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late's Villain RAW novel - Chapter (324)
홈플레이트의 빌런-325화(325/363)
# 325
전설적인데다가 레전드 (4)
1
디비전시리즈는 5전 3승제인 시리즈다.
그리고 이런 형태의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첫 경기는 매우 중요하기 마련이다.
첫 경기, 첫 득점 같은 것들이 시리즈를 좌우하는 것을 수없이 봐 온 야구 팬들이다.
그리고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첫 경기 1회 말 필리스의 첫 공격.
필리스가 자랑하는 어린 유격수와 어린 포수의 백투백홈런. 심지어 이 두 선수는 매터스 퀄카에게 예전에도 백투백홈런을 때린 적이 있었다.
1회부터 장타가 터지면서 게임을 묘한 분위기로 끌고 가는 필리스의 필승 패턴은, 필리스를 상대하는 팀들이 가장 경계하는 경기 흐름이기도 했다.
“어차피 우승은 필리스!”
“Nut and nuts!”
“말린스, 고생했어! 이제 집에서 TV로 포스트시즌을 감상할 시간이야!”
“Nut and-broken nuts!”
“하필 필리스랑 같은 지구라니! 미안하지만, 꺼져!”
“Nut and-iron nuts!”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두 개의 홈런을 맞은 선발 투수가 보일 반응은 몇 가지가 있다.
그리고 매터스 퀄카는 그 반응 중 꽤 정석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Fuck. Fuck. Fuck.’
“Fuck!”
자기도 모르게 고함을 쳐 버린 매터스 퀄카는, 아직 이 경기에서 자신이 잡은 아웃카운트가 한 개뿐이라는 사실에 직면해야 했다.
따악-!
진 테프먼이 풀카운트에서 밀어 친 타구는, 당겨 칠 거라 생각했던 외야수가 잡을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갔다.
진 테프먼의 스피드를 생각하면 단타로 막을 수 있었을 법한 타구였지만 수비 시프트의 실패로 2루타로 둔갑했다. 평소 수비 시프트의 적중률이 굉장히 높던 조쉬 애커튼을 생각해 보면 불운에 가까운 일이었다.
야구에서는 언제나 불운한 선수를 볼 수 있다.
한 경기에서 불운하다 하더라도 162경기를 치르는 정규 시즌이나 몇 년 동안 쌓인 커리어 기록을 보면 평균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딱!
“Whoooooooooooooo!”
거기서 그치지 않고, 발이 느린 주머 데이비스의 타구가 2루 베이스를 맞고 높게 튀어 올랐다.
“세이프!”
하지만 단기전에서는 평균의 마법 같은 것은 없다. 불운을 극복해 낼 만큼 많은 표본이 만들어지지 않는 탓이다.
만약 진 테프먼을 단타로 막아 내고 타구가 베이스를 맞고 튀어 오르지 않았더라면 병살일 가능성이 높았으나, 불운은 말린스에게 1루와 3루에 주자를 제공했다.
백투백홈런을 맞은 충격에서 헤어 나오기도 전에 불운으로 인해 1사 1, 3루 상황을 마주하게 된 매터스 퀄카를 진정시키기 위해 포수가 마운드를 방문했지만.
“매티.”
“…….”
매터스 퀄카는 이미 폭발 직전의 상태였다.
정규 시즌에도 필리스에게 좋지 못했기에 이번엔 복수하려고 칼을 갈았건만.
첫 두 개의 홈런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 상황은 따지고 보자면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으니.
“다음 타자는 떨어지는 공에 약해. 적당히 떨어뜨려서 병살을 노리자고. 1루 주자가 발이 많이 느리잖아. 우린 이걸 해결할 수 있어. 그 정도 제구는 너라면 언제나 할 수 있잖아?”
“…….”
아랫입술을 꽉 깨문 매터스 퀄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할 뿐.
포수의 말은 옳았다.
홀든 레시글리아스는 일발 장타력이 있기는 하지만 스윙 메커니즘 상 떨어지는 공에 약점이 있는 타자.
포수는 투수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고, 내야수들도 의욕을 불태웠다.
하지만 야구에서 불운은 종종 겹쳐서 나오곤 한다.
딱!
비교적 작은 체구에 비해 장타를 많이 생산하지만, 스윙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홀든이 커브를 헛 쳐 그라운드 볼이 나왔다.
“Boooooooooooo!”
보기에는 무난한 병살로 이어질 듯싶었지만 2루수 브루브 케어니가 타자 주자의 주력을 의식해 송구 실수를 범했다. 부정확한 송구가 바운드되는 과정에서 1루수의 포구 실책이 겹쳤고, 이닝이 종료되어야 할 상황에 1실점 추가 및 2사 1루가 되어 버린 것이다.
“매터스- 퀄카-! 필리스 비밀 멤버십의 V-I-P-!”
인신공격 및 조롱으로 언제나 제 몫(!)을 하고 있는 필리스 팬들은 이럴 때야말로 투수를 공격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매터스- 퀄카-! 필라델피아 출신의 골수 필리스 팬!”
물론 매터스 퀄카는 필라델피아 출신도, 필리스 팬도 아니지만, 애당초 필리스 팬들에게 그런 것 따위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으니.
“매터스- 퀄카-! 필리스는 네 공을 잊지 않을 거다!”
이런 것과는 별개로, 팀에서 방출된 선수에서 포스트시즌 진출 팀의 2선발 투수가 된 인생 역전의 주인공 매터스 퀄카는 이쯤에서 수비수를 믿어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위험한 생각이지만 투수라면 누구나 해 보는 생각.
혼자 해결하겠다는 것은 결국 삼진을 잡아내겠다는 것이고, 삼진을 잡아내기 위해선 존 안으로 공격적인 승부를 펼쳐야 하는 법이다.
“스트라이크- 아웃!”
그런 생각으로 7번 타자 라이언 필로우에게 삼진을 따낸 매터스 퀄카는 그런 생각을 더욱 굳혔다.
첫 이닝에서 두 개의 탈삼진을 기록하고도 3실점 한 매터스 퀄카의 눈은 2회 초에 등판한 짐 플로렌스에게 향했다.
짐 플로렌스는 1회에 두 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삼자범퇴로 마무리했고, 2회에도 삼진 두 개를 포함해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경험이 부족한 타자들은 1회에 3점을 내주자 점수를 따라가야 한다는 의욕이 앞서서인지 공을 제대로 때려 내지 못했고, 퀄카는 역시 타자들은 믿을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마운드로 향했다.
2
경기 전 우리의 전략은, 능숙한 변화구 구사 능력으로 보더라인 투구를 즐기는 매터스 퀄카에게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이었다. 나는 초구에 배트를 내긴 했지만, 나는 축구로 보자면 프리롤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난 달리든 휘두르든 뭘 하든 팀 내에서 완벽한 자유도를 부여받은 팀의 핵심…….
( ◣ 益◢)y━・~: 왜 이렇게 혓바닥이 길어?
…흠흠. 어쨌든, 그 기조대로 공격에 나선 라이언은 삼구삼진을 당했다.
“패스트볼만 세 개를 던지던데. 화가 많이 난 것 같더라고. 켄트, 어쩌면 공격적으로 승부해 봐도 좋을지 몰라.”
하지만 이런 힌트를 팀 동료들에게 전해 준 것만으로도 자기 역할을 다 했다고 할 수 있다.
1회 말에 이미 3점을 내서 여유가 있는 상태에서, 켄트는 조금 공격적으로 나가 보기로 했다.
성공한다면 한 번 더 두드리는 거고, 켄트가 실패한다면 조금 더 지켜보는 것이고.
그리고 타석에 나선 켄트는 초구를 때려 안타를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켄트! You can!”
“퀄카! You can’t!”
켄트는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에게 윙크를 날렸고, 짐은 삼진을 당했다. 이 팀에서 이렇게 무기력한 삼진을 당하고도 욕을 안 먹는 건 짐이랑 개빈뿐이지 않을까.
“Whoooooooo!”
1사 상황이긴 하지만 주자가 나가 있고, 케이스와 에이머로 이어지는 타선이면 충분히 무언가를 더 만들어 낼 수 있다.
아무리 짐이 오늘 컨디션이 좋다지만, 추가점이 나온다면 경기를 더 쉽게 풀어 나갈 수 있다.
여기서 2~3점을 더 낼 수 있다면?
말린스가 하위권 불펜을 내놓는다면 손쉽게 첫 경기를 따낼 수 있을 것이고, 그래도 추격하겠다고 불펜을 총 가동한다면 시리즈 내내 불펜 체력 비축으로 인한 우위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딱!
“세이프!”
1사 1, 2루.
딱!
“세이프!”
에이머는 조금 운이 따랐다. 공격적으로 스윙했는데 살짝 빗맞은 타구가 중견수 앞에 뚝 떨어졌다.
그리고 장엄한 리버티 벨의 종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우리 팬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서.
“R-E-D-B-I-N-!”
“매터스- 퀄카-! 또 하나 부탁해!”
“네놈은 겁쟁이냐- 아니면 메이저리거냐!”
“빈! 놈의 불알을 지구 밖으로 날려 버려!”
내가 전광판의 숫자를 3에서 7로 바꿔 주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었다. 귀가 따가울 지경이다. 누구 하나 자리에 앉아 있지 않은 것 같다.
。ꏿ﹏ꏿ)゙: 이, 이건……!
뭐?
。ꏿДꏿ): 월드 클래스 관심종자… 최대치!
3
“포수는 정말 힘든 직업이야. 그렇지?”
투수를 만나러 마운드에 다녀온 조쉬 애커튼이 푸념 섞인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동감하는 바다. 포수는 진짜, 정말, 너무나도 힘든 직업이다.
“맞아. 그럴 땐 투수의 엉덩이를 걷어차 주면 돼.”
“미안하지만 난 너처럼 사람을 잘 때리질 못해서.”
“필리스로 오면 특훈을 시켜 줄게.”
“아니. 그것보단 좋은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나는 어깨를 으쓱하곤, ‘그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라고 중얼거렸다.
“고의사구는 아닌 것 같아 다행이네.”
“점수를 더 내주면 안 되니까.”
“그럼 정면 승부?”
“일단, 병살을 따낼 생각이야.”
“누구나 그런 꿈을 꾸곤 하지.”
“꿈이 이루어질 때 더 짜릿한 법 아니겠어?”
항상 느끼지만, 욕설이나 위협으로 기를 꺾어 놓을 마음이 들지 않다 보니 만담처럼 보이곤 한다.
“좋아. 면담 시간은 끝났어.”
분위기가 살벌하지 않다 보니 심판도 평소보단 부드럽게 우리 대화를 끊는다.
이럴 때 욕받이 토템을 쓰면 더없이 좋겠지만.
어그로의 화신 스킬의 히든 유틸리티 둘을 발동시킨 것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좀 보자.
퍼억!
“볼!”
꽤 위협적인 코스.
머리를 맞히기보다는 홈에서 조금 멀리 떨어지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담긴 공이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널 때리고 싶진 않거든.”
“음. 다행인가?”
“머리에 맞힐 거면 맞고 나서 그냥 도망가. 투수만 죽여 버릴 테니까.”
“그런 일이 없길 바라. 실투였거든.”
누가 보면 살벌하게 보이겠지만, 사실 이건 다정하게 걱정해 주는 말이다.
음. 덕아웃을 힐끔 바라보니, 개빈이 벌써 뛰쳐나올 준비를 하는 것 같다.
“은퇴를 앞둔 노장의 주먹은 매우 맵다고 투수에게 사인을 보내 줘.”
“실투였어.”
다시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매터스 퀄카가 날 상대로 만루에서 선택할 수 있는 공은 어떤 것일까.
기본적으로 타자를 떨어뜨리려 한다는 것은 바깥쪽 흘러나가는 변화구를 던지려는 신호다.
“볼!”
예상대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
스트라이크 하나 없이 볼 두 개면 슬슬 여기서 하나 정도는 넣으려 할 텐데.
따아악-!
“파울!”
파울 폴 밖으로 휘어져 나가는 파울 홈런.
너무 퍼 올렸는지 아주 조금 깎여 맞았다.
그래도 지금의 이 타격 접근법을 바꾸고 싶은 마음은 없다.
눈에 힘을 주고, 투수의 눈을 노려본다.
투수는 입술을 깨물고 있다. 아마 많이 긴장된 상태일 테지.
일반적인 타자라면 외야로 타구를 보내기만 하면 성공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타격하면 되지만.
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 팀의 핵심 타자고,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WAR를 찍은 데다, 시즌 최고 홈런 기록을 경신한 타자다.
따아아악-!
그건 고작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올리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살짝 낮게 떨어지는 스플리터. 아마 내버려 뒀다면 볼이 되었을 테지만, 어퍼스윙으로 크게 퍼 올린 스윙에 제대로 걸린 타구는 종착지를 보지 않아도 확실히 홈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타구를 감상하지 말란 법은 없다. 아니, 어쩌면 그렇기에 내가 때린 아름다운 아치가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 더 오래 볼 수 있었다.
٩(⸝⸝⸝◕ั ௰ ◕ั⸝⸝⸝ )و: 아, 아름다워……!
요정마저도 자기도 모르게 감탄한 그 거대한 타구.
거대한 콘서트장이 되어 버린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리버티 벨의 연주자가 된 나는, 배트를 오른손으로 가볍게 들어 등 뒤로 넘겨 버리곤 베이스를 돌았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으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레드 비이이이이이이이인!”
이 그랜드슬램을 간절히 원했던 우리 팬들은, 진짜 그랜드슬램이 터져 버리자 이성을 잃고 넛 앤 넛츠를 부르는 것조차 잊어버렸는지 괴성을 질러 댔다.
4
[NLDS 1차전) 마이애미 말린스 0 : 9 필라델피아 필리스.] [NL 사이 영 상이 확정적인 짐 플로렌스, 14K 완봉승! NL MVP가 확정적인 홍빈, 2홈런 5타점!] [필리스에겐 환상적인 밤, 말린스에겐 끔찍한 밤.] [홍빈과 짐 플로렌스 배터리, 말린스를 구렁텅이로 차 버리다.] [필리스 감독, ‘선수들에게 1년 내내 했던 대로만 하라고 말했고, 선수들은 정말 1년 내내 했던 대로 했다. 그 말은 필리스가 챔피언답게 플레이했다는 이야기다. 내일 선발은 로즐 펠리시다드다.’] [말린스 감독, ‘경기 초반 실책성 플레이가 컸다. 매터스는 불운했을 뿐이다.’] [말린스, 2차전 선발로 9일 전 홍빈에게 홈런을 맞았던 케빈 하인스 예고. Y.J.라이프가 없어 뼈아픈 말린스.] [짐 플로렌스, ‘위대한 포수와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 [4안타(1홈런)로 활약한 에이머 시나, ‘레드 빈이 최고겠죠.’] [홍빈, ‘개빈에게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반드시 선물해 주고자 하는 마음뿐이었다.’] [개빈 폴체스키, ‘휴식 기간 동안 어린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열심히 훈련했다. 필리스는 지금 아주 단단하다.’] [홍빈을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할 말린스, 해법은 있나?] [진격하는 챔피언. 우려할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