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late's Villain RAW novel - Chapter (276)
홈플레이트의 빌런-277화(277/363)
# 277
어벤저스 (8)
1
야구팬들은 슈퍼 루키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굳이 ‘슈퍼’가 붙지 않더라도 팬들은 유망주를 보는 것을 즐긴다.
이미 검증된 슈퍼스타를 FA로 살 수도 있고,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을 보강할 수도 있지만, 유망주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어린 선수들이 발전하고 팀의 기둥이 되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모든 야구팬의 로망이 아닌가. 큰돈을 들여 단번에 전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육성의 즐거움은 그 팀의 팬이 선수와 함께 나이 먹어 가고 시즌을 공유하는 데 있다.
물론 지금 필리스 팬들이 주목하는, 1번부터 3번까지 나서게 된 이 선수들의 입단 방식은 모두 제각각이기는 했다. 드래프트, 트레이드, 국제 자유 계약.
우선 메이저리그 드래프트로 팀에 뽑힌 1라운드 유망주였던 케이스 에이블.
“케이스 에이블. 이틀 연속으로 팀의 리드오프로 나섭니다.”
“생각보다 안정적이었죠. 하위 타선에서도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 줬던 선수이지만, 7~8번보다는 1번에서 더 좋은 활약을 펼칠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존의 리드오프였던 에이머 시나와 비교하자면 어떨까요?”
“에이머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타자죠. 잘 치고, 멀리 치고, 빠르게 뜁니다. 하지만 2번으로 나온 홍빈을 상대 투수들이 피한 탓에 장타를 치거나 도루를 하면 홍빈이 거의 자동으로 볼넷을 얻은 경향도 있지 않습니까? 어쩌면 이 라인업이 홍빈을 무작정 회피하려 드는 상대 팀에게 내놓는 더키 브라운 감독의 해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긴 투수는 선택을 강요받게 되겠군요. 만약 앞의 두 선수가 모두 출루한 상태라면 홍빈을 내보내는 걸로 만루가 될 테니까요. 1, 2루와 만루는 느낌이 다르지 않습니까?”
“그렇죠. 일단 그게 되려면 케이스 에이블이 출루에 성공해야 할 겁니다. 이 라인업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이 세 선수가 처음으로 연달아 나오는 라인업이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기대됩니다. 예, 케이스 에이블이 필리스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타석으로 나옵니다!”
짐의 8이닝 1실점 활약에 자극받은 로즐이 1회 초를 완벽하게 틀어막은 후 1회 말.
라인업의 잦은 변동은 선수들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지만, 해설진의 말대로 더키 브라운 감독은 팀 화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이 라인업을 내놓은 것이었다.
실험하기에 충분한 승수도 쌓아 두었고, 마침 상대도 약팀이니.
케이스 에이블이 타석에 들어서서 오늘의 내셔널스 선발 투수인 벨린 크레이머를 노려보았다.
“벨린 크레이머, 초구를 던집니다. 오, 볼이군요.”
“사실, 에이머 시나나 레드 빈 같은 선수는 공격 성향이 강한 타자들이죠. 둘 다 볼넷을 굉장히 잘 얻어내기는 하지만, 좋은 공이 오면 일단 때립니다. 케이스 에이블은 조금 더 리드오프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2구 스트라이크, 3구 볼, 4구 스트라이크, 5구 볼.
볼과 스트라이크가 번갈아가며 존을 통과할 동안 케이스는 단 한 번의 스윙도 하지 않았다.
“사실 경기 초반엔 저런 부분들이 필요한 경우가 있거든요. 동료 선수들에게 상대 투수의 공이 어떤지 보여 주는 거죠.”
천재 그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 주는 친구들 때문에 조금 묻히긴 했지만, 케이스 에이블도 단연 돋보이는 재능이다.
투수에겐 정말 큰 압박이었다.
다음 타자가 복귀전이긴 하지만 MVP급 타자.
그리고 그다음은, 지금 이대로 시즌을 끝내도 MVP를 타는 게 당연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괴물.
‘차라리 이 녀석과 대결하는 게…….’
아마 대부분의 투수는 그렇게 느낄 것이다.
그리고 그건 더키 브라운 감독의 노림수였다.
따아악-!
“오, 풀카운트에서 시원하게 때립니다! 외야를 지나 펜스 근처로, 과연! 오! 라인드라이브성 타구가 펜스를 아슬아슬하게 넘어갑니다! 리드오프 홈런! 케이스 에이블이 때려 냅니다!”
감독의 노림수는 출루함으로써 에이머와 홍빈에게 조금 더 양질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지만, 어쨌든.
리드오프 홈런이라면 단연 훌륭한 성과 아니겠는가.
“봤지? 아마 넌 안 될걸.”
“백투백 홈런을 구경이나 해.”
키스톤 콤비로, 수비할 때를 제외하면 항상 티격태격하는 사이답게 홈 플레이트에서 장난스럽게 떠들어 댔다.
그리고 이번엔 상황이 딱 맞아떨어져 가치에 비해 엄청나게 싼값을 주며 트레이드로 데려온 에이머 시나의 차례.
케이스에게 농담 섞인 도발을 당한 에이머는 2구째 체인지업을 걷어 올렸다.
따아아악-!
“크게 뻗습니다! 이건 설마… Yeah! 넘어갑니다! 백투백! 백투백 홈런입니다! 중견수 뒤쪽으로 그대로 넘겨 버리는 에이머 시나! 정말 깔끔한 스윙이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레드 빈이 주자 없는 상황에 나오는군요. 하하, 벨린 크레이머가 레드 빈을 피하게 되면 64경기 연속 출루가 됩니다. 그게 뜻하는 것은, 연속 경기 출루 기록에서 단독 3위로 올라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글쎄요, 어떨까요? 어쩌면 백투백투백 홈런을 완성하면서 연속 경기 출루 단독 3위에 등극할 수도 있겠지만요.”
그리고 다음은 입단 2년 차임에도 벌써부터 메이저리그 국제 아마추어 자유 계약 역사상 최고의 계약으로 불리는 홍빈의 차례.
투수들도 뛰어나지만, 그리고 홀든이나 폴 같은 유망주도 있지만, 포수-유격수-2루수로 이어지는 이 세 선수가 타자 중에선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드래프트, 트레이드, 국제 아마추어 자유 계약.
각자 다른 방식으로 필리스 유니폼을 입은 세 선수의 백투백투백 홈런은 의외로 싱겁게 달성되었다.
벨린 크레이머의 실투.
그것도 하필이면 홍빈을 상대로 한 첫 타석 초구에서.
이미 백투백 홈런을 맞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혼란이 온 벨린 크레이머의 패스트볼이 거의 존 중앙으로 날아왔다.
따아아아악-!
9개의 공을 던지고 3실점.
그것도 모두 솔로 홈런으로, 작년에 데뷔한 젖비린내 나는 애송이들을 상대로. 물론 젖비린내라기보다는 피비린내라고 표현하는 게 옳을지도 모를 정도로 살벌한 애송이들이긴 하지만 말이다.
“Hell ya! 안 봐도 넘어갔어요! 100% 보증합니다! 이게 안 넘어가려면 펜스까지 거리가 500피트(152.4m)는 되어야 할 겁니다! Yeah! 레드 빈의 시즌 52번째 홈런! 필리스 팬들은 ‘Nut and-fifty-two nuts’라 외치고 있습니다! 예! 더키 브라운! 당신이 이겼습니다!”
2
사실, 경기 전에 본 인터넷 댓글에서 누군가가 그랬다.
케이스, 에이머, 내가 필리스의 케르베로스가 될 거라고.
왜, 그거 있잖아. 지옥문을 지키는 뚝배기 세 개짜리 미친개.
ㅇㅅㅇ: 웬일로 필리스 팬이 맞는 소리를 하였는가.
아니, 말이 안 되는 소리 아니냐?
ㅇㅅㅇ: 아니, 미친개는 분명히 맞는 말 같은데.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딴 말 하기 있냐?
ㅇㅅㅇ: 흠, 그런가.
o(≧∇≦o): 미친개 홍빈!
(o≧∇≦)o: 미친개! 미친개!
o(≧∇≦o): 완전 미친개 같은 홍빈!
(o≧∇≦)o: 이예에에!
제에기랄, 거 너무 기분 내는 거 아니냐?
됐다, 말을 말아야지.
어쨌든 1회 말에는 감독님의 의도가 드러나지 못했다.
출루와 출루에 이어 내게 기회를 더 제공하려고, 그러니까 볼넷으로 날 쉽게 피해 가지 못하도록 짠 설계가.
그리고 지금.
세 번째 타석에서 감독님의 설계대로인 상황이 펼쳐졌다.
“What are you-coward or major leaguer?”
팬들이 외치는 저 소리.
날 피하면 겁쟁이라고 하는 거, 누구 아이디언지 몰라도 나쁘진 않았다.
결국 나중엔 아무도 신경 안 쓰게 되겠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니까.
상황은 무사 1, 2루.
당연히 주자는 케이스와 에이머.
스코어는 6 대 1.
“똑바로 서라! 투수! 넌 할 수 있어!”
“그래! 네 패스트볼은 최고야! 존 중앙에 넣으면 레드 빈이라도 못 칠걸!”
“스트라이크를 잡아!”
…과연 이걸 나에 대한 응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누가 봐도 지금 마운드에서 다리를 벌벌 떨고 있는 게릿 더글러스를 조롱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필리스 팬들이니까.
[게릿 더글러스] [좌투좌타, 중계투수] [키워드: 팔색조, 맞혀 잡기, 이닝이터] [상대 투수의 국적이 미국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상대 투수의 서비스 타임이 1년 차로 확인되었습니다!]선발감인데, 롱릴리프로 일단 메이저리그 수업을 받는 투수.
새가슴이 달린 것도 아닌데, 그리고 아직 내가 타격을 시작한 것도 아닌데 거의 초주검 상태로 서 있다.
타석에서 봐도 다크 서클이 저렇게 보일 정도면 뭐.
웃긴 일이긴 하지. 여러 변화구가 주특기인 선수한테 스트라이크 존으로 패스트볼을 집어넣으라고, 패스트볼이 최고라고 내가 못 칠 거라고 말하다니.
역시 필리스 팬들이 제일 멋있어.
“마운드에 시체가 서 있어. 장의사를 불러 줄까?”
“마음대로 떠들어라.”
마음대로 떠들라니……?
세상에 그렇게 좋은 일이……?
“좋아, 마음대로 떠들라고 하니 내 어릴 때 이야기를 해 줄게. 난 말이야,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야구장에…….”
“Holy shit. 알겠다고. 말실수야. 됐지? 제기랄, 빌어먹을, 망할.”
본 베일리는 진심으로 질색하며 내게 말했다.
이게 그렇게까지 화낼 만한 일인가?
ε-(≖д≖﹆): 뭐라고 대답해 줘야 하나 이걸…….
ε-(≖д≖﹆): 하… 요정 해 먹기 힘들다, 정말…….
그게 그렇게까지 말할 만한 일이야?
ε-(≖д≖﹆): 어, 아니야. 그러니까 맘대로 해.
젠장, 여기 내 편은 없구먼.
일단 투수가 맛이 간 것 같으니 어깨에 힘을 좀 빼자.
존을 살짝 좁히고 안으로 들어오는 공만 강하게 때려 낸다.
만약 여기서 의외로 초구가 스트라이크로 들어오면 기고만장하게 변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으니, 그 뒤부터 조심하면 된다.
이런 놈 중 십중팔구는 제대로 던지질 못…….
퍽!
투수의 커브가 이상한 각도로 날아왔고, 내 무릎 부위에 맞았다.
어라?
이거?
빈볼?
아니면 실투?
혹시 포수가 욕 좀 했다고 몸에 맞히라고 했을까?
인상을 잔뜩 쓴 채 포수를 바라보려 했는데, 게릿 더글러스가 오른손에 글러브를 낀 채로 양손을 좌우로 흔들면서 내게 다가오면서 다급하게 말했다.
“No, nonononono! 죄송합니다, 실투였어요. 정말 손에서 빠졌어요. 사과드릴게요. 제 잘못입니다. 진심으로 죄송해요!”
…누가 잡아먹는 줄 알겠네.
“헤이, 저렇게까지 사과하는데 아무도 안 다치겠지?”
심지어 심판마저도 장난스럽게 웃으며 저렇게 말했다.
전에 이런 일이 있을 때도 그랬지만, 더그아웃과 베이스에 있는 선수들의 눈빛이 불순하다.
“레드 빈! 놈의 불알을 터뜨려!”
“당장! 날려 버려!”
“Boooooooooooooooo!”
팬들의 반응도 그렇고.
하.
인생 정말 힘들고, 어렵고, 복잡하다.
3
[필라델피아 필리스 11 : 2 워싱턴 내셔널스] [케이스-에이머-빈의 1, 2, 3번, 1회 말 시작과 동시에 백투백투백 홈런 때려 내며 위력 과시] [홍빈-에이머 시나 복귀. 완전체까지는 진 테프먼만 남은 필리스 타선] [필리스, 어벤저스급 타선이 돌아온다!] [홍빈, 64경기 연속 출루 및 시즌 52호 홈런. 에이머 시나도 복귀전 홈런포 가동] [더키 브라운 감독의 새로운 라인업. 첫 개시는 완벽] [필리스 감독, “한동안 이 순서대로 나갈 가능성이 있다.”] [8이닝 1실점 로즐 펠리시다드, 살짝 아쉬워하며 교체되다.] [(동영상)무릎을 떨면서 홍빈에게 힛 바이 피치 볼을 던지고 크게 당황한 게릿 더글러스]┖ㅋㅋㅋㅋㅋㅋㅋㅋ쫄았네
┖완전 ㅋㅋㅋㅋㅋㅋ
┖고의 아니라고 비는 거 보솤ㅋㅋㅋㅋㅋㅋㅋ
┖미국 깡패 졸라 무서운가 보다 진짜 ㅋㅋㅋㅋㅋ
┖졸라 우끼넼ㅋㅋㅋㅋㅋㅋㅋ
┖메이저리거들 사이에서도 홍빈 주먹 세기로 개유명한가 봄
┖안 유명하겠냐? 한 대 처맞고 공중에서 세 바퀴를 도는데;
┖어쩌면 동양인 피지컬이 약하다는 건 편견이 아닐까?
┖ㅂㅅ아, 저건 홍빈이 이상한 거지. 그게 무슨 편견이여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일본 리그에서 용병 타자들이 기 죽이려고 일부러 일본 투수 패고 하는 거 모름? 일본인 선수가 외국인이랑 싸워서 한 번도 이긴 적 없음 ㅋㅋㅋ
┖이상한 의미로 국위선양 하네…….
┖개쩔어, 신나, 멋있어, 갓갓빈! ㅗㅜ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