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late's Villain RAW novel - Chapter (182)
홈플레이트의 빌런-183화(183/363)
# 183
Hong my god! (2)
1
“SNS를 해 보는 게 어때?”
원정 숙소에서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만난 개빈이 내게 한 말이다.
무심한 표정이지만, 눈동자가 살짝 흔들리고 있다.
저 표정 안다. 아는 표정이라고.
ㅇㅅㅇ: 대머리의 스토커 초소형 포수인가.
ㅇㅅㅇ: 줄여서 대토커 어떤가.
나는 카드가 들어 있는 뒷주머니를 더 뒤로 돌려서, 엉덩이 골 사이에 끼웠다. 메이저리거의 괄약근이 뭔지 몸소 체험해 봐라, 요정 놈아.
◉□◉: @##%$!!!?
요정이 아주 난리가 났지만, 일부러 시선을 돌려 요정을 무시한 채, 개빈에게도 아무것도 모르는 체 말했다.
“SNS 하지 말라면서요?”
“아니, 뭐. 팬들과의 소통도 중요하고, 네가 SNS에 빠져서 야구에 소홀할 것 같지는 않고, 넌 팬 서비스를 잘하니까 그런 쪽으로 접근하면 뭐…….”
아주 횡설수설하시는구먼.
사실 SNS 계정이 있기는 있다. 비공개 계정이고, 아리랑 단둘이서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계정이긴 하지만.
둘이서 같은 계정을 쓰고, 아무도 내용을 볼 수 없다.
우리는 각자 점심 때 뭘 먹었는지 올리고 자기 전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 쓴다. 아마 개빈이 그 계정을 보면 그리 기분 좋지는 않을 텐데. 그… 하여튼 이것저것 있어서.
“생각 없어요.”
“왜? 너 말곤 다 만들었어.”
개빈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스마트폰을 내게 내밀었다. 개빈은 필리스 선수들의 계정을 하나하나 눌러 가며 내게 보여 주었다.
@Rozle_The_Genius (1분 전)
-오늘도 빈은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다.
#코리안갱스터 #소통 #관심 #맞팔 #로즐 #필리스천재투수
@Professor_JIM (2달 전)
-Hi! SNS를 시작했어요.
@Holden_PHI_OF (어제)
-나도 줘……. :’(
@Aiden_Sina
-미친놈들아, 나 메이저리거 아니라고. 어제 난 뉴욕에 있었고, 삼진당한 적 없으니까 제발 좀 그만해.
#제발 #꺼져 #야구선수아님
미친 로즐 놈 좀 보소. 1분 전? 난 오늘 로즐을 본 적도 없는데? 저 사진은 또 언제 찍은 거래. 이 아메리칸 관종 놈이 SNS에서 관심 끌려고 날 이용해?
짐은 SNS 계정만 만들어 두고 아예 손도 안 댄 것 같다. SNS가 너무 어렵다더니.
그나저나 홀든의 SNS를 보니 이제 슬슬 홀든이 쓰고 있는 배트의 진실에 대해서 말해 줄 때가 온 것 같기도 하다. 나도 달라니.
그건 그렇고 에이머는… SNS 이제 안 한다고 하지 않았나? 잠깐. 뭐? 에이든 시나?
“저기, 개빈.”
“응?”
“네 번째로 보여 준 거, 에이머 아닌 거 같은데요?”
“뭐?”
“저기 봐요. 에이든 시나잖아요. 그리고 메이저리거 아니라고 화내고 있는데요?”
개빈은 스마트폰을 유심히 살폈다. 음.
이거 뭐.
에이머가 어제 삼진을 두 개 당했는데, 그거 때문에 우리 열성적인 팬들이 엄한 에이든 시나라는 사람의 SNS에 몰려가 난리를… 흠.
역시, SNS는 안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젠장. 진짜잖아?”
“걔 SNS 안 해요.”
“왜? 젊은 애들은 다 하던데?”
“걔 SNS 하다가 컵스에서 쫓겨났잖아요. 그래서 안 하기로 했대요.”
“이런 젠장.”
개빈은 황급히 에이든 시나와의 팔로우를 끊었다.
그럼 뭐해? 그거랑 별 상관도 없는걸.
“계정 하나 만들어.”
“싫어요.”
“한번 해 봐. 재밌어.”
“안 한다니까요.”
“하나 만들어 줄까?”
“아니요.”
뭔가 개빈답지 않게 질척거리는 게.
요새 좀 괴롭히는 사람들이 많긴 했나 보다.
사실, 난 SNS 계정이 두 개다.
그리고 개빈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것이다.
내가 어제 개빈의 SNS에 댓글을 20개 정도 남기고 잔 것을.
“굿 모닝.”
개빈과 의미 없는 입씨름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보더가 아직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아침 인사를 건넸다.
“굿 모닝.”
“둘이 뭐 하… 오, 빈, 케겔 운동하고 있어? 그거 효과 좋더라. 나도 가끔 해.”
“케겔?”
케겔?
(ò益ó ): …….
아.
너 아직 거기 있었구나.
(ಠ益ಠ ): 죽여 버릴 것이다.
음.
소름 돋았어.
이상한 표정 하지 마라.
미안하다. 사람이 살다 보면 좀 까먹을 수도 있지. 금테 둘러 줄게, 응?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엉덩이에 힘을 풀자, 보더는 내 엉덩이를 지긋이 바라보고는 말했다.
“흠. 케겔이 아니었나. 그냥 엉덩이가 바지를 먹은 거였어?”
“이상한 걸 엉덩이에 먹이지 마, 꼬마.”
그냥 가만히 있어야지.
2
흔히 그런 말들을 한다. ‘계산이 서는 선수’ 혹은 ‘Go to guy’.
그런 선수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라인업을 짤 때 몇 칸을 이미 채우고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아마 동종 업계 종사자들의 평균 수명에 비해 훨씬 더 긴 수명을 누릴 수 있는 특권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이 팀은 미쳤다. 솔직히 말해서, 타자로 한정 짓자면 현재 필리스 라인업에 울며 겨자 먹기로 써야 하는 선수 따위는 없다.
유망주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자리를 지켜야 할 갭 플레이어는 해당 유망주가 잠재력을 발휘하는 순간 트레이드되거나 팀의 백업으로 자리 잡는 게 이상적인데, 실제로 그 역할의 앤드류와 코난은 트레이드되거나 내야 백업이 되었다.
헤스밀에게는 안된 이야기지만, 홀든이 터져 버린 것도 팀 입장에서는 FA가 다가오는 헤스밀을 내보내고 페이롤을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물론 나중에는 일이 좀 복잡해질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지금으로써는.
아마 지금 우리 팀의 보스인 더키 브라운 감독은 세상에서 가장 많은 고 투 가이를 가진 감독일 것이다.
ㅇ□ㅇ: 세상에서 가장 많은 고추를 가진 감독……?!
…….
○□○: 대체 몇 개나……?!
…….
◦ □ ◦: …웃어.
크흐흐흐흐흐흑. 크크크크크크큭.
ㅡㅅㅡ: …….
요정 혹시 내 배꼽 못 봤냐? 웃다가 흘린 거 같은데?
ㅡㅅㅡ: 흥.
의도치 않은 케겔 운동 때문에 요정의 마음이 꽤 상한 상태다. 필라델피아 가서 진짜 금테 둘러 줄게. 기분 풀어라. 나도 대화하다가 그냥 깜빡한 거라고. 미안하다.
어쨌든, 오늘 라인업은 평소와 거의 같다.
잘나갈 때 라인업에 변동을 주는 것은 그리 좋지 못한 선택일 수도 있다.
선발투수는 로즐로, 로즐 또한 선발 로테이션에서 계산이 서는 선수 중 하나다.
그러고 보면 필도 참 대단한 게, 어찌어찌 계속 버티고는 있으니.
아마 어제의 완봉승이 생명 연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상황도 필에게는 나쁘지 않다. 우완 유망주인 로빌이 괜찮지만, 굳이 당장 필의 자리를 뺏을 정도는 아니고, 좌완 유망주인 맷은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이니까.
“오늘도 홈런 치고 끝내주는 수비도 해 줄 거지?”
“그게 맨날 되는 건 줄 아냐? 너도 그럼 어제 필처럼 완봉해.”
“사람이 어떻게 매일같이 완봉하냐.”
“네가 언제부터 매일 완봉했다고. 그리고 사람은 매일 홈런 못 쳐.”
“넌 괴물이잖아.”
혹시 이놈, 키워드에 명경지수가 추가되기라도 했나?
[로즐 펠리시다드] [우투우타, 선발투수] [키워드: 강심장, 기세, 승부욕, 핀 포인트]혹시나 했는데 그대로다.
하는 짓과는 좀 다르게 그래도 공 던지는 거 하나는 믿을 만하니까.
게다가 나와의 호흡을 생각해 보면, 은근히 좋은 듯하면서도 기복이 심한 말린스 타선을 상대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
오늘 상대할 투수는 대기만성형의 30세 선발투수 매터스 퀄카다.
20대 후반쯤부터 메이저리그 로스터를 왔다 갔다 했지만 불운 탓에 정착하지 못했고, 지난 시즌 말미에 타이거스에서 방출당한 후 올 시즌 말린스의 스프링캠프에서 극적으로 기회를 얻었다.
내가 아는 것은 이 선수는 올해부터 3년간 3점 초반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리라는 것이고, 그 뒤에는 데드 암 증세로 사라질 거라는 것이다.
전형적인 텍사스 출신의 강속구 투수로 기대를 받았지만, 나이를 먹어 가면서 패스트볼의 구속이 줄어서 기대받지 못한 선수.
하지만 커브를 장착하면서 3년간 꽤 이름을 날린 투수.
지금은 91~93마일 정도의 패스트볼을 던지는데, 데드 암 증세가 온 후 80마일 초중반으로 줄어 버린 구속으로는 메이저리그에서 버틸 수 없었다.
“헛소리하지 말고 픽 오프나 연습해. 쓸데가 있을 거야.”
“알겠어. 코리안 갱스터…….”
“그 불쌍한 척하는 표정 좀 짓지 말아 줄래?”
“싫은데?”
저 답 없는 놈.
명색이 메이저리거가 메롱 하고 도망가?
어쨌든 경기 시간은 다가왔고, 나는 타격 훈련을 끝내고 어제의 그 필리스 팬을 만날 수 있었다.
“레드 빈! 여기!”
오늘도 활력이 넘치는 그 팬은, 내 타격 연습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내 이름을 부르며 방방 뛰어 댔다.
자신을 밴던이라 소개한 그 남자는 30대 초반의 나이였는데, 3연전 티켓을 하루에 한 장밖에 구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혼자 와서 말린스 팬들의 눈치를 보며 외롭게 응원하고 있었는데, 어제 내 홈런 배트를 받고 난 뒤 주변에 있던 말린스 팬들이 신기해하며 접근해 의도치 않은 말린스 팬 친구들이 여럿 생겼다나.
“로즐이 완봉승하면 사인 볼 선물한대요.”
물론 거짓말이다.
어쨌든 나는 밴던과 악수하고 사인 한 장을 더 해 준 뒤 들어가, 로즐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가 완봉승 하면 그 공, 어제 내가 배트 준 팬에게 선물하기로 했어.”
“뭐? 왜 네 맘대로?”
“갱스터가 미리 말하고 물건 뺏는 거 봤어?”
“제기랄.”
“완봉승이나 해.”
아주 작고 별것 아니지만 그냥 내 복수다.
옆에서 쉬고 있던 에이머가, 다른 곳을 보는 척하며 중얼거렸다.
중얼거렸다기엔 조금 큰 목소리라 충분히 들을 수 있었지만, 어쨌든.
“오늘은 내가 홈런치고 사인 배트를 선물할 거야.”
흠.
또 이상한 파트에서 승부욕 불태우고 있네 이놈이.
세상에 미친놈이 너무 많아서 문제다.
3
경기가 시작되고, 에이머는 홈런을 쳐서 사인 배트를 선물하겠다는 자기 나름의 공약을 지키려 했겠지만, 첫 타석에서는 그걸 달성하지 못했다.
“스트라이크-아웃!”
매터스 퀄카는 커브가 매우 좋은 투수다.
가끔 자기가 아직도 강속구 투수라고 착각이라도 하는지 밋밋하고 느린 패스트볼을 넣다가 난타당할 때도 있긴 하지만, 오히려 그러다 보니 저 낙차 큰 커브가 효과적인 무기가 된다. 타자의 머릿속을 패스트볼로 가득 채워 놓고 던지는 커브. 나도 주의해야 한다.
[매터스 퀄카] [좌투좌타, 선발투수] [키워드: 스타 의식, 금강불괴, 전천후, 폭포수, 이닝 이터]솔직히, 왜 이 구단 저 구단에서 계속 버려졌는지 알 수가 없는 키워드다.
득점권과 큰 경기에 강하고 다치지도 않으며, 몸 관리도 잘되며 이닝도 잘 먹는 좌완 선발을 대체 왜 버렸을까.
하긴, 커브는 말린스로 와서 장착했으니.
기본만 되고 주로 써먹을 수 있는 무기도 없고, 왕년의 주 무기로 평가받았던 패스트볼의 위력이 반감되었으니 그럴지도 모르겠다.
“라이프는 괜찮아?”
“응?”
“어제 잘 던지고도 졌잖아.”
“뭐, 잘 이겨 낼 거야. 좋은 선수니까.”
메이저리그로 와서 타 팀 선수들과 좋은 관계를 맺은 적이 거의 없지만, 말린스 포수 조쉬 애커튼 같은 경우에는 괜히 내가 감상적으로 변해서 그리 나쁜 관계가 아니게 되어 버렸다.
요정이 없으면 내가 저런 선수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거.
그냥,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그렇게까지 공격적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샘 이델과는 다르다. 그건 순전히 내 의도가 아니었고, 이건 오직 나와 관련된 문제니까.
어쨌든, 치자.
처음 상대해 보는 투수라 타자가 불리할 수도 있지만, 말린스도 와일드카드를 사정권에 두고 있기에 몇 대 때려 놓으면 일은 쉬워진다.
“볼!”
패스트볼이 바깥쪽 낮은 코스로 들어오다가, 살짝 휜다.
라이딩성 무브먼트. 커터와 비슷한 움직임.
볼 끝도 굉장히 지저분한데, 이런 투수를 버리다니.
아마 마지막으로 이 투수를 내팽개친 타이거스는 꽤 속이 쓰릴 거다.
“공 좋네.”
“맞아. 타이거스는 속이 좀 쓰릴걸?”
묘한 느낌.
생각마저 나랑 비슷하다니.
“파울!”
2구째 커브.
급히 손목을 비틀어 갖다 댔는데, 이건 좋지 못한 선택이었다.
타구가 내야 쪽으로 들어갔더라면 쉽게 아웃당했을 거다.
확실히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는 실제로 보는 것이 훨씬 좋은 커브다.
“홈런 때릴 거니까, 타구 감상할 준비해.”
“하지 마.”
힘이 빠진다기보단, 살짝 웃음이 나온다.
만약 나 같은 타자를 상대로 내가 저 투수랑 호흡을 맞추고 있다면, 나는 무슨 공을 요구할까.
내보내기는 싫고, 그렇다고 홈런을 맞기도 싫고.
하지만 스트라이크를 잡아야 한다면.
패스트볼을 잘 치는 타자를 상대로라면?
나라면, 존 아래에 아슬아슬하게 걸치는 커브를 선택할 것 같다.
가장 잘 던지는 것을 던지는 선택. 아슬아슬하게 걸치게 해서 스트라이크가 들어오면 좋고, 아니면 심판 탓을 할 수 있고.
게다가 방금 커브를 보여 줬고 타자는 커브를 친 걸 후회했으니, 커브가 들어오면 배트를 내지 않으려 할 테고 만약 내더라도 땅볼이 될 가능성이 크니까.
기본적으로 홈런을 때리기 힘든 공을 던지라고 할 테니, 내 뒷 타자로 들어올 선수들을 믿고 간결하게.
딱!
내 예측이 맞아떨어졌지만, 내 생각보다 더 움직임이 좋은 커브가 들어왔다.
하지만 타구는 강하게 맞아서 3-유 간을 꿰뚫었고, 나는 1루 베이스에 서서 들어갔다.
1루수 케니 듀글리가 내 시선을 피하고 있다.
“듀글리, 혹시 저 소리 들려?”
“뭐? 무슨 소리?”
“내 팬이 오늘 널 죽여 버리라는데.”
물론 그런 건 들리지 않는다. 고작 1루타에도 홈런이라도 때린 것처럼 넛 앤 넛츠를 부르고 있을 뿐이지만.
“…진심으로, 넌 미쳤어.”
ㅇㅅㅇ: 인정할 수밖에 없군.
음…….
요정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나도 인정.
ㅍㅅㅍ: 그렇게 쉽게 인정하지 마라.
…….
나보고 어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