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late's Villain RAW novel - Chapter (245)
홈플레이트의 빌런-246화(246/363)
# 246
지나치게 아름다운 (6)
1
홍빈의 도루 저지 실력은 이미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유명한 수준이다.
송구 스피드, 팝 타임, 정확도, 판단력 모두 리그 톱 수준.
많은 사람들이 어린 나이에 불구한 홍빈의 수비력에 대해 감탄을 금치 못할 때-사실, 공격력이 지나칠 정도로 강력해서 수비력이 조금 묻히는 경향이 있었지만- 항상 언급되는 것이 송구 능력일 정도였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런 밀스가 도루를 시도한 것은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세 타자 연속 홈런을 맞고 시작했으니 뭔가 액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시작하자마자 기습 번트로 기선을 제압했지 않은가.
아직 적응이 덜 끝난 투수가 기습 번트로 출루를 허용한 후, 쿠어스 필드의 끔찍한 기후에 실투를 던질 가능성은?
당연히 스피드에도 자신 있으니 뛰는 것이 절대 무리는 아니었다.
“Oh my god, oh my gosh, wow! 이게 뭐죠! 배런 밀스! 레드 빈이 올스타 역대 최다 득표 자리를 홈런으로만 따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로키스 팬들은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사실, 쿠어스 필드에서 많은 도루는 비효율적이라는 것이 야구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
하지만 그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배런 밀스의 도루는 로키스의 굉장한 무기가 되고 있었다.
배런 밀스가 나가서 뛰고, 얀 데니스를 이어 윌리 노게이라의 한 방.
원정에서의 타격 성적이 어쨌든 간에 로키스가 자랑하는 홈경기 승리 공식.
두 자릿수 득점이 난무하는 난타전이 자주 벌어지는 쿠어스 필드에서 상대 투수를 흔들어 놓는 것은 로키스가 이길 확률을 높여 주는 요소였다.
“오, 좋은 타구- Yeah! 라이언 필로우, 까다로운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낚아챕니다! 아주 좋은 수비!”
“놓쳤으면 최소 2루타였을 타구입니다! 다이빙 캐치를 하고 세 바퀴를 구른 후, 심판에게 글러브 속의 공을 보여 주며 웃는군요.”
“하하. 할리우드 배우 뺨치는 미소입니다.”
홈구장이 특징적일수록, 홈팀 선수들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원정 팀인 필리스는 최근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올스타전에 8명을 확정한 팀답게, 마치 챔피언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플레이 했다.
“윌리 노게이라. 타석에서 쇼 주니어를 마주 봅니다.”
“0.280에 홈런 19개를 기록 중인 강타자입니다. 올스타전에 자리를 확보했죠. 오늘 홈런을 친 에이머 시나가 유격수 1위고 저 선수가 2위입니다.”
“수비력도 좋고, 장타력도 좋습니다. 쇼 주니어의 투구… 때립니다! 뻗습니다! 펜스 가까이로…….”
그리고 최종 투표자 명단에 오른 채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필리스 중견수 홀든 레시글리아스는, 결과를 얌전히 기다리는 것보다는 대중에게 자신을 어필했다.
커다란 타구를 보지도 않고 쫓아가서, 마치 그곳에 떨어질 것을 미리 알기라도 한 것처럼 펜스에 부드럽게 부딪치며 점핑 캐치.
“Fantastic! 저걸 잡아내네요! 대체 어떻게 한 거죠? 타구를 추적하지도 않고 그대로 뛰어가 2루타를 훔칩니다!”
“엄청난 스피드, 엄청난 반사 신경, 엄청난 낙구 지점 예측입니다! 이 수비 하나로 못해도 수만 표는 더 얻었겠군요!”
“하하. 최후의 6인 모두가 긴장해야겠습니다. 이달의 수비 후보로 올라갈 만한 장면이었습니다! 어쩌면 올해의 수비에 오를지도 모르죠!”
2
쇼는 5이닝 동안 2점을 내줬다.
하지만 우리는 5이닝 동안 6점을 냈고, 지금은 주머가 1루에, 홀든이 타석에 있다.
“주머 표정 좀 봐.”
“그러길래 2루타를 쳤어야지.”
“도루하는 거 아냐?”
“설마.”
선수들은 팀을 믿고 있다. 낄낄대면서 주머와 홀든을 보고 웃고 있긴 하지만, 주머 다음으로 홀든을 배치하는 게 부정적이었다면 이렇게 웃지도 않을 거다.
사실 나도 놀라울 정도다. 회귀 전 필리스에 대한 평가가 기억난다.
‘나간 선수와 남은 선수를 합치면 리그를 지배했을 팀.’
농담 섞인 말이었지만 일리는 있었다.
짐 플로렌스가 사이 영 상을 타고, 로즐 펠리시다드가 사이 영 상 투표에서 2위를 했으며, 진 테프먼은 다른 팀에서 최초로 리그 MVP를 타기도 했다.
쇼나 주머, 라이언 같은 선수들도 꽤 오랫동안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유지했다.
케이스 에이블과 폴 데이먼, 크리스 헬로웨이 같은 선수들이 필리스에서 기회를 잡고 분전했지만, 필리스는 선발 로테이션도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었지.
포수?
황당하다 못해 웃겨서 기억하고 있다. 언제더라? 3년간 포수 포지션에서 합계 -7의 WAR를 기록했었지.
하지만 지금은 역대 최고 팀이 되어 가고 있다.
사이 영 상을 두고 다툴 두 선수 외에도 원조 에이스와 준수한 좌완 선발 둘이 자리를 잡았고, 선발들이 이닝을 잘 먹어 주니 불펜도 안정화되고.
야수는 전 위치에 구멍이 없다.
최악이었던 포수 자리에 내가 들어왔고, 유격수로 MVP를 밥 먹듯 따냈던 에이머가 있고.
팀 성적이 좋아짐에 따라 팔아야 했을 선수들을 남겼으며, 나가서 잠재력이 폭발할 선수들이 여기에 남아서 원래보다 더 빠르게 터졌으니.
따아악-!
굳이 단점을 찾자면… 흠. 주전 중에는 딱히 찾기도 힘들다.
그리고 저기, 타구를 멀리 날리고 신난 표정으로 전력 질주하는 우리 중견수도 있다.
이름도 들어 보지 못했던 무명 선수였는데.
어느 순간 홈런 몇 방을 치더니 헤스밀 에르난데스라는 훌륭한 리드오프를 완전 밀어내 버렸지.
그나저나, 왜 홈런 치고도 맨날 저렇게 빡세게 뛰는 거야?
“Hey! 미스터 올스타!”
“걱정하지 마! 우리가 뽑아 줄 테니!”
저건 우리 선수들이 소리친 게 아니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필라델피아에서 덴버로 날아온 우리 팬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는 거다.
“제기랄! 허윽! 헉!”
주머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는 것은 꽤 즐거운 일이지만, 이제는 일상적인 일이기도 하다.
“주머, 엄살이 심해요.”
“헉. 젠장. 흐윽. 네가 뛰어 봐.”
언제나 웃는 얼굴의 주머지만, 이럴 때만큼은 죽을 것 같은 표정을 하면서 엄살을 부린다.
“오, 미스터 올스타!”
“끝내줬어!”
“필라델피아 올스타즈의 9번째 멤버가 된 걸 축하해.”
그리고 선수들은 시즌 13호 홈런을 때려 낸 홀든에게 축하를 건넨다. 홀든은 언제나 그렇듯 쑥스러워하며 축하를 받고, 주머에게 목이 졸린다.
오늘은 6번으로 출장한 케이스가, 투수가 바뀌는 것을 기다리다 그걸 보고 웃으며 타석에 나갔다.
“윽! 주머!”
“크흐흐흐!”
“오… 와우!”
한바탕 난리를 치는 와중에, 케이스가 바뀐 투수의 초구를 그대로 당겨 쳐 펜스를 넘기자, 또 필리스 팬들이 좋아서 날뛰기 시작한다.
“내년엔 1등으로 뽑아 줄게! 에이블!”
“네가 어째서 2등인지 모르겠어!”
“Go Phillies go!”
뭐, 그렇다.
아무리 여기가 쿠어스 필드라 하더라도, 실력과 기세가 엄청나니까 가능한 일이지.
그리고 우리는 케이스를 놀리기 위해, 홈런을 치고 기뻐하며 들어오는 케이스를 무시하고 각자 자리에 앉아 딴청을 피웠다.
“봤어? 정말 끝내주는 타구… 젠장. 분위기 왜 이래요? 다들 뭐 해? 날 축하해 줘야지.”
그러자 에이머가 귀찮다는 듯 대꾸했다.
“젠장, 오늘은 홈런 못 친 사람 찾는 게 더 쉬울걸.”
“그래, 홈런은 지겨워. 좀 더 참신한 득점 방법 없어?”
“홈런 못 친 사람이 맥주 사는 거 어때?”
“…이런, 젠장.”
“큭큭. 그만 놀려. 케이스!”
“오, 주머. 역시 당신은 저를 축하해 줄…….”
“됐으니까 가서 앉아. 야구나 보자고.”
“주머, 당신마저…….”
누가 우리가 올스타전에 나가는 걸 보고서 부당한 투표 탓이라고 하겠느냐고.
라이언은 기세를 이어 볼넷으로 출루했다.
그런데 어쩌면 제일 잔인한 놈은, 오늘은 켄트를 대신해 8번으로 출장한 크리스 헬로웨이일지도 모른다.
“볼!”
“파울!”
“볼!”
“파울!”
“파울!”
“파울!”
“파울!”
“Boooooooooooo!”
파울이 이어지자 급기야 로키스 팬들이 야유를 쏟아 내기 시작한다. 3연전 첫날에 투수를 저렇게 괴롭히면 팀이 몇 경기 연속으로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잠깐, 내가 감독이나 단장이라면 정말 머리 아프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어쩜 이렇게 강한 팀이 만들어졌을까.
그게 바로 다…….
ㅍㅅㅍ: 자화자찬의 냄새가 불쾌하게 코끝을 찌르는군.
…바로 내 덕분!
ㅍㅅㅍ: 그럴 줄 알았노라.
코도 없는 주제에 코끝은 무슨.
ㅍㅅㅍ: …….
3
홍빈은 자기 덕분에 팀이 이렇게까지 변했다는 것을 아무도 몰라 준다고 생각했지만, 브랜든 아처 단장은 홍빈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홍빈이 아니었으면 이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하는 질문에는 단장 본인도 아마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그러다 보니 오히려 고민거리가 되는 부분도 있었다.
-레드 빈, 볼넷을 얻어 출루합니다.
-지난 레즈 3연전과 파드레스 3연전, 6일간 볼넷을 무려 18개나 얻어 낸 레드 빈이죠. 7경기 19볼넷이라. 와우. 분명히 엄청나게 공격적인 선수였는데, 투수들이 노골적으로 볼을 던지기 시작하니 리그에서 가장 인내심 강한 선수가 되어 버렸습니다.
-하하, 상대하는 투수 입장에서는 정말 끔찍할 수밖에 없겠군요.
-끔찍하고말고요. 현재 성적이 타율 0.389에 출루율 0.501, 장타율이 무려 0.889입니다. OPS가 1.390이죠. 물론 후반기가 남아 있고, 떨어질 거라고 가정해야 겠지만, 레드 빈이 만약에, 아주 만약에 시즌 끝날 때까지 저 장타율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렇죠. 배리 본즈의 2001년 기록을 뛰어넘게 되죠. 다들 아시다시피, 그의 기록은… 하하.
-하하. 예, 그렇죠. 타율과 출루율만 보면, 역대 메이저리그 기록에 레드 빈 위에도 꽤 많은 선수가 있지만, OPS로 따지자면 1.422의 2004년의 배리 본즈만이 남아 있군요.
-사실, 다른 기록들도 대부분 그 배리 본즈이거나 혹은 80년대, 90년대 초중반에 세워진 기록입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싶으시면…….
-시간이 모자랄 것 같군요. 아쉽게도.
-물론입니다. 아마 5시간은 혼자 떠들어도 모자랄 것 같군요.
TV에서 흘러나오는 해설자들의 홍빈 찬양을 듣지 않더라도.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대머리 사기꾼… 아니, 홍빈의 에이전트인 그루 T. 심슨의 저 능글맞은 웃음이 비열한 악마의 얼굴로 보이는 것은 착각이 아니리라.
“좋습니다. 엄청나게 시선을 끌게 되겠군요.”
얼마나 많은 연봉이 저 에이전트의 세 치 혀 때문에 공중으로 날아가 버렸는가.
홍빈을 위해 제작된 장비를 더그아웃 한쪽에 설치하는 것은 큰일이 아니었다. 부피가 엄청 큰 것도 아니었고, 경기력 향상을 위한 목적이라는데.
게다가 메이저리그 사무국을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아무 문제 없으리라는 것도 확답을 받아 온 상태였다.
하지만 단장의 관심은 그것보다 지난번에 심슨에게 직접 보낸 메일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죠.”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지만, 어쨌든.
“빈과 상의는 해 보셨습니까?”
심슨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살짝 딴청을 피웠지만, 아처 단장이 마카다미아를 하나 입에 던져 넣자 씩 웃었다.
“아하. 그거 말씀하시나 보군.”
“예, 그거요.”
필리스가 돈이 없는 구단도 아니고, 홍빈에게 안 좋은 대우를 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브랜든 아처는 2년 차 10대 포수인 홍빈과의 장기 계약을 꿈꾸고 있었다.
홍빈과 장기 계약을 따내기만 한다면 팬들의 전폭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 그 외에도, 팀에 꼭 필요한 선수이기도 하지만.
물론 아직 2년 차이기에 서두를 필요까지야 없었지만, 구단주 영감이 넌지시 10년 계약쯤으로 묶어 두는 게 어떻겠냐며, 이제까지 서비스 타임 3년도 채우지 못한 선수의 장기 계약에서는 볼 수 없었던 파격적 조건을 제시하라고 하지 않았는가.
물주가 돈을 풀겠다는데 그걸 안 쓸 이유가 없으니.
“흠.”
“흠.”
“미스터 홍은 필리스를 사랑하는 것 같더군요.”
“좋은 팀이니까요.”
“필리스도 미스터 홍을 사랑하죠.”
“좋은 포수니까요.”
“필리스 팬들은 미스터 홍을 정말 사랑하죠.”
“…죽도록, 그렇겠죠.”
말장난의 저의가 의심되지만, 굳이 구단이 갑이라는 사실을 인식시켜 주려 하지는 않았다.
그냥 좋게 해결하는 게 최선. 아무리 심슨이라 하더라도 2년 차 선수를 가지고 최고액 FA급 계약을 원하진 않을 테니.
하지만 심슨은 브랜든 아처의 예상-어처구니없는 조건을 내세운다거나-을 벗어난 대답을 내놓았다.
“제 고객은…….”
잠시 뜸을 들인 심슨은, 지독하게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장기 계약을 원하지 않습니다.”
“예… 뭐?”
“제가 장기 계약을 권했지만, 그냥 1년 단위로 계약하겠다더군요. 한 해 한 해 최선을 다해서 스스로에게 큰 동기부여를 하고 싶답니다.”
“…….”
브랜든 아처는 생각했다.
이 미친 대머리 양아치 악마 놈의 수작인가.
하긴, 얼토당토않은 금액을 말하는 것보다는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게 더 큰 금액을 이끌어 내는 데 도움이 될지도.
하지만 단장에게는 구단주의 든든한 지갑이 있다!
“…좋아요. 완전히 파격적인 금액에 엄청난 옵션과 조건을 달아 드리지. 아무리 그루 T. 심슨이라도 당장 사인할 수밖에 없는…….”
브랜든 아처는 그 말을 듣는 심슨이 심각하게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는 것을 보며 침을 삼켰다.
“솔직히, 내가 메이저리그 단장한테 이렇게 말할 줄은 몰랐는데.”
“…….”
“나도 모르겠어. 대체 내 고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엄청난 돈을 받아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내 고객이 싫다는데 어쩌겠습니까? 나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내 고객은 선수로서도 역대 최고 수준이지만 에이전트로도 천재일지 모르겠군요. 그게 아니라면 아예 바보이거나. 아, 물론 전 제 고객을 사랑합니다. 아쉽지만, 단장님. 전 다음 스케줄을 위해 자리를 떠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