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late's Villain RAW novel - Chapter (314)
홈플레이트의 빌런-315화(315/363)
# 315
가지가지 하는 홍빈 (1)
1
아무리 홍빈이 올 시즌 역대 최고를 뛰어넘어 버리는 수준의 홈런 페이스를 자랑한다 하더라도, 모든 인플레이 타구가 홈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시안게임 참가나 벤치클리어링으로 인한 징계 등으로 인해 경기 수가 적은 것 때문에 더 주목받는 부분이기도 했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벤치클리어링으로 인한 퇴장이 아니라면 교체 아웃도 없었고, 필리스의 공격력이 폭발한 상황인 데다가 2번 혹은 3번으로 나선 덕분에 규정타석에 모자란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따악-!
“Red-bin! 훌리오 벨트란의 체인지업을 때립니다! 절묘한 배트 컨트롤! 중견수와 좌익수의 틈으로 타구를 날려 보내는군요! 케이스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립니다! 달리고- 홈-인! 선취점을 적시 2루타로 뽑아내는 레드 빈!”
“팬들은 홈런을 기다렸겠지만요. 하하. 그래도 팬들은 즐거워하네요.”
필리스 팬들은 메츠 선수들을 지독하게 몰아붙였다.
이미 포스트시즌 탈락을 확정 지은 지도 오래고, 필리스와는 비교 자체가 부끄러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데도.
“Mets의 M은-!”
“Minor league!”
“Mets의 e는-!”
“E-A-S-Y-!”
“Mets의 t는-!”
“Terrible!”
“Mets의 s는-!”
“Son of bitch!”
“Sucks!”
“S-H-I-T-!”
“Shut up! Mets!”
이미 마음은 휴가지에 있는 메츠 선수들은 그런 비난이 쏟아지는데도 시시껄렁한 농담 따먹기나 하고 있었고, 그런 베테랑들을 바라보는 루키들은 원래 메이저리그는 이런 것인가 하고 멍하게 있었다.
개중에는 홍빈이 아는 미래의 스타플레이어도 있었는데, 심지어 에러를 저지르기까지 했다.
“토니 베이슨! 폴 데이먼의 쉬운 타구를 놓칩니다!”
“3루에 들어갔던 레드 빈이 가볍게 홈을 밟는군요. 1사 만루 위기를 병살로 끝낼 수 있는 찬스였는데요!”
홍빈은 홈을 밟으며 방금 실책을 저지른 메츠 유격수 토니 베이슨을 힐끗 바라보았다.
‘아직 수비 실력은 별 볼 일 없나? 90경기 연속 무실책 유격수였던 거 같은데.’
몇 시즌 뒤 골드글러브를 받을지는 몰라도,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으니까.
사실은 메츠 베테랑들의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선수가 필리스 팬들의 거친 환대에 얼어버린 것일 뿐이었지만.
홍빈은 그에 대해 길게 생각하지 않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가 선수들과 하이 파이브를 나눴고, 곧이어 3루 유망주 나단 리바이의 빅리그 첫 홈런이 된 그랜드슬램에 환호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Hell! Yeah! 나단! 그거야! 끝내줬어!”
홍빈에게 1타점 2루타로 실점하며 시작한 메츠의 불쌍한 어린 투수는 실책으로 1점, 나단 리바이에게 그랜드슬램을 맞으며 1회에만 6실점을 기록했다.
메츠 감독은 그 투수를 내리지 않았지만 2회 초에 아웃 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볼넷과 2루타를 내주며 무사 2, 3루가 되자, 홍빈에게 고의 사구를 지시하고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물론 그 고의 사구 이후 필리스 팬들의 야유는 극심한 수준에 달해 오늘 출전한 메츠 유망주들의 스트레스를 더 키워 주고 있었다.
“개자식들아! 야구를 하라고!”
“내가 고의 사구를 보러 여기까지 온 줄 아는 거냐!”
“잘 들어! 너흰 메츠고, 그건 너희가 이 무대에서 가장 별 볼 일 없는 놈이라는 거지!”
“당장 그 팀에서 탈출해! 너희가 스타가 되려면 그 방법뿐이거든!”
“Asshole! 이게 너희에게 딱 맞는 단어다!”
2
필리스는 신나게 메츠를 두드렸다. 1회 6득점, 2회 3득점, 3회 2득점.
4회와 5회에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가긴 했지만 메츠 타자들은 무기력하거나 혼란에 빠져 있었고, 필리스는 가끔 이런 상황에서 선발투수가 집중력을 잃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쇼 타임!”
“Hooooooooooooo!”
오늘의 선발투수는 브래들리 쇼 주니어다.
119승을 거둔 팀에서, 아무리 불운한 경우가 많았다 하더라도 쇼 정도의 투수가 12승에 그친다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이 베테랑 투수는 그저 자기가 할 일에만 집중했다. 타자들이 신나게 점수를 올리고 있다 하더라도 해야 할 일은 명확했기에 공 하나하나에 힘을 쏟고 있었다.
브래들리 쇼 주니어. 힘든 시기를 지탱해 온 에이스.
비록 지금은 두 명의 팔팔한 젊은 천재들에게 위상이 밀리고 있기는 했지만.
“스트라이크-아웃!”
이 안정감 넘치는 베테랑 투수는 필리스 감독이 가장 큰 경기에서 제일 먼저 내보낼 수 있는 선수는 아닐지 몰라도 2~3순위로 고려할 만한 옵션임은 틀림없었다.
쇼는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내며 탈삼진을 11개나 잡아냈다.
6회에 필리스는 2점을 더 추가하며 스코어 13 대 0.
필리스 팬들의 애틋함을 자극하는 이 베테랑 선발투수는 13승 요건을 확실히 갖추고 마운드를 넘겼다.
8회 초, 쇼가 아니라 보리스 켄달이 마운드로 걸어 나오자 필리스 팬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서 쇼의 이름을 연호했다.
“쇼! 쇼! 쇼!”
“쇼 타임!”
“쇼! 내년엔 꼬마들에게 지지 마!”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 하나 더 끼고 내년엔 30승에 도전해!”
“쇼! 네가 우리 팀 선발투수라 행복해!”
메츠를 상대로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기에 평소보다 더 관대한 필리스 팬들의 반응이긴 했지만, 그래도 스포츠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장면 중에는 이런 것들이 가장 감동적인 법이다.
쇼는 더그아웃에서 나와 눈시울을 붉히며 필리스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고.
“아웃!”
“스트라이크-아웃!”
“아웃!”
보리스 켄달이 삼자범퇴로 완벽하게 이닝을 마무리했다.
8회 말에는 개빈 폴체스키가 대타로 타석에 나오며 다시 한번 필리스 팬들의 기립 박수가 나왔다.
메츠 선수들은 각자 느끼는 바가 달랐다.
어떤 선수들은 이게 다 꼴값이라고 느꼈고, 또 다른 선수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으며, 어떤 선수들은 메츠와는 180도 다른 분위기에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필리스 팬들은 어차피 9회 말 공격이 없을 것이기에 홍빈을 교체 아웃시키고 개빈이 포수를 보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다.
홍빈의 수비력이 개빈보다 낫긴 하더라도 개빈의 플레이를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이 많았으니.
그런데 8회 말 공격이 끝나고, 9회 초.
전광판의 대형 스크린에 개빈 폴체스키가 ‘아이언 빈’ 위에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3
“개-빈! 개-빈!”
“G-A-E-B-I-N-!”
“맙소사! 개빈이야! 개빈이 아이언 빈 위에 올라가고 있다고!”
개빈은 아이언 빈에 올라가 여유롭게 기계 팔이 채워 주는 장비를 차면서 카메라를 향해 악당처럼 웃었다.
필리스 팬들은 40대 대머리 백인 포수의 그 웃음에 이유 모르게 눈물이 핑 도는 것을 느꼈고, 그 어느 때보다 크게 개빈의 이름을 소리쳤다.
“오, 젠장. 감독에게 노벨상을 줘야 해. 정말 좋은 선택이야.”
“그렇지. 개빈에게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수비할 기회를 줘야지. 우리에게 개빈을 볼 기회를 줘야지!”
“Fuck. 왜 눈물이 나는 거야?”
“Holy shit. 나도 눈물을 참을 수가 없어.”
13점 차이의 여유로운 스코어인 데다가 개빈의 수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난생 처음 보는 멍청한 투수가 올라와도 모든 것을 이해해 줄 수 있는 관대함을 갖게 된 필리스 팬들이었다.
물론 그 투수가 5점 정도 내준다면 얼마든지 애정 어린 욕설을 퍼부어줄 준비가 되었겠지만, 아무튼 지금은 그랬다.
공수 교대가 벌어질 때 누구도 투수가 누군지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대형 스크린이 개빈에 이어 마운드로 올라가는 투수가 누군지 보여 줬을 때.
“오, 씨발! 투수, 투수가!”
“망할 투수가 뭐 어쨌다고 그렇게 호들갑이야?”
“Oh my god…….”
“레드 빈이잖아!”
“미쳤어! 감독이 미친 거야! 우린 이걸 원했어!”
“진짜 끝내주는데… Fuck. 오늘 경기를 보러 오길 잘했지.”
이번에는, 4만여 명이 동시에 떠들어 대다가 왁자지껄하게 웃어 버리고 말았다.
세상에. 투수 홍빈이라니.
아무리 13점 차라도 마운드에서 공 던지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여 주지 않은 홍빈인데.
“와우! 메츠를 비웃어 주는 최고의 투수 교체군!”
어떤 필리스 팬의 한마디처럼, 일견 메츠를 비웃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사실, 그 누구보다 당황한 것은 메츠 선수들이었다.
4
진짜 우습지도 않은 상황이 되 어버렸다.
우리 팬들은 나를 비웃는 것인지 메츠를 비웃는 것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그라운드로 비웃음을 쏟아 내고 있고, 나는 불펜에서 몸을 풀다 뛰어 올라와 연습 투구를 끝마쳤다.
웃긴 건, 개빈이 내게 이렇게 외쳤다는 거다.
“맞더라도 그냥 던져! 볼넷을 내줬다간 네 궁둥이를 걷어차러 뛰어갈 거다!”
ㅇㅅㅇ: 기왕 맞는 거 고백하는 게 어떤가.
…그럼 궁둥이로 안 끝날걸.
혹시 그거 다시 주면 안 되냐.
ㅇㅅㅇ: 안 된다.
그게 뭔지 알고 벌써 안 된대?
☚(゚ヮ゚☚): 요정님은 네가 뭘 말하는지 알아!
그래? 뭔데?
ㅇ▦ㅇ: ** * *** ** ** *** * ***** *** *** * **.
…….
ㅇㅅㅇ: 흠흠.
ㅇㅅㅇ: 고운 요정님의 입으로는 차마 필터 없이 말하기가 좀 그렇군.
와 미친. 별표로 사람이 상처받을 수도 있구나.
ㅡㅅㅡ: 버프로 만족해라, 멍청이. 충분히 넉넉하게 담았으니.
뭐…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감독님과 투수 코치님 그리고 개빈은 내게 그냥 패스트볼만 던지라고 말씀하셨다.
13점 차이니 5실점까지는 그냥 봐주겠다면서.
젠장. 전의 그 SSS급 스킬이면 삼진 세 개로 끝낼 수 있는데.
[아델 보인달] [우투우타, 좌익수] [키워드: 배드볼 히터, 장타, 호타준족]그리고 상대가 그다지 좋지는 않다.
배드볼 히터 달린 놈이면 마구잡이 스윙인데, 그냥 패스트볼 던져서 헛스윙을 따내라고?
“멍청한 메츠놈들! 불알 대신 머리를 따내러 왔다!”
“Nut and nuts!”
타격할 때는 몰랐는데, 투구할 때 관중들이 시끄럽게 하니 조금 신경이 쓰인다.
흠. 이러니 필리스 팬들이 많은 경기는 스킬 하나 정도를 더 가지고 경기하는 거나 마찬가지구나.
개빈은 그냥 정중앙에 꽂아 버리라는 사인을 보냈다.
조금 부담되기도 하네.
내가 투수로 올라왔다는 소식을 듣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이 경기를 보기 위해 채널을 바꿨겠지.
잘하면 좋고 못해도 별로 타격 없는 일이니까, 부담 갖지 말고 그냥 던져 버리자.
숨 한 번 쉬고.
다리 뻗으면서 공 빼고… 젠장. 멋지게 던지고 싶었는데. 투구 폼을 코치님이 봐 주긴 했지만, 그걸로 되겠냐고.
에라. 그냥 던지자.
‘어라.’
가운데로 던지려고 했는데, 공은 살짝 몸 쪽 높은 코스… 근데 존 안으로 들어갈 것 같다. 위험하다.
따악-!
뻐킹 배드볼 히터는 그 공을 냅다 후려쳤다.
쭉 뻗은 타구는……!
“아웃!”
“Whoooooooooooo!”
“너흰 레드 빈으로 충분해! 이 머저리들!”
“잘 봤냐! 너희 같은 멍청이는 내 할머니가 던지는 공도 못 칠걸!”
“Yeeeeeeeah!”
홀든이 점핑 캐치를 해냈다. 워. 홀든, 배트 열 자루 줄게.
그게 옆으로 빠졌더라면 꼼짝없이 2루타였을 텐데.
그리고 조금 더 고무적인 것은, 저놈의 뒤에서 날 두들겨 패기 위해 대기 중이던 다른 메츠 타자들이 내 공을 자세히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ㅇㅅㅇ: …밋밋한 똥볼 하나 가지고 있으면서 구종 노출을 걱정하다니.
ㅇㅅㅇ: 과분한 걱정이다.
…맞는 말이라 뭐라 반박할 수가 없네.
어쨌든, 운이 좋았다.
그리고 다음 타자는…….
[알렉스 알렉세이 에브러햄] [우투우타, 포수] [키워드: 승부욕, 금강불괴, 불펜 킬러, 철벽]이게 뭔… AAA라니.
놈은 이제 나만 보면 학을 떼는데.
내게 이 타석에서 복수하려 들지도 모르겠다.
일단 승부욕이랑 불펜 킬러, 영 좋지 못한데.
개빈은 이 상황에서 무슨 생각인지 몸 쪽 높은 코스로 하나를 요구했다.
애당초 영점도 안 잡혔는데 그게 될지는 모르겠다.
젠장. 투수들은 대체 이걸 어떻게 100개씩 던져 댄담.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투구를 시작했다.
멋없는 폼이지만 일단은 최대한 코치님이 가르쳐 준 대로 따라 하려고 노력하면서.
그리고 내 손을 떠난 공은…….
퍽!
“히트 바이 피치 볼!”
AAA의 옆구리에 꽂혀 버렸다.
음.
92마일이 찍히네.
난 저기 던지려 한 건 아니었는데.
불의의 패스트볼을 옆구리에 맞은 AAA가 풀썩 쓰러져서 고통스러워했고, 나는 메츠 더그아웃으로 고개를 돌렸다.
ㅡㅅㅡ: 겁쟁이 놈들…….
ㅡㅅㅡ: 동료가 맞았는데 아무도 화를 안 내 주다니…….
그래. 화를 내기는커녕, 나와 눈을 마주친 메츠 선수들은 급히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려 버리기까지 했다.
고통을 호소하다 자리에서 일어선 에브러햄의 입 모양은 분명 ‘fuck’이었지만 내게 달려오거나 하진 않았다.
흠.
하긴 당연한가.
나한테 제일 피 많이 본 팀인데.
에브러햄은 인상을 잔뜩 쓰고 있었지만 나와 눈을 맞추려 하지 않았고, 메츠는 대타를 냈다.
[브램 벤트너] [좌투좌타, 1루수] [키워드: 어퍼스윙, 공갈포, 불펜 킬러]오우.
진하게 풍기는 공갈포의 향기.
어퍼스윙 달린 공갈포를 잡는 방법은 뭐다?
…하이 패스트볼이다!
따아아악-!
순간,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 침묵이 맴돌았다.
하.
투수 안 한다니까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