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late's Villain RAW novel - Chapter (322)
홈플레이트의 빌런-323화(323/363)
# 323
전설적인 데다가 레전드 (2)
1
“80개가 아니라 77개라도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하게 될 거야.”
아리는 평소처럼 밝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바바라는 우리가 나눈 대화에 어깨를 으쓱하면서, ‘그럼, 뭐든 대단한 거지. 정말 대단한 거야.’라고 날 치켜세워줬지만, 개빈은 속이 쓰린지 배를 문지르며 우리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뭐, 80개가 뭐?”
아빠의 촉인가, 아니면 그냥 아리와 내가 하는 모든 걸 의심하려는 기계적인 습관인가.
“사실 전 80홈런에 도전하고 있었거든요.”
“젠장, 양심도 없는 꼬마 놈.”
“마지막 경기에서 4연타석 홈런을 쳤으면 성공했을걸요.”
“젠장, 그게 말처럼 쉬운… 제기랄.”
“어렵긴 하죠. 저도 올 시즌 두 번밖에 못 했으니까요.”
“개브, 아침부터 빈 괴롭히지 마.”
“내가 언제…….”
재밌는 광경이다.
개빈은 항상 바바라한테 쩔쩔매지만, 그렇다고 바바라가 개빈을 무시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아리는 자기 부모님의 그런 모습에 웃었고, 개빈은 식사가 끝나기 무섭게 나를 데리고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그래.
아리와 사귄 후 여기서 캐치볼을 했었다.
그리고 난 날 죽이지 말라고 했었고…….
ㅎㅅㅎ: 소원의 유효기간이 있다면…….
끔찍한 소리 하지 말자. 너 나 없으면 어떡할래?
ㅍㅅㅍ: 대머리한테 가지, 뭐…….
은퇴한 사람한테 가서 뭐 하게.
“이번 포스트 시즌은 만만치 않을 거야.”
어떤 경기든 만만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챔피언이 애송이한테 크게 맞을 수 있는 게 야구다.
“모든 경기가 만만치는 않았죠.”
“흐흐, 특히 꼬마 너한테는 더 그렇겠지.”
“음, 그렇겠죠.”
포스트 시즌 경기는 누구나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필리스의 총력전은 논외로 치더라도 어떤 팀들의 총력전은 내게 볼넷을 주는 것으로 시작할지도 모른다.
배리 본즈는 73개의 홈런을 친 다음 해에 46개를 쳤고, 그 뒤는 2년 연속으로 45개의 홈런을 쳤다.
물론 새미 소사나 마크 맥과이어 같은 선수들은 다른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지만, 포스트 시즌에서 홈런 한 방이 갖는 가치와 한 경기가 갖는 가치를 생각해 보면 내게 수없이 많은 볼이 쏟아지리란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좋은 생각이라도 있나?”
좋은 생각이라.
음, 글쎄.
생각을 하긴 했지.
ㅇㅁㅇ: 생각을……?!
…어, 그래, 생각을.
가끔은 배드볼 히팅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포스트 시즌의 안타는 3천 안타에 카운트되지 않는다.
그리고 볼넷-출루의 가치 또한 분명히 크다.
하지만 출루율이 좀 낮아지더라도 큰 거 한 방이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므로.
“기회가 온다면 무작정 때릴 때도 있을 거예요.”
“어떻게?”
“배트를 길게 잡고 그립을 낮게 조정해서요.”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때리겠다는 거지?”
“거기에 스탠스도 평소보다 조금 넓게 잡을 겁니다.”
나는 개빈에게 내가 준비한 자세를 보여 주었다.
“흐흐, 삼진 다섯 개를 당하고, 댓글 50,000개를 받게 될지도 모르지.”
“그럴지도 모르죠.”
그리고 나는, 극단적인 어퍼 스윙을 개빈에게 보여 주었다.
“하지만 걸리면 넘어갈 수도 있어요.”
누가 나오든 상관없다.
일단 포인트를 잡아야 하는데, 챔피언십 시리즈 혹은 월드 시리즈 중 하나다.
“큭큭, 걸리면 넘어가겠지. 일 년 내내 그랬던 것처럼.”
“우리와 만나게 될 세 팀 중 하나는 특히 더 그럴걸요.”
“왜 하나만이야? 셋 다 그러면 안 되나?”
난 홈경기 OPS가 원정 OPS보다 1할 정도는 더 높다.
여러 가지 영향이 있겠지만, 홈에는 척화비가 있기도 하니까.
그리고 새 척화비 건립 쿨 타임이 아마 챔피언십 시리즈 시작 때쯤이었지?
“물론 셋 다 두들기기 위해서 노력할 겁니다.”
내가 씩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개빈은 기분 좋아 보이는 얼굴로 자기 왼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여기에 평생 끼고 다닐 반지 하나를 선물해 달라고. 좋아, 몸이나 풀지.”
개빈과 나는 포수용 미트가 아니라 그냥 글러브를 끼고 간격을 벌렸다.
“팔 저리면 이야기해요. 살살 던질게요.”
“하, 개빈 폴체스키를 뭐로 보고?”
우리는 2시간이 넘게 전력으로 캐치볼을 했다.
개빈의 스마트폰이 울리기 전까지.
개빈은 부들거리는 팔을 겨우 내리면서 끝까지 내게 허세를 부렸다.
“흐, 흐, 꼬마, 운이 좋았어. 전화가 널 살린 거야.”
좀 더 놀리면 몇 시간이고 더 할 기센데.
뭐… 미래의 장인어른에게 한 번 정도는 져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좋아요, 항복하죠.”
“제기랄, 나쁜 놈.”
“왜요?”
“하여튼 그런 게 있어.”
ㅍㅅㅍ: 나쁜 놈.
내가 대체 뭘?
2
2030년의 메이저 리그 정규 시즌은 종료되었지만, 당연히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포스트 시즌.
그리고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막차를 타기 위한, 와일드카드 결정전.
리그가 종료되고 하루의 일괄적인 휴식이 주어졌고, 홍빈은 개빈과의 캐치볼 후 포스트 시즌에서 사용할 타격 자세 연습에 매진했다.
대부분의 선수는 휴식을 취하거나 경기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홍빈만큼 본격적인 준비를 하는 선수는 거의 없었다.
필리스의 몇몇 젊은 선수는 홍빈의 집에 방문하고 싶어 했지만, 홍빈은 개인적으로 준비할 것이 있다며 모두 거절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고, 10월 3일.
내셔널 리그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마이애미 말린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서로가 가진 가장 강력한 패를 내세워 단판 승부에 나섰다.
15승 5패에 평균 자책점 2.98을 기록한 말린스의 ‘슬라이더 라이프’ Y.J.라이프.
17승 8패에 평균 자책점 3.03을 기록한 ‘앵그리버드’ 바니 앤그레이프.
“누가 이길까?”
“난 카디널스가 이겼으면 좋겠어.”
“난 말린스.”
결국 홍빈의 집에 쳐들어온 레드 하우스의 멤버들은 각자 하고 싶은 말을 내놓았다.
누군가는 말린스전에서 안 좋았고, 누군가는 카디널스전에서 안 좋았고.
다들 말을 뱉으면서 홍빈을 바라보았다.
“빈, 누가 올라올 것 같아?”
“음, 말린스?”
“하지만 앵그리버드는 가을에 강하지. 내기 어때?”
“나도 카디널스.”
이 경기에서 맞붙게 된 두 선발투수의 이번 시즌 성적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언론이 카디널스의 승리를 예상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였다.
바니 앤그레이프가 보여 준 포스트 시즌의 퍼포먼스는 남다른 것이었으니.
물론 지난해 디비전 시리즈에서 홍빈에게 당한 바 있지만, 2점 초반대의 포스트 시즌 평균 자책점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라이프도 만만치 않을걸.”
“그건 그렇지.”
“그래도 첫 포스트 시즌인데 긴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가을의 앵그리버드는 굉장하지. 팬이었다고.”
물론 바니 앤그레이프는 가을에 더 굉장해지는 투수지만.
사람들은 말린스를 볼 때 Y.J.라이프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글쎄, 그냥 말린스가 이길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뿐이야. 난 말린스에 1,000달러.”
“흠, 쪼잔하게 1,000달러가 뭐야. 차라도 한 대 거는 게 어때?”
“네놈의 목을 걸면 그 내기에 응해 주지.”
“쳇.”
어쨌든 경기는 시작되었다.
볼넷, 삼진, 삼진, 삼진.
삼진, 범타, 삼진.
0, 0, 0.
0, 0, 0.
양 팀 다 괜찮은 공격력을 가진 타자들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투수는 끝내주는 구위와 제구력으로 상대를 꽁꽁 틀어막고 있었다.
Y.J.라이프는 시작하자마자 볼넷 하나를 내주면서 첫 포스트 시즌 경기에 긴장한 모습을 보여 주긴 했지만, 세 타자 연속 탈삼진으로 긴장은 한 타자면 족하다는 것을 증명하다시피 했고.
4이닝까지 노 히터와 퍼펙트를 기록하며 투수전을 이어 갔다.
-바니 앤그레이프! 파비오 인시그니테마저 범타로 돌려세웁니다! 투수 앞 땅볼!
-이건 양 팀 타자들이 무기력하다기보다는 양 팀 투수들이 너무 좋은 공을 던지고 있는 겁니다.
-수준 높은 투수전을 이어 나가고 있는 양 팀입니다. 두 팀 중 하나에 홍빈이 있었더라면 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지만요.
-하하, 그가 있었더라면 경기의 양상이 조금은 달라졌겠죠. 혼자서도 스코어보드에 무언가를 새길 수 있는 최고의 선수니까요.
“안 끼는 데가 없네.”
“제기랄.”
“저 잘난 놈.”
“거만한 거 좀 봐.”
난데없이 해설에서 이어지는 홍빈의 칭찬에, 소파에 몸을 파묻고 누워 있는 홍빈에게 눈초리가 쏟아졌다.
“젠장, 뭐? 내가 뭐 했다고? 내 집에서 편하게도 못 누워 있냐?”
홍빈은 항변했지만, 해설자들은 뜬금없이 남의 경기에서 홍빈 칭찬을 몇 번이나 더 쏟아 냈다.
그 뒤로 안타가 나오긴 했지만, 7회까지 양 팀은 무득점.
그쯤 되자 에이머 시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연습용 배트를 가져오더니 휘두르기 시작했다.
“갑자기 뭐 해?”
“젠장, 공 좀 봐. 이제 우린 저걸 쳐야 한다고.”
“Fuck. 맞아.”
케이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자 다른 타자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배트를 잡고 거실로 돌아왔다.
투수들은 타자가 어떤 코스, 어떤 공에 약한 모습을 보여 주는지 집중해서 보느라 눈이 빠질 지경이었고.
타자들은 커다란 TV에서 투수가 공을 던지는 것을 보고 타이밍에 맞춰 스윙 연습에 빠졌다.
“벼락치기 한다고 되겠냐?”
홍빈은 내심 이 어린 선수들이 대견하게 느껴졌지만, 농담 삼아 그렇게 말했다.
선수들은 홍빈에게 다들 한마디씩 했지만 홍빈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필리스의 내셔널 리그 디비전 시리즈 상대는 말린스로 결정되었다.
-마이애미 말린스! 외나무다리 한판 대결에서 카디널스를 꺾습니다!
-Y.J.라이프, 8이닝 2피안타 1사사구 무실점으로 카디널스를 잡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로저 스완슨의 깔끔한 세이브! 그리고 파비오 인시그니테의 투런 홈런으로 2 대 0으로 말린스가 승리했습니다!
-이로써 말린스와 필리스의 대진이 확정되었군요. 벼랑 끝 승부에서 가장 믿을 만한 카드인 Y.J.라이프를 사용한 말린스가 과연 필리스를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 줄까요!
“…젠장, 다 해 먹어라.”
“좋겠다. 야구 잘 알아서.”
“잘 먹고 잘살아라.”
대부분이 카디널스의 승리에 건 레드 하우스의 멤버들은 불만을 표하며 베팅했던 돈을 홍빈과 짐에게 건넬 수밖에 없었다.
“그러게 날 믿었어야지.”
“맞아, 빈을 믿으라고.”
거만하게 말하는 홍빈과 홍빈의 광신도인 짐이 내기에 진 자들을 비웃었다.
홍빈의 친구들은 경기를 관람한 후에도 자극을 받았는지 한참이나 연습 삼매경에 빠졌고, 홍빈은 그들이 훈련하는 영상을 찍어 개빈에게 전송했다.
-개빈, 당신의 새 반지를 위해서 이렇게 다들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잠시 후, 개빈의 답장이 도착했다.
-홀든한테 턱이 들린다고 전해 줘. 케이스는 무게 이동이 이상하잖아! -Jonny aron.
-멍청한 애송이놈들. -Jonny aron.
-밥은 먹고 하나? -Jonny aron.
3
다음 날, 뉴욕 양키스와 텍사스 레인저스 간에 벌어진 아메리칸 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양키스의 3 대 1 승리로 끝났다.
양키스의 베이커 에이머리는 아직도 복귀하지 못했지만, 롭슨 언더우드는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7이닝 1실점 승리투수가 되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두 경기에서 나온 점수는 합계 6점.
사실 시원한 타격전이 나오지 않은지라 흥행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일부의 의견이 있었지만, 일단 아메리칸리그 디비전 시리즈 대진이 양키스 대 레드삭스가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어느 정도는 흥행 보장이 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인디언스와 애슬레틱스의 대진에는 흥미가 좀 덜할 수는 있지만.
“아들, 이 기사 봤냐?”
오늘 도착해 시차 적응이 덜 되셔서 아직 눈이 퉁퉁 부어 계시는 아버지는 흐뭇한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내미셨다.
[점수가 적게 나는 조용한 메이저 리그 포스트 시즌? 그건 아직 홍빈이 있는 필리스가 경기를 하지 않아서일 뿐이다.] [기대 이하의 KBO 시즌 막바지. 야구팬들이 눈을 돌린 곳은 MLB의 필리스.] [한국인 최초 메이저 리그 MVP가 될 홍빈의 필리스. 월드 시리즈 연속 우승에 도전할 자격은 충분하다.]한국 포털의 스포츠 뉴스는 내 이야기로 도배가 되다시피 하고 있다.
국뽕이 아주 넘쳐흐르는구먼.
“내용은 다 똑같고, 제목만 다르던데요.”
“네 아빠는 맨날 메이저 리그 뉴스만 보고 계셔.”
“그럼, 내 아들이 어떤 아들인데.”
“네 아빠가 거기 댓글 다는 데 재미를 붙여 가지고…….”
“큰일 해야 하는 아들한테 그런 쓸데없는 얘기를 왜 해.”
부모님은 여전히 투덕대시지만, 그래도 사이는 좋아 보인다.
음, 미리 두 분한테 말해 놓을까?
“아버지, 어머니.”
오랜만에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돈까스를 한입 베어 물고 그렇게 말하자 두 분은 내게 집중하셨다.
왜 이렇게 진지하게 쳐다보셔?
ㅍㅅㅍ: 이놈이 또 무슨 쓸데없는 소릴 하려고 그러나…….
“저 이번 시즌 끝나면 결혼하려고요.”
정말 오랜만에 함께하는 아침 식사 자리에서 폭탄을 던지자 두 분은 흐린 눈으로 날 바라보셨다.
“난 얘랑 이제 아침밥 같이 못 먹겠다. 넌 아침 먹을 때마다 사람을 놀래는 재주가 있냐.”
“이 양반아,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 봐! 누구? 누군데? 설마…….”
음.
“개빈의 딸이요. 아리아나 폴체스키. 누군지 아시죠?”
내 입에서 아리의 이름이 나오자 아버지는 입을 크게 벌리고 날 바라보셨다.
ꉺ□ꉺ: ……?!
ꉺ□ꉺ: 아니, 그 예쁜 아가씨가 뭐가 부족해서 결혼까지?
ꉺ□ꉺ: 물론 우리 아들이 잘나긴 했지만, 그 아가씨는 진짜…….
ꉺ□ꉺ: 외모에서 너무 차이가…….
ꉺ□ꉺ: 하긴 외모가 다는 아니지만… 너무 차이가…….
…….
야.
부자 사이를 갈라놓을지도 모르는 그런 위험한 이간질은 그만둬 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