을 텐데, 그대로 깔끔하게 펜스를 넘어갔다.
내게 야유를 보낼 준비조차 안 된 다저스 관중들의 못 믿겠다는 듯한 표정을 감상하고 와르르 뜨는 시스템 메시지를 읽으며 겨우 웃음을 참았다.
[배팅 포인트는 57점이었습니다.] [3점 홈런으로 8점을 획득합니다.] [보너스 100배가 적용됩니다!] [45,600포인트 획득!] [패가망신의 지름길 샵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45,600점?
이거, 스노우볼이고 뭐고 필요 없이 인생 진짜 한 방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