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late's Villain RAW novel - Chapter (242)
홈플레이트의 빌런-243화(243/363)
# 243
지나치게 아름다운 (3)
1
따아악-!
-넘어갑니다! 케이스 에이블! Wow!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팀,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최근 가장 뜨거운 타자는 에이머 시나도 홍빈도 진 테프먼도 아닌, 바로 이 선수입니다! 라인드라이브성으로 날린 타구가 외야 스탠드에 바로 꽂힙니다! 오늘도 선취점을 올리는 필라델피아 필리스! 케이스 에이블이 3점 홈런을 쏘아 올리고 포효하면서 베이스를 돕니다!
“스트라이크-아웃!”
-로즐 펠리시다드, 지난 경기의 부진 아닌 부진을 말끔하게 털어 내겠다는 듯, 아주 가벼운 표정으로 위력적인 공을 뿌립니다.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 듯한 레즈 타자들을 아주 가뿐하게 요리합니다. 제구는 여전히 수준급이고 변화구 구사가 한층 안정된 모습입니다!
“아웃!”
-보리스 켄달이 9회 말 레즈의 마지막 타자를 처리합니다! 8 대 0으로 경기 마무리됩니다. 오늘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로즐 펠리시다드와 2안타 2볼넷 5타점을 기록한 케이스 에이블이 가장 돋보인 선수였습니다. 두 선수 모두 생애 첫 올스타전 출전을 바라고 있을 텐데, 어찌 될지 개인적으로도 궁금해지는군요. 과연 필리스는 몇 명의 선수를 올스타전에 내보낼 수 있을까요?
띡.
경기가 끝난 후 TV로 경기를 다시 보는 것은 꽤 도움이 되는 일이다.
야구 자체가 플레이 타임이 꽤 긴 스포츠인 탓에 시간이 꽤 걸리지만, 그래도 실제로 보는 것보다는 중간 광고를 다 스킵 해 주니까 뭐.
경기장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TV로만 볼 수 있는 것들도 있다.
타자가 어떤 표정을 하고 타격에 임하는지.
내가 타석에 나섰을 때 포수는 어떻게 행동하는지.
투수가 등 뒤로 뭘 하고 있는지.
어떻게든 보려면 볼 수는 있지만, 제대로 파악하기에는 영상을 돌려 보고 멈춰 보고 하는 게 좋으니까.
그나저나, 짐이야 뭐 당연히 올스타에 뽑힐 거다. 평균 자책점이 1.6에 전반기에 10승을 달성했고, 삼진도 180개로 전체 1위. 퍼펙트게임 달성.
휴식을 위해 각종 핑계를 대면서 올스타전에 불참하는 경우도 있는 한국과는 달리,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은 굉장한 명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 무조건 맞는 말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로즐이나 케이스같이 자존심이 강한 선수들은, 그들이 내심 라이벌로 여기는 짐이나 에이머가 올스타가 되는데 자기가 안 되면 좀 풀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거든.
어쨌든 팀이 강해지면 좋으니까.
어때, 요정.
걔들이 뽑힐까?
・ˇ_ˇ・: 요정님을 점쟁이 문어 취급 하지 마라.
2
너무도 시기적절하게 팀 전체가 멘붕에 빠진 레즈와의 시리즈를 스윕하고, 우리는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의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상대하기 위해 또다시 원정길에 올랐다.
3주 전만 하더라도 매리너스 원정이 끼어서 끔찍한 일정에 비명을 지르고 있었는데, 이동 거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올스타 브레이크 직전의 일정은 상당히 좋다. 레즈는 지구 최하위로 처지긴 했지만 그래도 포기할 정도는 아니라 전력을 다할 거라 예상했는데 완전히 무너졌고, 파드레스는 리빌딩이 꽤 진행되기는 했지만 아직은 완벽한 전력이 아니니.
올스타 투표는 마감되었고, 레즈전 내내 좋은 활약을 펼친 케이스는 차분하게 다음 일정을 준비하며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원정 로커 룸에서 경기를 준비하는데 에이머가 지나간다.
“에이머.”
“난 지금 바빠.”
“물 떠와.”
“…제기랄.”
내 집에서 내 물심부름을 하기로 했던 내기는, 내기 연장전 첫 경기에서 케이스가 이긴 후 2차전으로 번졌다.
평소에도 물심부름하는 내기라나.
솔직히 이해는 못 하겠다. 그런 내기할 거면 그냥 서로 물심부름하는 것으로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나야 뭐 개이득이지만. 게다가 기한도 없다. 그냥 오늘 못한 놈이 다음 경기까지 내 물 셔틀을 하는 거다. 멍청해 줘서 고마워, 친구들아.
ㅇㅅㅇ: 유유상종이라는 말 못 들어 봤나.
둘이 친한 게 멍청해서 그렇다는 거야?
ㅇㅅㅇ: 둘로 한정 짓지 마라.
ㅇㅅㅇ: 세 얼간이 놈들.
덤앤더머에 날 은근슬쩍 끼워 넣지 마라.
어쨌든, 파드레스는 전력 균형이 잘 갖춰‘질’ 팀이다.
골드글러브급 수비력을 갖춤과 동시에 30홈런을 ‘때리게 될’ 중견수가 있고, 300K 시즌을 만들어 내며 사이 영 상을 ‘탈’ 선발투수가 있으며, 빌어먹을 명경지수를 가진 포수도 있다.
게다가 추가로, 굉장히 생소한 투구 자세를 가진 불펜 에이스도 있고.
하지만 이 팀의 전력이 온전히 올라오려면 아직 멀었다.
브렉 테머튼이야 서서히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지만, 아직 약점을 완전히 극복하진 못했다. 에이스인 새뮤얼 엘란더가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곧 경기가 시작된다.
오늘 경기 선발인 거프는 브렉 테머튼의 약점을 공략하는 데 큰 문제가 없는 투수… 라기보다는 천적에 가까운 투수라 별걱정은 없다.
그냥 오늘은 누가 내게 정면 승부를 해 오길 바랄 뿐이다.
3
“반갑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여전히 인터넷 개인 방송으로 홍빈의 경기를 중계하고 있는 남현홍은 자신감 가득한 표정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생각보다 방송사의 섭외가 줄을 잇진 않았지만, 개인 방송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었다.
“오늘은 정말 어렵게, 진짜 어렵게 특별 게스트를 모셔 봤습니다.”
└게스트?
└남 형, 친구 없잖아.
└뭐 선수 출신이라도 데리고 왔나?
“제가 이분 모시려고 삼고초려도 모자라 십고초려는 했어요.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자… 바로! 두구두구두구두구!”
남현홍이 뜸을 들이자, 시청자들은 인내심 부족한 야구 팬들답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어차피 좆밥 데려왔을 거면서
└아재요, 빨리 좀 합시다
└이상한 놈 왔으면 음소거 하고 경기나 볼 거임
“…열화와 같은 환대 감사합니다. 다들 아시죠? 영근이! 영근이를 환영해 주세요!”
└???
└영근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실화냐?
└뭐?
“어, 흠. 안녕하세요, 영근이입니다.”
어설프게 연출이라도 하려 했는지, 화면 밖에서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가 튀어나오며 인사했다.
└영근이라고? 영근이치곤 정상적으로 생겼는데?
└진짜 영근이임?
└아재 조카 불러다가 영근이라 구라 치는 거 아님?
└얘가 영근인지 아닌지 어케 앎?
└홍빈 개새끼 해 봐.
“아니 우리 빈한테 개… 뭐라고요? 아, 미친. 형, 저 방송 못 하겠는데요.”
└영근이 맞네.
└ㅋㅋㅋ홍빈 후빨러 ㅋㅋㅋㅋㅋ
“영근이 정말 맞습니다. 데려오기 얼마나 힘들었는데! 진짜 영근이라고요. 너무 놀리지 마세요. 영근 씨, 이리 와서 앉아요. 우리 시청자들이 좀 짖궂어.”
“흠. 흠흠. 잘 부탁드립니다. 영근이 오영근입니다.”
오영근은 불편한 기색을 살짝 내비쳤지만, 시청자들은 의외의 게스트 등장에 꽤 좋은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ㅋ이 무슨 끔찍한 혼종이란 말인가
└현홍 아재랑 영근잌ㅋㅋㅋㅋ엌ㅋㅋㅋㅋㅋ
└뻐킹 국뽕맨+홍빈 후장 담당?????
└돌았네 ㅋㅋㅋㅋ
└쟤 데리고 뭐 하려고 ㅋㅋㅋ 쟤 존나 야알못이잖음
└해외 야구 판에서 제일 개노답 둘이 모였네 ㅋㅋㅋ
└병근아! 영신이야?
정말 답도 없는 조합이긴 하지만, 어차피 이 방송을 보는 사람들은 병맛으로 가득한 남현홍의 해설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
모 사이트의 해외 야구 게시판 최악의 빌런으로 취급받는 오영근이 국뽕 해설로 유명한 남현홍과 어떤 케미를 보여 줄지 나름 기대감을 갖기 시작했다.
경기가 시작됐고, 원정 팀 필리스의 선공.
1번 타자로 나선 에이머 시나가 파드레스 선발이자 에이스인 새뮤얼 엘란더의 7구째 패스트볼을 받아쳤다.
“쳤습니다, 에이머 시나. 조금 높게 뜨는데요. 중견수 방향, 브렉 테머튼이 달려옵니다.”
남현홍은 홍빈 외에는 꽤 중립을 유지하는 편이었다.
“역시 수비력 하나는 끝내주네요. 달려오면서 그대로 잡아내는 브렉 테머튼. 정말 안정적이에요. 꽤 잘 친 타구였는데요.”
하지만 오영근은, 키보드와 입이 그리 따로 노는 타입이 아니었다.
“시발놈이네요.”
“예?”
“아니, 홍빈 앞에 얌전히 밥상이나 차릴 것이지 영웅스윙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씨바
└시발놈이 뭐냐 시발놈아
└왜 우리 근 욕하냐 ㅡㅡ
└현홍이 형. 오늘 방송 중지 먹는 거 아님?ㅋㅋㅋ
└인사 한 번 하고 아닥하고 있다가 나온 말이 시발놈이래 ㅋㅋㅋㅋㅋㅋ
“크크. 우리 영근이가 말은 이래도 좋은 친구예요.”
남현홍이 오영근을 감싸자, 오영근은 조금 민망한지 뒤통수를 긁적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홍빈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타석에 다가가자 흥분하며 외쳤다.
“씨바! 넘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재, 얘 부른 거 진짜 실수 아닌가?ㅋㅋㅋㅋ
└아직 타석에 서지도 않은데 뭘 넘겨, 이 새끼야
“요새 홍빈 선수 상대로 견제가 너무 심하거든요. 이게 다 홍빈 선수가 너무 잘해서 그런 거긴 한데, 영근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주 치졸한 새끼들이죠.”
“그래요?”
“남자답게 어? 그냥 중간에 던지고 홈런 맞지, 어? 볼이나 빼다가 볼넷이나 주고 그러는 거 꼴불견 아닙니까?”
레즈전에서 투수들은 홍빈과의 승부를 극도로 피했다.
오영근은 질문 하나를 받았을 뿐인데 얼굴을 붉히며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비난했고, 초구가 볼로 선언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쫄았네!”
└미친놈아, 놀래라;
└흥분하지 마, 영근아
└아재, 쟤 좀 진정시켜 봐요
“흐흐. 맞는 말이죠. 투수 눈 좀 보세요. 눈알 돌돌 굴리고 있거든요.”
“쫄아서 그래요.”
“맞습니다. 사실 홍빈한테 안 쫄 투수가 어딨겠어요?”
“그래도 우리 빈한테 홈런 맞는 걸 영광으로 알아야죠. 안 그래요? 우주 역대 최고 야구선순데.”
“사실, 볼을 던져도 홈런을 때려 낼 수 있는 게 바로 홍빈 선수거든요. 차라리 자동 고의 사구를 지시하는 게 좋을 수도 있어요. 우리야 좀 심심하겠지만.”
“그런 쫄보는 메이저리그 감독을 하면 안 되죠. 피한다고 능사가 아니잖아요. 아니, 팬에 대한 기만 아닙니까? 우리는 갓빈이 홈런 치는 걸 보고 싶은데.”
“우리야 그렇지만, 아무리 훌륭한 감독이라도 저 선수에 대한 대응 방법을 마련하는 건 끔찍하게 힘든 일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어떡하겠어요? 저렇게 잘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니 또 그럴 수도 있겠네요. 넘겨으어어어어억!”
둘이 대화를 나누던 도중, 홍빈이 파울을 때리자 오영근은 경기라도 일으키듯 소리 질렀다.
한동안 방송의 채팅방에서 영근이를 놀리고 욕하는 채팅이 마구 올라오다가 진정될 때쯤, 누군가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나도 국뽕 최대치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수련이 부족한가 보다.
하지만 원래 누군가를 응원할 때면 쌈마이 가득한 편파 방송도 재밌는 법.
투수가 볼을 던지면 쫄보라고 욕하고, 애매한 볼이 스트라이크로 잡히면 심판이 돈을 먹었니 토토를 했니 욕하고.
홍빈이 파울을 치면, 조금만 잘 맞았어도 홈런이라고 난리를 쳐 댔다.
포수 뒤로 가는 파울 타구였음에도 말이다.
“아마 투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을 겁니다.”
“바지 확인해 봐야 해요. 팬티에 심장 지렸을 수도 있어요.”
└미친놈들아, 고만해
└ㅋㅋㅋㅋㅋ왜, 나름 재밌는데
└이게 재밌다는 놈들은 머가리에 대체 뭐가 든 거임? 뇌 녹아서 마요네즈라도 채웠냐?
└그럼 이 방송 보는 넌 뭔데?
└나? 두개골에 마요네즈만 가득 찬 놈 ㅋㅋㅋㅋㅋㅋ엌ㅋㅋㅋㅋㅋ
└방송에 병신만이 가득해…….
새뮤엘 엘란더는 리그 수위급의 투수로 성장하고 있지만, MVP급 활약을 펼치는 두 타자를 연속으로 상대하며 진땀을 빼고 있었다.
날카롭게 보더 라인 투구를 하고 있지만 홍빈이 계속 파울을 만들어 내며 풀카운트, 8구째.
오영근이 인상을 잔뜩 쓰며 투덜거렸다.
“투수가 좁밥이네요.”
└미친ㅋㅋㅋㅋㅋㅋ엘란더가 좁밥이라고?
└평자 3점대 극초반에 9이닝당 탈삼진 10개 찍고 있는 투수한테 ㅋㅋㅋㅋㅋㅋㅋ
└야알못 세계 지리고요.
└한국 지리는 없냐?
└뭐래 ㅂㅅ아, 1절만 하자
“엘란더는 평균 94마일, 최고 98마일까지 던지는 패스트볼에, 제구력도 수준급입니다. 투심도 날카롭고 체인지업도 좋고, 스플리터가 또 끝내주거든요.”
“근데 왜 저래요?”
“그야 뭐, 상대가 홍빈 선수라서 그런 게 아닐까요.”
남현홍과 오영근은 낄낄대며 웃었다.
수시로 바뀌는 방송 분위기에 시청자들은 황당해하면서도 둘을 욕하는 데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고, 홍빈이 새뮤얼 엘란더의 9구째 스플리터에 배트를 낼 뻔하다가 참아 내며 볼넷을 얻어내자 다시 활활 불타기 시작했다.
“볼넷! 홍빈 선수 정말 선구안이 좋아요!”
“아. 저 쫄보 놈이 볼질을…….”
“저 스플리터가 삼진을 쓸어 담는 공이거든요.”
“아니, 볼넷으로 내보낼 바에 그냥 맞는 게 덜 쪽팔리지 않아요?”
“투수 친화 구장인 펫코 파크에서 삼진 아니면 플라이볼 아웃을 양산하지만 홍빈을 상대로는……”
“진짜 답답하네. 내가 감독이면 지금 투수 교체 합니다.”
└난 얘들이 뭐라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미친놈들 ㅋㅋㅋㅋㅋㅋ
└혼란하다 혼란해
└개노답 2형제 뚜루뚜뚜
└뭐라는지 모르겠는데, 문제는 내가 웃고 있다는 거다. 존나 자존심 상해.
└니네 서로 다른 말 할거면 그냥 방 따로 파는 게 낫지 않냐?
└그냥 동시 시청이라 생각하지 뭨ㅋㅋㅋㅋㅋ나름 재밌넼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