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late's Villain RAW novel - Chapter (261)
홈플레이트의 빌런-262화(262/363)
# 262
브라보, 브라보, 브라보 (1)
1
[2030시즌 메이저리그를 강타한 슈퍼 루키들. 그들이 쫓고 있는 과거의 레전드들-닮은 꼴-]지난 시즌부터 유독 슈퍼 루키들이 빅리그 무대에 많이 등장하고 있다.
아주 긍정적인 현상이다.
스포츠에 두각을 드러낸 젊고 어린 피들이 야구를 선택했다는 이야기고, 젊은 슈퍼스타들의 등장으로 또 한 번 다음 세대의 슈퍼스타들이 야구를 선택할 거라는 이야기다.
이 기사는 갑자기 쏟아지는 어린 스타들이 너무 많아서 누가 누군지 아직 헷갈리는 팬들을 위해 쓴 글이다. 만약 과거에 좋아했던 스타와 비슷한 유형의 선수가 있다면 유심히 관찰해 보라. 그리고 전혀 비슷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넓은 아량으로 용서…….
…….
…….
켈리 드레드먼(OAK): 49경기 연속 출루 진행 중. 누가 봐도 조이 보토.
브렛 대거(OAK): 타율과 출루율은 부족하지만 건강한 지안카를로 스탠튼. 음. 꽤 쓸 만하다. 건강만 잃지 않는다면…….
알버트 벨라티(OAK): 이름마저 같은 알버트 푸홀스. 타격 자세마저 거의 비슷하다. 과연 커리어도 닮을 수 있을까. 커리어를 닮는다면, 카디널스 시절일까 에인절스 시절일까.
폴 대븐포트(SF): 자이언츠 팬들은 포수를 볼 줄 아는 오른손 배리 본즈라고 주장하지만, (다저스 출신이라) 아쉽게도 출루율 부족한 마이크 피아자.
Y.J.라이프(MIA): 구속 느린 랜디 존슨. 슬라이더를 던지는 좌완에게 붙일 수 있는 최고의 찬사 아닌가?
…….
…….
…….
짐 플로렌스(PHI): 로이 할러데이의 투구 폼으로 던지는데 패스트볼 구속이 놀란 라이언. 꽤 끔찍하다. 사실, 꽤가 아니라 엄청나게 끔찍하다.
로즐 펠리시다드(PHI): 패스트볼-슬라이더-스플리터라면 존 스몰츠지! 다만, 구속은 존 스몰츠보다 느리다.
에이머 시나(PHI): 제발 성적만 닮고 다른 건 안 닮길 바라며, 알렉스 로드리게스. 수비력은 더 나은 듯.
케이스 에이블(PHI): 체이스 어틀리라고 쓰면 필리스 팬들이 날 살려 둘 수도 있지 않을까?
홀든 레시글리아스(PHI): 수비하는 모습을 보면 케빈 키어마이어가 떠오른다. 크게 좋은 편은 아닌 선구안도. 하지만 홈런과 도루에서 더 나은 모습. 물론, 현재까지는.
홍빈(PHI): 버스터 포지? 야디에르 몰리나? 그런데 시즌이 3분의 2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어제 45호 홈런을 쳤다. 일단 수비력은 빼 놓고 보자. 약물은 안 했지만 약물 한 것과 비슷한 성적의 배리 본즈? 테드 윌리엄스? 베이브 루스? 근데 그들은 포수가 아니다.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욕은 엄청나게 먹겠지만, 이건 꼭 말해야겠다. 이렇게 잘 치는데 수비도 잘하는 포수가 있었나? 그냥, 올해 기록을 보자. 그리고 답안지에 ‘홍빈’이라고 써넣어야겠다.
타 0.378/출 0.490/장 0.865. 45홈런 105타점 90득점. 참고로 그는 올 시즌 현재까지 90경기에 출장했다. 더 나빠질 수도 있지만, 더 좋아질 수도 있다! 끔찍하다!
2
“오래 기다리셨어요?”
에이전트인 그루 T. 심슨과 만나기 위해 그가 묵고 있는 호텔에 잠깐 들렀다.
라운지에서 기다리고 있던 심슨이 자리에서 일어나 미소를 지으며 내게 악수를 청했다.
“미스터 홍, 아닙니다. 방금 내려왔는걸요.”
하지만 그가 앉아 있던 가죽 소파가 움푹 패어 있다. 아마 꽤 오래 앉아 있었던 듯하다. 내가 얼마나 늦었지? 한 20분?
“오다가 사인을 좀 해 주느라 늦었습니다. 죄송해요.”
“인기 많은 건 좋은 일이죠.”
단장들이 대머리 악마 놈이라 부른다지? 다른 팀 선수들이 개빈을 그렇게 불렀던 것 같은데. 하지만 완전히 다른 인상이다.
심슨이 양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게, 인기 많은 건 단장으로부터 돈을 뜯어내기 좋기 때문에 좋은 현상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나야 뭐, 나쁘지 않지. 우리는 잠시 대화를 나누기 위해 카페테리아로 자리를 옮겼다.
심슨은 최근 필라델피아 방문이 잦다. 나와 관련된 일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과의 계약을 위해 힘쓰는 중인데, 굳이 내게 도움을 구하진 않는다.
특별히 관계된 일이 없다면, 그리고 실력만 된다면 이런 사기꾼급 에이전트가 가장 좋다.
심슨과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복잡한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욕을 많이 먹는 사람이지만 에이전트계의 스토리텔러로 불린다. 그러니까, 스탯뿐만 아니라 선수에게 엮인 이야기로도 연봉을 올리는 데 넘버원인 인물이다.
“어제 그 홈런은 정말 멋졌어요. 타구가 날아가다 야구공이 터져서 홈런이 안 될까 걱정될 만큼요.”
굳이 대답하지 않고 어깨를 으쓱하며 슬쩍 웃었다. 제대로 때리긴 했다. 때리고 나서 2초 만에 펜스를 넘어갈 정도였지.
“내일도 출루하면 한국인 최다 출루 타이기록이군요.”
그리고 이 양반은 언론을 핸들링 하는 능력도 굉장히 탁월하다.
“그걸 강조할 건가요?”
“아뇨.”
머리를 한 번 쓸어 넘긴 심슨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투로 말을 이었다.
“지금은 제가 뭘 하지 않아도 될 정돕니다. 그만큼 대단하니까요. 한국인, 최연소, 10대, 필리스 구단 최초, 포수… 뭘 붙여도 스토리가 나옵니다. 정말 대단한 걸 하고 계신 겁니다.”
말투는 대수롭지 않은데, 하는 말은 극찬이다.
어차피 지금은 대세를 타고 있으니 굳이 손대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겠지.
“아. 부담 주려는 것은 아닙니다.”
“알아요. 부담도 없어요.”
“좋네요. 내심 85경기 연속 출루를 바랐거든요.”
“그럼 올해는 85경기 연속 출루까지만 하고 내년에 86경기까지 하는 걸로 하죠.”
심슨이 지금까지 본 것 중에서 가장 환하게 웃는다.
“사심 조금 섞으면 홈런도 74개면 좋겠네요.”
85경기 연속 출루를 하게 되면 1949년 테드 윌리엄스의 84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깨게 되고, 74홈런이라면 2001년 배리 본즈의 73홈런 기록을 깰 수 있다.
타점 1위가 191개고 득점 1위가 177개였지? 그건 좀 괴물 같긴 하다. 볼넷 232개랑 도루 130개 같은 기록도 진짜 미친 기록이고.
“재밌는 시즌이 되겠군요. 그럴수록 계약서가 제 뜻대로 되겠죠?”
“물론입니다! 하지만 무리하지는 마세요. 아무리 기록을 몽땅 갈아 치우더라도 다리가 부러지면 아무 소용 없으니까요.”
“걱정 마세요. 전 안 다치니까.”
심슨은 씩 웃더니, 뼈 있는 말 한마디를 던졌다.
“당신이 정말 아이언맨이면 좋겠습니다. 가끔 당신이 다치는 꿈을 꾸면 하루를 망쳐 버린다니까요.”
3
심슨을 만난 후 아리와 집 데이트를 즐겼다. 로즐이 당장 뭔가를 하고 싶다고 징징대는 걸 오늘은 접근 불가라고 철벽을 쳤고, 오늘 휴식일 후 내일 선발인 짐이 캐치볼을 하고 싶다는 걸 얌전히 쉬라고 말했다. 최근 슬럼프를 겪고 있는 홀든의 메시지에 내일 홈런 배트를 주겠다고 답장하고, 타격 폼을 봐 달라는 폴에게 내일 해 주겠다고 답장하고… 제기랄! 그냥 스마트폰을 꺼 버렸다. 미친놈들. 내가 코치인 줄 아나.
“꺼도 돼?”
“물론이지. 다 쓸데없는 연락이야.”
혓바닥을 살짝 내밀면서 묻는 아리에게 아무 문제 없다고 말해 줬다.
“이제 개빈의 은퇴 투어 시작이지?”
“맞아.”
아리는 슬쩍 웃더니 조금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은퇴 투어라. 이제 진짜 은퇴라 이거겠지.
“은퇴 경기할 때 히트 포 더 사이클을 할 거라고 스윙 연습을 하려고 해.”
“그래?”
“근데 엄마한테 혼나서 VR 야구 게임으로 연습하고 있어.”
아리는 그렇게 말하고 개빈의 모습이 떠올랐는지 웃음을 터뜨렸다. 흠. 언제는 VR 야구 게임 따위 아무 쓸데 없는 거라고 나한테 뭐라고 하더니.
전설적인 선수가 은퇴 투어를 할 때는 각 구단에서 선물을 마련해 주는 전통 같은 게 있다.
“난 메츠가 개빈에게 무슨 선물을 해 줄지 궁금해.”
“메츠가?”
곰곰이 생각한 아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메츠는 안 해 줄 것 같아.”
메츠는 개빈과 가장 나쁜 쪽으로 많이 엮인 구단이다.
벤치클리어링, 키보드 파이팅, 인터뷰 디스전 등등. 메츠 코치를 집어 던져 버린 적도 있지 아마.
어쨌든, 하루 쉰 다음은 메츠 원정 일정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은퇴 투어의 첫 시작이기도 하다.
개빈의 은퇴 투어가 공식적으로 시작되는데, 경기를 뛰지는 않는다고 한다.
아무래도 로스터 한자리를 비우기도 좀 그렇고, 포수를 볼 정도로 회복된 건 아니니까.
하루 쉰 후 2030년 7월 30일.
가까운 거리라 당일에 이동한 우리는, 메츠의 홈구장인 시티 필드에서 의외의 환대(?)를 받게 되었다.
-메츠 팬들이 가장 죽이고 싶은 남자 1위 개빈 폴체스키.
-개빈, 네 녀석이 메츠에서 뛰었더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어. 이런 내가 X나게 싫지만.
-저 빌어먹을 놈이 데뷔했을 때 결혼했는데. 다음 달에 내 아들이 결혼한다니. 오래도 해 처먹는군.
-주님! 드디어 저 개자식을 은퇴시켜 달라는 제 소원을 들어주셨군요! 그런데 너무 늦었다고요! 다른 개자식이 왔어요! 빌어먹을!
ㅡㅅㅡ: …….
ㅡㅅㅡ: 저게 환대로 보이나.
나름의 환대가 아닐까?
“멍청한 메츠 놈들은 끝까지 센스도 재미도 없구먼.”
그리고 그 환대의 당사자인 개빈은 메츠 팬들이 붙여 놓은 저 문구들을 보고 혀를 찼다.
“나름 귀엽지 않아요?”
“귀엽긴. 메츠를 응원하면 멍청해지는 건지, 아니면 멍청이들만 메츠를 응원하는 건지 모르겠군.”
아니 뭐, 조금 센스 없어 보이긴 하는데 그래도 그렇게까지 욕할 건 없잖아?
어쨌든 개빈은 나름 전설적인 선수다.
공수 겸장 포수로 이름을 날렸고, 누구에게나 존경받을 만한 커리어를 남겼다.
우승이랑은 거리가 멀었지만, 이 시대에 원클럽맨이라는 것은 또 다른 가치가 있는 이야기니까. 게다가 작년에 우승 반지도 하나 챙겼으니.
경기 시작 전, 메츠 구단은 아리의 예측과는 달리 개빈에게 선물을 준비해 주었다.
ಠ╭╮ಠ: 대머리의 말대로 센스가 없긴 없군.
메츠에서 준비한 선물은 크고 두꺼운 책 다섯 권이었다. 저게 뭐지?
ಠ╭╮ಠ: 대머리의 벤치클리어링 역사가 담긴 포토 북…….
벤치클리어링 포토 북?
미치겠네 진짜.
저 두꺼운 포토 북을 다섯 권이나 채울 만큼 많이 싸웠다고?
이런 미친.
이종격투기 선수도 그만큼은 안 싸웠겠다.
4
[앞 타자가 볼넷을 얻어 출루했습니다!] [사용자의 구종 판단 능력이 상승합니다!]요새 에이머는 정말 볼넷을 얻는 데 재미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어지간히도 단순해야지. 난 볼넷을 좋아서 얻는 게 아닌데, 언론이나 팬들이 내 볼넷 기록에 찬양하는 걸 보고 볼넷에 흥미를 느끼다니.
“Hello, AAA.”
“…….”
에브러햄은 이제 나랑 눈 마주치는 것조차 피한다. 나도 어지간하면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이놈한테는 이래도 된다.
[제이크 얀선] [우투우타, 선발투수] [키워드: 이닝이터, 홈 스위트 홈] [상대 투수의 국적이 네덜란드로 확인되었습니다!] [상대 투수의 서비스 타임이 1년 차로 확인되었습니다!]마르쿠스 세일러와 코토 배니어가 팔려 나간 자리에는, 본 적도 없는 투수 하나가 벌벌 떨면서 서 있다.
오늘이 데뷔전이라지?
“마운드에 시체가 서 있는데.”
“…….”
“좋아. 이제 말하는 법도 까먹은 것 같군. 야구 하는 법은 안 까먹었어?”
“빌어먹을 놈들.”
“놈들? 누구?”
“…….”
뭐, 됐다.
시비 안 걸어도 멘탈이 흔들릴 정도면 그냥 내버려 둬도 되겠지.
또 내 발목을 부러뜨리려 든다면 몰라도, 굳이 겁먹은 상대를 더 괴롭힐 필요까지는 없겠지.
그러고 보면 얘가 우리 팀에 내 백업으로 올 수도 있었지 않을까.
“볼!”
내 머리 근처로 날아오는 커브다. 생각도 못 했는데, 강하게 나오시겠다?
이건 정신이 나간 건지 제구력이 나간 건지…….
“Fuck. 아니라고. 저 새끼가 제구를 못하는 거라고.”
내가 에브러햄을 돌아보자, 놈은 다급하게 말했다.
조금 불쌍한 마음까지 드네.
그리고 다시 타석에 들어선 후, 다음 공.
긴장감이 가득하다 못해 터져 나갈 것 같은 얼굴로 던진 공이 내 허벅지에 꽂혔다.
퍽!
살짝 묵직한 느낌. 커브인가?
(๑و•̀ω•́)و三: 지금인가. 펀치의 소나기를 보여 줄 때가.
아니, 이건 그냥 손에서 공이 빠진 건데.
투수 표정 좀 봐. 자기도 놀라서 입 벌어진 거 안 보여? 굳이 지금 달려가서 주먹질을 할 이유가 없다.
“Fuck! 진짜 아니야! 진짜! 난 맞히라고 한 적 없어! 정말이라고!”
그런데 아무것도 안 했는데 에브러햄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뒷걸음질 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더그아웃에서는 날 굉장히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고… 젠장. 뭐야 이게.
(๑و•̀ω•́)و: 모두 기다리고 있어.
(๑و•̀ω•́)و: 시작하지.
뭐라는 거야.
내가 싸움 못 해서 안달 난 놈인 줄 아냐?
고의로 맞힌 거랑 실수로 맞힌 것 정도는 구분할 줄 안다고. 거기에 지금 싸울 이유가 없잖아.
• ☐ •: …….
놀란 표정 짓지 마라.
그리고 내가 아무 말 없이 투수를 한 번 노려보고 1루로 향하자, 더그아웃에서 날 지켜보던 선수들의 표정이…….
• ☐ •: • ☐ •
…저랬다.
젠장. 다들 날 뭐로 보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