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late's Villain RAW novel - Chapter (280)
홈플레이트의 빌런-281화(281/363)
# 281
못 하는 것과 안 하는 것 (4)
1
가끔 심각한 고민을 할 때가 있다.
브랜든 맥, 가야드 셜롯, 에이머 시나, 요정 놈, 로즐 펠리시다드, 알렉스 알렉세이 에브러햄 중 어떤 놈이 제일 미친놈인가.
╭( ・ㅂ・)و: 오. 초소형 포수에 이어 미친놈 넘버투를 찾는 것인가.
“A-mer! A-mer!”
“에이머! 결국 놈을 죽여 버렸군!”
하. 답도 없네 진짜.
뜬금없이 무슨 소릴까.
요정 놈이나 에이머 놈이나.
에이머는 흥분해서 날뛰며 홈을 밟고는 체인지업이 어쩌니 하더니 갑자기 정신을 차린 듯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아직 팬들은 에이머의 이름을 외치고 있고, 에이머의 이름을 듣고 있자니 심신이 미약해지는 기분이다.
[아너릭 킹] [좌투좌타, 선발투수] [키워드: 널뛰기, 이닝이터, 팔색조, 홈 스위트 홈] [상대 투수의 국적이 미국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상대 투수와의 연봉 차이가 5.6배로 확인되었습니다!“볼!”
애스트로스의 오늘 선발투수, 아너릭 킹은 거창한 이름에 걸맞지 않게 에이머의 홈런에 기가 죽었나 보다. 공을 몇 개나 던졌다고 벌써부터 이마의 땀을 훔친다.
항상 그렇듯, 이럴 때는 존을 살짝 타이트하게 잡고 기다려야 한다.
“스트라이크!”
…가끔은 내가 잡아 놓은 존과 실제 존 사이의 그 좁은 공간으로 들어오는 공도 있는 법이다.
이럴 때 흔들려서 존을 확대하면 당하기 십상…….
“스트라이크!”
ㅇㅅㅇ: …….
…….
야구의 묘미는 항상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데서 기인…….
ㅇㅅㅇ: 퉤.
젠장.
그래.
이제 첫 타석인데 뭐.
치자. 쳐. 그냥 확, 어? 있는 힘껏, 어?
그냥-
따아아악-!
워메.
그냥 맞고 뒤져라 스윙이었는데.
너무 제대로 맞았네.
“아너릭-불알 두 쪽이 모조리 사라진- 킹-!”
“Nut and nuts!”
“이제 퀸이라고 불러 줄게! 어때!”
“Nut and-fifty three nuts!”
“싫으면 지금 당장 달려가서 네 불알을 찾아와! 이미 가루가 됐겠지만!”
“Nut and-iron nuts!”
흠.
그래도 불알이 없다고 여자는 아니잖아.
하여튼 간에 우리 팬들은 사고방식이 단순하다니까.
ㅡㅅ ㅡ: 얻어걸려 놓고 잘난 척은…….
2
“미친 꼬마, 이러다 진짜 홈런 기록 깨는 거 아냐?”
“보자. 오늘 경기 포함해서 38경기 남았으니 이제 21개만 더 치면 되네요. 별것도 아니네.”
“젠장. 난 이제 겨우 20개 될까 말깐데.”
“괜찮아. 넌 수비 기여도가 높잖아.”
“난 우익수고 쟨 포수라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 거야?”
“그냥 위로해 주려고 했지.”
“크흐흐. 그냥 비교를 하지 마. 그래야 행복해.”
백투백 홈런이 나오고 난 후, 더그아웃이 시끌시끌해졌다.
홍빈은 팬들의 노래에 나온 대로 시즌 53호 홈런을 때려 냈다.
38경기를 남겨 둔 상황에서 97승을 거둔 필리스 팀이나, 53호 홈런을 때려 낸 홍빈이나 대단하다는 말로도 부족하긴 하지만.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승 기록이나 최다 홈런 기록 달성은 아직 미지수였다.
남은 경기에서 50%를 넘는 승률을 기록하면 메이저리그 팀 최다 승 기록을 달성할 기회가 있고, 여전히 좋은 페이스이기에 그 기록의 가능성은 크지만, 홍빈이 배리 본즈의 홈런 기록을 깰 수 있을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부분.
대놓고 피하려는 투수들도 많은 와중에, 대기록의 희생양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 누가 홍빈과 정면 승부 하려 하겠는가.
“작작 좀 쳐!”
“젠장. 너도 쳐 놓고.”
“난 인간미가 있잖아.”
“제기랄. 너도 충분히 없어.”
에이머는 자기 나름의 방식대로 홍빈을 축하해 준 후, 자리에 앉았다.
홀든이 홍빈에게 다가가 방금 타격에 묻고 대답하는 사이, 에이머는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서 연습용 배트를 잡고 더그아웃 뒤로 들어갔다.
벌써 3점을 냈지만, 아직 아웃 카운트가 하나도 잡히지 않았으니 조금은 스윙을 해 볼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부웅!
통로는 스윙 연습을 할 만한 넓이였다.
하지만 에이머는 일부러 조금 벽에 가까이 서서, 벽에 최대한 가깝지만 닿지 않게 배트 컨트롤 연습을 시작했다.
부웅!
실내에서의 스윙은 느낌이 조금 다르다.
당연히 흙바닥보다는 미끄럽고, 스윙할 때 나는 소리도 조금 울린다.
귓구멍이 뭔가 꽉 막힌 기분이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고 믿는 에이머이기에 복도에서의 스윙 연습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부웅!
“헤이, 뭐 하는 거야?”
몇 번이나 휘둘렀을까.
이제야 조금 집중력을 끌어올리려는 찰나에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개빈.”
더그아웃 뒤 통로로 들어온 것은 개빈이었다.
경기 중에도 많은 선수가 통로로 들어오곤 한다. 로커 룸, 화장실 등 갈 곳은 많으니.
특히 불펜 투수들은 더그아웃이 아닌 로커 룸에서 대기하다 적절한 타이밍에 몸을 풀러 나갈 때도 많기에, 통로에서 스윙할 때 오랜 시간 집중하기 힘들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홈런 쳐 놓고 스윙 연습?”
개빈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에이머도 처음엔 개빈의 저런 태도에 당황하곤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협박이나 살해 예고에 더 어울리는 표정이란 건 알지만, 개빈의 저런 표정은 그냥 일상적이라는 것을.
“…….”
하지만 개빈의 질문에 대답하지는 않았다.
그냥, 자존심이 상하니까.
“흐흐. 포수 꼬마의 홈런에 자극이라도 받았나?”
“…글쎄요.”
“너도 쳤잖아?”
“빈의 홈런이 조금 더 멀리…….”
아차 하고 입을 닫았다.
유치해 보일 게 분명하다. 홍빈을 상대로는 잘만 투덜거리지만, 그 앞뒤 분간 못 하는 에이머에게도 개빈은 너무 큰 베테랑이다.
“크흐흐. 그거뿐이야?”
“…아니요.”
“흐흐. 레드 빈과는 비교를 하지 말아야 행복해진다는 말 때문인가?”
“음.”
에이머는 무어라 대답하지 못하고 말을 삼켰다.
정곡을 찔렸다.
홍빈을 따라잡고 싶고, 아무리 못해도 바짝 붙어서 따라가고 싶은데.
사람들은 홍빈과는 그냥 비교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는가.
항상 그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지만, 언제나 한 발짝 더 멀리 도망가는 게 홍빈이다.
어쩌면 평생 따라잡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 것도 사실이었고, 그 걱정을 실체화시키는 것이 두려웠다.
누군가에게 진다는 것은, 에이머와 같은 초특급 천재에게는 도무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개빈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에이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내가 데뷔했을 때쯤엔 야디에르 몰리나가 최고였지. 버스터 포지, 게리 산체스, 리얼무토, 살바도르 페레즈… 그 뒤로도 많았어. 10년쯤 지나니까 핸스 돌먼, 가렛 듀티, 브레드 맥시모어 같은 녀석들이 내 이름과 나란히 있었지. 좀 더 지나니까 가야드 셜롯, 컬 매치니, 샘 이델, 다니엘 그린부쉬 같은 놈들이 튀어나오더군.”
“아…….”
무슨 말인지 대충은 알 것 같았다.
개빈 폴체스키라는 선수는 저런 쟁쟁한 선수들과 함께 이름이 거론되면서 20년을 버텼다.
항상 최고의 선수는 아니었다. 리그 최고의 포수를 꼽으면 항상 이름이 거론되면서도 최상단을 차지한 적은 없으니.
하지만 다른 선수들이 부침을 겪으며 그 명단에서 사라져 갈 때, 개빈은 항상 그쯤 어딘가에서 자리를 지켰다.
말년에는 부상으로 예전 같진 않았지만, 건강한 개빈 폴체스키라면 이야기는 분명히 다르니까.
“야구는 길지. 1년에 162경기를 하고, 매년 그래. 난 누적으로 다른 놈들을 때려잡았지만, 넌 언젠간 저놈을 잡을 수 있을 거야. 내가 보증하지.”
에이머는 조금 당황했다.
개빈이 이렇게 다정한 사람이었던가.
그리고 개빈의 친절함에 조금 긴장이 풀린 것인지 자기도 모르게, 홍빈에게 말하는 것처럼 대답하고 말았다.
“당연하죠. 내년부턴 다를 겁니다. 올해는 적응기거든요. 소포모어 징크스를 이겨 내지 못했어요.”
3
“빌어먹을 미친 꼬마 놈들.”
개빈은 위풍당당하게 경기장으로 돌아가는 에이머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Fucking 보모는 나한테 안 맞다니까.”
쯧 하고 혀를 한 번 찬 개빈은 화장실로 들어갔다.
뜬금없이 홍빈이 다가와 에이머가 오늘 헛소리를 자꾸 한다며 좀 살펴 달라고 부탁했다. 원래 에이머의 보모는 진 테프먼이었는데, 진 테프먼은 아직 팀에 돌아오지 못했으니.
‘야구만 잘하지 꼭 나사 하나씩 풀려 있다니까.’
홍빈은 개빈의 은퇴식 때 쓸 ‘아이언 빈’을 하나 주겠다고 약속했고, 개빈은 그 정도면 이런 부탁 정도는 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그것뿐만은 아니었다.
몇 년 뒤 이 팀의 감독을 맡게 된다면 저놈들이 핵심이 될 것이다. 그래서 저 녀석들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물론 감독이 아니라 코치로서도 그렇겠지만.
지금도 핵심 선수로 활용하기에 부족하지 않지만, 아직 정신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조금씩은 보였다.
그나마 젊은 미친놈들의 리더인 홍빈이 그런 면에서는 모자람 없이 중심을 잘 잡아 주고 있는 게 다행이었다.
기술적으로 부족하면 날카롭게 잡아 주고, 모두 가장 나이가 어린 홍빈을 정신적 지주처럼 여기기에 단결력도 좋다.
어쨌든, 아까 말했던 대로 에이머가 홍빈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의 대답은, 개빈이 생각하는 대답은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였다.
‘두 놈 다 모두 미치광이처럼 훈련하긴 하지. 에이머도 내가 본 역대 최고의 재능이긴 한데…….’
홍빈의 재능은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었지만, 지금 당장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더는 검증 따위가 필요한 선수가 아니다. 한 시즌 반짝하는 선수도 아닌 것이다.
사실, 둘 다 수비 부담과 체력 소모가 큰 포지션이다.
하지만 포수 포지션의 특수성은 개빈이 가장 잘 안다. 홍빈이 나이를 먹고 나서 포지션을 바꿀 수도 있겠지만, 그의 수비 실력과 경기를 보는 눈을 생각하면 불가능해지지 않는 이상 포수를 시켜야 한다. 타격 실력을 보면 어떻게든 매일 타석에 내보내야 하는 건 맞지만, 저 정도의 포수를 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어쩌면 자기가 감독이 되어 십여 년이 지나고 나면 1루수나 좌익수 같은 포지션을 권할 수도 있지만, 가능하다면 포수를 시킬 것이다.
자기가 그랬던 것처럼.
“Hooooooooooooo!”
화장실에서 나와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자, 관중들의 환호성이 들려온다.
2루에 주자가 엎어져 있고, 홍빈이 주먹을 불끈 쥐고 있으며, 맷이 홍빈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보이는 것을 보아, 아무래도 도루를 또 잡아낸 모양이다.
“젠장. 저 정도는 나도 한다고.”
무슨 상황인지 보지도 않았으면서 개빈이 투덜대고 자리에 앉자, 스캇이 씩 웃으며 개빈에게 말했다.
“사위한테 라이벌 의식 불태우는 겁니까?”
“젠장. 누가 사위라고!”
갑자기 개빈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안 그래도 요새 바바라가 홍빈을 정말 사위처럼 대하는 터라 마음이 영 불편했는데.
“빌어먹을. 내가 허리만 안 아팠어도 저 정돈 한다고.”
물론, 개빈도 자기가 최고의 상태라도 홍빈처럼 하지 못한다는 것은 안다.
“아, 그렇죠. 물론이죠.”
그리고 스캇의 그 말에 더 기분이 나빠진 개빈은, 2회를 무실점으로 막아 내고 돌아오는 선수 중 홍빈과 에이머에게 시비를 걸었다.
“이봐, 꼬마! 공 던지고 무게 잡지 마! 유격수 꼬마! 태그가 좀 늦잖아! 좀 더 팔을 빠르고 작게 휘두르라고!”
4
따아악-!
“Whooooooo!”
“A-mer! A-mer!”
“에이머! 널 사랑해!”
[앞 타자가 홈런을 기록했습니다!] [사용자의 타구 비거리가 상승합니다!]에이머는 2사 만루 상황에서 그랜드슬램을 때려 버렸다.
시티즌스 뱅크 파크는 거의 뒤집혔고, 리버티 벨의 종 소리가 파묻힐 정도였다.
9 대 3으로 앞서 나가는 만루 홈런.
에이머는 이번엔 거만한 포즈로 턱을 한껏 들고는 베이스를 돌았고, 홈 플레이트를 밟고는 다른 선수들과 격하게 하이 파이브를 한 후 내게 말했다.
“소포모어 징크스가 너무 심했어! 내년에는 다를 거야!”
“…굿 샷.”
“체인지업의 비밀도 밝혀내고 말겠어!”
“음. 체인지업.”
난 이제 도저히 모르겠다.
체인지업이 대체 뭐 어쨌단 말인 거야?
[미겔 페레즈] [우투우타, 중계 투수] [키워드: 만루 변태, 핀포인트] [상대 투수의 국적이 베네수엘라로 확인되었습니다!]그러니까 지금 만루 변태 달고 있는 놈한테 만루 홈런 때리고, 소포모어 징크스니 체인지업이니 한 거란 말이지?
야, 요정.
체인지업이 뭐 어쨌단 건데?
ㅇㅅㅇ: 직접 물어봐라.
아니. 체인지업이 대체 뭐가 어쨌다고 그러는 거냐고.
헛소리에 신경 안 쓰려고 했는데.
짜증 나게 궁금하네.
체인지업?
뭔 체인지업?
어라, 이거 체인지업?
체인지업 같은데?
따아악-!
공교롭게도 머릿속에 체인지업만 가득한 가운데, 투수의 초구가 체인지업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버프 때문일지도 모르겠는데, 타구가 펜스 제일 윗부분을 맞고 관중석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무래도 스킬 아니었으면 그냥 외야 플라이였을 것 같은데.
“불알 수집가가 여기 있다! 개자식들아!”
“Nut and-fifty four nuts!”
한 경기 백투백 홈런 두 개째네.
젠장. 오늘은 에이머가 다 먹어서 먹을 타점도 없구먼.
홈런 두 개 치고 2타점이라니.
에라. 나도 모르겠다.
“Nut and nu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