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late's Villain RAW novel - Chapter (307)
홈플레이트의 빌런-308화(308/363)
# 308
70억분의 1 (1)
1
원정 시리즈 마지막 경기는 낮 경기로 끝난다.
빠르게 경기를 끝내고 다음 원정지로 이동하기 위해서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샌디에이고로 이동하는 사이 바보들-우리 팀 애송이들. 물론 난 제외하고-이 다른 선수들을 자극하는 인터뷰가 메이저리그 관련 뉴스를 뒤덮었다.
가까운 거리인지라 우리에겐 휴식이 주어졌고, 아리에게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중이었다.
“맞아. 걔들이 더 흥분했어. 그러더니 각자 기자들을 붙잡고 인터뷰를 하더라니까.”
아리는 짐이 기자에게 ‘차라리 맞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피해 가는 건 부끄럽고 수치스럽다.’ 라고 말한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짐은 선수단 행사나 선수단 가족 모임에서 가장 말수가 적은 선수 중 하나다. 누군가에게 그런 도발적인 멘트를 날린다는 것이 아리에게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던 것일 거다.
사실, 내 친구들이 한 일은 내로남불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그런 것도 야구의 일부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그냥, 나를 위해 화를 내 주고 있는 것뿐이다.
-친구들한테 식사라도 대접해야겠네? 좋은 친구들이야.
아리는 야구와 메이저리그에 대한 이해도가 아주 높다.
아리의 말에는 나도 동의한다. 음, 시즌 끝나고 다 데리고 한국에나 한번 놀러 갔다 올까.
그런데 대화 중, 누군가가 내 방문을 두드린다.
“꼬마, 오늘 세상에서 가장 웃긴 이야기를 들었어! 이봐! 자나?”
개빈의 목소리다. 어디서 맥주라도 한잔하고 온 것 같다.
아리에게 개빈이 왔고, 목소리에서 맥주 냄새가 난다고 말하자 아리는 이 상황을 100% 이해했다.
-오래 걸리겠네? 그럼 나 먼저 잘게!
약간 좀 애매하긴 한데, 개빈이 술 먹고 밤에 날 찾아오는건…….
ㅇㅅㅇ: 회식 갔다 술 취해서 자는 아들 괴롭히러 온 아빠.
…좀 그렇긴 한데, 비슷한 느낌 같기도 하고.
문을 열어 주자 맥주 캔 6개짜리를 손에 든, 얼굴이 살짝 벌게진 개빈이 마치 자기 방인 것처럼, 씩 웃으며 터벅터벅 걸어가 소파에 앉았다.
“무슨 웃긴 이야기길래요?”
개빈이 저렇게 행동할 때는 군말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뜻이다.
내가 묻자 어느새 캔을 딴 개빈이 꿀꺽꿀꺽 잘도 원샷을 하더니 크으, 하는 소리를 내며 캔을 구겨 버렸다.
“젠장. 기자 놈이 나한테 묻는 거야. 투수들의 집중 견제를 이겨 낼 방법에 대해 레드 빈에게 말해 준 적 있냐고.”
그런 방법이 있을까?
그냥 참고 기다리는 수밖에.
주위에서 흥분하고 떠든다 할지라도 나는 침착함을 유지해야만 한다.
나까지 분위기에 휩쓸려 버리면 페이스가 무너지기에 십상이다.
내가 아는 것을 그거뿐이다.
올 시즌 나는 엄청난 것들을 해내고 있지만, 이건 어느 정도의 운이 따랐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야구는 언제나 내 뜻대로 흘러가 주지 않는다.
“있다면 좀 알려 줘요. 진심으로 궁금해서 하는 말이에요.”
개빈은 두 번째 캔을 따고는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그래서 그 자식에게 말했지. 보쇼, 마이클. 난 70홈런을 쳐 본 적이 없어서 그 자식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을지 잘 몰라.”
개빈은 다시 벌컥벌컥 맥주 캔 하나를 단번에 마셨다.
음.
캔 하나에 한마디씩 하기로 작정했나.
“그랬더니 그러더군. 오, 폴체스키. 그래도 베테랑으로서 어린 친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나요? 퍽 유, 마이클. 필리스는 모두 그 어린 친구에게 도움을 받고 있고, 그 녀석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어.”
음.
“내가 여길 찾아온- 끄어억! 이유는, 흠.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있어서야.”
“뭔데요?”
“72홈런을 치고 한 경기에 고의사구를 네다섯 개씩 받는 기분은 어때?”
어… 글쎄.
기분이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고.
그냥 왔다 갔다 한다. 욕심도 많이 나지만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도 많이 한다.
그것보다, 개빈이 이런 걸 질문하는 이유가 뭘까.
“글쎄요. 뭐… 잘 모르겠어요.”
나도 잘 모르는 걸 누군가에게 잘 설명할 재간이 있을까.
에이머가 묻는다면 장난스럽게 대답할 수도 있겠지. 네가 해 보면 알 거라고.
근데 개빈에게 그런 대답을 하기에는 좀 그렇다.
“흐흐.”
개빈은 낮게 웃고는 세 번째 캔을 땄다.
“한때 그렇게 생각했지. 고장 난 무릎과 어깨를 보면서, 아들을 안 낳기를 정말 잘했다고. 아리의 어릴 적 꿈은 메이저리거였거든. 이 고생을 내 자식에게 시키고 싶지는 않았어. 젠장, 여자도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어요 같은 말은 하지 마.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나는 그냥 웃었다. 이건 남녀차별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근데 널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어. 아리가 메이저리거가 되도록 도와줄 걸 그랬나?”
“예?”
“제기랄. 그랬더라면 세계 최초로 아버지와 딸이 메이저리그 경기에 같이 뛰었을지도 모르는데.”
잠깐 그 장면을 상상했다가 나도 모르게 크게 웃어 버렸다.
상대 투수가 아리에게 빈볼을 던지면?
ヘ( ゚益゚)ノ: 오늘 이곳에서 너의 생을 마감하게 해 주겠다!
그래. 아마 죽었겠지. 강하게 태클이 들어가도 죽을 테고, 태그를 강하게 해도 죽을 테고. 뭐, 말 한마디라도 하면 죽을 테고……. 아리가 메이저리거가 안 된 게 다행이다. 개빈이 살인자가 됐을 테니까.
“빌어먹을. 웃지 마.”
“개빈도 웃고 있잖아요.”
“크흐흐. 하여튼 웃지 마.”
개빈은 그래도 내가 이 팀에 와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반드시 홈런을 최소한 두 개는 더 치라고 말하고는 뭔가 말하려다가 맥주 세 캔을 놔두고 급하게 자기 방으로 돌아가 버렸다.
무슨 말을 더 하고 싶었던 것 같기는 한데, 자기가 말하지 않는데 억지로 들을 수도 없고. 무슨 말을 하려 했던 걸까.
( ゚益゚): 내가 감독을 하고, 네 녀석이 포수를 보고, 네 아들놈이 투수하면…….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 사위와 아들……. 뭐?
( ゚益゚): 제기랄. 내가 취했나.
( ゚益゚): Fuck. 이딴 끔찍한 생각을 하다니.
ㅇㅅㅇ: 궁금증이 풀렸는가, 초호기심 포수여.
아하.
그거였구먼.
뭔가 그 상황이 웃겨서, 개빈이 놔두고 간 맥주 캔을 혼자 땄다.
음. 고맙다, 도라에몽.
ㅡㅅㅡ: 요정님을 도라에몽 취급 하지 마라.
항상 날 도와주는 만능 요정님은 도라에몽이랑 비슷하지 않나? 나 도라에몽 좋아하는데.
ϞϞ(๑● ․̫ ●๑)⊃: 피카츄가 더 귀엽다구.
ϞϞ(๑● ․̫ ●๑)⊃: 요정님은 도라에몽처럼 둥글넓적하지 않다!
…….
( ゚益゚): 왜. 뭐.
음…….
그런 이유였냐…….
하긴, 생각해 보면 피카츄랑 더 잘 어울리는 거 같기도 하고…….
ϞϞ(๑● 益 ●๑): 요정님을 한낱 피카츄 취급하지 마라.
아, 뭐 어쩌라고.
하나만 하자, 하나만.
피카츄 얼굴하고 개빈 표정 흉내는 좀 아니지 않냐?
2
파드레스는 홍빈을 대놓고 피하지는 않았다.
따악-!
“레- 드빈! 시작하자마자 1타점 2루타를 때려 냅니다!”
“간결한 스윙이군요. 홈런만을 노리는 스윙을 할 줄 알았는데,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로 2루타를 뽑아냅니다!”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으려 했다.
사실, 홍빈의 페이스가 어마어마하긴 하지만 모든 공을 홈런으로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명경지수를 가진 파드레스 포수인 지즐 볼테어는 투수에게 그것만을 주지시켰다.
경계하되 겁먹지는 말라고.
물론 그것만으로 홍빈을 100% 막을 수는 없겠지만, 우연인지 운인지 그 접근법은 꽤 잘 먹혔다.
“브렉 테머튼이 홍빈의 타구를 가볍게 처리합니다.”
“올 시즌 홀든 레시글리아스, O.J.레이튼과 함께 중견수 골드글러브 후보죠. 전에도 홍빈의 홈런성 타구를 펜스를 타고 올라가 걷어 낸 적이 있습니다.”
“하하, 이 선수가 아니었더라면 이미 73홈런이었을 수도 있겠군요!”
“그렇죠. 뭐, 방금 수비가 홈런을 훔친 것은 아니었지만요.”
홈런을 뽑아내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경기 중 필리스 덕아웃의 분위기는 홍빈의 접근법 그대로였다.
홍빈의 잘 맞은 타구가 아웃이 되면 덕아웃의 선수들은 머리를 감싸 쥐고 괴로워하지만 홍빈은 아무렇지도 않게 덕아웃으로 돌아와 배트를 케이지에 꽂아 넣는.
사실, 팬들이 더 난리를 치기는 했다.
“제기랄! 어째서 못 넘기는 건데!”
“빌어먹을. 이젠 끝났어! 기록 경신 따윈 개나 줘 버리라고!”
“그따위로 스윙해서 어떻게 홈런을 치겠다고!”
그리고 홍빈의 홈런을 기다리며 초조하게 경기를 TV로 지켜보는 사람이 여러 명.
“개리! 우리 홈 경기를 쿠어스 필드에서 할 방법을 찾아와! 지금 당장!”
“단장님이 로키스 단장으로 부임하고 그를 영입하면 되겠군요.”
“젠장.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좋은 말이네요. 단장님부터 그걸 실천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빌어먹을.”
메이저리그 단장으로서의 명예란, 선수보다도 더 결과에서 오는 것이다.
“약에 손댔던 놈들 기록 다 삭제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형님들? 예? 제가 말하는 게 지금 정말 말도 안 되는 거냐고요. 어째서 약물 한 놈들 기록을 1위라고 아직 남겨 두는 건데? 메이저리그 이 새끼들도 이런 거 보면 정상 아니에요. 안 그래요?”
홍빈이 타석에 나올 때마다 커다란 케이크에 촛불 73개를 꽂아 불을 붙이는 한국인 인터넷 방송 BJ도 간절히 홍빈의 홈런을 기다리고 있었다.
홍빈의 세 번째 타석 결과가 1루타로 기록되자, 불을 붙였던 케이크를 그대로 쓰레기통에 집어넣은 오영근이 책상에 머리를 처박으며 ‘넘어갔어야지!’ 하며 오열하자, 시청자들은 오열근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오영근은 머리를 처박은 채 냉장고에서 네 번째 케이크를 꺼내와 촛불을 하나하나 꽂았다.
“여보으아아아아아아아악! 저거 홈런이라고 말해 줘! 빨리이이이이!”
그리고 그 언제보다 미국으로 건너가 아들의 메이저리그 홈런 신기록을 보고 싶지만, 혹시라도 부담이 될까 봐 차마 가지 못하고 있는 홍빈의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여보, 정신 차려! 쟤 우리 아들 아니야! 진 테프먼이라고!”
아주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기다렸던 홍빈의 73호 홈런은 결국 이 경기에서 나오지 않았다.
다만 필리스는 홍빈의 공수 활약에 힘입어 파드레스를 7대 4로 꺾으며 116승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홍빈은 9회 말까지 홈을 지키며 그레이 밴델튼의 세이브까지 끌어냈고, 크게 포효하며 팀의 메이저리그 최다승 타이기록에 기뻐했다.
홍빈의 그런 태도는 많은 사람의 감명을 사기에 충분했고, 많은 언론사는 필리스의 116승을 알리는 데 홍빈의 포효하는 사진을 사용했다.
메이저리그 신기록까지 홈런 두 개와 승리 하나.
축포를 터뜨릴 일만 남은 필라델피아는 팀을 샌디에이고로 보내 놓고도 기쁨에 불이 꺼지지 않았다.
3
“내일은 꼭 쳐야 할 거다.”
에이머는 내게 그렇게 말하고는, ‘그래야 내년에 내가 널 2위로 끌어내릴 수 있을 테니까’라고 구시렁거리며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투수가 피할 때는 잘도 넘기더니 오늘 같은 날 못 치다니.”
존 중앙에 계속 들어와도 못 넘길 때가 있는 게 타격이다. 케이스의 투덜거림에 동조해 줄 수 없다.
“신이여, 빈이 홈런 두 개만 치게 해 주세요.”
로즐은 그렇게 기도했다.
요새 이놈이 정신을 차렸는지 말하는 게 좀 예쁘…….
“그 대가로 빈의 머리카락을 모조리 가져가셔도 괜찮습니다. 아멘.”
“미친놈아.”
내 기도를 모욕하지 마.”
“내 머리를 모욕하는 건 괜찮고?”
“젠장. 나 같으면 그런 기록을 세우는 대가로 두발 정도는 포기할 텐데.”
“그럼 너부터 머리를 바치고 내년에 400탈삼진에 도전해 보던가.”
“난 대머리가 안 돼도 그 정돈 할 수 있어.”
로즐은 그렇게 말하곤 도망갔다.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메이저리그 최고 기록이…….
ㅇㅅaㅇ: 1973년 놀란 라이언 383개.
…아주 까고 있다 정말.
우리는 파티를 내일로 미뤘다.
내일도 승리를 거둔다면 117승으로 역사상 최고가 되는 날이 올 거니까.
마지막 한 계단을 앞두고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을 방지하자는 의미였다.
하지만 선수들은 가볍게 맥주를 마시며 오늘 경기를 자축했고, 빠르게 해산했다.
최고가 된다는 것의 의미는 앞으로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보다 배는 더 노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올해 만약 120승을 거둔다고 치면, 내년에 121승을 거둘 수 있을 것인가?
힘들 수도 있고, 비슷하게 갈 수도 있고, 그걸 넘어설 수도 있겠지.
일단 눈앞에 닥친 것부터 하나하나 해 가는 수밖에 없다.
나도 조용히 방으로 돌아왔다.
아마 오늘은 술 취한 개빈도 날 방해하지 않을 거다.
정작 나는 가만히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내가 홈런을 치지 못하는 것을 신경 쓰는 분위기니까.
내가 매 경기 홈런을 쳐 온 것도 아닌데 하루 못 쳤다고 이게 뭐하는 짓인지.
방으로 돌아와 아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두 번 정도 가자 아리가 바로 전화를 받았고, 아리의 목소리만 들어도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다.
-자기! 음… 전화 기다렸어.
그런데 다른 팀 동료들처럼 아리도 뭔가 말을 조심하는 것이 느껴진다.
나는 아리에게 오늘 못 친 홈런은 내일 치면 되고, 내일도 못 치면 모레 치면 된다고 말해줬다.
한참을 통화하고 나서야 끊었는데, 어제의 개빈처럼 아리도 오늘 뭔가 말 못한 것이 있는 느낌이다.
음.
음.
음.
으음?
ㅇㅅㅇ: …….
음?
ㅇㅅㅇ: …….
으으으으음?
ㅇㅅㅇ: …뭐.
피카?
ㅇ血ㅇ: 궁금하면 네가 직접 물어봐라, 멍청한 자식아.
멍청한 자식이라니.
거,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