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late's Villain RAW novel - Chapter (234)
홈플레이트의 빌런-235화(235/363)
# 235
Red house (3)
1
메이저리거들은 대부분 남에게 도움을 잘 청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근데 또 희한한 건, 내 주변 메이저리거들은 내게 도움을 청하는 걸 그리 이상한 일로 여기지 않는다.
흠. 역시.
내가 너무 잘나서인가.
ㅇㅅㅇ: (심한 욕)
뭐… 어쨌든. 별로 상관은 없다고 생각한다.
피오 고슬랭이 미국산 요정이라도 하나 줍지 않는 이상 내가 주전 자리를 뺏기는 일은…….
ㅍ□ㅍ: (격한 욕)
왜 자꾸 화를 내고 그래.
하여튼 뭐, 자기보다 커리어도 짧고 나이도 어린 내게 그런 말을 했다는 것 자체가 좀 신기하기도 하고.
다른 팀도 아니고 우리 팀인데, 자기가 하는 만큼은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은 되어 줄 수 있다. 억지로 멱살 잡고 가르쳐 주지는 않더라도.
ㅇㅅㅇ: 집 여기저기에 널브러진 쓰레기들이나 치우시지.
그래. 그래야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제 파티는 10시쯤 끝났지만,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쓰레기… 아니 메이저리거들이 그 뒤로도 계속 놀았으니, 요정 말대로 집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을 거다.
침실을 나서자, 거실 소파에 피오 고슬랭이 널브러져 있다.
흠. 어젯밤에 같이 맥주도 한잔했지. 피오가 했던 가장 웃긴 말은.
‘개빈 딸?’
아리가 개빈의 딸이란 이야기를 들은 피오는 거의 30초 동안 침묵하며 충격에 빠졌고, 그 뒤에 나랑 만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20초 정도 침묵에 빠졌다. 뭐,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 흠. 깊게 생각하지 말자.
“아델…….”
잠꼬대를 하고 있다. 아델? 아들 이름인가.
“피오, 일어나요.”
“으으으…….”
지금 시각은 7시 12분.
남의 집에서 뻔뻔하게 잠든 남자가 덮고 있는 담요를 냉정하게 빼앗아 버리기 가장 좋은 시간.
“으업!”
피오는 이상한 기합을 넣으며 벌떡 일어나서…….
“…….”
“…헤이.”
…갑자기 포구 자세를 취했다. 야구 하는 꿈이라도 꾸고 있었나.
“…허리를 좀 더 숙여요.”
“…이렇게?”
“큭큭. 미친. 오케이.”
“…….”
나는 그에게 따봉을 날렸고, 기둥을 끌어안고 자고 있는 케이스를 발로 뒤집어 깨운 뒤, VR 기기 안에서 잠든 로즐을 끌어 내리고, 여기저기에 잠든 놈들을 하나씩 찾아서 깨운 뒤…….
에이머 어디 갔어?
ㅇㅅㅇ: 차고.
차고는 가지 마라니까, 하여튼.
“으으으…”
“빈… 좀 더 자게 해 줘…….”
집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좀비 놈들의 신음을 뒤로 한 채, 차고로 향했다.
좀비가 창궐하면 웃기겠네.
난 배트를 휘두르고 야구공을 던져 놈들의 뚝배기를 깨 버리겠지.
차고로 들어가자, 내 코닉세그의 문이 열려 있다.
이 미친 좀비가 왜 여기서 자고 있어?
“일어나, 차 도둑놈아.”
“끄으으…….”
아주 가관이다.
내 집에서 잠든 무려 7명의 미혼(돌싱도 포함) 메이저리거-좀비-들을 깨워서 대충 아무거나 챙겨 먹였다.
“젠장. 시간이 너무 일러…….”
“그냥 네 집에서 VR로 훈련하면 안 될까?”
나는 모두의 의견을 무시한 후, 몽땅 캠핑카에 실어서 훈련장으로 향했다.
“흠. 캠핑카보다는 그냥 차 두 대에 나눠 가는 게 좋지 않나?”
차에 관심이 많은 에이머의 의견은 당연히 묵살이다. 회귀 전의 에이머는 차를 50대 정도 보유했던 슈퍼 카 마니아였지.
“돈 많잖아. 그냥 한 50대쯤 사서 타고 다녀.”
“젠장. 최저 연봉자한테 못 하는 말이 없네.”
“나도 최저 연봉이거든.”
“너처럼 계획 없이 사는 망나니랑 나를 비교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어.”
…….
다른 놈은 몰라도 호화 요트에서 마약 파티 할 놈한테 이런 말을 듣다니…….
ㅇㅅㅇ: 뭐.
ㅇㅅㅇ: 틀린 말은 아니지.
제기랄. 그냥 검소하게 살까.
ㅇㅅㅇ: 이미 늦었다.
ㅇㅅㅇ: 이 자본주의에 매몰된 추잡한 부르주아 놈.
ㅍㅅㅍ: 언젠간 프롤레타리아의 날카로운 죽창을 맞으리라!
뭐라는 거야, 이 미친 요정 놈이.
2
“쇼는 혼자서도 경기를 풀어 갈 능력이 있어요. 과감하고 깔끔하죠.”
“맞아. 멘탈이 정말 좋지.”
“로즐은 미트를 갖다 대는 곳으로 던질 능력이 있죠. 로빌은 호흡을 맞춰 봐서 알겠지만 철저하게 분석하는 타입이고, 주자를 통제할 줄 알고요. 거프는 성실하고 우직하지만 두려움이 없어요. 거프가 투사라면 맷은 싸움꾼입니다. 선발투수 중에 타자 머리를 가장 잘 맞힐 타입이에요. 머리를 노리는 척하면서 뚝 떨어지는 포크볼로 삼진을 따내죠.”
“끝내주는 선발 로테이션이야.”
“짐은 하고 싶은 대로 두기보다는 지시를 내려 줘야 해요. 짐이 가장 강할 때는 인터벌 없이 무자비하게 상대를 공격할 때예요. 그러니까 볼 배합을 길게 고민하지 말고 빠르게 결정을 내려요.”
“…많이 당했지.”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건, 끈임없이 네가 최고라는 걸 상기시켜 줘야 하는 거죠.”
“흐흐. 내가 짐이랑 호흡 맞출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네.”
“있을 수도 있죠.”
“네가 사람을 때렸을 때?”
“뭐, 부인하진 않을게요.”
짐이 나 외의 포수랑 호흡을 맞추는 걸 힘들어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짐의 가치가 떨어지진 않을 거다. 누군가 짐을 FA로 사려 한다면 짐의 미친 구위에 초점을 맞출 테니까.
“후우, 근데 언제까지 달릴 거야?”
나와 피오는 트레드밀에서 달리면서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이건 단순하지만, 굉장히 중요하다.
“당신의 하체가 조금 더 강해질 때까지요.”
“음.”
내가 보기에, 브루어스가 어린 포수를 쓰기로 결정하고 피오를 내보낸 것은 다 이유가 있다.
하체가 약한 포수는 롱런하기 힘들다. 종일 쪼그려 앉고 수십 수백 번 앉았다 일어서는데, 하체가 약하면 시즌이 진행될수록 온전히 실력을 발휘하기가 힘들다.
어쩌면 백업 포수가 그에게는 천직일지도.
어제 그가 내게 한 말대로, 뭔가를 좀 더 얻으면 충분히 좋은 선수가 될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장타력은 있는 선수니, 결국 그의 바람대로 다른 곳에서 주전이 될 수도 있다.
그때까지는 같은 팀이니까.
“에이머는 수비 범위가 넓어서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좀 더 먼 곳으로 배치해도 돼요. 케이스도 그렇지만, 송구가 강한 편이 아니라 발 빠른 주자 상대로 백핸드 송구를 할 상황은 없을수록 좋죠.”
“수비 밸런스가 좋아요. 외야에는 골드글러버급 수비수가 둘이나 있고, 진이 조금 약하지만, 그쪽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라이언이 있죠.”
“키스톤콤비가 똑똑해요. 둘이서 끊임없이 대화하고 포수에게 사인을 보내죠. 맘에 안 드는 사인을 보내면 닥치고 내 말을 들으라고 해요.”
물론 모든 건 상대적이다. 내가 사인을 보내는 것과 피오가 보내는 것은 다를 수도 있다.
그냥 최대치를 알려 주면 된다.
피오는 내가 해 주는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들으려고 애썼다. 어차피 이런 것들은 조금만 보면 알 수 있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결론이 나온다는 것은 꽤 도움이 될 수 있다.
“왼쪽 팔꿈치 각도를 좀 좁히는 게 좋겠어요.”
“좋아.”
도와주는데, 토를 달면서 이건 이래서 이렇니 저래서 저러니 하고 변명을 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피오는 토 달지 않고 내 의견을 대부분 받아들였고, 조금 늦게 도착한 개빈이 우릴 보고는 말했다.
“이런 젠장. 뭐야, 둘이 언제 이렇게 친해졌어? 그보다 꼬마, 날 데리러 왔어야지.”
아침엔 보모에 지금은 운전기사 취급이라니.
3
메츠와의 시리즈를 끝낸 후 상대할 말린스는 최근에 꽤 기세를 올리고 있다. 최근 8연승이라던가.
Y.J.라이프와 매터스 퀄카를 앞세운 선발진은 안정적으로 굴러가고 있고, 파비오 인시그니테를 중심으로 한 타자들도 짜임새 있다는 평가다.
내 생각에는 조쉬 애커튼이 꽤 기여를 한 것 같다. 컬 매치니의 공격력이 없어졌지만, 안정된 포수는 팀 색깔을 바꿔 놓는 힘이 있다.
“어제 맥주를 못 마신 원한을 말린스한테 풀 거야.”
“좋은 각오네요. 그런데 원한까지야…….”
“넌 내 마음을 몰라.”
쇼가 히죽 웃었다. 어제 파티에서 맥주 한 모금도 안 마신 건 어차피 자기 판단이면서.
농담 삼아 말했지만 그게 진심이었는지, 쇼는 1이닝부터 날카로운 공을 던지며 시위하듯 말린스 타자를 요리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아웃!”
까다롭고 짜증 나는 타자인 조 오코너를 5구째 커브로 삼진 잡은 뒤, 최근 주가를 잔뜩 올리고 있는 2루수 브루브 케어니에게 유격수 땅볼 유도.
[파비오 인시그니테] [좌투좌타, 좌익수] [키워드: 스프레이 히터, 호타준족, 인내심, 강견, 명경지수]다음은, 명백히 말린스에서 가장 까다로운 타자.
양키스가 코어 유망주를 퍼 준 그 트레이드 덕에 팀이 잘나가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이 선수는 어디 가서든 잘할 선수다. 지금 당장 우리 팀엔 진 테프먼이 있어서 필요 없겠지만, FA로 풀리면 어지간한 팀들은 모두 군침을 흘릴 만한 선수다.
“요새 잘나가던데.”
“맞아. 나쁘지 않지. 너희도 잘나가더라.”
재미없는 MGJS 놈들.
ㅇㅅㅇ: MSG면 감칠맛 있었을 텐데.
뭐래. 비켜, 헛소리하지 말고.
“파울!”
날카롭게 잘 들어온 공을 걷어 낸다. 소심한 투수라면 살짝 긴장감을 가질 정도로 날카로운 스윙. 조금만 라인 안쪽으로 들어갔더라면 장타 코스였을 거다.
하지만 쇼도 명경지수를 가지고 있다.
“파울!”
비슷한 코스인데 구속을 조금 죽여서 타이밍을 뺏는 피칭.
노련하고 날카롭다. 짐이 저지른 미친 짓이 아직 뇌리에 남아 있는데, 이건 그것과는 다른 종류의 날카로움이다.
“오늘 쇼 컨디션이 장난 아냐. 말린스가 고생 좀 하겠네.”
“우리 꼬맹이도 장난 아냐. 필리스도 고생 좀 할걸?”
말장난이나 자존심 싸움이 아닌, 순수한 의견 전달로 받아들여진다.
상관없는 일이다.
몇 대 맞다 보면 우리 투수가 컨디션이 좋니 마니 하는 생각은 싹 사라지기 마련이다.
딱!
쇼가 마지막을 체인지업으로 장식했다.
1, 2구보다 조금 안쪽으로 들어오는 듯하다가 속도가 죽으면서 가라앉는 체인지업.
파비오 인시그니테는 타이밍을 뺏겨 3루수 정면으로 타구를 보냈고, 라이언은 민첩하게 사이드 스텝을 밟아 오늘은 1루수로 나선 폴에게 송구했다.
“아웃!”
주전들이 돌아가며 휴식을 취하며 체력 보충을 하고 있는 기간이지만, 선수들의 집중력은 최고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강팀의 전형적인 모습 아니겠는가. 백업들은 경기에 나서서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주전들은 그에 자극받아서 더 집중하고.
“맥주에 대한 복수는 끝났나요?”
내가 웃으며 말하자, 쇼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니. 못 마신 맥주 한 병당 아웃 카운트 하나야.”
“얼마나 마시려고 했어요?”
“서른 병. 넉넉하게 잡았어. 누가 실책이라도 할까 봐.”
쇼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하긴, 쇼라면 실책 세 개가 나와도 뭐.
이제 장비를 벗고 타석에 나설 준비를 할 시간이다.
아.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지.
“헤이, 에이머.”
“왜. 홈런 치러 가야 해서 바쁘니 용건만 말해.”
“응. 용건 끝났어.”
“뭐?”
에이머가 이상한 눈으로 날 쳐다보지만, 이게 내 루틴이 되어 버렸는데 어쩌냐.
저놈이 홈런을 치러 가겠다는 소리를 들어야 경기하는 것 같단 말이지.
장비를 챙겨 두고, 타격 코치님과 잠깐 대화를 나눈 후, 대기 타석으로 나갔다.
살짝 발 위치를 옮겨 가며 스트라이드 폭 감을 잡으면서 배트를 몇 번 휘두르고 투수를 유심히 살폈다.
흠.
인시그니테가 컨디션이 좋다고 했던 말이 허언은 아닌 것 같다.
연습 투구 때 공 끝이 오늘따라 굉장히 날카롭더라니.
“스트라이크!”
에이머의 배트가 허공을 가른다.
커터인가?
딱!
“파울!”
서클체인지업 타이밍을 놓쳤네.
타석에서 보면 훨씬 골치 아플 거다. 정면에서 보면 특히나 투구 폼이 구분이 잘 안 가는 타입이다.
에이머는 순식간에 2스트라이크로 몰렸지만, 보폭을 좁히거나 그립 위치를 수정하거나 하지 않았다.
에이머한테는 저게 낫다. 괜히 상대에 따라 다르게 접근할 필요 없다. 자기가 가장 잘하는 걸 밀어붙이는 게 저 녀석에겐 가장 좋은 결과가…….
“스트라이크-아웃!”
…야구는 굉장히 결과론적인 스포츠니까.
삼진 먹고 타석에서 한참을 홈 플레이트를 내려다보다가 돌아오는 에이머의 표정이 이상하다.
“왜? 투수가 초능력으로 홈 플레이트를 움직이기라도 했어? 리드오프 홈런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가 놀리자, 에이머가 인상을 잔뜩 찌푸린다.
“젠장. 아마 너도 놀랄걸? 슬라이더가 미쳤어.”
“슬라이더? 커터 아니고?”
“몰라. 커턴지 슬라이던지 알게 뭐야.”
에이머는 그렇게 투덜거리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애가 좀 모자란 면이 있긴 하지만 야구에서만큼은 천재다.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커터인지 슬라이더인지 구별이 안 된다는 말이라면…….
일단, 보자.
[Y.J.라이프] [좌투좌타, 선발투수] [키워드: 마이스터, 배트 브레이커, 에이스, 닥터 K, 기세] [상대 투수의 국적이 미국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상대 투수와의 연봉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상대 투수의 서비스 타임이 3년 차 이하로 확인되었습니다!]이런 미친.
마이스터는 언제 달고 나왔대.
라이프는 포심, 커터, 서클체인지업, 슬라이더를 던진다.
그래서, 어떤 구종이 마이스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