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late's Villain RAW novel - Chapter (296)
홈플레이트의 빌런-297화(297/363)
# 297
레드 스트라이프 (2)
1
오케이. 세게 던지면 큰일 나나 보네.
그런데 SSS급 스킬 왜 나는 안 주냐? S가 세 개면 진짜 좋은 거 아니냐? 왜 이런 좋은 거 꼭꼭 숨겨 놨냐?
ㅡㅅㅡ: SSS급 스킬은 주는 게 아니다. 만드는 거지.
ㅡㅅㅡ: 제약을 잔뜩 걸었으니 아주 잠깐 빌려줄 수 있는 거다.
ㅍㅅㅍ: 요정님이 다루기에도 너무나 큰 힘이지.
ㅇ血ㅇ: 다시 한번 말하지만, 힘 빼고 던져라.
얼마나 빼면 되냐.
ㅇㅅㅇ: 투수한테 던져 줄 때 정도로. 아니, 그것보다 조금 약하게.
오케이.
뭔지 모르겠지만, SSS급 투수 스킬이라면 개빈을 깜짝 놀라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이동 거리가 멀었던 탓에 가벼운 훈련을 진행 중이던 선수들은 이 볼거리에 몰려들었고, 필리스 선수들답게 내기를 걸기 시작했다.
“난 개빈이 이긴다에 100달러.”
“레드 빈의 송구 실력을 믿어. 난 빈에게 50달러.”
“개빈이 아무리 좀 쉬었다 하더라도 실력이 있지. 개빈에 200달러!”
“타노스라면 뭔가 마법을 부릴 수도 있어. 타노스에 100달러!”
시끌벅적하게 내기를 걸어 대는 가운데, 나는 마운드에 서서 진지하게 선언했다.
“딱 세 개만 던질 거예요. 세 개를 던지는 동안 개빈이 안타를 치면 제가 진 걸로 하죠.”
“좋아. 그럼, 애송이들 수비 실력도 한 번 볼까?”
“마이너리거들! 아무 포지션이나 들어가 봐! 서둘러! 실력을 보여 줄 기회잖아, 안 그래?”
주머가 약간 떨어진 곳에서 눈치를 보고 있던 마이너리거들에게 말하자 그중 몇몇이 빠르게 자기 포지션으로 이동했다.
투수들을 제외하고 타자들은 모두 적당히 포지션을 찾았고, 주머는 껄껄 웃으며 2루로 들어갔다. 주머가 2루라… 실전에서 이런 일이 안 생기길 바랄 뿐이다.
“전 제가 이긴다에 1,000달러 겁니다.”
내가 여유롭게 말하자, 개빈은 빽 소리를 질렀다.
“건방진 꼬마! 난 내가 이긴다에 2,000달러!”
오.
2천 달러.
오늘 회식은 개빈 카드로 한다.
요정, 믿는다. 진짜 살살 던져도 되지?
ㅇㅅㅇ: 세게 던지면 큰일 난다. 진짜 살살 던져라.
살살 던지긴 할 건데, SSS급 스킬의 위력을 알 수가 있어야지.
웃으며 포수 자리에 들어간 피오의 미트를 향해 정중앙으로 던졌다.
뻐억!
…….
……?
“…What the fuck?”
배트도 내지 못한 개빈이 날 바라보며, 눈과 입으로 동시에 욕을 하고 있었다.
“Holy shit?”
“몇 마일이야?”
“뭐야, 엄청 빠른데?”
“누구 구속 잰 사람 없어?”
그… 분명 힘 빼고 던졌는데?
ㅍㅅㅍ: 힘 더 빼고 던졌어야지.
ㅍㅅㅍ: 97마일 나왔잖아.
ㅜㅁㅜ: 이 멍청한 포수 놈아!
…이 정도라고 미리 말해 줬어야지.
“헤이! 방금 레드 빈이 던진 거야? 이런 빌어먹을!”
투수 코치님이 헐레벌떡 뛰어오면서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신다.
왜, 투수로 전향이라도 시키려고 그러시나?
2
“빈이 100마일을 던졌다고?”
경기 전 코치진이 모인 회의에서 투수 코치가 발언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예. 한 번이지만…….”
홍빈은 초구로 97마일을 던지고 그 뒤로는 힘을 더 줄였다.
힘을 완전히 줄이고 던졌음에도 91마일 두 번.
개빈은 두 개의 공을 모두 때려 냈지만, 의욕이 넘치는 마이너리거의 몸을 날리는 수비에 아웃을 헌납했다.
“구속 재 봤어?”
홍빈은 뒤늦게 가져온 스피드건에 80마일대의 구속을 기록했다.
괜히 찔려서 제대로 던지지 않은 것도 있지만, 100마일은 투수 코치의 착각이기도 했다.
“예. 80마일대가 나오긴 했는데…….”
“그렇군. 뭐, 빈의 어깨가 좋긴 하지.”
“빈이 외야수였다면 보살을 엄청나게 해 댔을 겁니다.”
사실, 포수의 구속이 빠른 것이 크게 특이한 일은 아니다.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하는 선수들도 없지는 않으니.
하지만 힘을 잔뜩 뺀 자세로도 분명히 90마일 이상의 공을 던지는 것을 보았다. 그 뒤로는 들쭉날쭉한 구속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뭐, 개빈의 은퇴식 때 상황이 맞으면 그에게 맡기는 것도 나쁘진 않겠군.”
“팬들이 즐길 만한 이벤트가 되겠군요.”
“빈이 외야 수비도 꽤 잘해.”
“코너 내야수로도 어느 정도 쓸 만하지.”
투수 코치야 홍빈의 가능성에 잠깐이나마 흥분했지만, 감독과 다른 코치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 봤자 포수야. 최고라고. 솔직히, 쟨 제2의 누군가도 아냐. 그냥 레드 빈이지. 안 그래?”
“맞아. 4일간 포수를 하고 5일째에 투수를 시킬 게 아니라면… 아니, 진짜 100마일을 던진다 하더라도 그냥 포수를 시키는 게 나아. 그날 빈을 포수로 못 쓰는 건 손해야.”
“역사상 최고의 포수가 될걸.”
“이미 역사상 최고야.”
당연히 홍빈이 구속 얼마를 기록하든 간에, 그런 포수는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투수 코치도 아주 잠깐 흥분했을 뿐, 홍빈을 투수로 전향시키거나 할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역대 최고의 포수가 되어 가고 있는 선수를 투수로 전향시킨다?
유사 이래 가장 비웃음을 많이 받은 사람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좋아. 새로 온 꼬마들은 좀 어때?”
곧 화제는 넘어갔다.
언젠가 투수를 다 써먹거나 반드시 아껴야 하는 상황 정도에서 마운드에 오를 수도 있는 일이지만, 지금으로써는 당연히 논의할 가치도 없는 일이기에.
“올해는 크게 눈에 띄는 선수들은 안 보이더군요.”
“그래도 내야 백업으로 쓸 만한 친구 둘 정도는 보이던데.”
“그 친구들 타격을 좀 봐야겠군.”
“엄청나게 뛰어난 선수가 아니면 백업으로 코난을 데려가는 게 낫지.”
회의는 큰 화제 없이 그냥 넘어갔다.
플레이어스 위크엔드도 끝났고, 이제 마지막 한 달여.
감독은 선수들에게 항상 강조했던 것을 코치들에게도 주지시키고 회의를 종료했다.
“게으름 피우는 녀석이 있다면 찾아내. 주전 중 누군가가 정신을 놓는다면 며칠은 벤치에 앉아 있어야 할 거야.”
아무리 시즌 중 강력한 모습을 보인 팀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는 못한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승 팀인 컵스와 매리너스도 116승을 거둔 해에 우승하지 못했다.
우승은커녕, 두 팀 다 월드시리즈조차 진출하지 못했었다.
“올해가 끝날 때까지 최고의 모습을 유지하자고.”
3
올해 월드시리즈엔 누가 올라올까.
확답할 수는 없다.
내셔널리그는 원래 역사에서 왕창 뒤바뀌었지만, 아메리칸리그도 상당히 변했다.
사실, 우리가 월드시리즈에 올라간다는 보장도 없다.
단기전에는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는 법.
물론 최강 팀을 계속 유지하려면 가능한 한 많은 우승 트로피가 필요하기에 무조건 최선을 다할 테지만, KBO에서도 매년 우승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우리가 가장 강력한 후보인 것은 확실하다.
타선 어디에도 구멍이 없고, 선발 로테이션도 마찬가지다. 불펜 평균 자책점도 필리스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제기랄. 하필 복귀전이 애슬레틱스전이라니.”
컨디션 문제로 잠시 쉬었던 거프의 복귀전이기도 하다.
애슬레틱스는 내년부터 포스트시즌에서 제 모습을 보여 주었나 그랬던 것 같다.
큰 경기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좋았던 기세가 꺾이는 순간 우르르 무너져서 사람들이 안타까워했었다.
어쨌든 거프는 지난번에 애슬레틱스를 상대했을 때 2개의 홈런을 맞았다. 스캇도 하나를 맞았고.
이렇게 말하면 크게 털린 것 같지만, 거프는 3개의 병살타를 끌어내며 승리투수가 되었었다.
“예전처럼만 하죠.”
“홈런 두 개 맞으면 되는 거야?”
“병살 세 개 따내면 이겨요.”
“좋아. 남는 장사인가?”
내 기억 속의 2030시즌 애슬레틱스보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2030년 필리스의 원래 모습은 멸망 그 자체였다.
개빈은 은퇴하고 쇼는 팔려 나가고, 진 테프먼은 팀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불펜은 리그 꼴찌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고, 전문가들은 내일 선발로 투수 코치가 올라와도 이상하지 않다고 비아냥댔었다.
“필리스를 상대로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는 팀은 없죠. 당당하게 던져요, 거프. 당신은 세계 최고 팀의 선발투수라고요.”
우리는 107승 30패를 거두고 있다.
위축되거나 경기를 걱정해야 할 것은 필리스가 아니라 필리스를 상대하는 팀이다.
“그렇지. 맞아. 아주 좋아. 오늘도 잘 부탁해.”
최강 팀이 된다는 것은 일종의 반사이익을 누린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떤 팀들은 최고 전력으로 라인업을 짜지 않고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줄 때도 있고, 지레 겁먹고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도 많다.
양키스의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이 상대를 기죽게 하고 승리로 이끈다는 말이 있었지.
이제 사람들은 필리스의 빨간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보고 주눅이 들게 될 것이다.
4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맞대결!] [이제는 유망주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영 스타들의 승부.] [양대 리그 홈런왕들의 만남. 홍빈(67홈런) vs 브렛 대거(43홈런).] [2번 타자 맞대결도 흥미진진. 천재 유격수 에이머 시나와 출루의 달인 켈리 드레드먼.] [3할 타율-4할 출루율-5할 장타율-30홈런-100타점 달성이 유력한 완성형 타자 알버트 벨라티.] [리드오프로 눈을 뜬 케이스 에이블, 필리스의 공격 선봉장.]메이저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두 팀의 맞대결.
이미 내셔널리그 동부 지구 우승을 확정 지은 필리스와 아메리칸리그 서부 지구 우승이 유력한 애슬레틱스의 매치업은 상당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폭발적으로 성장한 유망주들.
객관적으로 필리스의 전력이 우세하다는 것이 메이저리그 전문가 대부분의 의견이었지만, 애슬레틱스 핵심 3인방에게 불이 붙으면 아무도 승부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의견이었다.
[필리스 대 애슬레틱스, 미리 보는 월드시리즈?]심지어 이런 기사도 나왔다.
물론 그 기사에 대해서 아메리칸리그의 명문 팀이자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양키스와 레드삭스 팬들은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지만, 두 팀이 만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스트-라이크!”
어느덧 필리스의 확고한 리드오프로 자리 잡은 케이스 에이블의 공격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애슬레틱스의 선발투수는 메츠에서 건너온 너클볼러 코토 배니어.
홍빈이 너클볼에 약하다는 것에 주목해 선발 순번까지 조정해 가며 필리스전에 맞춘 것이다.
“빈, 너클볼 치는 방법을 알려 줄까?”
진 테프먼이 피식 웃으며 홍빈에게 말했고, 홍빈은 그게 그냥 장난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진, 절 두 번 속이려고요?”
“흐흐.”
코토 배니어를 데려온 것 자체가 애슬레틱스 단장의 공격적이기 그지없는 자신감의 발로이기도 했다.
홍빈을 막을 최고의 카드.
애슬레틱스 단장은 월드시리즈에서 코토 배니어를 불펜으로 기용할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홍빈을 잠재우기 위한 최고의 카드로.
딱!
“아웃!”
케이스가 범타로 물러나 허공을 바라보며 돌아왔고, 예전에 코토 배니어에게 홈런을 때린 적 있던 에이머는 자신 있는 모습으로 타석에 나가서…….
“스트라이크-아웃!”
삼진을 당하고 돌아왔다.
“Great swing.”
“뭐? 날 놀리는 거야?”
“거대한 스윙이었다고. 스윙이 너무 컸잖아.”
“젠장.”
홍빈은 큰 스윙으로 삼진을 당하고 돌아오는 에이머를 놀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타석에 나설 때, 애슬레틱스 팬들이 ‘너클볼을 쳐 보시지!’라고 소리 지르는 것을 듣고는 진지하게 배트를 잡았다.
홍빈의 유일한 천적이라고 알려진 코토 배니어다.
물론 홍빈이 너클볼을 때려 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천적이라고 하기엔 표본이 너무 적지.’
그냥 이미지가 그렇게 만들어진 것뿐이다.
저 너클볼을 상대로 홈런 한두 방만 때리면 그 이미지는 사라질 거라는 것을 알고 있는 홍빈이었다.
‘보고 치려고 하면 안 돼.’
투수의 너클볼 구사율은 굉장히 높다.
하지만 너클볼을 제대로 때려 낸 적이 없는 홍빈이기에, 굉장히 높다는 수준이 아니라 거의 100%에 가깝게 너클볼이 들어올 것이다.
‘통하면 좋고, 아니면 어쩔 수 없고.’
홍빈은 VR로 이 너클볼을 몇 시간이나 지켜보았다.
실전에서 던졌던 너클볼을.
정확히 때려 낼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도박 수라 할지라도 한 번 걸어 볼 구석은 있었다.
‘가장 많이 들어오는 코스로.’
너클볼은 던지는 투수조차도 어디로 갈지 모르는 공이지만, 홍빈은 이 구장에서의 저녁 시간대 1회 초 코토 배니어가 주자 없는 상황에서 던졌을 때 초구 너클볼이 주로 들어가는 곳을 파악했다.
정확히 제구가 되지 않는 공이기에 한 점을 고를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가능성 있는 면(面)을 노릴 생각. 빗맞더라도 일단 맞히려는 의도였다.
‘안 먹혀도 스트라이크 하나일 뿐이다. 아웃이 될 수도 있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지.’
투구 궤적과 만나는 면을 넓히기 위해, 최대한 낮은 곳에서 퍼 올리는 스윙을 할 계획이었다.
만약 퍼 올리는 스윙을 해 공을 만나는 순간이 너클볼이 하강하는 순간과 맞물린다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가능성도 있었다.
어차피 야구는 확률의 싸움.
홍빈은 마음을 비우고 너클볼을 기다렸다.
모든 게 잘 풀려서 큰 거 한 방이 나온다면 코토 배니어는 이제 홍빈을 상대로 압박감을 느낄 것이다.
투수가 손톱을 이용해 공을 밀어 냈고, 홍빈은 잠시 숨을 멈추고 속으로 숫자를 셌다.
‘1, 2…….’
스윙.
커다란 스윙.
투수는 홍빈이 이런 확률 낮은 행동을 하리라고 생각도 못 하고 있었고, 홍빈도 이게 성공할 거라고 생각은 하지 못했다.
따아아악-!
하지만 짐 플로렌스가 난타당하는 날이 있듯, 이런 확률 낮은 싸움에서 타자가 이기는 날도 있는 법이다. 운 좋게도 스위트 스폿에 맞았고, 두둥실 날아오던 느려 터진 너클볼은 언제 그렇게 날았냐는 듯 엄청난 스피드로 외야를 향해 날기 시작했다.
“Oh, my gosh! 레드 빈이 너클볼에 약하다는 평가를 단 한 번의 스윙으로 뒤집습니다! 외야 스탠드에 그대로-! Yeah! 넘어갑니다! 그가 68호 홈런을 너클볼을 때리며 기록합니다! 마크 맥과이어의 기록을 두 개 차이로 추격하는 레드 빈! 경기가 시작된 지 10분도 안 되어 그가 필리스에 점수를 안깁니다! 마치 미사일 같은 홈런이었어요! 그가 홈런왕의 위력을 보여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