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late's Villain RAW novel - Chapter (290)
홈플레이트의 빌런-291화(291/363)
# 291
#현상수배 (2)
1
2030년 8월 26일, 우리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선 트러스트 파크에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확정 지었다.
“Hell-!”
자기 집에서 남의 집 잔치가 벌어지는 꼴이 보기 싫었는지 브레이브스 팬들은 경기장을 많이 찾지 않았다.
그나마 에이스인 해리 올슨의 등판일이라 경기장을 찾은 브레이브스 팬들도, 초반부터 내 홈런이 터지고 또 터지고 막 터지고 경기가 터져 버리자 대부분 자리를 떴다.
“Yeeeeeeeeeeeeeeeeeeeeeah!”
“Fucking yeah!”
그러다 보니, 원정경기임에도 엄청나게 많이 경기장을 찾은 필리스 팬들이 소름이 돋을 정도로 목 놓아 소리를 빽빽 질러 대고 있다.
아니 뭐, 지구 우승 처음 해 보는 것도 아닌데 뭐가 저리 좋대?
“Hell ya!”
ㅍㅅㅍ: …그래 놓고 좋아하기는.
당연히 좋긴 좋지.
“I love you! I love you!”
“빌어먹을 자식들! 너흴 사랑해!”
저거 봐. 단체로 사랑 고백도 한다니까?
굳이 거기다 빌어먹을 자식들이라는 말을 넣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사람들은 필리스 팬이니까.
“메츠를 엿먹여 줘서 고마워!”
메츠전에서 우승을 확정 지은 것도 아닌데.
홈경기에서 지구 우승을 확정 짓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하다.
ㅡㅅㅡ: 필라델피아 시민들의 질서와 안녕을 위해서는 이게 더 나을 수도 있지.
하긴, 그럴지도.
우리는 팬들과 한참이나 같이 소리 지르며 지구 우승을 축하했다.
로즐과 케이스는 세레모니로 이상하게 끈적대는 춤을 함께 췄고, 오늘 경기의 마지막 투수였던 보더 켈리는 흥분했는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따내자마자 펜스 쪽으로 뛰어가 자기 글러브를 관중석으로 던져 버렸다.
꽤 큰돈을 받고 역사상 가장 강력한 팀의 일원이 되었고, 곧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그런 듯하다.
브레이브스 선수들은 쓸쓸하게 퇴장했고, 우리는 한참이나 팬들과 함께 노래 부르다 덕아웃으로 들어왔다.
우승을 확정 짓고 나태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를 라인업에서 빼 버릴 거라고(그것도 무려 월드시리즈에서!) 협박했던 감독님도, 오늘만큼은 어딘가 들떠 보이는 가벼운 표정이었다.
“Hell, yeah. 좋아. 우승 확정 기념으로는 굉장히 명쾌한 경기였지.”
“Yeah!”
“Hell!”
“Fucking!”
“Ya!”
하지만 한바탕 시끌벅적하게 선수들이 소리를 지르고 나자, 감독님의 표정은 평소의 독한 그것으로 돌아왔다.
“즐거워하니 보기 좋군. 다 즐겼으면, 이제 내일 경기 라인업에 대해 이야기하지.”
그러자 누구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디선가 신음이 들려왔다.
“크흠.”
감독님은 선수단 관리에 꽤 힘을 쏟는 편인데, 그 방침이 꽤 빡빡한 편인데도 누구도 저항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불만을 갖던 헤스밀이 쫓겨났고, 라커룸 리더인 개빈이 감독님을 지지하니 모두가 따르는 것이지만.
하지만 감독님은 갑자기 웃으셨다.
“크흐흐. 크크크.”
감독님은 급기야 눈물까지 찔끔 흘리시더니.
“오늘은 파티야. 너무 긴장하지들 말라고. 마음껏 마셔.”
그렇게 말하고는 손사래를 치셨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감독님의 그런 모습에 다들 조금 당황했지만, 주머가 양팔을 번쩍 들며 소리치자 다 함께 소리를 질렀다.
“Yeah! 맥주! 바비큐!”
2
필리스 감독은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쉼 없이 달려온 선수들에게 하루 휴식을 주기로 하고는, 선수들이 파티를 벌이고 있는 곳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마음껏 맥주를 마셔도 돼. 다만 오늘 경기에 안 뛴 불펜 투수들은 조금 절제하고, 그리고…….”
선수들은 감독에게 집중했고, 감독은 비어 있는 라인업 용지를 문 옆에 붙여 놓았다.
“맥주를 마시는 대신에 내일 경기에 뛰고 싶은 선수는 여기에 이름을 쓰고 숙소에 가서 쉬어도 돼.”
“Yeah……?”
주전급 선수-특히 베테랑들-은 당황했고, 출전이 간절한 선수들의 눈이 빛났다.
“어쨌든 경기할 사람은 필요하니까. 안 그래?”
당황한 선수들을 앞에 두고 악독하게 웃은 감독은 한마디 덧붙이고는 자리를 떴다.
“이건 누구에게도 강요할 일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이걸로 뭔가를 판단하려 하진 않을 거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선수들의 머릿속은 복잡해지기 마련.
잠깐의 침묵 속에서 주머 데이비스가 맥주를 따르는 소리만이 들려왔고.
“흠.”
누구도 예상치 못한 한 선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라인업 용지에 자기 이름을 써 넣고는 선수들에게 인사하고 사라졌다.
“오늘은 피곤해서 먼저 가서 좀 쉴게요. 내일 등판하려면 준비를 좀 해야 하니까.”
“What?”
항상 선발 투수로 나서고 싶어 하던 로빌 지오클이 첫 기회를 잡았다.
“선발 투수도?”
“Holy shit!”
선발 투수와 야수의 급작스러운 출장은 조금 다른 이야기다. 몸을 만들어야 하고, 개인마다 다른 루틴을 따라야 한다.
그걸 아는 선수들은 웅성거렸지만, 원래 내일 선발로 예정되어 있던 거프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쿨하게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마셔야겠군.”
그리고 다음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는 한 선수를 보며, 선수들은 방금과 비슷하게 경악하는 표정을 지었다.
“저도 이만 가볼게요.”
“뭐?”
“네가 가면 안 되지!”
“헤이, 빈! 그러기야?”
만류하는 선수들을 돌아보며, 홍빈은 별 소릴 다 한다는 듯 되물었다.
“저 아직 법적으로 술 마실 나이가 안 됐거든요.”
“정말?”
“젠장. 아직이라고?”
“한 시즌에 홈런을 60개 넘게 때리는데 미성년자야?”
“이런, 제기랄!”
“말도 안 돼!”
“이건 법치주의의 몰락이야!”
3
선발 투수의 교체는 어제 경기 전에 이미 이야기된 부분이었다.
거프가 왼쪽 어깨에 조금 불편함을 느꼈고, 로빌이 그 자리에 긴급 투입되기로.
그러니까 어제 그건 쇼였다. 최소한 선발 투수가 이름을 써 넣고 사라지는 것만큼은 말이다.
감독님은 선수들의 기강이 해이해지는 걸 우려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우승 기념 파티까지 막고 싶진 않으셨는지 이런 걸 계획했고, 나름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Line up.]1. 케이스 에이블.(2B)
2. 에이머 시나.(SS)
3. 홍빈.(C)
4. 진 테프먼.(LF)
5. 홀든 레시글리아스.(CF)
6. 폴 데이먼.(1B)
7. 라이언 필로우.(3B)
8. 크리스 헬로웨이.(RF)
9. 로빌 지오클.(SP)
원정 라커룸 문에 떡 하니 붙어 있는 라인업 용지를 보고 웃음이 나와 버렸다.
에이머는 내가 나오기 무섭게 따라 나왔다.
저놈은 저럴 줄 알았지. 어느새 옆에 다가온 에이머가 라인업 용지를 쓱 훑어보고는 내게 물었다.
“컨디션 좋아 보이네. 어제 바로 잤어?”
어제 빨리 들어간 건 아리랑 영상통화를 한다고 그런 것도 있지만…….
“바로 잤지.”
그렇게 대답하자 에이머는 뭔가 흐뭇한 표정을 짓더니 어깨를 두드렸다.
“어우. 어제 스윙 5만 번 하고 잤더니 좀 뻐근하네.”
아하. 훈련 많이 했다고 나한테 생색을 내시겠다?
“몸 관리해야지. 감독님한테 오늘 너 쉬어야겠다고 말해 줄까?”
“아니, 멀쩡해.”
“아냐, 내가 보기엔 너 오늘 쉬어야겠다.”
“젠장. 아니야. 어깨가 다 나았어.”
에이머는 자기 어깨가 멀쩡하단 걸 확인시켜 주려고 팔을 돌리고 난리가 났다.
멍청한 놈.
어쨌든, 오늘 선발 투수인 로빌을 만났다.
개빈은 진탕 마신 듯했다. 아주 몸 전체에서 술 냄새를 뿜어 대고 있다. 술통에서 반신욕이라도 하셨나.
“얼마나 마셨어요?”
“제기랄. 그걸 세면서 마시는 놈이 어디 있어?”
그리고 피오도 꽤 마신 듯하다.
“…빈, 미안한데, 오늘은 사람을 때리지 말아 줬으면 해. 우욱.”
얼씨구. 헛구역질까지.
선발로 나설 기회를 잡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두 번째로 이름을 쓰고 자리를 떠 버려서 그냥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반면, 어제 가장 먼저 이름을 쓰고 나간 로빌은…….
“좋아요. 전 준비됐어요.”
가장 먼저 도착해서 굉장히 의욕적인 자세로 앉아 있었다.
브레이브스 타선의 약점은 완성형의 타자가 없다는 것이다.
다들 어딘가 약점 한 가지씩은 가지고 있다.
“덕 벅스턴에겐 몸 쪽으로 제구해야 해. 바깥쪽은 낮아도 잘 쳐. 공격적인 주자지만 견제구를 많이 던지면 리드를 줄이니, 내가 사인을 보내면 견제구를 던져.”
강점도 있지만, 뚜렷한 약점들.
“재비어 벨렌은 슬라이더와 커브를 구분하지 못해. 하지만 패스트볼은 기가 막히게 때리지.”
“폴 레이는 초구에 볼을 던지면 투 스트라이크가 될 때까지 스윙을 거의 하지 않아.”
“송윤근은 스윙 스피드가 느려. 높은 코스 패스트볼로 괴롭힌 후에 어깨가 굳었을 때 브레이킹 볼을 던지면 돼.”
특히 올 시즌처럼 야금야금 성적이 내려가면서 조급해진 상황에서는 그런 약점들을 공략하기 더 쉬워진다.
송형에겐 좀 미안하지만, 로빌도 기회를 놓치고 싶진 않을 거다.
로빌은 내 말에 무조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다 외워 버리려는 듯 열심히 메모했고, 회의가 끝날 때쯤에는 브레이브스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준비는 좋은 거지.
준비를 철저히 한다고 항상 좋은 결과가 따라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열심히 준비하고 실전에서 제 실력을 보여 줄 수만 있으면 잘할 가능성은 높아지니까.
4
경기 시작 전, 송형이 브레이브스 라인업에서 빠진 것을 확인했다.
특별한 일은 아니다. 원래도 2~3경기를 뛰면 한 경기 정도는 빠지니까.
두 경기 연속 출루도 못 해서 좀 기가 죽었을 테지만.
내가 송형을 도와줄 방법은 송형을 대신해서 나올 포수를 꼼짝 못 하게 묶어 버리는 방법일 테지.
“Do you want $200,000?”
“What are you-coward or major leaguer?”
오늘도 브레이브스 팬들을 대신해 선 트러스트 파크를 가득 메운 우리 팬들이 목청 높여 소리 지른다.
음. 패턴이 하나 늘어났구먼.
송형을 대신해 포수 마스크를 쓴 것은 배니 듀인스터.
웃긴 놈이지.
내가 개드립을 날리면 마구잡이로 욕을 하면서도 웃음을 겨우 참는 놈.
“2만 달러 필요해?”
“필요 없어, 개자식아.”
“필요할 텐데.”
“필요 없다고.”
“너 이제 곧 팀에서 쫓겨날 텐데 돈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 주전에서 밀려났잖아, 안 그래?”
“제기랄. 그래서 뭐? 내가 마운드에서 너한테 삼진이라도 잡아내고 20만 달러라도 받아 가?”
흠. 웃음이 많은 친구였는데, 웃음기가 쪽 빠졌다.
어쨌거나 주전에서 밀려난 상태니, 좀 날카로워졌나.
나는 이 녀석을 조금 위로해 주기로 했다.
“아냐. 그게 아니야.”
“또 무슨 소릴 하려고, 이 쓰레기 같은 자식아.”
“가운데로 주면 파워볼 번호를 알려 줄게.”
“뭐?”
“진짜야.”
“Fuck you.”
너무 비현실적인가?
작전을 바꿔 보자.
“그럼 홈런 치게 해주면 10만 달러 줄게.”
“Fuck you.”
“20만?”
“Fuck you, fuck you, fuck you, fuck you, fuck you!”
음.
너무 흥분시켰나.
5
[필라델피아 필리스 7 : 2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우승을 확정 짓고 주전 선수 몇몇에게 휴식을 준 필리스, 브레이브스에 승리를 거두고 105승 달성.] [레드 빈, 3번째 타석에서 시즌 65호 3점 홈런을 때리며 포효하다!] [필리스, 시즌 최다승 기록을 향해 13연승을 거두며 쾌속 진격!] [가장 높은 곳에 먼저 도착한 필리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홍빈.] [4경기 연속 홈런의 홍빈. 연속 출루 기록이 깨진 후에도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 중.] [로빌 지오클, 깜짝 선발로 나서서 6.1이닝 2실점 승리투수가 되다.] [약점이 보이지 않는 필리스. 후보 선수들마저도 올라가는 중.] [브레이브스 포수 배니 듀인스터, 경기 도중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송윤근으로 교체. 교체 출장한 송윤근은 팀의 유일한 득점이 된 투런 홈런 작렬.] [필리스 감독, ‘챔피언답게 경기한 선수들에게 만족한다.’] [브레이브스 팬들, 경기 종료 후 집단으로 감독 사퇴 요구. 지나가던 필리스 팬들이 합류하며 난장판.] [R-E-D-B-I-N! 하루 만에 한 계단 상승! 65호 홈런으로 홈런 공동 4위 등극! 스테로이드 시대의 기록을 때려 부수는 이 시대의 아이콘!] [MLB 단일 시즌 홈런 순위.]1위. 73개: 2001년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2위. 70개: 1998년 마크 맥과이어(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3위. 66개: 1998년 새미 소사(시카고 컵스)
공동 4위. 65개: 1999년 마크 맥과이어(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2030년 홍빈(필라델피아 필리스)
6위. 64개: 2001년 새미 소사(시카고 컵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