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late's Villain RAW novel - Chapter (3)
홈플레이트의 빌런-4화(4/363)
# 4
홍빈, 당신은 도덕책… (3)
1
내 방으로 돌아와서 상태 창을 로드했다.
스킬이 다 날아가서 별거 없긴 하겠지만, 그래도 확인은 해 봐야지.
중고등학교 때는 거의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었는데, 어떻게 뜨려나.
이름 : 홍 빈
포지션 : 포수, 투수, 1루수, 유격수, 3루수, 우익수, 좌익수.
소속팀 : 우남 고등학교.
키 : 187cm
체중 : 78kg
컨디션 : 보통.
체력 : 77/100.
보유 스킬 : 금강불괴(lv.1, S)
보유 아이템 : 랜덤 스킬 카드(1)
포지션 장난 아니네. 만능 멀티 플레이어… 응?
……?
뭐?
금강불괴 레벨… 1?
나와, 이 새끼야.
ㅍㅅㅍ : 뭐.
ㅍㅅㅍ : 왜.
ㅍㅅㅍ : 뭐.
8ㅅ8 : 불만 있냐, 이 새끼야.
내 만렙 금강불괴 어디다 팔아먹고 1레벨로 만들어 놨냐.
어디서 장난질이야?
8ㅅ8 : 회귀할 땐 1레벨로 돌아가는 거다. 원래 그런 거다.
미리 말을 해 줬어야지, 그런 건.
지금 나랑 장난하냐?
ㅡㅅㅡ : 네가 안 물어봤잖아.
ㅡㅅㅡ : 꼽냐? 어? 뭐? 어쩌라고?
하여튼 이…….
확 찢어 버리는 수가 있다.
ㅍㅅㅍ : 찢어 봐.
ㅍㅅㅍ : 찢어 봐. 한번 해 봐.
ㅍㅅㅍ : 누가 겁이라도 먹을 줄 아나?
ㅍㅅㅍ : 할 수 있으면 해 보시지.
8ㅅ8 : 감히 부친의 선물을 찢어? 이 배은망덕한 놈. 천벌을 받을 것이다.
2
회귀 전, 성장도+10%에 기본 스탯+20%라는 말에 내가 화를 내고 욕을 한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 상태창에는 스탯이 표기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저놈이 추가 성장도나 스탯을 준다고 해도, 당장은 믿을 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나중에 어떻게든 확인은 가능하겠지만, 그 수치라는 것도 변동 폭이 크고 당장 야구가 그 수치로만 되는 것도 아니라서.
어쨌거나 나는 회귀할 때, S급 스킬인 금강불괴를 선택했다.
일단 이 시점에서 내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 금강불괴를 잘 활용하면 매우 효율적으로 훈련할 수 있다는 점, 10레벨 금강불괴의 엄청난 성능이 바로 그 이유였다.
그런데 금강불괴가 1레벨이 되었다.
돌아오기 전에 확실히 확인했어야 하는데. 젠장, 속은 느낌이긴 한데 어쩔 수 있나. 놈을 아무리 지지고 볶아도 레벨은 내가 직접 올려야 하니까.
어쨌든 금강불괴 1레벨의 능력은 부상 확률 감소와 회복력 상승, 컨디션 소폭 상승이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굉장히 좋은 능력이기는 하다. 내가 가졌던 다섯 가지 S급 스킬 중 하나이기도 했고.
ㅇㅅㅇ : 흠.
ㅇㅅㅇ : 알면 됐다.
ㅇㅅㅇ : 건방진 놈.
ㅇㅅㅇ : 요정님한테 함부로 대하다간 천벌을 받을 것이다.
ㅇㅅㅇ : 퉤.
쯧. 그새 기고만장해져서는.
어쨌든, 다른 야구 관련 스킬을 가져오지 않은 것은 내 프로 경력 20년 짬밥을 믿어서였다.
자타 공인 KBO 최고 선수로 군림했다. 의심의 여지없이.
나보다 떨어지는 선수들도 포스팅 혹은 FA 자격을 얻어 메이저리그로 향했고, 몇몇은 성공했다. 실패한 경우가 더 많기는 했지만.
아무리 스킬빨이 좀 있었다손 치더라도, 메이저리그에서도 어떻게든 20년 짬밥으로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스킬을 얻는 정보도 어느 정도 기억하고 있으니까, 최대한 빨리 스킬을 얻어야겠지.
그리고 랜덤 스킬에서 좋은 게 나오면 더 좋고.
ㅎㅅㅎ : 그러기 위해선 내 힘이 필요할 것이다.
ㅎㅅㅎ : 꿇어라. 그리고 빌어라.
뭐?
다시 말해 봐라, 종이 쪼가리.
ㅡㅅㅡ : 랜덤 스킬이나 까라. 나대지 말고.
ㅡㅅㅡ : 한낱 인간 주제에.
그래, 까 봐라.
한번 까 보고 우리 다시 이야기하자.
내가 랜덤 스킬 카드를 까겠다고 하자, 내 눈앞에 이미지가 펼쳐진다.
홀로그램 비닐봉지가 찢어지는 이펙트.
그리고 찢어진 틈 사이로 비집고 나오는 카드…….
제발.
제발.
S, S, S. 아니면 A라도 제발.
D나 C 나오면 오늘 널 팬티에 넣고 잘 거다. 잘 생각해라.
[랜덤 스킬 카드 개봉!]스킬 ‘왼손으로 비비고(lv.1, B)’를 획득하셨습니다.
너 지금 설마, D나 C 나오면 팬티 속에 넣고 잔다고 해서 B급을?
ㅇㅅㅇ : 아닌데.
ㅇㅅㅇ : 저거 나도 뭐 나올지 모르는데.
ㅇㅅㅇ : 진짠데.
ㅇㅅㅇ : 정말인데.
[왼손으로 비비고(B)]좌완 투수를 상대할 때, BABIP 소폭 상승(LV.1)
3
일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아버지는 감독님을 만나 내가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거라고 밝혔고, 감독님은 약간의 우려와 작은 반대 끝에 내 뜻을 받아들이셨다. 하긴, 어쩌겠는가. 내가 가겠다는데.
그리고 자이언츠 구단에서는 몇 번이나 내 마음을 돌리기 위해 찾아왔다. 날 설득하려 했지만 난 당연히 요지부동이었고, 내가 설득되지 않자 아버지를 타깃으로 삼았다.
“홍빈 선수 아버님, 우리 구단은 홍빈 선수를 반드시 데려오고자 합니다. 일전에 말씀드린 것보다 계약금을 조금 더…….”
“홍빈 선수는 부산 자이언츠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수 있습니다. 제가 반드시…….”
“고교 졸업 후에 메이저리그로 직행하는 것보다는 KBO 리그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은 후에 가는 것이 훨씬 더 성공 확률이…….”
“아버님, 홍빈 선수의 미래를 생각하신다면 정말 저희 팀으로 보내는 게 맞습니다. 단 1년만 믿고 맡겨 주시면 제가 반드시 1군으로 올리겠습니다.”
“혹시 메이저리그 팀과 이미 접촉하신 건 아니시죠?”
…별의별 말을 다 하고는 포기했다.
매일같이 찾아오던 조 팀장이 조금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저 양반이 그리 좋은 사람이 아니란 걸 내가 아주 잘 알고 있지. 은퇴하고 나서 한 대 패 주고 회귀했어야 하는 건데, 깜빡했네. 저 얄미운 놈. 어휴.
어쨌든, 나는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팀 훈련과 개인 훈련을 반복했다. 사실 팀 훈련은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혼자서는 할 수 없는 훈련이 있으니까 감각 유지 차원에서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비록 1레벨에 불과하지만, 금강불괴 스킬을 활용해 하드 트레이닝과 휴식을 적절히 반복했고, 그 사이에 청룡기 대회를 우승하기도 했다.
MVP는 당연히 나지. 결승전에서 5타석 연속 고의 사구를 당하긴 했지만, 지금의 이 비리비리한 몸으로도 홈런 다섯 개를 때렸다. 역시 스윙은 타이밍이란 말이지.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몸 상태지만, 차차 나아질 것이다. 그리고 고등학생들을 상대로는 스킬을 얻을 수 없다는 것만 확인한 대회였다.
그나저나, 원래는 이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었다.
내가 8강전에서 왼쪽 발목을 살짝 다치는 바람에.
별거 아니라 생각했던 이 부상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서 프로에 가서도 꽤 고생했었다.
고질적인 왼쪽 발목 부상은 프로 9년 차에 금강불괴 스킬을 습득할 때까지 날 괴롭혔으니까.
그 부상이 아니었다면 3천 안타를 조금 더 빨리 때릴 수 있었을지도.
그런 잔부상이 은근히 밸런스를 잡아먹는 편이다. 무엇보다 몸 상태가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금강불괴를 가져온 것이기도 하다.
어쨌든, 2개월 만에 근육량을 늘려서 체중을 87kg으로 늘렸다.
쓸데없는 근육을 키운 게 아니라 확실히 필요한 근육만.
프로야구 20년 짬밥을 물로 먹은 게 아니지, 암.
메이저리그에 가면 장타력도 꽤 중요하니까.
멋지지 않나? 50홈런 포수. 아마 내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겠지.
ㅇㅅㅇ : 아주 좋은 각오다.
ㅇㅅㅇ : 2회 차의 목표는 매 시즌 홈런 50개 때리는 포수인가.
ㅇㅅㅇ : 큭큭. 20년 한다 치고 홈런 천 개를 목표로 잡으면 되겠나.
ㅍㅅㅍ : 야, 야, 타임! 바지는 대체 왜 내리는 거냐.
ㅍㅅㅍ : 대체 날 어디에 넣는 거냐!
ㅍㅅㅍ : 잠깐, 잠깐! 대체 뭐냐, 이 흉측한…….
8ㅅ8 : …….
8ㅅ8 : 언젠간 널 죽여 버릴 것이다.
8ㅅ8 : 기필코. 반드시. 내 명예를 걸고.
4
아버지는 추진력 있는 분이시고, 때때로 막무가내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일을 허투루 처리하는 분은 아니셨다.
어디서 소개받았는지 한국계 미국인 에이전트를 한 분 데려오셨는데… 잘 모르는 사람이다. 아놀드 박? 조금 찍어 누른 찐빵같이 생겼는데 어딘가 느끼하다. 특이한 느낌.
그래도 뭐 일 처리는 깔끔한 것 같고, 나름 정리해서 잘 전달해 주니 불만은 없다.
“일단 관심만 표한 구단은 빼고, 구체적인 제의를 해 온 구단은 5개입니다.”
5개라.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사실 얼토당토않은 계약을 제시한 몇몇 구단을 제 선에서 제외한 게 5개입니다. 어떤 구단은 계약이 문제가 아니라 구단 상황이 홍빈 선수가 가기엔 좋지 않아서 제외했고요. 제외한 구단의 자료도 준비했습니다만, 필요하다면 추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어느 팀에서 제 아들에게 제의를 해 왔죠?”
뭐, 그렇다면 나쁘지 않지.
나도 궁금하다.
과연 어느 팀이 날 원하고 있을지.
그리고 내 선호 리스트 중에 그 다섯 개 팀이 있을지.
아놀드 씨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007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줄줄이 늘어놓으며 말을 이었다.
“우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여기도 지내기엔 나쁘지 않을 겁니다. 대도시고, 코리아타운은 따로 없지만 아시아인들도 꽤 많은 편이죠.”
자이언츠는 무조건 패스다.
자신이 없다기보단… 그냥 더 빨리 활약할 수 있는 구단을 찾아야지.
“그다음은 콜로라도 로키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그리고 필라델피아 필리스. 이렇게 총 다섯 개 팀의 제의가 괜찮은 편입니다.”
자이언츠에 로키스, 애슬레틱스, 타이거스, 필리스?
세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