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late's Villain RAW novel - Chapter (192)
홈플레이트의 빌런-193화(193/363)
# 193
Nasty boys (3)
1
[초큐티 킹존엄 요정님이 저렴하고 염치없는 포수에게 선물을 하사하십니다!] [어리석기 그지없는 포수는 무릎을 꿇고 요정님의 은총을 받들라!!!] [어서!!!]…….
ㅇㅅㅇ: 뭐.
이제 시스템 메시지마저 정신줄을…….
ㅇㅅㅇ: 뭐.
아니 뭐… 그냥 그렇다고…….
[무릎을 꿇지 못할까!!!] [고오얀 놈!!!]…….
우리, 요정 만세로 퉁치면 안 될까?
[관대하신 요정님께서 무례한 포수 놈에게 특별히 허락의 뜻을 내비쳤으니.] [하찮은 포수는 열과 성을 다해 요정 만세를 삼창하라.]요정 만세, 요정 만세, 요정 만…….
[성의 판독기 가동 중] [성의 지수가 0.19%로 판단되어 요정 만세 삼창이 인정되지 않습니다.]진짜 이러기냐?
[성의 판독기 가동 중]ㅎㅅㅎ: 뭐.
…….
요! 정! 만! 세!
요! 정! 만! 세!
초-큐-티-요-정-만-세-!
[원래는 불합격이지만 요정님께서 포수 놈의 쇼가 길어지면 지겨우니 그냥 합격시키기로 결정하셨습니다.] [특별 패키지 ‘요정님이 오다 주우신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옜다.]…….
[요정님이 오다 주우신 선물 패키지는 단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여러 개 아니었나.
패키지면 보통 여러 개 묶어서 주잖아.
[3초 내로 수령하지 않으면 패키지는 취소…….]줘. 줘. 줘. 빨리 까라. 줘.
그러자 헛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원래는 카드 팩을 까는 이미지였는데, 패키지랍시고 웬 박스가 튀어나오더니 번쩍거리고 있다. 박스가 열린다.
[이놈이나 저놈이나(A+)를 획득하셨습니다!]응?
이건 뭐야?
처음 보는 건데?
[이놈이나 저놈이나(A+): 사용자 앞 순번 타자의 타격 결과에 따라 사용자가 버프를 받습니다.] [단타: 콘택트 확률 상승.] [2루타, 3루타: 타구 속도 상승.] [홈런: 타구 비거리 상승.] [볼넷: 구종 판단 능력 상승.] [사구(Hit by pitch): 펀치력 상승.]뭐……?
그러니까 앞에서 잘해야 한다, 이거네?
흠. 괜찮네. 어차피 에이머는 잘하니까.
ㅎㅅㅎ: 특별히 신경 좀 썼느니라.
야, 근데.
ㅎㅅㅎ: 뭐.
펀치력 상승은 뭐냐?
ㅇㅅㅇ: …….
ㅇㅅㅇ: 필요할 것 같아서.
어…….
그런가……?
2
10일 만에 만난 아리는, 여우비를 살짝 맞은 은방울꽃처럼 예쁘게 웃었다.
“이상하게 이번 원정은 길었던 거 있지?”
오늘 휴식일에는 집에서 같이 휴식을 취하기로 했고, 아리는 편한 차림으로 내 소파 위에 다리를 모으고 앉아 있다.
메이저리거는 이성을 만날 기회가 굉장히 많은 직업이다.
미국의 각 도시를 돌아다니기에, 어떤 선수들은 도시마다 따로 애인을 두는 경우도 있다.
사실, 애인이라기보다는 그냥 뭐, 잠자리 파트너 같은 거긴 한데.
로드 비프(Road beef)라고 부르며, 성관계를 목적으로 만나는 그런 거. 나는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다. 콩깍지인지 모르겠는데, 아리가 있으니 다른 여자들한테 눈이 가지도 않고.
필리스에도 로드 비프를 둔 선수들이 몇 있다.
심지어 기혼자 중에도 있는데, 그나마 다행이라면 개빈은 그런 걸 두지 않는다는 것 정도일까.
나는 아리와 마주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지? 나도 이상하게 길게 느껴지더라.”
음.
사실, 그래도 이번 원정이 길게 느껴졌던 이유는 만났던 3개 팀의 포수들 때문이었던 것 같다.
샘 이델, 조쉬 애커튼, 송윤근.
내가 사적으로 연락하는 몇 안 되는 타 팀 선수들이다.
독설과 욕설보다는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하거나, 야구에 관해서 이야기 할 뿐.
서로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격하게 하거나 피부색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저주가 없는 대화.
어쩌면 그런 대화가 정상일지도 모르겠지만, 난 너무 멀리 왔다.
그리고 내 말뜻을, ‘나도 자기가 보고 싶어서 너무 길게 느껴졌어!’라고 받아들인 아리가 내 품으로 파고들었다. 아싸. 개이득.
“빨리 시즌이 끝났으면 좋겠어.”
메이저리거가 시즌 중에 쉴 수 있는 시간은 올스타 브레이크뿐이니까.
하지만 난 올스타전에 나갈 거고, 그때도 시간은 없다.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아리에게 말했다.
“빨리 끝내려면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말아야 하나?”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 하나.
아리는 필리스 팬이다.
필리스 팬은 ‘필리건’이다.
그럼 아리는……?
분명 1분 전까지 촉촉하고 작은 예쁜 꽃처럼 웃던 아리는, 갑자기 표정을 바꿔 사악한 아기 상어처럼 웃었다.
“그랬다간, 아주 어마어마한 벌을 받게 될 거야.”
아주 어마어마한 벌?
뭘 말하는 걸까.
내가 그 벌이 뭔지 묻자, 아리는 익살맞은 표정을 짓더니 내 뒷목을 물었다.
그리고 귓가에 바람을 슬쩍 불어 넣은 후, 내 질문에 대답은 하지 않고 오버사이즈드 셔츠를 걷어 올렸다.
“오…….”
숨이 턱 하고 막히는 느낌.
누가 얘한테 은방울꽃이라고 했냐.
그냥 왕방… 으음.
ㅇㅅㅇ: 네가 했지, 누가 했냐.
잠깐만 비켜 줄래? 나 지금 좀 급하거든.
3
아리는 이번 원정을 치르는 동안, 내 얼굴이 선해졌다고 말했다.
좋은 뜻이냐고 물었더니 잘 모르겠단다. 조금 더 귀여워진 것 같긴 한데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고.
아차. 아리는 거친 남자를 좋아했지.
ㅡㅅㅡ: 그런 말은 한 적 없는 거 같은데.
넌 문맥을 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요정.
개빈처럼 플레이 하는 날 보고 반했다고 했잖아.
ㅡㅅㅡ: 그냥 대머리를 좋아할 수도 있지.
ㅡㅅㅡ: 초소형 포수에게서 탈모의 향기를 맡았을지도.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난 이미 40대까지 살아 봤고, 그때까지 내 모발은 굉장히 풍성했다고.
어쨌든,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만날 팀은 내 야수성을 발휘하기 나쁘지 않…….
ㅡㅅㅡ: 야수성은 무슨.
젠장. 하여튼.
이번 홈 8연전은 컵스와 맞붙게 된다.
컵스? 다른 걸 떠나서 이번 시즌 에이머 시나의 트레이드 건으로 인해 팬들끼리 어마어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팀이다.
필라델피아가 첫 번째 세계 최초 프로스포츠 10,000패 달성 팀이라면 브레이브스는 두 번째, 컵스는 무려 세 번째 만 패 달성 팀.
사실 컵스의 이번 시즌 성적도 나쁘지 않다. 아니, 꽤 좋다. 개싸움판이 벌어지고 있는 중부 지구에서 2위 카디널스에 1게임 차로 앞선 1위 팀이니까.
뭐, 지금 우리 팀의 기세로는 누가 와도 별로 상관은 없다.
시즌 중에 언젠가는 이 기세가 꺾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대세를 타고 있을 때는 그런 걸 생각할 필요가 없다.
“빈, 공 좀 받아 줄 수 있겠어?”
내게 그 부탁을 해 온 건, 오늘 선발로 나서는 필이다.
표정에 수심이 가득하다. 최근에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메이저리그식 논리로 따지면 필 자신보다는 맷을 밀어 줄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리라.
좌완, 어린 나이, 구위.
누가 봐도 맷의 손을 들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언제 불펜으로 쫓겨날지 모른다.
필은 메이저리그 팀의 선발투수로 나서는 걸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착잡한 분위기에서 볼을 받았다.
뭔가 걸리는 게 있을 때일수록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좋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늘 하던 대로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우리 모두 알지만,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야기를 꺼내곤 한다.
그래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포수가 해야 할 일 중에는 오늘의 선발투수에게 하기 싫은 말을 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포심은 살짝 밋밋하고, 슬라이더는 제구가 불안하고, 체인지업은 덜 가라앉는다.
물론 실전에서는 조금 나아질 수도 있겠지만, 늘 하던 것보다 훨씬 못하다면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저기, 필.”
“후. 어땠어? 오늘도 잘할 수 있겠지?”
애써 밝은 척하지만, 표정을 보니 오늘 자기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 정도는 스스로도 알고 있는 듯하다.
난감해진다.
자기 컨디션도 모르고 나대면 수를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면 조금 곤란하다.
개빈의 방식대로라면 엉덩이를 걷어차 버리겠지만. 나는 개빈이 아니니까.
곰곰이 생각해 보자.
아무리 컵스가 타격이 그리 좋은 팀은 아니라지만 지금 이런 공은 마구잡이로 때려 낼 수 있을 거다.
잠시 고민한 결과, 그냥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그래도, 조금 순화된 표현으로. 필은 내가 압박감을 준다고 좋아지는 타입이 아니니까.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어요.”
힘이 들어간 것은 맞다. 더 강하게 던지려고 하다 보니 릴리스 포인트가 흐트러지고, 그러면 당연히 좋은 공을 던지지 못한다.
굉장히 간소화시킨 내 말을 들은 필이 착잡한 표정으로 인정했고, 힘을 좀 빼 보라는 말에 그러겠노라고 대답하긴 했지만, 투수의 밸런스가 그리 쉽게 찾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나는 또 다른 해야 할 일을 했다.
배터리 코치님에게 필의 컨디션이 영 좋지 못하다고 말한 거다.
몇 분 뒤면 감독님을 포함해 각 코치님께 이 소식이 전해질 테고, 그러면 영 좋지 못한 상황에 대비할 여유가 조금은 생길 것이다.
아마 스윙맨인 로빌이 평소보다 일찍 몸을 풀 거고, 그러면 급하게 투입되느라 몸이 덜 풀려, 밋밋한 공을 던지다가 홈런을 맞을 확률이 감소하겠지.
어려운 일이지만,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도 경기를 해야 하고, 나는 안타를 하나라도 더 때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우리는 만원 관중이 들어찬 수요일 저녁 경기를 시작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나섰다.
“고 필리스 고!”
“에이머! 오늘도 히트 포 더 사이클 어때!”
“레드 빈! 놈들을 짓이겨 버려!”
“라이언! 사랑해!”
“컵스를 죽여! 몽땅 죽여 버리라고!”
운 좋으면 필이 잘 막아 낼 수도 있겠지.
그게 아니라면, 필리스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하고, 컵스를 박살 내라는 저 외침이 홈팀에 대한 야유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다.
뭐, 일상적인 일이니까.
야구나 하자. 필이 어쨌든 점수를 더 많이 내서 이기기만 하면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
[앤디 브링어] [우투우타, 우익수] [키워드: 강견, 당겨 치기, 장타, 호타준족]“헤이. 개자식아, 개빈이 안부 전해 달라더라. 전에 맞은 데는 괜찮냐고.”
마음이 평온해진다. 역시 심신을 다스리는 데는 개자식이 최고다.
“빌어먹을 쓰레기 자식들. 너나 개빈이나 똑같아.”
전에 짐에게 달려가다가 개빈에게 두들겨 맞은 적이 있는 앤디 브링어는 침을 퉤 소리 나게 뱉고는 타석에 들어섰다.
그래. 이 맛이지.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혈액순환이 원활해진다니까!
“오. 그럼 똑같은 놈한테 한 대 맞아 볼래? 좋아. 난 준비됐어. 맨손으론 안 될 테니까 배트 가지고 있을 때 덤벼.”
4
“너희 팀 1번 타자가 말해 주던데, 마누라 바람났다며? 좀 괜찮아? 야구하고 있을 때가 아닌 거 아냐? 가정을 지켜야지.”
“뭐야? 젠장, 선수였어?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길래 컵스 직원인 줄 알았는데. 눈 좀 제대로 뜨고 다녀. 멍청하게 돌아다니길래 선수 아닌 줄 알았다고.”
“어제 바에서 컵스 마무리 투수를 만났는데, 네가 얼간이라서 도저히 같이 못 뛰겠다더라. 난 너희 마무리 투수를 지지해. 여기서 얼간이 냄새가 나거든.”
홍빈은 마치 물이라도 만난 것처럼 컵스 선수들에게 독설을 퍼부어 댔다.
조금이라도 정신을 분산시켜 필에게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1회 초가 시작되자마자 안타와 볼넷으로 무사 1, 2루 상황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어떻게든 무실점으로 막아 냈고, 필리스 선수들은 갑자기 독기를 품은 것처럼 보이는 홍빈을 보며 수군댔다.
“꼬마한테 오늘 무슨 일 있어?”
“글쎄. 아깐 괜찮았는데?”
“표정 좀 봐. 누군가를 죽여 버릴 것처럼 흉흉해.”
“쟤랑 같은 팀이라 다행이야.”
“혹시 애인이랑 싸우기라도 했나?”
“뭐? 꼬마가 내 딸을 괴롭혔다고?”
“오, 개빈. 놀래라.”
“젠장.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것 같은 사람이 하나 더 늘었어.”
잠시 수군덕대긴 했지만, 곧 별일 아닌 것으로 넘어갔다.
홍빈이 상대를 죽여 버릴 듯한 기세로 경기에 임한 것이 한두 번도 아니었으니까.
필리스 선수들은 모두가 홍빈의 파이팅 넘치는 경기 방식을 좋아했다. 그게 뭐가 됐든, 심각한 범죄만 아니라면 승리를 가져다주는 것을 싫어할 리가 있겠는가.
1회 말이 시작되고 경기를 지켜보던 더그아웃의 필리스 선수들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에이머가 몸에 공을 맞자 한마디씩 야유를 쏟기 시작했다.
“헤이! 똑바로 던지라고!”
“그런 제구력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던지려 하다니!”
그리고 지나치게 내면 연기에 집중해 얼굴근육이 경직되어 곤란해하고 있던 홍빈은, 새 스킬이 보여 주는 메시지를 보면서 타석으로 향했다.
[앞 타자가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습니다!] [사용자의 펀치력이 상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