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late's Villain RAW novel - Chapter (336)
홈플레이트의 빌런-337화(337/363)
< 337화 Like a G (5) >
1
파이레츠에 PNC 파크의 여포가 있다면, 필리스에는 ‘해적 사냥꾼’ 브래들리 쇼 주니어가 있다.
쇼와 상대했던 과거의 파이레츠 타자들은 그렇게들 말하곤 했다.
“저도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천적 관계란 그런 것이다.
이유가 있겠는가.
쇼를 상대로 평범하거나 괜찮은 성적을 기록하던 타자라도 파이레츠 유니폼을 입으면 쇼에게 제대로 된 타구를 만들어 내지 못하곤 했다.
그리고 당사자인 브래들리 쇼 주니어는 이 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잘 모르겠어요. 음. 그냥 그들의 검은색과 노란색이 섞인 유니폼을 보면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이 들긴 하죠.”
물론 그 말이 모두 거짓말임을 다들 알고 있었다.
흰색이나 회색 혹은 이벤트성의 밀리터리 유니폼 등을 입은 파이레츠를 상대로도 쇼는 잘 던지곤 했으니.
“홈에서 언제나 좋은 모습을 보여 주던 댄 로저스의 1회 초가 끝났습니다. 레드 빈에게 큰 거 한 방을 얻어맞으며 분위기가 조금 침체되긴 했지만, 이제 시작이죠.”
“그렇습니다만 파이레츠는 첫 두 경기 동안 단 1점을 뽑아내는 데 그쳤습니다. 게다가 필리스 불펜 투수들은 졸지에 모두 실직자가 되어 버렸죠.”
“파이레츠 팬들은 팀이 아직 포기하지 않았기를 바랄 겁니다. 어떤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까요?”
“해적 사냥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브래들리 쇼 주니어를 어떻게 공략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 되겠습니다. 사실 수비하는 모습을 보면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거든요. 아직 타자들의 집중력은 살아 있습니다.”
해설자의 말대로 파이레츠 선수들의 눈은 포기한 자들의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딱!
분명 투지는 팀을 살려 낼 수 있는 원동력일 테지만.
1회 초 파이레츠 야수들이 호수비를 보여 준 것에 질세라, 여전히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는 필리스 야수들도 만만치 않았다.
“아웃!”
발 빠른 헥터 페트먼의 밀어 친 타구를 케이스 에이블이 끝까지 쫓아가 잡아낸 후, 무릎 꿇은 자세 그대로 1루로 송구해 아웃을 따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파이레츠와 필리스 간의 챔피언십시리즈를 축약시켜 보여 주는 듯한 장면.
포기하지 않고 끈질긴 야구를 하는 파이레츠.
그리고 역사상 가장 많은 승리를 거둔 원동력에는 실력뿐만이 아니라 집중력도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필리스.
“케이스 에이블이 오늘도 건실한 수비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간발의 차이로 아웃! 글러브에서 공을 빼는 동작이 조금만 늦었다면 선두 타자에게 출루를 허용할 뻔했습니다!”
“브래들리 쇼 주니어가 그에게 엄지를 치켜세우는군요. 하하. 케이스 에이블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제스쳐를 취합니다.”
사람들은 파이레츠와 필리스의 대결을 두고 팀 케미스트리와 스타 군단의 싸움이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간과하거나 차마 생각지 못한 것은, 필리스의 스타 선수들 중 많은 수가 작년 초중반만 하더라도 마이너리거였거나 절대 스타 소리를 들은 적 없는 선수라는 것이다.
“두 팀의 집중력이 상당합니다. 이 경기,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즐거운 게임이 되리라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기록만 보면 스타급이지만 여전히 최저 연봉을 받고 있는 필리스의 어린 선수들.
흔히 어린 선수들이 갑작스레 스타가 되면 자만하거나 집중력을 잃곤 하지만, 필리스에서는 그런 일은 없었다.
팀의 레전드이자 40대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버틴 포수 개빈 폴체스키의 영향력. 그리고.
20-20을 하고 30-30을 해 봤자 77홈런을 친 홍빈의 앞에서 자만심을 드러낼 선수가 세상에 있을 수 있겠는가.
“쇼 주니어! 2번 타자 욘 아르미우에게 삼진을 따냅니다! 커브, 싱커, 슬라이더를 각각 한 번씩 던지며 삼구 삼진! 자신이 왜 해적 사냥꾼으로 불리는지 보여 주는군요! 환상적인 퍼포먼스입니다!”
그리고 쇼 주니어는 진짜 해적 선장 O.J.레이튼을 상대로 4구째 싱커.
딱!
잡아당겼지만 살짝 빗맞은 타구의 아랫부분에 스핀이 걸려 절묘하게 3-유 간을 빠져나가려는 찰나.
“에이머! 에이머 시나! 그가 날았습니다! 엄청난 운동 능력! 와우! 날아서, 잡고, 그리고-!”
에이머가 다이빙 캐치 후 던진 공이 주머 데이비스의 미트에 강력하고 빠르게 꽂혔다.
“아웃! 삼자범퇴! 이 어린 키스톤콤비를 보세요! 필리스의 센터라인은 정말 탄탄합니다! 2승을 선점하고도 아웃 카운트 하나를 허투루 여기지 않습니다! 해적 사냥꾼이 밝게 웃는군요! 스코어 1 대 0! 고작 1이닝이 끝났을 뿐이지만 양 팀 선수들의 집중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
스포츠는 일종의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이다. 그러다 보니 스포츠에 종사하다 보면 좋은 쪽으로든 안 좋은 쪽으로든 별명이 생기곤 한다.
그리고 쇼의 별명인 해적 사냥꾼은 그냥 붙여진 별명이 아니었다.
쇼는 피츠버그 해적단을 말 그대로 사냥했다.
7이닝 동안 삼진 12개에 피안타 하나.
내가 가장 뿌듯한 건 이번 챔피언십시리즈 들어 처음으로 레이튼에게 출루를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건 1회 홈런 이후 고의 사구만 무더기로 받았다는 것이긴 하지만.
팀이 5 대 0으로 이겼으니 됐다. 나를 제외한 타자들은 선발에겐 좀 고전했지만, 불펜을 두드리는 데는 성공했다.
“완봉요? 불펜 투수들이 놀고먹는 걸 보기 싫어서 교체를 요청했습니다.”
쇼는 평소뿐만 아니라 기자회견장에서도 유머와 매너를 잊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자 기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퍼졌다.
“사실 농담입니다. 9이닝 내내 던지는 건 우리 젊은 녀석들의 몫일지도 모르죠.”
9이닝 끝까지 던질 수 있다는 것을 나와 쇼 모두 알지만, 그는 굳이 완봉 승에 집착하려 하지 않았다.
앞의 두 어린 멍청이들이 완투와 완봉을 한 것을 보고 욕심이 났을 법도 한데.
“흐흐. 기자 여러분의 기준이 너무 높군요. 전 7이닝 1피안타 승리투수가 된 걸로 엄청나게 만족하는데. 정 그러시다면 월드시리즈에서 완봉을 한 번 노려보겠습니다.”
쇼는 굉장히 냉철하다. 웃는 얼굴 뒤에는 항상 냉정한 판단을 내리고 있는 사람이다.
9이닝을 모두 소화하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4일 후의 7차전에 잘 던지기 힘들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누가 이 상황에서 7차전을 준비하려 하겠는가. 쇼 말고는 없을 거다.
“레드 빈, 파이레츠 포수인 노던 라이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내게도 질문이 들어온다.
보통 타격에 대한 질문인데, 이건 뭔가 뜻이 있는 질문이다.
노던 라이트는 어딘가 얼이 빠져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나는 고의 사구에 대해 보복성 도루를 두 번 성공시켰다.
강견 키워드를 가진 포수에게는 도루를 거의 하지 않는 편이지만, 진에게 방망이를 과하게 크게 돌리며 타석으로 들어가 배터 박스 제일 뒤쪽에 서라고 말한 것이 주효했다.
“좋은 포수죠. 기본에 충실하고 단단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자에게 그놈은 멍청이고 제가 완전 잡아먹어 버린 별 볼 일 없는 놈이라고 말할 수도 없지 않은가.
(‡▼益▼): 마이너리그 수준으로는요. 물론 여기서는 택도 없겠지만.
“마이너리그 수준으로는요… 무… 음…….”
…….
(‡▼益▼): 대머리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아, 미친 요정 놈. 인터뷰할 때는 제발 좀. 어?
기자들의 표정이 볼만하다.
누군가는 눈을 크게 뜨고, 누군가의 입 모양은 누가 봐도 ‘Wow’다.
(‡▼益▼): 남 탓을 하는 놈은 둘 중 하나지.
(‡▼益▼): 얼간이거나 머저리거나.
이 분위기 어쩔 건데.
내 옆에 있는 감독님의 동공도 커졌다. 쇼도 황당한지, 웃는 얼굴인데도 입 모양이 왓더퍽이다.
젠장.
명경지수를 처음으로 당황시킨 게 이거야? 이거냐고.
내가 명경지수를 이겼다! 우와!
“음, 그러니까…….”
“무슨 뜻인가요?”
두뇌 회전을 아무리 빨리해 봤자 수습할 방도가 없다.
분위기 보소.
기왕 망한 거 웃기기라도 할까.
ㅎㅅㅎ: 개드립 금지 구역입니다.
개드립은 누가 쳤는데?
좋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나도 모르겠다.
“파이레츠가 오늘도 노던 라이트를 내보낸 걸 보고 황당하더군요. 그가 필리스를 상대하는 내내 허둥대는 걸 저만 본 건가요? 아마 제가 아니라 개빈 폴체스키가 뛰었더라도 도루를 허용했을 겁니다. 완전히 맛이 간 것처럼 보였습니다.”
ㅇㅁㅇ: 대머리를 팔다니…….
ㅇㅁㅇ: 악독한 놈…….
…….
아.
나도 몰라.
그래도 퍽킹 얼간이 같은 말은 안 했잖아.
3
[홍빈, 노던 라이트에게 폭언. ‘마이너리그 수준에서나 좋은 포수.’]└ㅗㅜㅑ…….
└진짜 이렇게 말함? 기레기가 발번역한 거 아님?
└ㄴㄴㄴ진짜로 저렇게 말함 ㅋㅋㅋㅋㅋ
└패기 ㄷㄷㄷㄷ 근데 홍빈이라 반박 불가 ㄷㄷㄷ
[NLCS 3차전 종료 후 기자회견 논란.] [레드 빈, 파이레츠가 이기고 싶으면 다른 포수를 내보내야 할 것이라며 도발.] [파이레츠 팬들, 홍빈의 발언에 대해 거세게 비난.]└근데 틀린 말은 아니었음; 워딩이 좀 거칠긴 했지만;
└ㅇㅇ파이레츠 포수 아무것도 못 하긴 하더라 └ㅋㅋㅋㅋㅋㅋ졸라 꿀잼각 서네 ㅋㅋㅋㅋ
└근데 왜케 새삼스럽냐? MLB 뉴비들은 모를 수도 있겠지만 입 털어서 상대 도발하는 거 필리스 종특인데 ㅋㅋㅋㅋ
└맞음 대장에 비하면 순한 맛이구먼 ㅋㅋㅋ 우리빈 대빈 성님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
└킹갓개빈 성님… 그립읍니다…….
└개빈 아직 안 죽었거든 ㅋㅋㅋㅋㅋ
4
“큭큭. 꼬마, 이것 좀 봐.”
개빈은 진심으로 어딘가 시원해진 표정으로 내게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그는 내가 했던 말이 꽤 마음에 들었었나 보다. 개빈도 도루를 성공했을 거란 말이 그렇게 재밌었나?
[꺼져 가던 NLCS의 열기, 홍빈의 발언으로 다시 불타오르다. 노던 라이트, 인터뷰 거부. 파이레츠 감독, ‘남의 팀 선발 라인업을… 아니다. 할 말 없다.’며 불쾌감 표시.]“이미 봤어요.”
“댓글도 봤어?”
“네.”
내가 별 관심 없다는 듯 말하자 개빈은 낄낄대며 웃었다.
그리고 이미 본 댓글을 내게 억지로 보여 주려 하고 있다.
개빈에게 대답한 대로 이미 봤다.
내 욕을 하는 파이레츠 팬, 내가 틀린 말 했냐며 실드 쳐 주는 필리스 팬, 불난 집 구경하는 사람들, 그리고 아마 레드삭스 팬으로 보이는… 나에게 월드시리즈 출장 금지 징계를 줘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음. 당연히 펜실베이니아의 주인은 필리스라고 의기양양해하는 필리스 팬들이 가장 많다.
“큭큭. 이거 봐. ‘그런데 이런 재미도 필요하지 않나? 필리스의 두 빈이 아주 화끈하게 불태우고 있잖아. 개빈 같은 선수가 많아져야 메이저리그도 더 흥행할 것 같은데, 너희 생각은 어때?’라는군.”
저런 댓글 꽤 있다. 레드 빈이 개빈의 입까지 닮아 간다느니… 흠. 근데 저 댓글은 좋아요나 싫어요 개수를 보니 별로 관심 못 받고 묻힌 것 같은데.
“그거 혹시 개빈이 쓴 거예요?”
잠깐 침묵이 흘렀다. 진짜인가.
“…좋아요 눌러 드려요?”
“…빌어먹을 꼬마 놈.”
이런 단순한 쟈니 아론을 봤나.
ㅍㅁㅍ: 대머리를 괴롭히지 마!
이게 다 네놈 때문인데, 어디서 대머리 드립이야.
“흠. 어쨌거나 재밌긴 했는데, 도발해서 파이레츠 놈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면 어쩌게?”
갑자기 약한 모습이라니.
그거 안 어울리시는데요.
“다 때려잡죠 뭐.”
댓글 중에 그런 게 있었다.
주먹질 안 하고 입으로 팩트 폭행 한 게 어디냐고.
주먹으로 때렸으면 남은 경기 뛰지도 못하고 아웃일 거라고.
뭐… 이미 엎질러진 물, 어떻게든 되겠지.
3연승으로 분위기 죽어 가고 있었는데 재밌어지고 좋지 뭐. 좋긴 뭐가 좋아, 미친 요정 놈.
“크흐흐. 좋아. 맞아. 존중이고 뭐고 그런 말은 신경 쓸 필요 없어. 괜히 기죽지 마.”
“제가요? 기가 죽어요?”
“젠장. 넌 가끔 기가 죽을 필요도 있어.”
“기죽으면 홈런 77개 못 때려요.”
“제기랄.”
개빈은 황당해하는 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은퇴가 가까워지니까 사람이 유해진단 말이야.
아니면 경기를 못 뛰어서 그런가?
독기가 빠졌는지 확인을 좀 해 봐야겠다.
“만약 개빈이었다면 거기서 뭐라고 대답했을 것 같아요?”
“음?”
“사실 개빈처럼 말하고 싶어서 한 번 해 본 거거든요. 근데 이것도 쉽지가 않더라고요.”
사실 요정 놈의 흉계에 빠져 버린 실수지만…….
말이란 건 포장하기 나름이니까.
내용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개빈처럼 하고 싶었다는 말에 개빈의 기분이 좀 좋아진 것 같기도 하다.
한쪽 입꼬리를 올린 개빈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개빈 폴체스키는 상대를 그렇게 도발하지 않아. 혈기 넘치는 애송이 녀석처럼 굳이 그럴 필요가 없지.”
…….
ㅇㅁㅇ: …….
쟈니 아론 인성 보소.
내가 지금까지 본 건 뭔데?
뭔 일만 나면 방송 나가서 F 섞어 가며 광역 도발 시전한 게 누구?
ㅇㅁㅇ: 워우…….
ㅇㅁㅇ: 예비 장인과 예비 사위의 인성을 합치면 지구 하나쯤은 손쉽게 멸망시키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