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late's Villain RAW novel - Chapter (321)
홈플레이트의 빌런-322화(322/363)
# 322
전설적인 데다가 레전드 (1)
1
[뉴욕 메츠 3 : 14 필라델피아 필리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122승 달성으로 최고 중의 최고 달성. 75.3%의 승률.] [개빈 폴체스키, 은퇴 경기에서 첫 타석 초구 3점 홈런을 때려 내다.] [리버티 벨이 노장 중의 노장을 위해 울린 완벽한 은퇴식.] [노장의 눈물이 필리스 선수들을 이끌다.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 하나 더!] [홍빈, 77호 홈런 폭발! Season of R-E-D-B-I-N의 아주 특별한 완성.] [완벽하고 아름다운 시즌 마무리. 필리스, 뉴욕 메츠 3연전 스윕 하며 122승 달성.] [전문가들, ‘122승이 가능한 수치라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필리스 팬들,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노래하다.] [개빈 폴체스키, ‘메이저리거 개빈 폴체스키는 끝났지만, 개빈 폴체스키의 야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홍빈, ‘언젠가는 개빈 폴체스키처럼 은퇴하고 싶다. 그는 모든 방면에서 내게 최고의 롤모델이다.’] [더키 브라운 필리스 감독, ‘내게 이런 환상적인 경험을 할 기회를 준 팬들, 내 선수들, 구단 모두에게 감사한다.’] [내셔널리그 포스트시즌 대진 확정.]-와일드카드 결정전: 마이애미 말린스 vs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디비전시리즈.
1) 필라델피아 필리스 vs 와일드카드 팀.
2)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vs 피츠버그 파이레츠.
[아메리칸리그 포스트시즌 대진 확정.]-와일드카드 결정전: 뉴욕 양키스 vs 텍사스 레인저스.
-디비전시리즈.
1) 보스턴 레드삭스 vs 와일드카드 팀.
2)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vs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그레이트 필리스, 포스트시즌에서 지난 시즌의 영광을 재현할 것인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아메리칸리그 팀 감독 설문조사. 월드시리즈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상대 1위 필라델피아 필리스.] [아메리칸리그가 내셔널리그에게. ‘누가 필리스를 좀 잡고 와 줘!’] [필리스 단장, ‘위대한 시즌을 보낸 팀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필리스는 위대하다.’ 포스트시즌 전망을 묻자, ‘하던 대로만 하면 될 것.’이라며 자신감 표출.]2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경기가 모두 종료되었다.
필리스의 역사적인 시즌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1년을 보낸 홍빈의 시즌도.
그리고 필리스 팬들의 전설적인 선수, 개빈 폴체스키의 마지막 정규시즌 경기도 끝이 났다.
개빈 폴체스키는 결국 300홈런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전설적인 공수 겸장 포수들과 함께 이름을 나란히 할 만한 역사적인 커리어의 끝자락에 서 있었다.
“어쩌면 월드시리즈에서 한 번 더 홈런을 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어느 정도는 예견된 결과였다.
트레이드로 공수해 온 피오 고슬랭 대신 개빈 폴체스키가 포스트시즌 로스터에 들어가는 것.
피오 고슬랭은 주로 대타로 출전하긴 했지만 최근 20타석에서 3개의 안타를 때려 내는 데 그쳤으니.
피오 고슬랭은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올해 포스트시즌 경기에 나서진 못하겠지만, 투수들의 훈련을 도울 예정입니다. 내년 월드시리즈 우승 때는 제가 팀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있을 겁니다. 이 팀에 와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내년엔 좀 더 나아질 것이고, 개빈 폴체스키를 존경하기에 그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겉으로 최고의 활약을 보여 준 팀에서 내부 잡음이 하나도 나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훌륭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팀 성적을 거둔 한 해.
팀 구성원 대부분(특히 주전 선수들)이 몬스터 시즌을 거둔 결과이기도 했다.
결국, 40홈런을 치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2년 차에 0.341의 고타율에 38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30-30에 성공한 유격수 에이머 시나.
지난 시즌 확장 로스터로 합류해 0.295의 타율에 0.391의 출루율을 기록하며 풀타임 첫해 20-20에 리드오프로 자리를 잡고 있는 2루수 케이스 에이블.
후반기 타격 성적이 떨어지긴 했지만 골드글러브급 중견수 수비력을 보여 주며 25개의 홈런을 때려 낸 홀든 레시글리아스(타율 0.258).
40홈런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알린 진 테프먼, 이번 시즌에도 30홈런을 기록한 꾸준한 주머 데이비스, 0.285의 타율에 20홈런 및 핫코너를 든든하게 지킨 라이언 필로우, 0.267로 타율은 좀 낮았지만 12개의 보살을 기록하며 강한 어깨를 과시한 켄트 롱 등.
선발 로테이션은 누구 할 것 없이 제 몫을 다하고 있었고, 불펜 또한 예년보다 능력 있는 선수들이 자리 잡고 자신의 역할을 확실히 해 주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타율 0.382, 출루율 0.508에 77개의 홈런을 기록한 홍빈이 있었다.
시즌 마지막 날 77호 홈런을 쏘아 올리며 기존 1위였던 2001년 배리 본즈의 73호를 초라하게 만들어 버린 홍빈의 기록은, 홈런뿐만이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특출났다.
176타점(역대 4위). 156득점(역대 8위). OPS 1.445(역대 1위). 연속 출루 68경기(역대 3위).
WAR 17.8(역대 1위).
특히 타점이나 득점 기록 같은 경우에는 경쟁자들이 대부분 1920년대나 1930년대의 선수들이었다.
가장 단순하게 선수의 가치를 살펴볼 수 있는 지표인 WAR에서 17.8을 기록한 것은 1923년 베이브 루스의 15.0을 한참이나 뒤로 밀어내 버린 것으로, 필리스 감독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입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축하합니다. 메이저리그에 도래한 레드 빈의 시대를 처음부터 지켜볼 수 있는 것을요. 그는 시대를 대표하는 선수가 아닙니다. 이 시대가 그의 것입니다.”
포수 포지션이기에 더욱 가산점을 받은 경향은 있지만, 그렇다고 포수 수비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당대 최고의 수비력을 가졌다는 샘 이델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수비력.
게다가 이벤트성이긴 했지만, 시즌 마지막에 보여 준 환상적인 외야 수비 실력까지.
어떤 사람들은 홍빈에 대한 불만이나 불신을 쏟아 내곤 했지만, 홍빈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WAR에서 베이브 루스를 앞섰다는 건 이해가 안 가는데. 그는 고작 동양인이잖아. WAR이 조작되고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은 나만 드는 건가?
└그러니까 네놈이 레드 빈을 의심했다 이건가?
└아주 용감한 개자식이군.
└인종차별주의자에 음모론자라. 우리가 이런 놈에게 내려야 할 판결은 단 하나뿐이라고 생각하는데, 너희 생각은 어때?
└사형.
└교수형이지.
└징역 77만 년. 식사 제공 따윈 없을 거다.
└전기의자에 앉은 채 넛 앤 넛츠를 10번 부르면 전압을 조금은 낮춰 주지.
어쨌거나 해묵은, 경신이 불가능할 거라 여겨졌던 기록을 파괴하는 스타의 출현.
흔히 말하는 신계(神界) 수준의 선수는 리그 흥행을 홀로 멱살 잡고 이끌어 버리기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포스트시즌 흥행(아시아 중계권을 포함한) 예감에 행복해하며 끊임없이 이슈를 만들어 내려 하고 있었다.
3
“제기랄, 빌어먹을, 하. 이것 좀 봐.”
개빈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아이언 (개)빈의 위에 올라섰다.
위잉-
기계가 작동하고, 로봇 팔이 뽑혀 나와 개빈에게 포수 장비를 착용시켜 주었다.
“개브, 몇 번이나 하는 거야?”
바바라가 핀잔을 주자, 개빈은 경기장에선 볼 수 없었던 모습-어린아이 같은-을 보여 주었다.
“이런 게 나오다니. 세상 참 좋아지지 않았어?”
“개빈, 아마 14번쯤 말했을걸요.”
“젠장. 그렇게나 많이?”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은 샴페인을 잡히는 대로 퍼부었다. 우리는 한 경기라도 더 이기기 위해 집중력을 유지해 왔고, 축배를 드는 것을 조금 미뤄 왔었다.
물론 중간에 파티가 몇 번 있긴 했지만, 본격적인 파티는 뒤로 미뤄 뒀으니.
어쨌든 그 파티 이후, 아리와 아리의 부모님과 함께 아리의 집에서 가볍게 한 잔 더 하는 중이다.
“아빠, 정 아쉬우면 1년 더 해 보는 게 어때?”
술에 취한 개빈을 바라보던 아리가 배시시 웃으며 말하자 개빈은 눈시울을 붉히며…….
“영웅은 떠나야 할 때를 아는 법이지.”
( ;﹏; ): 정말 아름다운 대머리야…….
…….
개빈은 경기가 끝나고 내게 고백했다.
풀타임을 뛰는데, 홈런 한 방을 치고 나니 손에 힘이 빠지는 것이 너무나 슬펐다고.
근육이 좀 놀라서 그런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개빈은 많이 슬펐을 거다.
요정은 내 금강불괴를 개빈에게 줘야 한다느니 떠들어 댔지만… 미안해요, 개빈. 그건 좀.
“1년 더 해도 되지 않을까요? 300홈런 채울 때까지 외야수로 뛸게요.”
이건 어느 정도 진심이다.
나는 포수라는 포지션이 좋지만, 외야수로 뛰는 것이 절대 싫은 것은 아니다.
실전에서도 충분히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자신도 있으니까.
하지만 개빈은 고개를 저었다.
“젠장. 날 유혹하지 마. 이제 개빈 폴체스키는 코치의 길을 걸을 테니까.”
하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신체적인 한계를 느낀다는 것은…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라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열정을 몸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이야기니까.
분명 머릿속에서 스윙은 저만치 앞서 나가 있는데 실제 배트는 패스트볼 구속을 따라가지 못해 내야 플라이가 나온다거나 그런 거겠지.
“월드시리즈에서 끝내기 홈런 치셔야죠.”
“제기랄. 상상만 해도 멋진 일이군.”
개빈은 다시 장비를 벗고는 맥주를 들이켰다.
우리 중 누구도 개빈을 말리지 않았다.
좀 애매하긴 하다. 은퇴식을 하긴 했지만, 아직 2~3주 정도는 현역으로 뛸 테니까.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 나는 개빈과 단둘이 남게 되었다.
“난 네가 부러워.”
“전 개빈이 부러워요.”
“젠장. 뭐가 부러워?”
“멋진 가족을 가졌고, 멋진 은퇴를 했잖아요. 둘 다 제가 가져 보지 못한 것들이라고요.”
부모님이 계시긴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 20년간의 갭은 부모님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키웠을지언정 제대로 된 아들 노릇은 힘들게 만드는 정신적 마모를 가져왔다.
나도 더 잘하고 싶지만 핑계를 대자면 메이저리거는 바쁘고, 부모님을 위해 안타를 더 때려야 할 뿐이다.
ㅍㅅㅍ: 비겁한 변명이군.
그래. 그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우울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 애쓰는 인생은 생각보다 더 피곤하다.
“제기랄. 언젠간 너도 가지게 될걸.”
개빈은 애매하게 웃었다.
저 말 뒤에 ‘이런 멋진 가족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이라고 말하며 날 은근히 견제할 줄 알았는데.
개빈과의 심리적 거리가 굉장히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리의 이야기를 지금 꺼내고 싶지는 않다.
다른 이유도 있지만, 아리가 포스트시즌이 끝나고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으니까.
개빈이나 내가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사실, 신경이 안 쓰일 수는 없다.
아리가 걱정되는 마음과는 달리 야구에 집중해야 하는 지금 이 상황이.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요.”
내가 희미하게 웃으며 말하자, 개빈은 그제야 날 비웃었다.
“흥. 네 녀석이 어떤 꼴을 하고 살지 기대되는군.”
요새 아리의 임신 때문에 좀 덜 나댔더니.
개빈.
저는 개빈의 딸과 아주 행복하게 잘 살 예정입니다.
그리고 딱 개빈만큼 멋진 은퇴식을 할 거고요.
“좋아요. 장인어른. 지켜봐 주세요.”
“Janny aron? 그게 누구야? 메이저리건가?”
한국어로 말하니 알아듣지 못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속이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속이는 것 같아서 죄책감도 든다.
“흐흐. 아니에요. 작년 월드시리즈 기억나요?”
“작년 월드시리즈? 당연하지. 그걸 어떻게 잊겠어? 근데 그건 왜?”
“그때 개빈이 제 소원을 하나 들어준다고 했었죠.”
“맞아. 그래서 네 녀석이 지금까지 살아 있는 거지.”
나와 개빈은 마주 보며 웃었지만, 웃는 게 웃는 것이 아니라는 게 이런 걸까.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딸과 연애하는 걸 살려 줬는데 결혼하겠다고, 그것도 임신했다고 말하면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하나 더 안겨 줘도 살려 줄까?
ㅇㅅㅇ: …….
ㅇㅅㅇ: 참고로 말하는데 3회 차는 없다.
…….
혹시 총알 막는 스킬이나 부활 같은 스킬은 없냐?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말이야.”
“네. 말씀하세요.”
“네가 만약에, 아주 만약에. 그러니까 5조 분의 1 확률로 네가 아리랑 결혼한다면.”
“…….”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술에 취한 개빈은 악당 같은 웃음을 짓더니, 이렇게 말했다.
“넌 정말 운이 좋은 놈일 거다. 77홈런을 친 것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나는 그냥, 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아리처럼 웃으며 대답했다.
“제 인생의 잭팟이겠죠. 77홈런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게요. 777이 열 번 연속으로 터진 것보다 훨씬 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