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late's Villain RAW novel - Chapter (310)
홈플레이트의 빌런-311화(311/363)
# 311
팔로팔로미 (1)
1
올 시즌 우리에겐 축하할 일이 너무나도 많다.
필리스 선수들로 도배된 올스타전 출전 명단이 시초였을까.
2번의 9연승과 또 다른 2번의 12연승도 있었고.
짐의 퍼펙트게임이나…….
@ㅅ@: 퍼펙트게임은 가끔 나오지만, 74홈런은 사상 최초지!
내일 경기가 있음에도 선수들은 맥주에 샤워하다시피 했다.
누군가가 프로다움을 어필하기에는 좋은 기회다. 선수들은 감독님의 성향을 알기에 출전이 간절한 선수들은 맥주 앞에서 알아서 몸을 사릴 것이다.
나야 언제나 전 경기 출장이 목표이기에 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됐음에도 두 캔 정도만 마시고 들어왔다.
그리고 요정은 지가 술이라도 마신 건가. 눈알이 왜 그렇게 핑글핑글 돌아?
@ㅅ@: 이 요정님은 기쁘다.
@ㅅ@: 하잘것없는 폐급을 주웠다고 생각했었는데…….
뭐, 폐급?
그거 설마 내 이야기냐?
8ㅅ8: 엉엉.
8ㅅ8: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르지?
…….
8ㅁ8: 정말 넌 모른다. 섬세한 요정님의 마음을 한낱 2회 차 인간 따위가 알 리가 없지.
8ㅁ8: 하마터면 요정님이…….
……?
ㅣㅁ8: …….
ㅣㅅ8: …….
ㅣㅅㅍ: …….
뭐, 요정님이 뭐.
ㅡㅅㅡ: 74홈런에 대한 보상을 내리겠노라.
뭐? 갑자기 왜 넘어가냐?
[요정님께서 초소형 포수의 공로를 치하하십니다!] [초소형 포수에겐 특별히 선택권이 주어집니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야!]1. 요정님이 오다 주운 선물
2. 요정님이 사흘 밤낮을 새며 만든 선물
3. 요정님이 소중하게 간직해 온 선물
4. 요정님이 A급 던전을 공략하고 얻은 선물
야.
[요정님은 미천한 포소형 초수와 대화를 나눌 시간이…….]당황했네.
했네, 했어.
포소형 초수고, 초소형 포수고 간에 아까 하다 만 말 뭐냐?
ㅍㅅㅍ: …….
ㅍㅅㅍ: 오타다.
ㅍㅅㅍ: 고르기나 해라. 고작 홈런 74개 쳤다고 기고만장하지 말고.
흠.
뭐.
그래.
일단은 넘어가 준다.
그래서 몇 번이 제일 좋은 건데?
ㅡㅅㅡ: 어째서 요정님이 그걸 알려 줄 거라고 생각한 거지?
그냥.
ㅇㅁㅇ: ……?!
그냥 해 본 말이라고.
보자.
이런 패턴이라면…….
사흘 밤낮을 샜다면 급조하느라 밸런스에만 신경 써서 어정쩡할 테고.
ㅇㅁㅇ: 뭣?
소중하게 간직해 온 건 나한텐 별로 쓸데없을 테고.
ㅇㅁㅇ: 뭐뭐뭐뭣?!
A급 던전? 뭐, 벤치 클리어링 때 쓸 스킬이라도 들었나?
Σ(◎♊◎ノ)ノ: 어, 어째서…….
…….
진짜냐?
Σ(◎♊◎ノ)ノ: 도, 독심…….
ㅣㅅ◎: …….
ㅇㅅㅇ: 흠.
ㅇㅅㅇ: 장단 맞춰 주니까 좋냐, 어?
…1번.
◎ㅁ◎: …….
1번이라고.
◎ㅁ◎: 다시 한 번 고를 기회를 주마. 특. 별. 히.
필요 없으니까 오다 주운 거 내놔.
2
[오다 주운 선택형 콘셉트+성장 패키지 증정!] [선택형 콘셉트 패키지 증정! 주제를 고르세요.] [1. 공격, 2. 수비, 3. 주루, 4. 공통, 5. 성장.] [선택형 콘셉트 패키지: 공통 콘셉트를 선택하셨습니다.] [S~A 등급에서 하나, B~C등급에서 하나, D등급 이하에서 하나가 각각 지급됩니다.] [어그로의 화신(S) 획득!] [어그로의 화신(S): 사용자에게 나쁜 감정을 가진 투수를 상대할 때 타격 능력이 상승합니다.] [+성장 패키지로 인해 스킬 레벨이 10으로 조정됩니다!] [5레벨 히든 유틸리티 ‘내가 누군지 알아?’: 투수가 사용자를 싫어하는 감정을 일시적으로 증폭시킵니다.] [10레벨 히든 유틸리티 ‘그런 미미한 선수까지는 잘.’: 상대 투수의 승부욕이 일시적으로 불타올라 사용자에게 삼진을 따내고 싶어 하게 됩니다. 투수의 구위와 제구력이 상승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쿨 타임: 12시간] [공돌이는 체크 남방(B) 획득!] [공돌이는 체크 남방(B): 체크 스윙 시 노 스윙 판정 확률 증가] [손톱 보호제(D) 획득!] [손톱 보호제(D): 손톱을 다칠 확률이 소폭 감소합니다.]3
117승을 거둔 다음 날, 필리스 감독은 확장 로스터로 올라온 신인들을 섞어 라인업을 짰다.
물론 홍빈은 라인업에 들어가 있었다.
아무리 체력 안배와 신인 테스트가 목적이라고 해도 홍빈 같은 위상의 선수를 빼는 것은 지금 이런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74개의 홈런을 때려 내며 한 시즌 임팩트로는 누가 뭐래도 최고 수준의 활약을 펼치는 선수를 뺀다는 것은 다른 팬도 아닌 필리스 팬들의 소요 사태를 유발할 수도 있는 일이다.
“R-!”
“E-!”
“D-!”
“B-!”
“I-!”
“N-!”
경기 전 훈련부터 저렇게 소리를 꽥꽥 질러 대는데, 한 경기 정도 휴식을 주려고 마음먹었다가도 도로 집어넣어야 할 판이었다.
필리스 팬들의 기대는 확실했다.
기왕 여기까지 온 거 남은 경기 전승을 거두며 앞으로 누구도 넘보지 못할 기록을 만들어 두는 것.
시즌 세 자릿수 패배가 유력한, 라이벌이라는 이름을 쓰기에도 민망한 수준의 라이벌 팀인 뉴욕 메츠와 한 경기라도 더 벌려서 대대로 놀려 먹을 거리를 만드는 것.
그리고 추가로 홍빈이, 어제 자신이 썼던 최고 홈런 기록을 경신한 후 오늘은 배트를 부러뜨리지 않고 그 기념품을 온전히 보존하는 것까지.
“Boooooooooooo!”
하지만 오늘 레즈는 홍빈에게 첫 타석에 고의 사구를 지시했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선글라스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지만) 레즈 감독의 얼굴도 카메라에 잡혔다. 마치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는 듯한 태도.
레즈는 포수를 레니 발더가 아닌 다른 선수를 내세웠는데, 어제 마운드에서 파코 돌체라스와 있었던 일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이었다.
“아, 신시내티 레즈의 더그아웃에서 고의 사구 지시가 나옵니다.”
“안타깝군요. 어제처럼 그냥 승부하는 것을 기대했는데요.”
“필리스 팬들이 야유를 퍼붓고 있습니다. 아마 이 중계를 보고 있는 메이저리그 팬들도 마찬가지인 심정일 겁니다.”
“레드 빈도 굉장히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는군요. 평소에 고의 사구가 나올 때 크게 내색하지 않는 선수인데요.”
홍빈은 이런 상황에서 항상 아쉬운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해 왔지만, 이번만큼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어찌 보면 애매한 S급 스킬이기는 하지만, 현재 홍빈에게 가장 필요한 스타일의 스킬을 개시도 못 해 보게 생겼으니.
오늘 필리스의 라인업은 크리스 헬로웨이-에이머 시나의 테이블 세터에 홍빈, 홀든 레시글리아스, 폴 데이먼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
홀든도 장타력이 있는 타자지만 진 테프먼에 비하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었고, 레즈 감독은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승부할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다.
‘두 개나 쳤으면 됐지, 뭘 더 하려고?’
딱 그런 생각이었을 뿐이다.
아무리 시즌이 끝나 가고 경질이 가장 유력한 감독 중 하나로 꼽힌다지만, 그렇다고 그냥 승리를 내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3경기 내내 고의 사구만 내줬더라면 끔찍한 비난이 쏟아졌겠지만, 어느 정도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결국 어린 선수들을 앞세운 필리스는 이튿날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데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조금씩 체력 저하 문제를 보여 온 홀든은 홍빈이 출루한 기회를 다 살리지 못했다.
3 대 1 패배.
오늘도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 파크를 점령한 필리스 팬들은 신시내티 레즈 선수들을 향해 졸렬하다고 비난을 가했지만, 어차피 승자는 레즈 아니겠는가.
하지만 다음 날, 세 번째 경기이자 레즈와의 올 시즌 마지막 경기는 필리스의 6 대 0 승리로 끝났다.
홍빈은 홈런을 추가하지 못했지만, 적절하게 터져 준 득점 지원과 짐 플로렌스의 8이닝 무실점 완벽투.
메이저리그 언론은 필리스가 118승을 거두며 최고 기록에 1승을 더했다고 대서특필했고, 필리스 감독은 짐 플로렌스의 정규 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다고 못 박음으로써 짐의 역사적인 정규 시즌이 마무리되었다.
[118승, 필리스! 과연 몇 승까지 가능할 것인가!] [120승 가시권. 메이저리그의 새 판도] [필리스 감독, “플로렌스의 다음 경기는 포스트 시즌 경기가 될 것. 올해 충분히 많이 던졌다.”] [짐 플로렌스(PHI): 31경기 등판 23승 5패. 평균 자책점 1.96. 213.2이닝 306탈삼진! 사이 영 상 확실시] [홍빈이 아니었더라면 사이 영 상과 MVP 동시 석권 가능했을지도] [1점대 평균 자책점, 200이닝 이상, 300탈삼진 이상, 23승. 아직도 수줍은 2년 차 메이저리그 선발투수의 시즌 결산. 에이스 그 자체] [필리스 투수 코치, “딱히 어떻게 손댈 곳이 없다. 투수 코치인 나보다 단짝 포수인 홍빈과 훨씬 많은 것을 상의한다. 나는 그의 컨디션과 체력 관리에 힘쓸 뿐이다.”]4
신시내티에서 필라델피아로 이동하면서, 드디어 시즌이 끝나 가는구나, 하는 실감이 든다.
치열하게 달려온 시즌.
아직 다섯 경기가 남았고, 포스트시즌이 남았지만, 한국에서도 항상 시즌이 끝나 갈 때가 되면 소회가 남달랐다.
어쨌든 나는 올 시즌 지금까지 186개의 안타를 때렸고, 지난 시즌 기록을 더하면 291개다.
10% 가까이 채웠으니… 젠장, 아직도 멀긴 했네.
어쨌든 메이저리그의 이맘때는 또 다른 축제 분위기다.
포스트 시즌을 앞둔 기대감도 있지만, 루키 헤이징 데이는 선수들(어떤 루키 선수들은 이걸 달갑지 않아 할 수도 있겠지만)과 팬들이 함께 즐기는 행사다.
“이게 뭐야……?”
홀든은 거대한 야구 배트 인형 옷을 받아 들고 황당해하며 물었다.
하도 내 배트를 받아 가서 베테랑들이 이걸 준비해 뒀다.
나를 포함해 다른 선수들은 대부분 작년 이때쯤 이걸 겪었고, 그래서 우리는 낄낄대고 웃으며 거대한 핫도그 같은 배트 옷을 들고 있는 홀든을 찍어서 SNS에 올리며 서로 좋아요를 눌러 줬다.
“제기랄, 네 건 그래도 귀엽잖아.”
투덜대고 있는 맷 블러는 온몸이 터져 버릴 것이 분명한, 바짝 붙는 프로 레슬러 복장을 받아 들고 투덜대고 있었다.
그를 불쌍하게 여긴 쇼가 어디서 우스꽝스러운 피에로 가면을 갖다주지 않았으면 더 슬퍼했을지도 모르겠다.
모레 경기 전에 입고 출근하게 될 텐데, 미리 자기 옷이 뭔지 안다고 해서 덜 부끄러워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필라델피아로 돌아와 개빈과 함께 개빈의 집으로 향했다.
같이 식사를 하고, 원정 경기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바바라와 아리에게 해 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어딘가 모르게 쓸쓸했다.
개빈한테 하숙이라도 시켜 달라고 해 볼까?
뭐… 그래도 내일은 개빈에게 허락을 받고 아리와 데이트하기로 했으니까, 이 쓸쓸한 마음이 조금은 달래지겠지.
다음 날, 아리와 나는 교외의 한적한 곳으로 드라이브를 갔다.
도시 외곽에 위치한 조용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필라델피아 서쪽에 위치한 브랜디와인 밸리에서 시간을 보냈다.
“마음이 편해져. 난 항상 내 미래가 궁금하지만, 오늘은 그냥 시간이 멈춰 버려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리는 웃는 얼굴이 예쁘다.
잘 웃고, 기분 좋게 웃는다.
그런데 오늘 아리의 웃는 얼굴은 어딘가 조금은 평소와 달랐다.
시간이 멈춰 버리면 좋겠다, 라.
나와 함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그만큼 좋다는 뜻… 이라고 그냥 받아들이기에는 뭔가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손을 잡고 조용히 걸었다.
그리고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아리가 날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자기.”
“응.”
잠시 머뭇거리던 아리는 내 손을 놓고 자기 양손을 비비적거리더니 미묘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웃는 것인지, 찌푸린 것인지.
행복한 얼굴인지, 울기 직전의 얼굴인지 모를 그런 표정으로. 어쩌면 뭔가를 겁내는 것 같기도 하다.
“생일 선물로… 음, 이게 자기에게 선물일지는 모르겠어.”
나는 그냥 웃었다.
안 받아도 좋다. 뭐든 좋다.
아리가 내 웃음을 그런 뜻으로 받아들였을까.
“사실…….”
아리는 얇은 코트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잠시 내 눈치를 보고는 무언가를 내밀었다.
“아이가 생긴 것 같아. 음… 아마도, 아니. 확실히.”
아리가 잠깐 머뭇거리다가 아까의 그 웃는 건지, 우는 건지 확실치 않은 표정으로 웃으며 말을 꺼냈을 때, 나는…….
아마도 아리가 가장 환하게 웃을 때의 그 표정과 비슷하게 웃은 것 같다.
그 표정이 하도 예뻐서 가끔 따라 하곤 했거든.
그리고 난 아리를 꼭 안아 주었고, 아리는 갑자기 눈물을 펑펑 쏟아 냈다.
어…….
뭐라고 말해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