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late's Villain RAW novel - Chapter (274)
홈플레이트의 빌런-275화(275/363)
# 275
어벤저스 (6)
1
“내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 넌 모를 거야.”
그래. 그렇겠지. 고작 1주일도 안 됐지만…….
짐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작은 회의실 의자에 앉았다.
개빈은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益▼): 이 자식.
(‡▼益▼): 내 딸인지 이 타조 같은 녀석인지 결정해!
…요정의 신뢰도에 완벽하게 금이 가는 순간이군.
너 이놈, 혹시 아리랑 에이머 이야기도 뻥카 친 거 아니냐?
( ͡° ͜ʖ ͡°): 넝~담~ㅎ
퉤.
어쨌든, 오늘은 짐이 선발 등판하는 날이다.
짐의 저 말을 피오가 듣지 못한 건 다행일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투수 놈들은 경기에 한해서는 팀 동료를 생각하는 것보다는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사실 그럴 수밖에 없을지도.
1년에 160경기를 넘게 출장하는 우리와는 달리 30경기 남짓이고, 한 경기를 말아먹어도 다음 날 경기에 출장할 수만 있다면 만회할 기회가 있는 타자와는 또 다르니까. 투수가 실수를 만회하려면 못해도 며칠은 기다려야 한다.
야구는 공들여서 탑을 쌓는 것과 비슷하다.
어제 잘한 것이 내일도 무조건 잘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특히 필리스 같은 팀에서 뛴다는 건 더.
어제 잘한 것은 내일도 잘한다는 뜻이 아니라, 내일 조금이라도 욕을 덜 먹게 만들어 주는 조금의 면죄부가 될 뿐이다.
물론, 선수마다 차이는 있다.
개빈은 사실 뭔 짓을 해도 욕을 거의 먹지 않는다. 욕을 먹는다 하더라도 그냥 그런 거지. ‘망할 영감. 늙으면 감독이나 할 것이지!’
난 뭐. 한 번 못하면 ‘빌어먹을 레드 빈 다음 타석에선 홈런을 때려야 할 거다!’라는 소리를 듣고, 타격하러 나가면 또 거대한 환호를 받는다.
사실 짐도 나만큼은 아니지만 팬들의 보호 대상 중 하나다. 지난 경기 쿠어스 필드에서 6이닝 6실점을 했다고 해서 짐에게 나가 죽으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헤이.”
“피오. 왔어요?”
“Wassup, bro.”
“얼굴이 장난 아닌데.”
피오는 슬쩍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다른 사람과 피오는 다르다.
그는 개빈의 부상으로 급하게 트레이드되어 온 자원이다. 드래프트로 뽑힌 개빈과 짐, 그리고 국제 계약으로 팀에 합류한 나와는 달리 처음부터 이방인이라는 말이다.
팬들은 아직 피오를 고까운 눈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그가 실수하면 야유를 퍼붓는다.
이 팀에서 뛰면서 제일 먼저 적응해야 할 것은 홈팬들의 야유이지만, 피오는 아직도 그런 면에서 완벽하지 못하다.
상대 팀은 내셔널스다.
짐은 내셔널스의 멍청한 유격수와 별로 안 좋은 추억이 있긴 하지만, 회의 시간 내내 내가 그 유격수를 얼간이라고 욕함으로써 어느 정도 자신감을 회복한 듯했다.
그리고 경기 전 회의가 끝난 후, 오늘 등판할 가능성이 큰 불펜 투수들을 찾아 나서려는데 짐이 날 불렀다.
“빈, 잠시 시간 괜찮을까?”
난 포수니까, 오늘 선발투수가 용건이 있다면 없는 시간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다.
“무슨 일이야?”
“플레이어스 위크엔드 때문인데…….”
아. 맞다 그거.
이달 말 3경기 동안 선수들이 유니폼에 이름이 아닌 별명을 마킹해서 경기에 나서는 이벤트다.
이번에 우리 팀은 선수들이 신청한 두 개와 팬들이 투표한 두 개를 놓고 팬들의 최종 투표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오늘이 별명 제출일이었던가?
근데 그게 왜?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왜?”
“혹시 나랑…….”
Σ(・Д・)!?: 아니, 이것은……!
뭐. 뭔데 또 호들갑인데.
Σ(・□・)!?: 12등급의 홍게 에너지가 감지되었다……!
“영혼의-배터리로 같이 이어지는 닉네임을 등록하면 어떨까 하고… 어때? 정말 멋질 거 같지 않아?”
2
솔직히 나는 뭘 달아도 상관없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케어를 해 줘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근데 뭐, 팬 투표로 정하니까 우리 팬들의 성향을 생각해 보면 저게 뽑힐 리도 없고.
그래서 그냥 짐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결국, 치열했던 팬 투표를 뚫고 올라온 두 개의 별명과 함께 저걸 포함해서 등록했다.
[플레이어스 위크엔드 투표.] [홍빈.] [1. 배터리.] [2. 코리안 타노스.] [3. 레드빈 폴체스키.] [4. 넛츠 브레이커.]…….
뭐, 그렇다. 코리안 타노스는 로즐이 박박 우겨서 넣어 줬다.
ㅇㅅㅇ: 레드빈 폴체스키라.
팀의 레전드인 개빈 폴체스키의 후계자라는 아주 뜻깊은…….
ㅇㅅㅇ: 필리건들은 초소형 포수가 대머리의 데릴사위가 될 거라고 예견하고 있는 것 같군.
젠장. 그게 또 그렇게 되나.
어쨌든, 이제 경기 시작이다.
[투수 체력: 98%] [투수 컨디션: 중상] [투수 자신감: 61%]짐의 컨디션은 그리 좋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다.
저 정도면 괜찮다. 좋을 때보다 볼 배합에 조금 더 신경 쓰면 된다.
그나저나 자신감이 61%라.
지난 경기 6이닝 6실점 패배와 2달 전의 내셔널스전 패전을 신경 쓰고 있는 것 같다.
그때 6이닝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었었지. 저 팀의 멍청한 놈한테 홈런 두 방을 얻어맞았고.
그놈은 마이너리그로 갔다가 최근에 다시 올라온 모양인데, 오늘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냥 운에 불과한 것이라도 야구는 모든 것을 기록한다.
그리고 그 기록을 본다면 골든 데니스는 세상에서 가장 짐에게 강한 타자일 수도 있다.
단 한 경기의 기록이라는 게 문제지만.
“스트라이크-아웃!”
첫 타자는 일단 삼진 아웃.
짐의 자신감은 아직 오르지 않았다.
오늘 5번으로 나온 골든 데니스를 압도적으로 잡아내야 오르려나.
딱!
“아웃!”
2번 타자는 2구째 컷패스트볼로 간단하게 땅볼 유도.
“스트라이크-아웃!”
3번 코니 질리언은 삼구 삼진.
팀의 스타였던 홀딩 돈프레드가 레드삭스로 떠났다 하더라도, 코니 질리언 같은 선수는 여전히 팀의 핵심으로 뛰고 있다.
골든 데니스보다 오억 배는 좋은 타자를 3구째 헛스윙 삼진으로 쉽게 잡아냈으면서, 그런 얼간이를 겁낸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다.
하지만, 원래도 그랬지만 메이저리그에 와서는 이런 것에 대해 더 마음을 열 수밖에 없다.
진짜 여긴 미친놈들 천지니까. 온갖 미친놈들을 다 이해하려고 하다간 머리가 터져 버릴걸.
3
많은 사람들-특히 로즐-의 생각과는 다르게, 짐도 로즐보다 잘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홍빈은 골든 데니스에게 맞았던 것과 지난 경기의 패전이 자신감이 오르지 않는 원인이라고 생각했지만, 로즐이 자신보다 좋은 모습을 보인 것도 신경 쓰고 있었던 것이다.
“Paaaaaaaaaaaa!”
팬들은 여지없이 홍빈의 모습이 보이자 크게 소리를 질렀다.
오늘의 라인업은 1번 케이스 에이블, 2번 라이언 필로우, 3번 홍빈으로 이어진다.
크리스 헬로웨이는 켄트 롱에게 자리를 내주고 더그아웃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케이스는 굳은 표정으로 첫 타석으로 나갔다.
감독은 팀에 새로운 옵션을 추가하기 위해 에이머를 대신해 1번으로 좋은 모습을 보일 선수를 찾는 중이었다.
케이스도 충분히 그럴 재능이 있는 선수이긴 하지만, 에이머의 재능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건 에이머의 재능이 심하게 큰 것일 뿐.
명예의 전당 2루수가 될 케이스가 재능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 아니겠는가.
따악!
“Whoooooooo!”
“케이스 에이블! You‘re able to do it!”
5구째 패스트볼을 때려 내 2루타.
케이스는 배트에 맞히는 능력이 좋은 타자고, 홈런보다는 2루타 생산에 더 소질이 있는 선수다.
그리고 다음 타자인 라이언 필로우는 영리한 타자다.
2루에 주자가 있고 다음 타자가 홍빈이라면, 투수가 반드시 자신을 잡아내려 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1루가 비어 있는 상태라면 홍빈은 높은 확률로 걸어서 나갈 것이다.
하지만 1, 2루가 채워져 있는 상태라면?
투수는 1회가 시작되자마자 무사 만루가 되는 것을 절대 선호하지 않을 것이다.
‘공격적으로 스윙한다.’
미친 페이스를 보이고 있는 홍빈의 존재는, 다른 타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홍빈의 앞에서 타격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투수들은 홍빈 앞에 주자를 내보내지 않기 위해 애쓰기에 쉬운 공이 오지 않는다.
홍빈의 뒤 순번에 나간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홍빈이 50%가 넘는 확률로 출루하면 병살을 따내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게 당연한 일.
어제 홍빈의 복귀전에서 필리스 타자들은 확실히 알았다. 홍빈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타석에서 전략을 다르게 해야 한다는 것을. 특히, 어제도 홍빈 앞에 나선 라이언 필로우는 더더욱.
“세이프!”
케이스도 똑똑한 주루 센스를 가진 주자고, 라이언이 공격적으로 나올 거란 것을 알고 있었다.
투수는 2루에 케이스를 최대한 묶어 두고자 견제구를 던졌다.
“Booooooooooo!”
“포수에게 던지라고!”
“2루에 타자가 있는 줄 아냐!”
두 번의 견제가 더 이어지자 필리스 팬들은 더 격하게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다.
라이언은 이미 초구에 공격적으로 스윙하겠다고 마음먹고 있었고, 투수가 2루가 아닌 홈으로 공을 던지자마자 배트를 휘둘렀다.
투수가 타자에게 반드시 이기고 싶은 승부에서 선택할 가능성이 가장 큰 초구는 스트라이크가 되는 패스트볼이기에.
딱!
1, 2루 간으로 빠르게 쏘아져 나간 타구.
2루수가 미처 몸을 날리지도 못할 정도로 스피드가 빨랐고, 너무 빨랐기에 케이스가 홈으로 뛰지 못하고 3루를 밟은 것에 만족해야 했다.
무사 1, 3루.
이런 상황을 맞이하게 된 투수라면 다음 상대가 누구든 압박감을 느끼고 고민하게 되겠지만.
“What are you-coward or major leaguer?”
하필이면 상대가 그 누구도 아닌 홍빈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네가 겁쟁이가 아니란 걸 증명할 수 있나!”
홍빈은 투수를 뚫어져라 노려보며 타석으로 천천히 들어왔다.
“겁쟁이라고 불리기 싫으면 스트라이크를 던져!”
[윌리안 바티스타] [우투우타, 선발투수] [키워드: 그라운드볼러, 새가슴, 각도기.] [상대 투수의 국적이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상대 투수의 서비스 타임이 2년 차로 확인되었습니다!]투수는 더그아웃 쪽을 돌아보지 않기 위해 애썼다.
겁쟁이고 뭐고, 더그아웃을 바라보며 고의 사구 지시를 내려 주길 바라는 모습을 보이는 건 약한 모습을 상대에게 보여 주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벤치에서는 고의 사구 지시가 내려오지 않았고, 결국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아는 것과 몸은 별개.
홀딩 돈프레드 트레이드에 포함되어 내셔널스로 건너온 윌리안 바티스타는 1루에 의미 없는 견제구 세 개를 던진 후에야 포수에게 공을 던질 수 있었다.
따악-!
홍빈의 지론에 따르면 가장 좋은 투수는 뇌가 없는 투수고, 그다음은 용감한 투수다.
똑똑한 투수가 좋은 투수가 되려면 적어도 용감해야 한다.
그 무엇도 되지 못한 윌리안 바티스타의 공을 받아쳐 시작부터 2타점 2루타를 기록한 홍빈은 2루 베이스에서 골든 데니스에게 이죽거렸다.
“아직 여기 있었어? 젠장. 내기에 졌네. 난 네가 다시는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할 거라는 데 2만 달러를 걸었는데.”
얼굴이 벌게진 골든 데니스는 다음 타자인 주머 데이비스의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실책을 저질렀고, 안 그래도 영 좋지 못했던 윌리안 바티스타는 홀든 레시글리아스에게 홈런을 내주었다.
5 대 0.
아웃 카운트를 단 하나도 잡지 못한 상황에서 벌써 5실점.
5점의 득점 지원을 받고 2회 초에 마운드에 올라온 짐 플로렌스는 첫 타자를 내야플라이로 간단하게 처리한 후, 자신에게 2홈런을 때려 냈던 골든 데니스를 마주했다.
공수 교대 때 홍빈은 짐에게 한 가지를 요구했다.
골든 데니스가 변화구에 약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자신을 믿고 초구를 한복판 패스트볼로 던지라고.
짐은 이 상황이 조금은 겁났지만, 홍빈의 말을 눈 딱 감고 믿어 보기로 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빠르기로-
“스트라이크!”
[투수 체력: 95%] [투수 컨디션: 중상] [투수 자신감: 69%]99마일 포심 패스트볼에 골든 데니스는 스윙이 따라가지도 못했고.
“스트-라이크!”
[투수 체력: 95%] [투수 컨디션: 중상] [투수 자신감: 78%]2구째 하이 패스트볼에도 아예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는 골든 데니스를 보며, 짐은 홍빈의 말이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 빈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돼.’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떠올랐다.
홍빈은 3구째로 뭘 선택할까.
그리고 홍빈의 사인은, 존 중앙에 꽂아 넣는 패스트볼이었다.
할 수 있는 한 가장 빠르게라는 것은 덤.
짐은 벅찬 마음으로, 홍빈의 판단에 일말의 의문도 제기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고의 패스트볼을 꽂아 넣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투수 체력: 94%] [투수 컨디션: 중상] [투수 자신감: 98%]100.4마일 패스트볼을 꽂아 넣어 패스트볼만으로 삼구 삼진을 뽑아 낸 짐은, 평소의 짐답지 않게 크게 소리 지르며 환호했다.
“Hell the fucking yea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