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late's Villain RAW novel - Chapter (302)
홈플레이트의 빌런-303화(303/363)
# 303
필리스의 비밀 멤버십 (2)
1
아직 홍빈이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깨려면 몇 개 정도는 더 쳐야 하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최다 기록과는 지금 3개 차이에 불과했다.
오늘 경기 포함 18경기가 남은 상황.
물론 18경기에서 3개를 쳐 타이를 기록하거나 4개를 쳐서 기록을 깰 수도 있겠지만, 야구는 언제나 불확실성에서 오는 즐거움이 가장 큰 종목이다.
사람들은 144경기 중 22경기나 결장한 것에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만약 144경기를 모두 나왔더라면 홍빈이 대체 몇 개를 쳤을까 하는 상상.
즐거운 상상이지만 끔찍한 상상이기도 했다.
특히, 오늘 필리스와 경기를 치르고 있는 자이언츠의 팬들에게는.
그리고 홍빈을 눈앞에 둔 킬리안 에지토는 그런 것과 상관 없이 이 타자를 상대하는 것이 끔찍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이번 시즌 장족의 발전을 거두고 있는 자이언츠 팬들의 아이돌 포수 폴 대븐포트도.
“요새 잘나가더라.”
“…놀리는 거지?”
폴 대븐포트는 시즌 홈런 32개를 기록 중이었다.
자이언츠 선수 중 홈런 1위, 타점 1위로 팀 최고의 선수로 거듭나는 중.
“얼간이-폴-대븐포트!”
“레드 빈이 부럽겠지!”
“너 같은 놈은 평생 그의 발끝에도 못 따라갈걸!”
“레드 빈은 스테로이드와 함께한 배리 본즈보다도 더 끝내주는 선수니까!”
“네놈이 스테로이드를 해도 레드 빈을 이길 수는 없을 거다!”
하지만 필리스 팬들은 당연히 폴 대븐포트가 어떤 선수로 성장하고 있는지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홍빈의 기억 속에선 애슬레틱스 3인방(나중엔 다 흩어지지만)과 에이머 시나, 케이스 에이블, 조 오코너, 브렉 테머튼 같은 타자들과 함께 새 시대의 얼굴이 되었을 폴 대븐포트지만, 같은 포지션에 홍빈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평가절하되고 있었다.
“그만하라고 해 줄까?”
홍빈은 평소와는 달리(욕설이나 비아냥 없이) 별 생각 없이 물었고, 대븐포트는 그런 홍빈을 짜증 섞인 눈빛으로 바라본 후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말장난하지 마.”
대븐포트는 홍빈이 회귀하기 전 원래의 삶보다 훨씬 더 나은 선수가 되어 있었다.
시즌 성적 2할 7푼의 타율에 32홈런. 출루율은 3할 4푼~3할 5푼을 오가는 성적.
그리고 어느 정도 보완된 수비력.
하지만 3할 8푼에 70홈런을 치고 있는 홍빈의 앞에서 어디 명함이나 내밀겠는가.
“볼!”
킬리안 에지토는 전형적인 플라이볼 투수.
탈삼진과 피홈런이 동시에 많은 스타일인데, 케이스 에이블에게 리드오프 홈런을 맞은 후 소극적으로 변했다.
에이머 시나가 낮은 공을 때렸다가 1루수 땅볼로 물러났고, 홍빈에게는 더 신중하게-낮고 멀게- 공을 던지려 하는 중.
“좋아, 배리 본즈의 후계자들. 이렇게 나오시겠다 이거지? 그 기록을 지키시겠다?”
대븐포트는 속으로 조금 발끈하긴 했지만, 반박은 하지 않았다.
다저스와 자이언츠는 1~2경기 차이로 계속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었고, 다저스를 밀어내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한 경기라도 더 이겨야 한다.
홍빈과의 승부를 피하는 것이 사람들이 보기에는 홈런 기록을 세워 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으로 보일지라도, 홍빈에게 홈런을 안 맞아야 이길 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자이언츠 선수들은 자기 위안을 하고 있었다.
“볼!”
“볼!”
“베이스 온 볼스!”
고의 사구는 아니지만 누가 보더라도 명백하게 피해 가는 투구.
거대한 비난, 야유, 욕설, 분노.
그 모든 것이 터져 나오는 와중에 홍빈은 허공에 스윙한 후 장비를 내려놓은 채 대븐포트를 비웃고 1루로 걸어 나갔다.
2
대븐포트를 보면 가끔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없었더라면 저런 취급은 안 받았을 텐데.
( ͡ಠ ʖ̯ ͡ಠ): 믿을 수 없다. 초소형 포수가 그런 양심의 가책을 느낄 리가…….
아니. 진짜로.
그렇다고 해서 뭐 봐주거나 할 일은 없겠지만, 뭔가 안쓰러운 감정이 들긴 해.
쟤도 충분히 괴물인데도 저평가받고 있는 거니까.
[폴 대븐포트] [우투우타, 포수] [키워드: 어퍼스윙, 승부욕, 홈 스위트 홈, 스타 의식, 공갈포] [키워드 도둑놈 동기화 중… 100%. 현재 도둑질 가능한 키워드: 어퍼스윙, 승부욕, 홈 스위트 홈, 스타 의식, 공갈포]키워드 도둑놈, 어퍼스윙.
[키워드 도둑놈: ‘어퍼스윙’ 키워드를 도둑질했습니다.]ㅡㅅㅡ: 안쓰럽다고 말하고 바로 도둑질이라니…….
…그럼 있는 스킬 안 쓰냐?
공이 낮거나 멀게만 들어오고 있으니, 어퍼스윙은 쓸 일이 있을 수도 있다.
어설프게 낮게 들어오는 건 그냥 걷어 올려 버리게.
“쇼는 네게 볼을 던지지 않을 거야.”
“그럼 그냥 넘기면 되겠네. 좋은 소식 고마워.”
그는 이를 악물고 타석에 서 있다.
확실히 지난 생의 2년 차보다는 훨씬 나아진 성적이고, 나아진 모습이다.
내가 영향을 미쳤을까?
감상적인 건 잠깐으로 족하다. 이놈을 잡아낼 차례다.
딱!
“파울!”
바깥쪽 낮은 패스트볼을 치려다 살짝 타이밍이 밀려 파울.
“어때?”
“뭐가?”
“많은 거 안 바랄 테니 이런 거라도 좀 던지라고 해.”
“…….”
“겁쟁이 자식.”
“…….”
팀 승리를 위해서든, 팀 레전드의 기록을 위해서든 뭐, 이해는 할 수 있다.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팀은 자이언츠 말고도 많다.
대븐포트를 상대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예전에도 그랬고 기량이 좋아진 지금도 그렇고, 존을 넓게 쓰는 것이다.
바깥쪽 낮게 하나 줬으니 이번엔 몸 쪽 높은 거 하나.
존 안으로 안 들어와도 좋으니 치기 힘든 코스로.
이놈은 초장부터 잡아 놔야 하는 타자다. 기를 살려 두면 3일간 힘들어진다.
쇼가 내 의도를 알아챘는지 심호흡을 한 번 하고 공을 던졌다.
빠각!
억지로 당겨 치려다 배트가 부러졌고, 타구는 높이 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세 발 정도 움직여 타구를 손쉽게 잡아냈고.
“아웃!”
부러진 배트를 짜증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대븐포트에게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배트가 닿는 곳으로 공을 던져야지. 안 그래? 맞혀 잡으면 되잖아. 아까보다는 조금 존에 가까이 던지라고 투수에게 말하는 게 어때?”
3
“Boooooooooooooo!”
“다저스보다 못한 놈들!”
“너흰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도 못할 거다!”
“필리스! 놈들을 박살 내! 저 겁쟁이들을 밟아 버리라고!”
우리 팬들은 넘치는 에너지로 6회 초가 끝날 때까지 목소리 톤을 낮추지 않고 있다.
경기는 2 대 1.
우리는 앞서고 있지만, 팬들은 자이언츠가 날 대하는 방식에 불만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첫 타석에서 스트레이트 볼넷, 두 번째 타석에서 스트레이트 볼넷.
대븐포트에게 이럴 바에 차라리 고의 사구를 내주는 게 낫지 않겠냐고 물었지만, 대븐포트는 무어라 구시렁거리기만 했다.
흠.
이럴 때야말로 ‘그 스킬’이 필요한데.
ㅇㅅㅇ: …….
어디 귀여운 요정님이 내가 딱 원하는 그걸 어떻게 구해 주지…….
ㅇㅅㅇ: 퉤.
아니. 요새 거의 안 줬잖아.
ㅇㅅㅇ: 요정님이 분명 발설 지옥을 줬을 텐데.
요새 나한테 욕하는 사람도 거의 없단 말이야.
ㅇㅅㅇ: 그러게 적당히 했어야지.
흠. 그런가. 내가 너무 심했나.
나는 6회 말 선두 타자로 나서기 위해 헬멧을 착용했다.
다른 보호 장비는 거의 차지 않는다. 어차피 부상도 없으니 거치적거리는 걸 주렁주렁 달고 나갈 필요가 없다.
물론 내 부상을 우려하는 사람들 때문에 기본적인 장비는 차지만.
날씨 좋다.
이런 날 홈런 하나 치면 진짜 끝내줄 텐데.
[킬리안 에지토] [우투우타, 선발투수] [키워드: 이닝이터, 에이스, 스터프, 닥터K] [상대 투수의 국적이 니카라과로 확인되었습니다!] [상대 투수와의 연봉 차이가 8.5배로 확인되었습니다!]“헤이, 오랜만.”
“넌 정말 지긋지긋해.”
“사실은, 난 널 좋아해.”
“Fuck you.”
“내가 친 홈런 타구를 바라보는 네 얼굴을 보는 게 정말 즐겁거든.”
미안한 마음과 짜증 나는 마음이 공존한다.
아깐 이해한다고 말했지만, 막상 또 타석에 들어오니 짜증이 조금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난 원래 이중적이다. 그러니까 짜증 내도 된다. 날 피하는 게 대븐포트 혼자 결정한 것은 아니겠지만, 자이언츠 더그아웃으로 가서 감독한테 따져 물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원래 포수는 힘든 직업이다.
“볼!”
뭐 어쩌자는 건지.
“볼!”
이러니까 내가 짜증 안 내고 배기겠냐고.
패스트볼을 존 바깥쪽으로 벗어나게 던지고 변화구를 존 아래로 처박는다.
타자의 인내심을 자극해 범타를 유도하겠다는 아주 기초적인 시도.
보통 병살을 노릴 때 많이 하는 볼 배합이긴 한데, 내 앞에 주자는 없다.
그러니까 도루를 하든 말든 일단 홈런이나 안 맞고 보겠다는 심산인 거지.
생각해 보면 아웃 카운트 하나 정도는 낭비해도 되지 않을까?
운 좋으면 아웃 카운트 낭비가 아닐 수도 있고.
니카라과라는 나라는 쇄국정책이랑 아무 관계가 없겠지만 스킬은 먹히잖아. 게다가 여긴 척화비도 있으니까.
투수가 아래로 처박아 대는 공은 커브다.
하이 패스트볼과 커브를 섞어 던지는 투수가 높은 코스로 패스트볼을 던지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으면, 커브를 알아보는 것은 집중력을 발휘하면 어느 정도 가능하다.
만약 다음 공이 커브라면 무조건 친다.
그립을 살짝 낮추고 골프 하는 것처럼 그냥 친다.
커브의 궤적 자체가 까다로운 편은 아니다. 잠시 주심에게 타임을 요청한 후 배팅 글러브를 다시 끼는 척하고는 타석 가장 앞쪽에 섰다.
바닥으로 처박히더라도 히팅 포인트를 최대한 앞으로 가져가서 가능할 때 치자.
공을 지켜볼 시간이 가장 줄어든 타격 위치이기에 집중력을…….
“볼!”
…바깥쪽 패스트볼.
동요하지 말고, 방금과 똑같이.
투수의 손에서 공이 떠날 때, 살짝 위로 떠오르는 느낌이.
이거다!
따아악-!
사실, 최대한 히팅 포인트를 앞으로 가져가려다 보니 왼발이 선을 조금 밟은 것 같다.
하지만 그건 아무도 보지 못한 듯했다.
거의 골프에 가까운 스윙으로 바닥에 처박히려는 커브볼을 때려 낸 타구는 굉장히 긴 체공 시간을 자랑했고.
퍼억!
나는 땅에 배트를 있는 힘껏 처박아 버리곤 오른손 주먹을 번쩍 들고 천천히 걸었다.
어찌나 심할 정도로 퍼 올렸는지, 천천히 1루로 향하는데도 관중들의 환성이 들리지 않는다.
다들 저게 홈런인지 아닌지 아직 확신하지 못한 것일 테지만, 나는 외야 스탠드 앞쪽에 반짝이는 낙구 지점을 확인했기에 홈런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Oh……! Ohhhhhhhhhhhhhhh!”
관중 중 누군가가 홈런임을 확신하고, 타구를 따라가던 자이언츠 외야수가 고개를 떨구고.
나는 거만한 표정으로 산책하듯 베이스를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티즌스 뱅크 파크를 가득 메운 필리스 팬들은, 자이언츠 선수들을 향해 쏟아 내던 그 거대한 분노를 나에 대한 환호로 바꾸어 폭발시켰다.
4
존 아래로 떨어지는 공에 풀스윙 하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닌 로또 같은 공격 방식이지만, 어쨌든 통했다.
이런 스윙을 상상도 하지 못했을 자이언츠 측에서는 당황했는지, 자이언츠 감독이 심판을 불러서 뭐라고 항의를 하고 있다.
뭐래?
ㅇㅅㅇ: 부정 배트가 아닌지 의심하는군.
뭐? 부정 배트?
하긴, 너무 멋지게 날아가긴 했지.
합리적 의심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기는……
ㅇ血ㅇ: 의심을 받고도 태평하다니……!
아니 뭐. 진짜 부정 배트를 쓴 것도 아니고.
사실 방금 홈런은 좀 많이 어이없긴 했으니까.
ㅡㅅㅡ: 아깐 짜증이 나니 뭐니 하더니, 홈런 하나 쳤다고 기분이 그새 풀어진 것이냐.
맞다. 홈런 치면 진짜 부정적인 기분이 한번에 날아가거든.
자이언츠 감독이 뭔가 항의하자 우리 팬들은 이유도 모르면서 야유를 하기 시작했고, 심판이 내게 다가왔을 때 나는 아무 거리낌 없이 배트를 내밀었다.
“고생 많으시네요. 미스터 조지, 혹시 저쪽에서 제 배트를 의심하던가요?”
“음. 어떻게 알았나?”
“뻔하죠. 방금 홈런 친 배트가 이겁니다. 가지고 가서 해부해 보셔도 됩니다.”
물론, 해부할 필요까지는 없다.
기계에 넣으면 그 기계가 이 배트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1초 만에 판정해 준다.
하지만 선수들은 원래 이런 의심을 받는 걸 끔찍하게도 싫어하고, 심판은 내가 다 이해한다는 듯 배트를 건네주자 고마워하며 자리를 떴다.
심판이 내 배트를 받아 가는 것을 보자 팬들도 어느 정도 상황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게 된 것 같았다.
야유, 욕설, 비난.
“부정 배트라고?”
옆에서 피오가 코웃음을 쳤다.
어느새 필리건 다 되셨구려.
나는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고, 나를 찍고 있는 카메라를 캐치했다.
그 카메라를 향해 홈런 치는 시늉을 하고는, 왼손 검지로 오른팔의 이두박근을 가리켰다.
배트가 아니라 이 팔로 때렸다,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황당한 홈런에 기운이 쏙 빠져 버렸는지 킬리안 에지토는 무너졌고, 우리는 8 대 3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112승 그리고 71호 홈런.
당연히 내 배트는 무죄로 방면되었고, 심판은 내게 엄지를 들어 보였다.
팬들은 내 홈런에 기세등등해하며 경기 종료 후 거리를 행진했고, 도시 어디서나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아. 그리고 71호 홈런으로 배리 본즈의 기록에 2개 차이로 바짝 따라붙은 것도 화제가 되었지만, 부정 배트 논란도 꽤 화제가 되었다.
5
[레드 빈, 부정 배트 의심에 오른팔을 가리키며 웃어넘기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부정 배트 의혹 제기, 근거 없음.] [승부를 피해 가는 투수를 응징한 레드 빈! 71호로 메이저리그 역대 2위 기록!] [크고 아름다운 아치. 피할 곳이 없음을 만천하에 알리다.] [필리스 팬들, 자이언츠의 옹졸함 비판.] [자이언츠 감독, ‘기록을 방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승리하기 위해서였다.’] [MLB.com 메인, 홍빈의 근육 자랑 사진을 메인에 띄우다. Seventy-one nuts!] [필리스 감독, ‘레드 빈에게서 달아날 곳은 없다. 야구를 그만두면 몰라도.’] [홍빈, ‘넘기려고 했지만 넘어갈 줄은 몰랐다.’] [필리스 팬들, 코앞으로 다가온 새 기록을 기대하며 열광의 도가니에 빠지다.] [피할 곳이 없는 레드 빈. 메이저리그의 새로운 역사를 향해 쾌속 전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