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late's Villain RAW novel - Chapter (205)
홈플레이트의 빌런-206화(206/363)
# 206
206화 야잘잘 (4)
1
“뭐? 비행기를 탈 필요 없다고? 2 대 3 트레이드?”
피오 고슬랭은 트레이드 뉴스가 터지기 직전에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서 어디로 가는 비행기를 타면 되느냐고 물었고, 비행기를 탈 필요 없다는 말에 떠나는 처지에 버스를 타고 가야 하냐고 화를 냈다.
자신도 최근 백업 포수의 출장 시간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고슬랭도 메이저리그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이상 한 살이라도 어린 선수에게 기회가 더 돌아간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자기가 압도적으로 뛰어난 포수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또한, 자신을 대체할 수 있는 그 백업 포수가, 팀에 없는 부분을 조금은 메꿔 줄 수 있다는 것도. 그렇다면 자기가 백업이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백업으로 뛰더라도 메이저리그에 남을 수 있다면 만족할 수 있다.
단, 기왕 백업으로 뛸 거라면 최소한 우승 반지를 낄 수 있는 팀에서 백업으로 뛰고 싶었다.
하지만 브루어스는 월드시리즈 우승권이라고 보기는 힘든 팀.
현재로써는 지구 선두권 팀과 격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빈약한 선발진과 기복 심한 타선을 감안해 볼 때 최대치는 와일드카드 경쟁권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제기랄. 아무리 가까운 곳이라도 비행기를 타고 가게 해 줄 수는 있잖아.”
본인에게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상황이겠지만, 트레이드 소식을 전하러 온 구단 직원은 더 황당해하며 말했다.
“피오, 그게 아니야. 오늘은 여기 머물면 돼.”
“빌어먹을. 그럼 뭐?”
그제야 필리스로 트레이드되었고, 필리스의 필 레이건과 헤스밀 에르난데스가 브루어스의 고슬랭 및 에드윈 볼테어를 대신해 브루어스 선수단의 비행기를 타게 됐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필리스는 4 대 3 트레이드라며?”
당황스러웠다.
필리스?
트레이드된다면, 그리고 백업 포수가 된다면이라는 그 가정에 부합되는 팀이기는 하다.
우승권.
작년 월드시리즈 우승 팀이자, 올해도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압도적으로 승률 1위를 달리는 팀.
하지만 뭔가 애매하다.
메이저리거가 가장 가기 싫은 팀 1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불쾌한 팬을 가진 팀 1위.
가장 홈팀에게 야유를 많이 쏟아 내는 팬을 가진 팀.
그리고 몇 시간 전까지만 하더라도 맞상대했던 팀.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되물은 피오 고슬랭에게, 구단 직원은 한숨을 살짝 내쉬며 대답했다.
“이봐, 고슬랭. 아직도 언론을 믿어?”
2
이 트레이드는 양 팀의 약점을 서로 메꿨다는 점에서 섣부르게 누가 이득인지 평가하기에는 조심스러운 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긴, 내가 봐도 그렇다.
백업 포수가 필요했던 필리스와 젊은 포수를 밀어주려던 계획을 가지고 있던 브루어스.
선발 유망주를 로테이션에 넣으려고 한자리를 만들려던 필리스와 선발진이 취약한 브루어스.
FA가 코앞에 닥친 중견수의 대체자를 구한 필리스와 볼넷-출루율이 필요하고 외야수 중 중견수가 가장 약했던 브루어스.
잘만 쓰면 팀의 윤활유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불펜 투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브루어스와 딱 그런 스타일의 막 굴릴 수 있는 불펜 투수가 필요했던 필리스.
맷과 로빌은 롱 릴리프로 뛰기는 하지만 선발 전환을 염두에 둔 선수들이기에 어느 정도 관리가 필요했고, 가끔은 그런 것 때문에 경직된 투수 운용이 나올 때가 있었으니까.
여기서 양 팀이 갖는 리스크가 있기는 하다.
어윈 그레이엄이 풀타임을 뛰며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는가?
선발 로테이션에 자리 잡은 투수를 내보낸 뒤에 다른 유망주 투수가 선발로 확고하게 뛸 수 있는가?
ㅇㅅㅇ: 파워 고슬랭은 저인성 포수에게 파워볼 번호를 뜯어낼 수 있는가?
아니, 제기랄. 사실 그게 내게는 가장 큰 리스크긴 한데.
어쨌든 그거 말고, 그 전 두 질문의 답은 아마도 예스다.
어윈 그레이엄은 피오 고슬랭보다 팀에 더 보탬이 될 포수가 될 거고, 맷과 로빌은 큰 이변이 없는 한 메이저리그에서 꽤 장수할 수 있는 선발투수다.
에드윈 볼테어는 나라면 잘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함께 딸려 온 트리플A 투수 조단 웨슬리는 딱 필 레이건 정도로 클 수 있는 선발투수다.
상황을 굳이 따져 보자면 윈-윈 트레이드로 볼 수 있다. 물론, 시간이 조금만 지나고 나면 필리스가 조금은 더 이득을 볼 트레이드지만.
“헤이, 레드 빈. 무슨 일 있어?”
다음 원정 일정인 워싱턴의 숙소에서 선수단 미팅을 가지기로 하고 대기하는 중에 홀든에게 받은 질문이다.
무슨 일?
아직 어색하지만, 투수들, 특히 불펜 투수들과 그럭저럭 어울리고 있는 에드윈 볼테어와는 달리 멍하게 날 바라보는 피오 고슬랭과는 조금 어색한 사이라.
“아니. 별일 없어.”
“새로 팀에 합류한 저 포수가 계속 널 바라보고 있어.”
홀든은 자기가 트레이드 대상이 아니란 걸 확인하고 꽤 긴장이 풀린 모습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의 트레이드에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살짝 경계하는 모습이다.
ㅡㅅㅡ: 자기도 메이저리그 트레이드에 익숙하지 않은 주제에.
나는 그래도 20년간의 KBO 경험이…….
ㅡㅅㅡ: 제대로 된 트레이드도 거의 없는 리그 이야기는 왜 꺼내는 것이더냐.
아무튼 아니다.
아무튼 아님.
어쨌든, 팀 미팅은 새 선수들을 단순히 소개하려는 목적은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적응을 조금 돕기 위해 이런 걸 했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작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해 백악관에 방문하는 일정이 잡혀 있기에 그것에 관해 이야기하는 목적도 있었다.
“내일 우리는 백악관으로 간다. 기념품이 사고 싶더라도 우승 팀의 체통을 지키기 위해서 조금만 참도록 해.”
감독님은 썰렁한 농담으로 시작했다.
로즐이 작게 ‘Hell yeah!’라고 외쳤고, 그나마 그게 감독님의 그 썰렁한 농담을 살려 주었다.
별건 없었다. 그냥 뭐 백악관에서는 벤치 클리어링이 금지라며 내게 조금 더 썰렁한 농담을 했을 뿐…….
“맞아. 레드 빈, 거기선 그러지 마.”
“미리 수갑을 채워 가는 게 어떨까?”
“수갑으로 되겠어? 테이저건을 꽂은 채로 가자고.”
“젠장. 사람을 뭐로 보고 그래요. 팀에 새로 합류한 선수들도 있는데.”
내가 항의하자, 모두의 시선이 나를 거쳤다가 직전 경기에서 상대 팀이었던 두 선수를 향했다.
그러자 에드윈 볼테어-내게 적시타를 맞았던-는, 이 상황이 재밌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뭐, 레드 빈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고 있어요. 테이저건은 좀 그렇고, 그냥 쇠사슬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오늘의 사냥감은 나인가.
나를 제외한 모두가 에드윈 볼테어의 말에 크게 웃었다.
제일 얄밉게 웃은 놈에게 복수를…….
ㅋ□ㅋ: (폭소)
ㅋ□ㅋ: (배꼽)
너냐.
오늘 내 타겟이 바로 요정 너냐.
๑• ₃ •๑: 아닌데.
๑• ₃ •๑: 요정님은 얄밉게 안 웃었는데.
๑• ₃ •๑: 진짠데.
아닌데.
요정 놈이 제일 얄밉게 웃었는데.
진짠데.
3
-백악관은 어땠어? <아리♡>
미국 대통령은 그럭저럭 유쾌하고 적당히 격의 없는(그게 아니라면 그렇게 보이는) 사람이었다.
대통령은 주머에게 뛸 때 뭐라고 소리치는지 물었고, 주머는 홀든에게 천천히 뛰라고 소리를 지른다고 대답했다.
짐에게는 패스트볼의 비결이 뭐냐고 물었고, 짐은 레드 빈이 비결이라 대답하며 날 부끄럽게 만들었다.
대통령은 메이저리그 경기를 즐겨 보는지 선수 하나하나에 질문을 던졌고, 개빈이 못 와서 아쉽다고 말했다. 사실, 구단은 개빈을 데려오려 했지만 개빈이 내년에 가면 된다고 쿨하게 거절했다나.
-대통령 손자가 내 팬이래.
대통령은 손자가 프로레슬링이나 이종격투기 등에 관심을 많이 두다가, 어느 날 필리스 경기를 보고 내 팬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었을 때, 모두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뭐. 뭐가 문젠데. 애들이 스포츠 보고 좋아하는 게 뭐가 문제냐고.
손자가 포수를 하고 싶다고 해서 포수 장비를 사 줬다나. 어쨌든, 나는 대통령이 가져온 그 장비에 모조리 사인을 해 줬다.
미국 대통령이라 해도 별거 없구먼. 대통령은 개빈 팬에 손자는 내 팬이라니. 전투 민족 출신인가.
-그래? 자기 꼬마들한테 인기 많다. <아리♡>
하긴. 구단주 손자에 대통령 손자까지.
어린이들의 영웅이 된 기분인데 이거.
ㅡㅅㅡ: 교육상 좋지 못한 일이라 심히 우려된다.
아니다, 이 요정아.
그 아이들은 자라서 명경지수 가진 미친놈들을 박살 내는 최고의 빌런이 될 거라고.
백악관을 방문해서 미국 대통령과 시간을 갖는 것은 나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다음 경기에 집중하는 것이 내게는 더 중요하다.
내셔널스가 내셔널리그 동부 지구에서 메츠와 함께 하위권을 형성하고 있다지만 방심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나는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지난주에 있었던 내셔널스 경기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기를 보면서 지금 아리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중이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내 방문을 노크한다.
흠.
경험상, 원정에서 누가 내 방문을 두드리면 꼭 헛소리를 하던데.
이번에 헛소리할 자는 누구일까.
“저기. 나야, 피오 고슬랭.”
제기랄.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나쁜 방문자인데 이거.
파워볼 이야기를 하러 왔나?
그냥 없는 척할까?
하지만 언제까지 피할 수도 없는 일이고. 혹 그 이야기를 한다면 담판을 짓기 위해 문을 열어 줬다.
그리고 나는 피곤한 티를 팍팍 내면서 손으로 눈을 가리고는 한숨을 내쉬며 내가 할 말을 쏟아 냈다.
“파워볼은 우연이야. 그때 그 번호가 당첨됐단 걸 알고 나도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젠장, 그냥 상대 팀 포수를 흔들려고 항상 하는 일일 뿐이야. 나도 파워볼을 샀어야 했다고 얼마나 후회했는데. 그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같은 팀이 됐으니 이제 그 이야기는 그만했으면 좋겠어.”
음. 대답이 없다.
알아들은 건가?
내가 손을 치우고 고개를 들자, 문 앞에 서 있던 피오 고슬랭… 과 에드윈 볼테어는 나를 바라보며 어색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음… Hi.”
“파워볼? 무슨 이야기야? 우린 그냥 따로 인사도 할 겸, 팀에 관해 이야기를 좀 했으면 해서 왔는데…….”
ㅇㅅ∅: 큭큭. 파워볼의 비밀을 알았으니 죽어 줘야겠군, 에드윈 볼테어.
…….
애꾸눈 저리 치워라.
지금 좀 부끄러우니까.
4
고슬랭은 파워볼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제의 그 방문은 정말 팀과 야구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한 것뿐이었다.
경기 준비를 하면서 고슬랭은 팀에 합류하고 아직 한 경기도 치르지 않았으니 조금 어색해하긴 했지만, 꽤 진지한 자세로 쇼와의 회의에 참석했다.
파워볼은 포기한 건가?
하지만 내가 홈으로 달려들면서 아무 숫자나 말했을 때 눈에 띄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공을 놓쳤었는데.
피오 고슬랭이라면 개빈 만큼은 아니지만 백업 포수로는 충분히 훌륭한 선수다.
그 역할에 만족할지 아닐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어쨌든 이제 내 백업이다.
말실수하지 않기 위해 조금은 경계해야 하겠지만.
선발투수와의 회의를 끝냈으니, 이제는 불펜 투수들과 대화를 나눌 차례.
나는 가장 먼저 에드윈 볼테어를 찾았다.
아직 합을 맞춰 본 적도 없고, 어제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으니.
“헤이, 좀 어때요?”
“뭐, 괜찮아. 이틀 전에 좀 던지긴 했지만.”
4일 전에도 좀 던지기도 했지.
하지만 진정한 불펜 마당쇠 투수니까 말만 그런 게 아니라 정말 괜찮을 거다.
“알아요. 한 3일 정도 연달아 던진다 해서 지치지도 않잖아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볼테어는 어떻게 알았냐며 살짝 놀란 표정을 하긴 했지만, 곧 너스레를 떨었다.
“3일 연속? 매일 40개 정도를 던지면 어깨는 좀 뻐근하지만 괜찮아. 4일째에도 20개 정도는 던질 수 있어.”
누가 들으면 허풍이겠지만, 완전히 신빙성 없는 이야기는 아니니까.
“뭐, 그렇게 던질 일은 거의 없겠지만요. 주자 있는 상황이 더 편하죠?”
“오, 젠장. 내 비밀을 어떻게 알았지?”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주자가 많을수록 피안타율이 떨어지고, 특히 3루에 주자가 있을 때 9이닝당 삼진율이 10.8로 매우 좋죠.”
내가 그렇게 말하자, 볼테어는 정말 놀라며 소리쳤다.
“Jesus! 이 소년이 당신의 사도인가요!”
아무래도, 팀에 또 하나의 미친놈이 합류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그리고 볼테어는 머리를 감싸 쥐며 이렇게 말했다.
“좋아. 정말 멋진데? 솔직히, 난 네가 그냥 실력만 믿고 마음대로 하는 선수인 줄 알았어. 그런데 이렇게 성실하기까지 할 줄이야! 필리스는 보물을 가졌군!”
연극 톤으로 말하는 거나, 오버가 조금 심한 거 말고는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인 것 같기는 하다.
어쨌든 뭐, 팀에는 꽤 보탬이 될 테니까.
내 입장에서도 좋은 장기짝을 얻었다.
자신의 강점을 정확히 아는 투수는 찾기 힘든 법이니까.
피오 고슬랭과 에드윈 볼테어라.
미친 필리스 생활이 조금 더 스펙터클하게 흘러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