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late's Villain RAW novel - Chapter (308)
홈플레이트의 빌런-309화(309/363)
# 309
70억분의 1 (2)
1
ㅇㅅㅇ: 언제나 그렇듯 야구는 제멋대로다.
ㅇㅅㅇ: 누구도 이 게임을 예측할 수 없다.
ㅇㅅㅇ: 이런 건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뭔데 그건?
ㅇㅅㅇa: 홈런은커녕 안타 하나도 못 치고 팀의 패배를 지켜본 초소형 포수라면 이렇게 말할 거라 생각했지.
ㅍㅅㅍ: 20년이 넘게 들어온 네놈의 레퍼토리라면 말이야…….
…….
흠, 흠흠.
이 마약 같은 요정 놈.
어쨌든…….
“생일 축하해!”
“이제 20살이라니!”
“홈런 72개를 때렸는데 이제 20살이야? Holy shit!”
“끔찍해. 아, 물론 상대 투수들이 말이야.”
“개빈 나이까지 야구하면 홈런 몇 개를 칠 수 있는 거지?”
“천 개는 치지 않을까?”
…1,000개는 좀 설레발이 심하다. 한 시즌에 엄청나게 터져 버리고 나면 그다음 시즌에는 누적 스탯은 폭락하는 게 일반적이다. 70개를 넘게 쳤지만 내년에는 글쎄, 대체 몇 개나 칠 수 있을까.
어쨌든 나는 신시내티로 이동하는 중에 팀 동료들에게 생일 축하를 받았다.
아리는 내 선물을 준비해 뒀다고 했다. 우리는 신시내티에서 세 경기를 치르고 홈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남은 경기는 여덟 경기.
파드레스와의 경기에서 일격을 맞긴 했지만, 아직 우리에겐 여유가 있다.
그런데도 나와 우리에게 모두 중요한 순간이 코앞에 다가왔기에 다들 자제하는 분위기다.
물론 개빈까지 고깔모자를 쓰고 있는 건 좀 재밌긴 했지만.
고깔모자를 쓴 개빈이 앞으로 나섰다.
“제기랄, 이 미친 꼬마의 생일 선물로 대체 뭘 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나만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음, 맞아. 상대 팀에게 선물로 홈런 두 방만 때리게 해 달라고 하면 될까?”
다들 그 말에 웃었다.
그냥 뭐…….
“고깔모자를 쓴 개빈이 삐에로 피리를 불면서 저랑 사진 찍어 주면 정말 큰 선물이 될 것 같은데요.”
“이런, 빌어먹을……. 좋아! 그 정도는 당연히… 젠장, 이리 와.”
삐에로 피리를 불면서 익살맞은 표정을 지은 개빈과 셀카를 찍은 사진을 아리에게 보내 주자 개빈은 날 죽이려 들었지만, 생일과 제삿날이 같으면 곤란하다는 동료들의 만류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신시내티에서 보낸 중간 휴식일은 그냥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지나갔다.
우리는 위대한 한 걸음을 앞두고 있다.
조급해하는 마음도 조금, 위대한 팀의 일원이 된다는 기쁨도 조금, 그리고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 많이.
2
감독님은 “자율 훈련!”이라고 외쳤지만, 선수들은 모두 훈련장에 나와서 현시점에 자기에게 부족한 것을 채우려 애썼다.
나는 간결한 스윙을 유지하기 위해 가볍고 가는 배트로 스윙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에이머는 내 스윙 훈련을 물끄러미 보다 물었다.
“홈런 스윙은 어디로 간 거야?”
나는 그냥 슬쩍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젠장, 하나밖에 안 남았잖아.”
나보다 내 동료들이 더 조급해하는 모습이…….
ㅡㅅㅡ: 변태 포수 놈. 그런 걸 즐기다니…….
즐기는 게 아니라 음, 그냥 조금 흐뭇한 것뿐이다.
“나 같으면 무슨 공이 오든 크게 휘두를걸.”
“그럼 삼진만 당할 텐데.”
“전에 바운드되려는 공도 넘겼잖아.”
“매번 그렇게 하는 건 불가능해.”
“알았으니까 풀스윙이나 해.”
“잘 맞으면 풀스윙이 아니라도 넘어가.”
“아무튼 풀스윙이나 해.”
답도 없는 놈.
나는 놈을 무시하고 하던 스윙을 계속했다.
그런데 선수들이 내 주위로 조금씩 모이기 시작했다.
“뭐야, 이건? 내야 땅볼이라도 칠 생각이야?”
…시어머니가 하나 늘어났다.
“오, 마이 갓.”
관중도 늘어났다.
“데뷔전 이후 20타수 무안타 중인 풋내기처럼 스윙 연습을 하는군. 첫 안타를 치고 싶어 하는 그런 녀석 말이야.”
SSS급 시어머니까지!
“젠장, 저 꼬마 지금 겸손 떠는 거야?”
알 수 없는 음해도 받게 됐다.
우리 주전급 선수들이 거의 다 모여서 내 스윙 훈련을 지켜보게 됐을 때쯤 결국 나는 이 훈련용 배트를 집어 던져 버렸다.
“젠장! 훈련 안 해요? 왜 다들 여기 모여서…….”
“네가 뭔 짓을 하고 있는지 보고 있잖아.”
“뭐, 그런 스윙이라니. 73호를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으로 장식이라도 할 생각인 거야?”
나만의 밸런스 유지 방법인데.
원래 메이저리거들은 다른 사람의 훈련 방식에 대해 토 달지 않는 법이지만, 어지간히도 답답했나 보다.
결국 난 무거운 배트로 바꿔 들고 홈런 스윙을 몇 번 했다.
“오오.”
“그거야.”
“Great.”
“그걸 기다렸어.”
“놈들을 죽여 버려.”
“Nut and nuts!”
“약쟁이-놈들을-찢으러 왔다네!”
“Nut and-seventy three nuts!”
…동물원 원숭이가 이런 기분일까.
돌아가면 필라델피아 동물원에 기부라도 좀 해야지.
맨날 누가 와서 구경하면 걔들도 참 피곤하겠다.
3
신시내티 레즈는 괜찮은 활약을 펼쳤으나 팀의 중심인 브랜든 맥의 금지 약물과 마약 복용이 발각되고 난 후 하위권으로 쭉 떨어져 버린 팀이다.
물론 동부 지구의 뉴욕 메츠에 비하면 그나마 눈뜨고 봐 줄 만한 상황이긴 했지만.
파이어 세일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중부 지구에서 최하위인 것은 변함이 없었다.
브랜든 맥이라는 선수가 라커룸을 적극적으로 이끄는 리더는 아니었지만, 경기 내적으로는 다들 그에게 많이 의존하고 있었다.
그나마 크램 벨지가 타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지만, 팀 최고 스타가 사라지고 성적마저 곤두박질친지라 42,319명의 정원을 자랑하는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 파크가 썰렁해진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분명히 그랬다.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원정 경기를 오기 전까지는.
“R-E-D-B-I-N-!”
한쪽에서 그렇게 외치면.
“Nut and nuts!”
어딘가에서 그런 외침이 들려왔다.
“우리는-왔다네-!”
“지옥에서!”
“오늘은-이곳이-!”
“지옥이 될 것이다!”
필라델피아와 신시내티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다. 아니, 사실은 가깝지는 않다.
하지만 다른 지구 팀치고는 가까운 거리이고, 필리스 팬들에겐 더욱 가까운 거리였다.
팀의 시즌 117번째 승리를 볼 가능성이 어마어마하게 높은 날 아니던가.
그것도 주말 경기에 홈 팬들이 거의 찾지 않아 티켓이 남아돈다니.
필리스 팬들에게는 최고의 주말 찬스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이목이 쏠리는 경기는, 상대 팀에서도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는 일.
하지만 브랜든 맥의 이탈 이후 프런트와 지속적인 마찰을 빚어 온 레즈 감독은 이 경기에 루키 투수를 내세웠고, 기자들이 왜 애덤 빌라이커나 브릭 빌링스를 등판시키지 않느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어제 저녁 식사를 하다가 배탈이라도 났나 보지.”
레즈의 원투펀치인 그 두 투수가 등판을 회피했지만, 경질이 기정사실로 되어 가고 있는 감독은 힘없이 그렇게 대답할 뿐이었다.
누구도 대기록의 희생양이 되고 싶지는 않겠지만, 누군가는 그 기록을 막거나 혹은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는 일.
레즈에서 올 시즌 데뷔해 3경기 14.2이닝을 소화하며 4.90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파코 돌체라스는 그래도 이 경기가 자신에게 기회가 되리라고 믿었다.
안 좋은 상황이지만 기회가 돌아올 거라는 기대감.
나름대로 철저히 준비한 파코 돌체라스지만, 경기가 시작된 직후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Booooooooooooooo!”
“What are you-coward or major leaguer?”
“볼을 던지면 지옥에 떨어질지어다!”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자신을 향해 저 야유와 분노가 쏟아지는 것은 분명했다.
홈구장인데도 말이다.
어쨌든 파코 돌체라스는 배포 큰 루키답게 마음을 가다듬었다.
첫 타자로 나선 케이스 에이블을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 끝에 안타를 얻어맞았지만, 에이머 시나를 상대로는 또 풀카운트 승부 끝에 루킹 삼진을 따냈다.
그리고 이 경기에 이목이 집중되게 만든 가장 큰 원흉.
홍빈이 타석으로 천천히 걸어 나오자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 파크가 필리스 팬들의 함성으로 진동하기 시작했다.
4
[파코 돌체라스] [좌투우타, 선발투수] [키워드: 스터프, 닥터K, 싸움닭, 이닝이터] [상대 투수의 국적이 스페인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상대 투수의 서비스 타임이 1년 차로 확인되었습니다!]경기 전 자료를 보면서 파코 돌체라스가 레즈에서 시작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아무리 회귀를 했다 하더라도 모든 메이저리거의 역사를 줄줄 꿰지는 못한다.
유명했던 선수들도 마찬가지고.
이 선수로 말할 것 같으면, 스페인 국적(남미 이중 국적자들 빼고) 최초로 사이 영 상 투표에서 표를 얻은 투수다. 뭐, 많이 받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괜찮은 선수란 이야기다.
타석에 나오기 전 동료 선수들에게 잔소리를 엄청나게 들었다.
무조건 풀스윙을 하라느니, 네 힘이면 빗맞아도 넘어갈지도 모른다느니.
그러고 보면 안타를 하나라도 더 때리겠다고, 최근 밸런스에 더 신경 쓴 것 같기도 하다.
“빌라이커랑 빌링스가 겁먹었대?”
“Fuck you.”
여전히 레니 발더는 신경질적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지.
그리고 어쩌면 파코 돌체라스도 그럴지도 모른다.
딱!
초구에 배트를 크게 휘둘렀는데, 상체가 살짝 흔들리며 타구가 파울 지역으로 날아갔다.
팔을 휘두를 때 팔꿈치가 살짝 뜬 것 같다. 이쪽을 조금 더 신경 쓰자.
딱!
이번에도 파울.
공을 고르기보다 때려 내자고 생각해서인지 나쁜 공에 배트가 나갔다.
음… 다음은.
“볼!”
케이스와 에이머가 경기 전에 내게 한 말이 있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공을 많이 지켜보고 존을 알려 줄 테니 자기들 덕에 홈런을 치게 되면 크게 한턱내라고.
에이머는 애매한 몸 쪽 코스로 들어오는 공이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확인하기 위해 마지막에 배트를 내지 않았고, 루킹 삼진을 당했다.
그리고 내게 그걸 알려 줬다.
음.
도움을 받았으면 받은 값을 해야 하는데.
일단 카운트가 불리하니… 조심스럽게. 젠장.
조심스러움은 좀 넣어 두자.
ㅇㅅㅇ: 투수는 에이머에 이어 너까지 삼진으로 잡아내고 유명해지길 원한다.
오, 고맙다.
이건 큰 힌트다.
삼진을 따내고 싶어 한다?
저 투수는 포심에 투심, 체인지업과 커브를 던진다.
뭘 던지려 할까?
삼진을 잡기 위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체인지업?
“볼!”
비슷한 코스면 배트를 내기 위해 보폭을 조금 조절했는데, 예상이 맞았다.
살짝 꺾여 밖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
“볼!”
이번엔 커브.
싸움닭 키워드를 가진 놈이지만, 그래도 오늘은 긴장을 좀 한 듯하다.
케이스와 에이머를 상대할 때도 유리한 카운트에서 시작해 풀카운트까지 갔다.
바깥쪽 높은 코스 포심을 던지다 케이스에게 안타를 맞았고, 몸 쪽 낮은 코스의 투심으로 삼진을 잡아낸 투수라면…….
케이스와 에이머가 내 첫 타석을 위해 많이 애써 줬지만, 어쩌면 한번 걸어 볼 만하지 않을까.
왼발 뒤꿈치를 살짝 들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번 공은 모험을 한번 걸어 보자.
오랜만에 레그 킥을 할 준비를 했다.
왼발 앞부분을, 힘을 살짝 주고 들었고, 오른발 뒤꿈치를 앞쪽으로 열었다.
애당초 낮은 코스를 상정하고 시작한 스윙이기에 바깥쪽 높은 코스 같은 게 오면 높은 확률로 삼진이다. 아무리 배트 컨트롤을 한다 하더라도 갭이 너무 크다.
“흐읍!”
왼발을 뻗었다 놓은 후, 허리 회전.
단 일점(一點)을 노리는 스윙.
부자연스러운 스윙이 되겠지만, 제대로 맞힌다면 엄청난 놈이 나올 수 있다.
가끔은 이런 공갈포 스윙도 괜찮지 않나.
따아아악-!
그리고 내 모험수는 맞아떨어졌다.
크고 아름다운 타구가, 홈에서 외야로 바람이 부는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 파크의 좌측 전광판을…….
5
“Oh-oh! Oh! Oh! Oh! Oh! Oh! My! God! 전광판에서 스파크가 튑니다! 저깁니다! 저기예요! 그의 73호 홈런이 맞은 곳이 저깁니다! 29년 만에 배리 본즈의 이름 옆에 새로운 이름이 새겨집니다! Oh, my god! 그가 해냈습니다! 73호 홈런! 168타점! 148득점! 타점과 득점에서도 1930년대의 기록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위대한 선수, 어제 20살 생일을 맞은 위대한 선수가 베이스를 돌고 있습니다. Wow! 척, 제가 말하다 쓰러지면 바로 911을 불러 주세요! 심장이 터질 것 같다고요!”
“메이저리그 해설자와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 파크를 가득 메운 필리스 팬들이 심장마비로 쓰러져 버릴 것 같군요! 해설 부스로는 들것 두 개를 보내는 걸 잊지 마세요. 사실 저도 그렇거든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습니다! 엄청난 홈런이었습니다! 몸 쪽 낮은 곳을 공략하는 92마일 투심 패스트볼을 전광판에 꽂아 버리는 레드 빈! 새로운 전설이 3루를 돌아서- 제기랄! 이런, 빌어먹을! 홈을 밟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