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late's Villain RAW novel - Chapter (240)
홈플레이트의 빌런-241화(241/363)
# 241
지나치게 아름다운 (1)
1
-점심 먹으러 왔는데 개빈이랑 레드 빈이 여기 있어. 개빈의 딸도.
└왜냐면 레드 빈은 개빈의 사위거든.
└아직 결혼은 안 했어.
└빨리 결혼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리아나 폴체스키가 구단 프런트에서 일하고, 개빈은 코치부터 시작해 종신 감독이 되고, 레드 빈은 필리스와 20년짜리 계약서에 사인하는 거지.
└20년? 레드 빈이 잘하고 있지만 20년은 너무 길지 않아?
└20년 뒤에도 지금 개빈보다 어려.
└OMG. 진짜네. 20세가 되려면 아직 두 달이 남았다고?
└LOL. 난 정말 이 상황이 좋아. 흐뭇해.
└오, 지금 마운틴 하울링에 있어? 근데 둘은 따로 데이트 안 하나? 볼 때마다 개빈이랑 같이 있는 것 같네.
└너, 딸 없지?
└난 개빈을 이해해. 내 딸은 12살이야.
└레드 빈이 짐승처럼 상대 팀을 두들기는 걸 보면 그런 말을 못 할 텐데.
└엄청난 딜레마지. 포지션 후계자이자 가장 아끼는 팀 내 유망주이며, 팀의 중흥을 이끄는 red house의 주인. 거기다가… 외동딸의 애인. 흠. 개빈이 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다들 알면서 그래?
└왜? 멋지지 않아? 마치 판타지 소설의 스토리 같지 않아?
└대륙을 통일하려 했으나 ‘아쉽게’ 실패한 전설적인 왕과 아름다운 공주.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이국의 기사가 왕을 도와 대업을 이루고 공주와 결혼! 그리고 차기 왕이 되는 거지. Wow. 밀리언셀러의 느낌이 강하게 와.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이국의 기사가 최종 보스였다든가 하는 그런 이야기일 수도 있지.
└개자식. 혹시 메츠의 첩자냐?
└유치한 놈들.
└멍청한 놈.
└Fuck you.
└나도 필리스 팬이지만 필리스 팬들은 툭하면 fuck you라고 말하지. 좀 더 참신한 놈은 없어?
└Son of bitch.
└제기랄. 너희한테 특별한 걸 바란 내가 멍청했지.
└Mother fucker.
└좋아, 항복. Fuck you.
└흠. 첩자가 아니었나 보군.
2
아리와는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젠장, 개빈.
ㅎㅅㅎ: 대머리에게 초능력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라.
진짜 초능력이라도 있는 거 아냐?
고개를 돌리자, 개빈이 로즐과 무언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개빈의 표정이 미묘하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
또 로즐이 미친 소리를 하는 걸까.
⚆◇⚆: 개빈! 혹시 숨겨 둔 딸 같은 거 없어요?
ㅡ益ㅡ: 뭐라고? 이 미친 개자식이.
…그렇군.
뭐, 로즐이라면 나오는 대로 지껄일 만하지.
그나저나, 저거 로즐이랑 개빈 따라 한 거냐?
ㅎㅅㅎ: 물론이지.
ㅎㅁㅎ: 다른 선수들도 보여 줄까?
(ˊᗜˋ*): 그건 다 레드 빈 덕분입니다.
(<◉>◞౪◟<◉>): 내가 홈런 치는 걸 구경이나 해.
……?
너 왜 에이머만 싫어하냐. 왜 쟤만 이상한 걸로…….
“빈, 케이스와 나는 내기를 이어 나가기로 했어. 어때, 너도…….”
“푸훕!”
ㅍㅅㅍ: 이래도 에이머만 이상한 걸로 했다고 말할 건가.
ㅍㅁㅍ: 아무리 봐도 똑같지 않나!
미친.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나도 모르게 뿜어 버렸다. 요정이 묘사한 것과 거의 비슷한 표정으로 에이머가 내게 말을 걸어와서.
“뭐야? 반응이 왜 그래?”
“젠장. 아니, 잠시 딴생각 좀 하느라. 난 됐어. 너희끼리 내기해.”
“자신 없어?”
“하나 마나 내가 이길 거니까.”
“두고 보자.”
에이머는 요정이 했던 그 표정을 하면서 케이스에게 돌아갔다.
바보인가 진짜.
내 물심부름 내기를 하는데 내가 왜 끼어?
전 경기에서 둘 다 추가 출루를 못 해서 다시 내기하려나 보다.
멍청이들이 내기하는 건 나쁘지 않지. 너무 힘이 들어가서 밸런스만 무너지지 않으면.
하지만 저놈들 재능이야 뭐. 더 말할 것도 없으니.
선의의 경쟁은 플러스가 될 수밖에 없다.
다음 원정지인 신시내티로 향하면서, 태블릿 PC로 스포츠 뉴스란을 켰다.
올스타전을 코앞에 두고, 올스타전 투표 마감이 얼마 안 남은 와중에 눈에 띄는 기사가 있다.
[내셔널리그 올스타 투표 전망.]포지션별로 나누어서 누가 올스타에 1위로 뽑힐지 전망하고 있다. 내용이야 뭐 그렇다 치고, 한 줄 평이 있어 한번 훑어보기로 했다.
-홍빈(PHI): 타율 0.383/출루율 0.472/38홈런/16도루/90타점.
└당장 MVP가 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음. 도루를 제외한 타격 대부분 지표에서 1위.
음. 그렇지. 더 말할 것도 없지.
-폴 대븐포트(SF): 타율 0.271/출루율 0.349/19홈런.
└하필이면 경쟁자가 ‘그’.
-가야드 셜롯(LAD): 타율 0.292/출루율 0.387/14홈런.
└콧수염이 사라져도 여전히 훌륭하지만 하필이면 ‘그’가 같은 포지션에.
-다니엘 그린부쉬(CHC): 타율 0.247/출루율 0.336/8홈런.
└고액 FA의 함정. 굿바이.
다들 잘하지만, 포수 포지션은 어쩔 수 없다.
내가 있으니.
ㅍㅅㅍ: …….
뭐라 해도 반박 불가다.
-에이머 시나(PHI): 타율 0.341/출루율 0.423/22홈런/82득점.
└같은 팀의 누구만 아니었어도 MVP 1순위.
유격수는 에이머가 압도적이다.
-주머 데이비스(PHI): 타율 0.311/출루율 0.386/14홈런.
└부드러움, 강력함, 그리고 팬들의 전폭적 지지.
-브랜든 맥(CIN): 타율 0.278/출루율 0.367/19홈런/62타점.
└클러치 능력은 여전하지만, 스몰 마켓의 설움?
-클럽 뱅크(LAD): 타율 0.281/출루율 0.388/14홈런.
└메츠에서 다저스로. 다저스 팬들이 얼마나 지지해 줄지.
사실 성적만 따지고 보면 꽤 고만고만하다. 그러고 보니, 저 미친놈 곧 만나겠네.
3루도 중간 집계 1위인 라이언이 어지간하면 될 것 같다. 엄청 좋다곤 못 하겠는데 올 시즌 유독 3루수들 활약이 좀 약해서. 부상 선수들이 많아도 너무 많은 편이다.
-라이언 필로우(PHI): 타율 0.288/출루율 0.367/11홈런.
└끈질긴 싸움꾼. 야구를 몰라도 투표하게 만드는 미남. 최고 레벨의 수비력도 여전.
스타성도 굉장히 중요한 것이기는 하다. 작년 올스타인 컵스의 코너 위튼마저 전반기의 절반 이상을 부상으로 날려 버렸다.
-진 테프먼(PHI): 타율 0.275/출루율 0.390/20홈런/71타점.
└필리스 원조 해결사. 리그 타점 2위. 마초맨. 더 말할 필요가?
-O.J.레이튼(PIT): 타율 0.325/출루율 0.420/15홈런/19도루.
└커리어 하이 기록 중인 팔방미인 해적 선장. Why not?
-파비오 인시그니테(MIA): 타율 0.317/출루율 0.387/18홈런/12도루.
└말린스의 보스이자 자존심.
이 셋 외에도 브렉 테머튼, 조 오코너, 헥터 비에릭, 루카스 에비아스 등 쟁쟁한 선수가 많아서 타석수가 조금 부족한 홀든이 외야수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문제는 케이스인데.
-브루브 케어니(MIA): 타율 0.318/출루율 0.389/5홈런/58득점.
└말린스발 돌풍의 주역, 돌격대장 2인조 중 하나.
-저빈 위스프(STL): 타율 0.314/출루율 0.351/2루타 30.
└2루타의 달인. 날카로운 공격성.
-라파엘 노게이라(MIL): 타율 0.245/출루율 0.349/16홈런.
└거포의 팀에서 홈런에 눈을 뜨다.
-케이스 에이블(PHI): 타율 0.276/출루율 0.371/12홈런.
└훌륭한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같은 팀 다른 유망주들 때문에…….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이럴 때야말로 필리스 팬들의 화력이 있어야 할 때 아니겠는가.
타율, 출루율, 홈런 중 어디 하나 1위는 못 하지만 밸런스 있는 기록을 세우고 있는 데다가 수비력은 가장 앞서니까.
다른 것보다는, 나랑 에이머가 압도적으로 포지션 1위를 했는데 자기만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기가 죽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ㅡㅅㅡ: 적자생존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인가, 초소형 포수.
그냥, 흠. 팔이 안으로 굽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는데.
그래도 솔직히, 풀타임 첫해에 저 정도면 뭐.
후반기에 영 삽질만 안 하면 신인왕도 딸 수 있을걸?
어쨌든, 신시내티는 그리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다. 물론 그건 미국 기준이지만.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다음 경기에 대한 구상을 좀 하려는데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빈! 나야!”
케이스의 목소리다. 뭐 이야기할 거라도 있나?
내가 나가서 문을 열자, 케이스… 가 아니라 미친 메이저리거 놈들이 아주 그냥 잔뜩.
“…너희 뭐냐.”
“그냥 뭐, 야구 이야기나 하자고.”
“혼자 있으면 심심하잖아.”
“헤이.”
“Hell ya!”
…꼴을 보니 평화로운 경기 분석은 물 건너갔구먼.
“…들어와, 멍청이들.”
3
올스타 브레이크가 다가오니, 조금 조급해 보이는 선수도 있다.
팀이 아주 잘나가는 상황에서 자기도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으면 혹시 올스타에 뽑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니까.
올스타전 투표는 이번 레즈 3연전 마지막 경기 날 마감되고, 3일 뒤 발표된다.
케이스는 조금 힘이 들어간 것 같다. 어느 정도 팬 투표로 뒤집을 수 있는 득표 차였으니.
홀든은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아니,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언감생심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케이스, 그냥 내 생각인데, 아마 내기는 네가 이길 거야.”
“흠. 그렇지.”
케이스도 훌륭한 선수지만, 사실 에이머한테 비비기는 조금 힘들다. 워낙 괴물이어야 말이지.
“그런데 왼쪽 어깨에 힘이 좀 들어간 것 같아. 평소대로만 하면 이길 수 있을 거야.”
“오, 그래? 고마워. 반드시 이길게.”
케이스는 굉장히 자존심과 승부욕이 강한 선수다. 어쩌면 나와 에이머에 못 미치는 타격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에 화가 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내 조언은 잘 받아들이는 편이다.
ㅇㅅㅇ: 바보이기는 하지만 초소형 포수와는 달리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청년이지.
어쨌든 뭐, 나보다 남의 말을 잘 듣는 건 사실이니까. 자존심 강한 선수들에게서는 드문 타입이지만, 그래도 남의 조언을 조금은 듣는 게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는 법이다. 그게 제대로 된 조언이라면.
감독님이 공언한 ‘로테이션 10연전’이후, 선발 로테이션에서 로빌이 빠졌다. 그럭저럭 로테이션을 돌리며 투수들에게 휴식을 줬고, 올스타 브레이크도 있으니.
그 말은, 맷 블러가 선발 경쟁에서 결국 한자리를 차지했다는 이야기다.
맷이 좌완의 이점을 가지고 있으니 로빌이 압도적이지 않은 이상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성적도 맷이 조금은 더 뛰어났으니 더 말할 것도 없고.
“브랜든 맥은 골치 아픈 스타일이야. 좌타자이긴 하지만 좌투수를 상대로도 꽤 잘 치고, 존에서 조금 벗어난 공도 안타로 만들어 낼 능력이 있지.”
“흠. 유인구는 확실하게 빼야겠네. 다른 타자들을 보면 볼넷을 내줘도 나쁘지 않겠는데?”
“곤란한 놈이지. 짜증 나는 놈이야.”
확실히 그건 맞는 말이다. 맷의 말도, 개빈의 말도.
여긴 뭐… 맥과 일곱 난쟁이로 불리는 팀이니까.
다른 타자들은 하나씩만 조심하면 된다. 누구는 뜬금포 한 방이 있고, 누구는 기습 번트를 잘 대고, 또 누구는 발이 빠르고…….
그런데 회의 중이던 우리 모두의 스마트폰이 동시에 울렸고, 피오가 가장 먼저 스마트폰을 열었다.
“어… 음? 이런, 그 곤란하고 짜증 나는 놈이 도핑테스트에 적발됐다는데?”
피오의 놀란 표정이 곧 나와 개빈, 맷에게 옮겨 갔다.
우리는 동시에 스마트폰을 열었고, 구단 스태프에게서 온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신시내티 레즈 1루수 브랜든 맥 금지 약물 적발, 곧 발표될 예정.
드디어 올 것이 왔구먼.
언제 걸리나 했다.
“오, 이런.”
개빈은 미묘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오늘 선발투수인 맷은 꽤 화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여기서 개자식 하나가 사라지는 순간이군. 안 그래, 레드 빈?”
하긴, 공에 이상한 거 발라 던지는 건 규정 위반이긴 하지만 그래도 약까지는 아니니까.
흠. 난 약은 안 하지만 약보다 더 심한 마약 같은 요정놈이 있는데,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ㅇ血ㅇ: 요정님을 그깟 약물에 비교하다니……!
안다, 알아.
그것보다 훨씬 강력하고 효과 좋지.
걸릴 일도 없고.
근데 그래서 내가 약쟁이들 욕은 안 하잖아?
“잘됐네. 그냥 박살 내 버려. 제일 까다로운 놈이 사라졌으니.”
이런 말밖에 못 하겠구먼.
그리고 경기가 시작되자, 굉장히 싸늘한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점점 떨어져 가는 성적에 지쳐 가던 레즈 팬들은 간판스타가 도핑테스트에 경기력 향상 약물을 사용한 것이 적발되어 80경기 출장 정지를 받자, 매우 화난 모습으로 경기장에 입장했다.
거기에 추가로 마약 양성 반응까지 나왔으니, 뭐. 화가 날 법도 하지.
레즈 팬들은 여기가 시티즌스 뱅크 파크인 것처럼 굴었다.
내가 안타를 치면 넛 앤 넛츠를 불렀고, 에이머가 타석에 나설 땐 A-mer! Kill him!이라고 거침없이 외쳤다.
홈 팬들의 격렬한 야유를 듣는 레즈 선수들은 무기력하게 맷에게 박살이 났고, 우리는 1 0대 0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간판스타 약물 파동 레즈, 필리스에 10 대 0으로 완패.] [올스타 경쟁자 주머 데이비스, ‘약물이라니, 충격적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브랜든 맥의 팬이었다.’] [레즈 감독,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브랜든의 이야기를 좀 들어 봐야 한다.’] [레즈 팬들, 팀을 맹렬하게 비난. 맥과 난쟁이가 아닌 테스토스테론과 난쟁이들.] [브랜든 맥 약물로 80경기 정지. 브랜든 맥, ‘그런 약은 한 적이 없는 것 같다’며 횡설수설. 그렇다면 다른 약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