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late's Villain RAW novel - Chapter (270)
홈플레이트의 빌런-271화(271/363)
# 271
271화 어벤저스 (2)
1
옥타비오 잭슨은 영 기분이 좋지 못했다.
최근 언론과 네티즌들의 어조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야구가 바뀌어야 한다는 둥, 필리스가 새로운 야구 판의 중심이라는 둥.
브루어스와 필리스의 배트 플립 시리즈가 젊은 야구의 표본이고 모든 메이저리거는 그 경기를 보고 배워야 하며, 피티 맥우드처럼 용감하게 승부해야 한다는 말도.
필리스 리드오프 애송이들의 실력에 대해선 뭐라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저 두 어린놈이 배트를 집어 던지고 원정 팬들을 향해 환호하는 게 보기 싫었을 뿐.
존중과 배려?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사실, 요즘 나오고 있는 그런 이야기 따위에는 관심도 없었다.
‘빌어먹을 놈들.’
그런데 직접 당해 보니 이건 정말 좆 같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이 나쁜 건 기분이 나쁜 거다.
어제 등판한 같은 팀의 투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쓸데없이 상대 팀 기나 살려 주고. 어린놈이 그럭저럭 잘 던진다고 나대고 다니더니, 팀 분위기를 망치는 데 일조하지 않았는가.
어쨌든 그런 개인적인 감정도 그렇지만, 경기 상황은 굉장히 좋지 못했다.
무사 2, 3루에 주자는 둘 다 발이 빠르고 베이스 러닝도 잘하는 편인 데다가, 타석에 들어온 타자도 만만치 않다.
진 테프먼 하면 꽤 먹어 주는 강타자 아니던가. 최근 조금 부진한 편이었다가 살아나기도 했고.
어제 경기에서 크게 활약을 하진 못했지만, 확실히 위협적인 타자였다.
‘몸 쪽 패스트볼? 이런 멍청한 자식.’
그는 팀의 어린 포수가 보내는 사인에 연거푸 고개를 흔들었다. 제크 허친슨은 어제 경기의 경험으로 볼 배합을 시도했지만, 결정권은 베테랑 투수인 옥타비오 잭슨에게 있었다.
최악의 상황에서 옥타비오 잭슨은 몇 번이나 짜증스럽게 고개를 흔든 후, 바깥쪽 낮은 코스로 패스트볼을 던졌다.
하지만 실투.
그리고 크게 한 방 맞았다.
따아악-!
더 화가 나는 건, 그 와중에 진 테프먼마저 배트 플립을 하고 타구 감상까지 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타구는 펜스 끝자락에서 폴대를 살짝 벗어났고, 진 테프먼은 애써 아쉬움을 감추며 타석으로 돌아갔다. 커다란 파울 홈런. 옥타비오 잭슨은 깜짝 놀란 가슴을 겨우 쓸어내렸다.
‘이 개자식들이.’
옥타비오 잭슨은 굳게 마음먹었다. 이 쓰레기 같은 놈들에게 야구에 대한 올바른 자세에 대해 알려 줘야겠다고.
배트 플립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보복성 빈볼을 비난하는 여론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런 여론 같은 건 신경 쓸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야구는 그런 것이 아니었으니까.
옥타비오 잭슨의 입장에서는 경기 시작하자마자 세 번의 배트 플립과 한 번의 타구 감상, 그리고 베이스 위에서 두 번의 세리머니를 당했으니.
그의 입장에서는 이게 당연한 일이었고, 포수의 사인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는, 당연하다는 듯 진 테프먼의 머리 쪽으로 가는 공.
빡!
진 테프먼은 정확하게 머리로 날아온 공에 급히 손을 들었고, 91마일 패스트볼이 손목을 그대로 강타했다.
2
(Ò 皿 Ó ╬): 저놈! 저놈을 죽여!
당연히 홈런인 줄 알고 3루까지 뛰어갔다 2루로 돌아왔을 땐, 요정이 또 장난을 치는 줄만 알았다.
무슨 소리야? 갑자기 왜 흥분했어?
レ(◣益◢#)ヘ: 빨리 마운드로 달려가라고! 이 멍청한 초돌대가리 포수 놈아!
갑자기 뭐라는 거야. 달려가서 뭐 하라고?
θ( ゚Д゚)=θ: 달려가서 죽빵을 갈겨 버려!
θ( ゚Д゚)=θ☆: 놈의 뚝배기를 터뜨리라고!
아니 왜 갑자기? 명분도 없이?
그런데 요정에게서 다음 말을 듣기도 전에, 투수가 던진 공이 진 테프먼의 손목을 강타했다. 아니, 머리를 맞을 뻔했다가 진이 손을 들어 공을 막았다.
٩(╬ʘ益ʘ╬)۶: 내가 뛰어가서 갈겨 버리라고 했잖아!
굳이 생각할 필요는 없다. 요정이 저렇게 말했던 건, 내가 미리 알아채진 못했지만, 분명히 맞히려고 마음먹고 던진 빈볼이란 말이다.
그리고 그걸 감안하지 않더라도 패스트볼이 너무 정확하게 진의 머리 쪽으로 향했다.
그러니까 이건, 고의다. 고의라면 당연히 저딴 공을 던진 놈을 반쯤 죽여 놔야 한다.
“Hey!”
헬멧을 집어 던지고 마운드로 성큼성큼 걸어가자 에인절스의 2루수가 내 앞으로 다가와 가로막는다.
“좆 까, 개새끼야!”
씨발, 배트 플립 좀 했다고 사람 머리로 공을 던져?
넌 오늘 뒈졌다.
ง=ಠ益ಠ)ง: 말만 하지 말고 다 조져 버려.
[요정님의 가호가 초소형 포수에게 내립니다.] [당신의 신체에…….] [참교육자의 영혼이 깃들었습니다.] [놈들에게 참교육을 시전하세요!]“윽!”
온몸에 끔찍할 정도로 거대한 힘이 감돈다. 내 앞을 막아선 2루수를 밀어 버리자 그는 그라운드를 여섯 바퀴나 굴렀고, 뒤이어 날 붙잡은 유격수는 오른팔을 휘두르자 자동차에라도 치인 것처럼 나가떨어졌다.
“크억!”
“일루 와, 씨발놈아!”
한국말로 버럭 소리를 지르자, 아까까지만 해도 살기등등했던 옥타비오 잭슨이 움찔하고 몸을 움츠린다. 무슨 말인지는 못 알아들었겠지만 뜻은 분명히 전달됐을 거다.
내가 다가가자 뒷걸음질을 쳤지만…….
“Son of bitch!”
퍽!
“억!”
(́ง◉◞౪◟◉‵)ง: 요정님의 가호를 사이코 유격수에게 내릴 걸 그랬나.
도망친 그곳에는, 3루에서 달려온 에이머가 있었고.
“Mother fucker!”
“윽!”
에이머는 연속으로 옥타비오 잭슨의 턱에 펀치 두 방을 날렸다.
에이머가 저 정도로 눈이 뒤집힌 건 처음 보는데, 저걸론 안 된다.
뭔지 모르겠지만 요정이 준 이 힘으로…….
((งง •̀•̀_•́•́))งง: 상체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크게 흔들어라. 놈들이 온다.
“미친놈들! 억!”
“저 자식을 잡아! 윽!”
난 본능적으로 요정의 말대로 상체를 크게 흔들었고, 내 양쪽에서 달려들던 에인절스 내야수들이 목표를 놓치고 서로 부딪히며 쓰러졌다. 뭐야, 이 멍청한 놈들은?
“You’re fucking cunt!”
옥타비오 잭슨이 반격을 하긴 하지만, 에이머는 저 새끼를 흠씬 두들겨 패고 있다.
좋다.
메인 요리는 에이머에게 맡기고, 짬 처리나 해야겠다.
찰지게 잘 패고 있네.
“에이머! 그 새끼를 죽여 버려! 개자식들! 들어와 봐!”
에이머와 옥타비오 잭슨을 내버려 두고, 몰려드는 에인절스 놈들에게 소리쳤다.
그리고 잠시 후 몰려든 에인절스 놈들에게.
퍽!
“끄억!”
퍽!
“왓 더… 윽!”
참교육을 시전하는 도중, 뒤에 우리 선수들이 도착해서 놈들을 도륙… 아니,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개자식들! 모조리 죽여 버리겠어!”
햄스트링에서 회복한 개빈이 거기 있었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3
“이런…….”
필리스 구단 직원인 로드니는 원정 경기에도 항상 선수단을 따라다닌다.
그의 업무는 여러 가지다. 선수단 숙소나 교통편, 편의 사항 제공도 있지만, 언론과 관련된 일이 주 업무. 그리고 종종 벌어지는 벤치클리어링 상황의 정리도 업무 중 하나지만, 이럴 때는 업무 중 하나가 아니라 주 업무라고 해도 모자랄 정도였다.
“로드니, 진은 좀 어떻대요?”
하지만 오늘 같은 일은 흔치 않았다.
퇴장이 4명. 그리고 공을 맞고 병원으로 실려 간 진 테프먼까지, 팀 구성원의 총 다섯 명이 경기에서 빠지게 된 것이다. 문제는 주전 선수 3명이 빠졌다는 거였다.
로드니는 아직 화가 덜 풀린 것처럼 보이는 홍빈에게 대답했다.
“일단 검진 중이라서, 결과 나오면 바로 알려 드릴게요.”
“빌어먹을 쓰레기 같은 자식. 이건 사람을 죽이려고 한 짓이라고.”
햄스트링 부상에서 회복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에인절스 선수들을 두들겨 팬 개빈이 투덜거렸다. 개빈이 항상 하는 말이 그거였다. 메이저리거가 되면 사람을 때리고도 벌금만 내면 소송도 당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번 일에는 그런 것보다는 큰 분노로 인해 본능에 몸을 맡긴 것이었다.
머리로 공을 던지는 것도 마찬가지지만, 주먹질과 빈볼은 또 다른 이야기니까.
“제기랄. 로드니, 난 경기나 보러 가야겠어.”
“어디서 보시게요?”
“구석에 처박혀서.”
싸움이 어렵게 끝난 후, 에인절스의 투수가 늦게 준비되는 것을 가지고 격렬하게 항의했다가 퇴장당한 더키 브라운 감독이 스마트폰을 들어 보이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에인절스 더그아웃을 향해 손가락 욕설을 했으니 조금은 더 문제가 될 수 있었다.
물론, 규모가 크고 격한 난투극이 벌어졌으니만큼 그런 것 정도는 묻혀 갈 수도 있었지만.
“시나, 손은 좀 어때요?”
“괜찮습니다. 오천 대도 더 때릴 수 있어요.”
에인절스 선수가 네 명이나 달려들었지만 끈질기게 옥타비오 잭슨을 구타한 에이머의 손이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다음부턴 그러지 마요.”
“누가 맞고 싶지 않으면 필리스 선수의 머리로 공을 던지지 말아야죠.”
로드니는 웃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처음 에이머가 구단에 올 때만 하더라도 사람들의 걱정이 컸는데, 이제 완전히 필리스 사람이 다 되었다.
-Hell-the fucking yeah!
그런데 감독이 사라진 쪽에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흥분한 감독의 목소리.
-Whooo! Fucking Angels!
감독의 목소리는 연거푸 이어졌고, 욕설이 섞이긴 했지만 환호하는 걸 보아하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 틀림없었다.
“꼬마! 경기를 확인해 봐!”
개빈이 소리치자, 홍빈이 바로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 홍빈은 스마트폰을 집어 던지며 소리쳤다.
“Hell ya! 그랜드슬램! 홀든이 쳤어요!”
“Wow! 그거지! 홀든!”
“좋아! 죽여 버려!”
퇴장이고 징계고,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은 이들을 보며 로드니 혼자만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이 사람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것일까.
무려 1번 타자와 2번 타자, 거기에 3번 타자가 빠진 상황인데.
좌익수인 진 테프먼이야 수비면에서 오히려 마이너스에 가깝다 치더라도, 포수와 유격수가 빠진 것은 수비 측면에서도 꽤 타격이 클 것이 분명했다.
에이머 시나와 홍빈은 아무리 좋게 봐 줘도 몇 경기를 결장하게 될 것이 틀림없었고, 진 테프먼은 부상 정도에 따라 공백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 공격력에서의 구멍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진짜 미친놈들만 팀에 모아 놨나…….’
하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엄청난 페이스로 승수를 쌓고 있는 필리스인 데다가 다른 선수들의 기량도 충분하니, 핵심 선수 셋이 빠진다 하더라도 갑자기 성적이 곤두박질칠 일도 없을 것이다.
물론 곤두박질친다 하더라도 누가 따라올 만한 성적도 아니었지만.
90승 24패. 승률 78.9%.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이 필리스의 선수들은, 당장 몇 경기 뛰지 못하는 것보다 팀 동료의 복수를 택했다.
“로드니! 왜 한숨을 쉬어요? 우리가 이기고 있다고요!”
진짜 미친놈들처럼 환호하던 에이머가 로드니에게 말을 걸었다.
로드니는 허허 웃고는, 포기하고 함께 소리쳤다.
“Hell yeah!”
“좋아! 그거야!”
“Hell ya!”
‘뭐… 이제 아무도 필리스 선수 누구에게도 빈볼을 던지지 않겠지…….’
4
[필라델피아 필리스 9 : 2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필리스 대 에인절스전, 벤치클리어링 발생.] [홀든 레시글리아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그랜드슬램 작렬!] [진 테프먼 손목 부상, 15일 DL 등재. 큰 부상은 아니야.] [배트 플립 보복구 옥타비오 잭슨, 벤치클리어링 발발 원인.] [필리스 더키 브라운 감독, 개빈 폴체스키, 에이머 시나, 홍빈 퇴장. 에인절스 옥타비오 잭슨, 본 스미스 퇴장.] [과격한 난투극. 에인절스 감독, 필리스를 맹비난.] [필리스, 에인절스 측에 빈볼은 사라져야 하는 것이라며 유감 표명.] [옥타비오 잭슨 턱뼈 골절.] [난투극 필리스와 에인절스, 향후 선수단 운영 차질 불가피.]└미친. 필리스 놈들 왜 저래?
└에인절스의 미친 개자식이 우리 좌익수의 머리를 박살 내려고 했거든.
└빈볼은 사라져야지. 말이 돼?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고.
└맞아. 빈볼만 아니었어도 필리스 선수들이 저렇게까지 하진 않았을걸.
└근데 진짜 유치원생이랑 성인의 싸움을 보는 것 같더라. 무슨 일이야 대체?
└레드 빈 봤어? Wow. 제대로 미쳤던데. 왜 야구를 하고 있는 거지? 최저 연봉이잖아. 격투기 쪽으로 갔으면 바로 억만장자가 되었을 거 같던데.
└끔찍하더라. 우리 팀 선수들이 필리스랑 안 싸웠으면 좋겠어.
└옥타비오 잭슨의 명복을 빌어.
└난 로키스 팬인데, 다음 경기가 필리스전이야. 개인적으로 에인절스에 감사해. 필리스의 1, 2, 3번 타자를 모조리 경기에 못 뛰게 해 줬으니.
└레드 빈이 항소하고 로키스를 박살 낼 거다!
└지옥에서 돌아온 레드 빈은 더 무섭지.
└What the f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