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late's Villain RAW novel - Chapter (137)
홈플레이트의 빌런-138화(138/363)
# 138
필리스가 뭐 어쨌다고요? (8)
1
김태원은 마산 다이노스에서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로 넘어온 선수다.
포스팅 금액 1,400만 달러.
메츠 단장은 이 선수가, 뉴욕의 한인들을 경기장으로 불러들이기를 원했다.
포수라는 포지션의 특성상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기에, 언어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부분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는 아시아인을 포수로 영입한 것은 다소 위험성을 내포한 일이긴 했다.
한국인 선수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메츠 단장이 확인한 것은 한국에서는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나면 나이 어린 선수가 나이 많은 선수에게 맞아도 오히려 어린 선수가 고개를 숙인다는 점이었다.
대부분 한두 다리 걸치면 아는 사이인 좁은 선수 풀과 한국 특유의 운동부 선후배 문화.
어린 선수가 베테랑 선수에게 거슬리는 짓을 하면 베테랑 선수가 어린 선수를 불러다 훈계하고, 어린 선수는 고개를 숙인다.
김태원을 영입한 것은 혼자 판단한 것이 아니라 한국의 야구 관련 인물들에게 조언을 구한 것이기도 했다.
미쳐 날뛰는 한국인 애송이를 휘어잡아야 한다.
KBO 풀타임 7년 차 포수이자 경남 지역 선후배 관계인 김태원이 홍빈의 기를 죽일 수 있을 거라는 게, 일견 웃긴 면이긴 하지만 김태원을 영입하기로 한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였다.
물론, 김태원은 풀타임 7시즌을 포함해 8년간 한국에서 0.287의 타율에 161개의 홈런을 친 공격형 포수이기도 했다.
단장의 구상은 수비력에 강점이 있는 에브러햄과 쓸 만한 공격력(메이저리그에서 얼마나 통할지는 미지수이기는 하지만)의 김태원을 조화롭게 배치하는 것.
메츠 단장은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얼간이 혹은 나사 빠진 놈 같은 비아냥을 듣긴 하지만, 자신의 판단이 맞을 거라 굳게 믿고 있었다.
에브러햄이 발목 부상으로 빠지고, 너클볼러 코토 배니어가 어쩔 수 없이 내려간 후.
메츠의 5선발 후보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향후 메츠의 선발진을 이끌 거라 기대받는 레스 볼랜드와 김태원이 동시에 투입될 때까지는.
그리고 첫 수비 이닝을 무사히 막아 냈을 때도 괜찮았다.
하지만 1이닝이 더 지나고 김태원이 타석에 들어섰을 때.
뻐억!
“What the fuck……?”
메츠 단장은 TV 중계 화면으로도 생생하게 들리는, 팀의 새 포수의 코뼈가 내려앉는 소리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홍빈의 강력한 펀치가 김태원의 안면 정중앙에 작렬했다. 김태원은 공중에서 한 바퀴 돌다시피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아무래도 한 방에 기절한 것처럼 보였다.
엎어진 채 일어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한국인들은 나이 많은 선수한테 깍듯하다며……?”
타석에 들어선 김태원이 낫아웃 삼진이 되자 홍빈을 밀면서 발로 걷어찬 게 먼저긴 했지만, 시티 필드의 홈 플레이트로 양 팀 모든 선수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본 후에는 그런 생각조차 하기 힘들었다.
곧 양 팀의 모든 선수가 한데 뒤엉켰다.
중계 카메라는 경기장으로 난입하려는 개빈 폴체스키를 온몸으로 막는 필리스 코치 셋과, 메츠 3루수를 업어 치기 하는 필리스의 새 감독, 그리고 메츠 선수 다섯 명에게 둘러싸여서 한 명씩 쓰러뜨리고 있는 홍빈을 보여 주고 있었다.
“Goddamn. 싸움에서도 져? 지저스 크라이스트.”
또 큰일인 것은, 알렉스 알렉세이 에브러헴이 고의적인 살인 태클을 하다 되레 병원에 실려 갔다는 점이다.
누가 봐도 고의성 다분한 플레이였고, 끔찍한 플레이.
부상이 심각하지 않더라도 징계를 받기엔 모자람이 없었다.
그리고 김태원도 마찬가지였다.
설사 코뼈가 부러지지 않았더라도, 애초에 메이저리그에서 발차기는 금기시된 행동이다.
먼저 홍빈에게 발길질했으니 징계는 피할 길이 없을 터.
단장은 메츠 선수들이 필리스 선수들과 감독에게 얻어터지는 것을 애써 외면한 후, 마이너리그 포수 명단을 뒤지기 시작했다.
“Holy shit…….”
쓸 만한 포수가 있을 리 있겠는가.
당장 메이저리그에서 쓸 만한 선수가 있었더라면, 1,400만 달러의 포스팅 비용을 지불하고 지금 기절해 있는 저 포수를 사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단장은 어쩔 수 없이 빠르게 전화기를 들었다.
“헤이, 단장이야. 지금 당장 케빈 맥클리지와 디디 은도예를 여기로 보내. 젠장, 맥컬리 말고 맥클리지! 어제 나 홀로 집에라도 본 거야? 당장 차에 태워! ”
2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네. 아시다시피, 캐묻거나 추궁하려는 게 아니라 어떻게 대응할지 정하기 위해서 질문드린 거예요.”
내가 사고를(사람을) 치고 나면, 항상 구단 직원이 날 찾아온다.
로드니는 조심스레 말하지만, 나도 알고 있다.
내가 무슨 짓을 했느냐에 따라 구단이 어떻게 대응할지 정하는 과정일 뿐이다.
“숨기는 거 없이요?”
“Mr. 홍과 저, 그리고 구단이 조금 더 나은 대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모든 걸 말씀해 주시는게 좋지만, 언제나 그랬듯 말하기 싫은 게 있으면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뭐, 이런 식이다.
내 말을 듣고 구단은 적당히 포장해서 언론과 MLB 사무국, 그리고 메츠 구단을 상대한다.
누구도 당황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건, 개빈이 워낙 많은 일을 저질러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고 수습은 필리스가 전 메이저리그 구단 중에서 제일일지도.
“좋아요.”
앞에 놓인 이온 음료를 한 모금 마신 후, 유능한 프런트인 로드니에게 경기 중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내일 선발이 필인데… 다행히 개빈은 퇴장당하진 않았고, 필이면 그래도 포수를 많이 타는 타입은 아니니까.
3
“야, 반갑다?”
일면식도 없고(물론 난 본 적 있지만) 말 한마디 나눠 본 적 없는 사람이 건네기에는 별로 좋은 인사말이 아니었다.
솔직히, 저런 말에 대답해 줄 필요 있나?
없지.
ㅇㅅㅇ: 암.
ㅇㅅㅇ: 초소형 포수에게 예의라곤 그 쥐 털만 한 뇌만큼도 없지만 저놈에게 예의를 차릴 필욘 없지.
나쁜 놈아.
어쨌든, 내가 무시하자 김태원은 혀를 차며 내게 말했다.
“좀 잘나간다고 사람 무시하냐? 학교 졸업하고 바로 미국 와서 한국말 까먹기라도 했나?”
이놈은 그냥 동네 양아치 같은 놈이었다.
사실, 내가 부산 자이언츠 욕은 많이 했지만 나도 그 팀 팬이었다.
그런데 원래 야구 팬들은 자기 팀에 대해 자기는 욕해도 남이 욕하는 건 못 참는 법이다.
김태원이 내게 뭐랬더라?
ㅇㅅㅇ: 병신 같은 팀에 있지 말고 다이노스 와서 지명타자나 하랬지.
ㅍㅅㅍ: 그딴 팀에 왜 있냐고.
뭐 그것도 있고, 이래저래 헛짓거릴 많이 해서 나는 김태원을 싫어한다.
술 먹고 친하지도 않은데 전화해서 4천만 원만 빌려 달라질 않나, 쌩까니까 기자들 불러서 없는 이야기 지어내서 내 욕을 하질 않나.
솔직히, 아까 쓰러진 에브러햄을 두들겨 패고 싶었다.
얼핏 봐도 발목에 꽤 이상이 생긴 것 같아서 그냥 참았을 뿐이다.
쓰러진 상대를 두들겨 패는 건 아무리 좋게 봐줘도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아까 놈에게 파운딩을 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아까 놈을 때리고 퇴장당했으면, 한 2초 전쯤에 개빈이 퇴장당했을지도 모르니까.
나는 히스패닉계의 주심에게, 스페인어로 말했다.
“마누엘 씨, 타자에게 배터 박스로 들어가라고 지시해 주시겠어요?”
내 말을 들은 주심은 김태원에게 영어로 게임을 계속하자고 말했고, 김태원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하, 이 새끼가.”
웃긴 놈 아닌가.
이게 뭐 고교 주말리그 같은 건 줄 아나?
“미친놈아 야구나 해라.”
“뭐?”
“스트라이크!”
이놈은 계속 혼자 욕을 하며 분을 못 이겨 씩씩댔다.
제대로 타격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공을 던지게 해 스트라이크를 쉽게 하나 따낸 후, 파울 하나와 볼 하나.
“너 이 새끼, 국대 타면 좆될 줄 알아라.”
“국대 갔는데 너 없다고 다 좋아하던데? 어차피 넌 좆밥이라 이제 국대 못 가.”
“하…….”
되게 새롭네.
이런 동네 양아치가 메이저리거가 되다니.
“마, 지금까진 실수라고 넘어가 줄 테니까, 존 가운데로 하나 달라고 해. 어차피 안타 하나 맞는다고 달라질 건 없잖아? 어?”
“예예, 알겠습니다, 선배님.”
“이제야 말귀를 알아먹…….”
말귀는 개뿔.
바운드되는 커브볼을 요구했고, 이 멍청한 놈은 정말 가운데로 올 거라고 믿기라도 했는지 크게 헛스윙을 했다.
공?
사실 생각보다 옆으로 튀어서 뒤로 빠질 뻔했는데.
[만리장성의 10레벨 히든 유틸리티 ‘천라지망’이 자동 발동됩니다.]발끝으로 튀는 공을 잡아 놓는 묘기가 발동됐고, 즉시 공을 잡아 김태원의 몸을 태그하면서 슬쩍 짓누르곤 웃었다.
뭐, 그 뒤로는 어차피 실제로 보든 TV 중계로 보든, 다들 봤을 그거다.
놈이 날 밀고 발로 찼다.
그리고 난 놈의 얼굴에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꽂았다.
몇 놈 더 두들겨 패긴 했는데, 사실 흥분해서 누굴 팼는진 모르겠다.
일단, 로드니와의 대화로 돌아와서.
“어떻게 됐대요?”
“코뼈가 부러졌다더군요. AAA는 발목이 완전히 돌아가면서 인대까지 손상이 됐고요.”
“몇 경기 정도 출장 정지를 당할까요?”
“5경기에서 8경기 정도요? 벌금은 나올 테고, 감독님도 징계를 받을 테고.”
“먼저 건드린 건 그쪽인데 우리만 출장 정지 당하는 건 부당하죠.”
“뭐, 그 둘 다 출장 정지를 받을 만했지만 병원 신세니까 그건 별로 의미가 없겠죠. 보자. 코토 배니어도 못 뛸 테고. 뭐, 항소하고 내일 경기에 뛰면 한두 경기 정도는 줄일 수 있을수도 있지 않을까요? 솔직히, 그 태클 때는 아찔했다고요. 그리고 발차기를 맞을 때도요.”
솔직히 그놈들이 어찌 되든 상관없다.
그리고 특히 메츠는 어찌 되든 더 상관없다.
싸움이 또 벌어질까 봐 내일 경기를 피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러고 싶은 마음은 절대 없다.
“내일 징계 결과 나오면 항소되겠죠?”
“아마도요?”
“내일 경기에 뛸 수 있게 해 주세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로드니는 씩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단장님이 그러시더군요. 내일 경기에서는 사람을 안 때리겠다는 약속을 받아오라고요.”
어쩌면 단장은, 내일 내가 없으면 나 대신 개빈이 메츠 놈들을 두드려 팰 거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사람 일은 알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일단 약속부터 하고 보자.
“빈볼을 맞아도요?”
“맞으면 바닥에 쓰러져서 꿈틀대는 시늉이라도 제발 하라던데요? 맞고 바로 마운드로 좀 뛰어가지 말라고요.”
내가 봐도 좀 비정상적이긴 했지.
나는 그렇게 하겠노라고 약속했고, 내가 로드니와 이야기하는 사이 우리 팀은 메츠와 벤치 클리어링을 한 번 더 한 모양이다.
TV도 보고 있지 않은 상태였는데,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라이언이 씩씩대며 로커 룸으로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Fucking Mets!”
문을 쾅 닫으며 들어온 라이언은, 로드니와 나를 번갈아 보고 어깨를 으쓱하고는 로드니에게 말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내가 로드니와 면담할 차롄가?”
쾅!
그런데 뒤를 이어 스캇이 따라 들어오며 또 문을 강하게 닫고는 이렇게 말했다.
“Mother fucker! 오, 여기 줄 서면 되나?”
에라이.
이 미친 사람들.
ㅇㅅㅇ: …….
ㅇㅅㅇ: 아무래도 그 유니폼 입으면 다 맛이 가는 듯…….
4
[필라델피아 필리스 9 : 6 뉴욕 메츠.] [필리스 대 메츠전, 벤치 클리어링 2회 발생. 퇴장 인원 총 7명.] [메츠, 두 명의 포수 모두 불의의 사고로 부상. 마이너리그 포수들 긴급 콜업.] [두 한국인 포수 간의 충돌. 심판 후안 데 마누엘, ‘둘이서 한국어로 떠들어서 뭐라고 말했는지 알 수가 없다. 자세한 것은 MLB 사무국이 판단할 사항.’] [PHOTO) 레드 샷! 킴의 얼굴에 홈런 펀치를 날리는 홍!]└크고, 아름답고, 섹시한 한 방이었어.
└중계로 듣는데 코뼈 내려앉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더라. 홍은 자비가 없지.
└멋있었어. 메츠를 두들겨 패는 건 언제 봐도 질리지 않지.
└필리스 개자식들아, 야구를 하자고. 왜 격투기를 하는 건데?
└위에 메츠 놈, 잘 들어. 이게 격투기였으면 너희 선수들은 다 죽었어. 야구니까 한 대 맞고 끝난 거야. 알아들어?
└홍 같은 쓰레기 자식에겐 영구 출장 정지를 줘야 해.
└스파이크로 홍을 찍으려고 했던 AAA나 먼저 발차기를 한 킴은?
└팀 이름부터 바꿔라. 필라델피아 쓰레기들 어때?
└너흰 뉴욕 약골들이나 스파이크들로 바꿔야 할 듯.
└진 놈들은 닥쳐. 경기에서도 지고 싸움에서도 져 놓고, 인터넷이라고 나대지 말고.
[MLB 커미셔너, 금일 있었던 폭력 행위에 대해 ‘양 팀에 자제 강력하게 요청.’] [홍빈, 한국인 선배 김태원에게 하극상?]└하극상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김가 놈 인성 ㅉㅉㅉ
└개새끼야, 아무리 그래도 대표 팀 선밴데 죽빵이 말이냐? 그것도 메이저리그 이제 가서 겨우 자리 잡으려는데 김태원 망하면 좆빈 때문임. 씨바
└미친 ㅋㅋㅋㅋㅋㅋㅋ 김가 놈 인성 다 아는 거 아니냐? 다이노스 팬들 말고 누가 저 새끼 좋아함?
└기레기야, 김가 놈 편들지 말고 제대로 기사 써라. 선빵 치고 한 대 맞고 기절한 김가 놈 ㅉㅉㅉㅉ
└같은 한국인끼리 왜 저럼? 도무지 이해가 안 가네; 같이 좀 돕고 살면 안 되나?
└영근) 갓빈이 얼마나 빡쳤으면 그랬겠음? 애당초 좆태원 같은 놈이 메이저 간 게 잘못임. 갓빈 출장 정지 먹은 건 국가적 손실이다.
└홍빈 개새끼 잘되나 보자
└김가 놈 팬들 ㅂㄷㅂㄷ?
└뻔하지 뭐. 꼴에 나이 몇 살 더 많다고 선배질 했겠지 ㅋㅋㅋ 걔 특기잖아. 한국에서도 맨날 경기하다가 훈계질했잖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