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late's Villain RAW novel - Chapter (39)
홈플레이트의 빌런-40화(40/363)
# 40
이것은 입으로 내는 소리가 아니여 (1)
1
[올스타전에 나서지 못하는 미래의 예비 올스타. 내셔널리그 포수 편.]수준급 포수의 품귀 현상은 한․미․일을 가리지 않고, 프로야구 리그를 가진 국가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올해 내셔널리그에서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특급 포수 유망주가 몇몇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한국인 고졸 포수인 홍빈(PHI, 18세)이 한국 메이저리그 팬들의 가슴에 연일 불을 지르는 중이다.
아직 14경기 출장에 그치긴 했지만, 타율 0.333, 출루율 0.442에 7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화제를 몰고 다니고 있다.
그리고 폴 대븐포트(SF, 23세)는 25경기에서 12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홍빈과 함께 화제의 중심에 있다. 타율은 0.312, 출루율은 0.398.
홍빈은 도루 저지 7개, 도루 허용 1개, 폴 대븐포트는 도루 저지, 4개 도루 허용 8개로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어깨 외에도 일반적인 수비력에서는 홍빈이 다소 앞선다는 것이 미국 현지의 평가이며…….
…….
┕우리 팥 쏴리 질러~~~~메이저 정복 각~~~
┕ㅎㅎ대븐포트 황족 트윈스로 와라. 우승 반지와 영구결번 예약 가능.
┕네가 대븐포트면 트윈스 가겠냐;;; 차라리 자이언츠를 오지.
┕개크보 ㅂㅅ들아 메이저 기사 와서 염병 떨지 좀 마라.
┕쉬발, 같은 빠따끼리 그리 박하게 굴기 있음?
┕zzzzzz근데 왜 하필 또 저 두 팀이냐. 우승 반지는 개뿔 ㅋㅋㅋㅋㅋ
┕김치니 개쩐다. 매치니보다 타율도 훨씬 높네. 내년이면 매치니 좆밥행 ㅇㅈ?
┕미친놈들아 제발… 14경기 기록 가지고 비비지 좀 말자. 매치니가 좆밥으로 보이냐? 76경기 0.297이랑 14경기 0.333이랑 같냐? 어?
┕어제 폭풍 삼진 배 터지게 처먹고 콩무룩 하는 거 나만 봤냐? 동시다발적으로 돌았나 봄. 메이저 간 지얼마나 됐다고 이리 빨아 주냐 ㅋㅋㅋ
┕마지막 허슬 플레이 못 봄? 필라델피아 현지에서는 크림치즈와 함께 홍빈을 필라델피아 양대 마스코트로 지정하자는 서명운동이 한참임 ㅡㅡ
┕근데 메이저 간 것만 해도 빨아 줄 만하죠. 메이저가 뉘집 개 이름인가요?
┕아니, 빨아도 적당히 빨아야지. 쉬벌탱들아. 적당히 좀 하자.
┕금괴빈 욕하는 방구석 여포<<<<<18조 광년<<<<<보석 빈ㅋㅋㅋㅋㅋ
2
올스타전은 야구 팬들의 축제지만, 내게는 다르다.
최소한 올해는.
한국에서의 올스타전은 말 그대로 그냥 친선경기 이벤트전 정도였는데, 미국에서는 가문의 영광이자 일평생의 훈장 정도로 명예로운 일이라지.
회귀 전에는 올스타전에 빠지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올해는 TV로 올스타전을 구경하게 됐다.
노예 1호기, 2호기와 함께.
“빈. 이거 어떻게 쓰는 거야?”
“대체 계약금을 얼마나 받았길래! 젠장, 방 많이 남는 거 같은데 여기서 살면 안 되냐?”
짐은 VR 캡슐에 호기심을 드러내고 있고, 로즐은 집을 둘러보며 내 계약금에 호기심을 드러내고 있다.
“헬멧 쓰고 들어가면 돼. 계약금은 언론에 발표된 그대로야. 그리고 방은 꿈 깨.”
300만 달러면 적은 돈은 절대 아니지. 이 집은 파워볼로 산 거긴 하지만.
둘은 팀에서 제공하는 숙소에서 지내고 있다. 언제 메이저리그에서 쫓겨날지 모르는 신세니까 당장 집을 사기는 좀 그럴 것이다. 혼자 살면서 시즌 중에 절반은 안 오는데 큰 마당을 가진 3층 집은 좀 오버하긴 했지. 나보다 관리인이 더 자주 집에 왔을 정도니까. 사실 나도 2층 위로는 잘 안 올라간다.
어쨌든, 나는 내 노예들과 휴식기 동안 내 집에서 밸런스를 수정할 생각이다. 돈이 최고다. 어지간한 장비는 다 갖춰져 있다.
다행히도 둘 다 습득력이 굉장히 빠른 편이다.
짐은 말할 것도 없이 투구 폼 변경을 짧은 시간 내에 해낸 괴물이고, 로즐도 약간의 그립 수정으로 스플리터를 실전에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확실히 메이저리그에서 깃발 좀 날릴 녀석들이라 그런지 다르다.
갓 콜업되기는 했지만, 이 둘이 가진 재능은 엄청난 것들이라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사실, 내가 이 둘의 전성기 모습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만 아직 풀리지 않는 의문점은, 로즐이 왜 롱런하지 못했나 하는 이야기다.
부상일지, 아니면 무슨 다른 이유가 있을지.
“혹시 던질 때 어디 불편하거나 하진 않아?”
“하루에 50이닝도 던질 수 있어. 불편은 무슨.”
흠. 50이닝 200실점쯤 할 생각인가.
우리는 홈런더비에서 우리 팀 좌익수인 진 테프먼이 결승에서 패배하는 것을 보며, 내 개인 훈련장에서 운동했다. 내겐 별 쓸모 없는 거지만 뒷마당에 불펜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돈이 최고다.
“조금 더 빠르게 던질 수 있어?”
“물론이지. 100마일짜리 스플리터 보여 줘?”
로즐은 실전에서 빠른 스플리터가 좋은 결과를 낸 것에 만족하고 있다. 물론 100마일은 허풍이다. 패스트볼도 100마일을 못 던지는 놈이다.
그리고 욕심 같아서는 짐에게 지금 당장 컷 패스트볼을 장착시키고 싶지만 같은 구종이라도 누구에게 배우느냐에 따라 천지 차이다. 괜히 잘못 손댔다가 안 좋아질지도 모르고, 나도 커터에 대해선 잘 아는 게 아니기에 그냥 놔두기로 했다.
그런데 짐은 그냥 다른 구종 추가에 욕심을 내는 듯하다.
“싱커를 배워 볼까? 구종을 추가하고 싶어.”
“지금은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어때? 충분하잖아. 시즌이 끝나면 새 공을 배우든가 하는 게 좋을 거야.”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해 놓고 잠시 후.
“스크루볼은 어떨까?”
짐은 10분 단위로 새로운 공을 던져 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람이 이렇게 딜레이가 없어도 되는 거냐.
게다가 로즐을 악마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으려고도 했다.
“로즐, 내 너클 커브 가르쳐 줄까? 메이저리그가 멸망할까 봐 안 던지고 있는 구종이야. 특히 오버스로로 던지면 위력이 장난 아니지.”
그러자 로즐은 받기만 하는 것은 자기 취향이 아니라는 듯 선심 쓰듯 대답했다.
“좋아. 그럼 내가 왼손으로 110마일 던지는 법을 알려 줄게. 손가락 6개가 들어가는 글러브를 하나 구해야 할 거야.”
젠장. 사이 영 상이랑 굿바이 키스나 나눠라. 멍청이들아.
우리는 TV로 올스타전을 지켜봤고, 둘은 내년에는 꼭 올스타전 마운드를 밟겠다고 다짐했다.
“그래. 내년엔 내가 너희 둘 공을 받을 수 있도록 꼭 열심히 해.”
“이미 뽑힌 것처럼 말하네.”
“올스타가 아무나 뽑아 주는 건 줄 아냐?”
웃긴 놈들이네.
자기들은 꼭 뽑힐 것처럼 말해 놓고.
ㅇㅅㅇ : 여기에 잘 어울리는 사자성어를 알고 있지.
뭐. 안 궁금하니까 저리 가.
ㅇㅅㅇ : 유유상종.
ㅇㅅㅇ : 초록은 동색. 가재는 게 편.
ㅎㅅㅎ : 똑같은 놈들.
이 두 놈이랑 똑같은 취급을 받다니.
자존심 상해.
3
“좋아, 친구들. 다들 잘 쉬었는지 포동포동해져서 돌아왔군.”
우리 감독님은 그리 개성이 강한 타입은 아니다.
그냥 마음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타일이다.
사실 약간 올드 스쿨 스타일의 야구인인데, 타순을 짜는 데나 불펜 운용에서 좌우를 맞추는 데 약간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거나 잘하는 선수면 계속 내보내고, 아니다 싶으면 대타로도 기회를 잘 주지 않는 편이다. 내가 주전이 된 후 개빈이 날 대신해 거의 나오지 않는 것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이제 후반기로 들어서고, 우리는 2경기 차이로 메츠를 쫓고 있다. 다들 너무나 잘해 줬지만, 현재에 안주하지는 말도록 해.”
라커 룸에서 열정적으로 연설하지도 않고 훈련장에서 열정을 불태우지도 않는다.
그저 관록과 경험으로 밀고 나갈 뿐. 심지어 2경기 차 1위 팀인 메츠와의 3연전임에도 그냥 일상적인 경기처럼 말씀하신다.
“메츠전 첫 경기는 레이건의 복귀전이다. 그가 완투할 수 있을 거라 믿지만, 불펜에서도 준비를 철저히 하도록 해. 2주 만의 등판이니까.”
“Yes, boss.”
하하. 더블A였더라면 불펜 투수들이 발을 구르면서 힘차게 대답했을 텐데.
“좋아. 오늘 느려 터진 똥볼을 한번 조져 보자고.”
감독님은 라인업이 쓰인 종이를 라커 룸 입구에 붙여 두고 사라졌고, 오늘도 6번으로 출전하는 것을 확인한 나는 레이건과 오늘 경기에 대한 막바지 회의에 돌입했다. 물론 개빈도 함께다. 개빈이 가진 메이저리그 경험은 내게 없는 것이기에 큰 도움이 된다.
우리가 엄청난 상승세를 보이는 동안, 메츠도 좋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리고 상대 선발로는 아마도 메츠의 무중력 투수, 너클볼러 코토 배니어가 나올 것이다. 너클볼러를 상대해 본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메이저리그 레벨의 너클볼러는 처음이다.
그리고 조금 특이한 점은 따로 전담 포수 없이 주전 포수가 너클볼을 그대로 받는다는 점이다. 상대 주전 포수는 개빈의 ‘악당 포수’ 타이틀을 물려받은 알렉세이 알렉시스 에브러햄, 속칭 ‘AAA’.
그리고 우리 팬들은, 잠시간의 휴식기를 마치고 열리는 첫 홈경기가 같은 지구 라이벌 팀과의 경기라 그런지 열띤 응원을 보내 주었다. 게다가 우리가 2위, 메츠가 1위니까 더.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상대 팀에게 열정적으로 야유를 보내고 있었다.
“에브러햄! 네놈의 물건은 AAA 건전지 사이즈라지!”
“이름답게 트리플A로 꺼져! 멍청한 자식!”
“너 같은 자식은 1달러면 살 수 있다고! 내 새끼손가락만 한 자식아!”
이름에 A가 세 번 들어갔다고 저렇게 유치하게 놀리다니.
근데 저런 걸로 놀리면 은근히 열 받는단 말이지. 나도 홍게 소릴 들을땐…….
“꼬마, 저 건전지만 한 좆을 달고 다니는 놈에게 말리지 않게 주의해.”
음. 역시 필리건 출신 포수인 개빈이라고 해야 하나. 팬들과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
“어떤 선수길래요?”
알고는 있다. 저 선수를 상대하는 선수들은 종종 이성의 끈을 놓곤 하는데, 웃긴 건 에브러햄은 싸움을 못한다는 거다.
시비를 걸거나 매너 없는 플레이로 벤치클리어링을 유발하고 두들겨 맞기로 유명했지. 또 다른 별명은 메이저리거 공용 샌드백이었다.
“사람을 화나게 하는 녀석이지. 쉴 새 없이 말을 하니까, 놈이 하는 말에 집중하거나 대꾸해 주지 않아도 돼.”
궁금하긴 하다. 대체 어떻게 하길래 다들 그러는 건지.
“흥분만 안 하면 돼. 만약 흥분할 거라면 완벽하게 조져 놔. 남은 두 경기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할 정도로. 이해했겠지?”
공 말고 사람을 치려고 야구하는 양반이 내 멘토라니. 참스승이로다.
4
레이건은 생각보다는 괜찮은 컨디션으로 출발했고, 그건 상대 팀의 너클볼러도 마찬가지였다.
에브러햄이 상대 팀의 8번 타자이기에, 나는 그와 2회 말에 첫 대면을 할 수 있었다.
“헤이, 건전지…….”
“오! 천재 루키!”
음.
우리는 서로 질세라 먼저 말을 꺼냈지만, 나는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듣던 거랑은 다르게 뭔가 친절한데, 괜히 나만 나쁜 놈이 된 기분.
그러나 에브러햄은 뭐가 그리 좋은지 배를 잡고 웃었다. 뭐야 이거? 그리고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조심해. 내 사이즈는 자동차 배터리 사이즈니까.”
“자동차 배터리든 AAA사이즈든 무슨 상관이야?”
“흐흐. 궁금하면 초구에 스윙해. 그럼 내 호텔 룸 넘버를 알려 주지. 내일 경기에 나서기엔 조금 힘들지도 몰라. 내 배터리가 밤새 전기를 뿜을 테니까.”
뭐?
뭐라 대답할 시간도 없이 코토 배니어가 초구를 던졌다.
흔들린다, 흔들린다. 어디로 오는 거지?
“스트라이크!”
마구 흔들리며 들어오던 공이 딱 치기 좋은 높이로 오다가 아래로 휙 꺼졌다.
헛스윙.
너클볼의 매력은 저런 거지. 투수도 타자도 포수도 그 누구도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거. 한 번쯤 받아 보고 싶다.
에브러햄은 내게 진지한 말투로 다시 말을 걸어왔다.
“리츠 칼튼의 805호야. 이거 기쁜데. 내일은 개빈보고 경기에 나오라고 해.”
어째서 에브러햄이 ‘가장 혐오스러운 상대 선수’ 1위로 꼽히는지는 대충 알 것 같다. 그렇네. 부드러운 말투로 저딴 말을 하니까 사람들이 화를 내는 듯하다.
나는 배트로 에브러햄의 보호 장구를 툭 치며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파트너가 필요하면 너희 투수한테 부탁해. 엉덩이가 찢어져도 저런 공은 던질 수 있을 거 같은데?”
“오, 진심이야?”
아까는 조금 다르게 말했지만, 너클볼의 단점은 투수도 타자도 포수도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거다.
그리고 나는 나도 모르게 1초 무적을 발동시켰다.
‘1초 무적, 왼쪽 허벅지!’
퍽!
“히트 바이 피치 볼!”
너클볼은 내 허벅지를 때렸다.
여기서 화를 내기도 좀 그런 게, 날 맞히려 했다면 패스트볼을 던졌겠지 설마 너클볼을 던졌겠냐고.
1초 무적이 조금이라도 늦었더라면 조금 아팠겠지만.
“아무래도 투수가 어제 네 배터리 맛을 많이 봐서 힘이 없는 거 같아. 다리에 맞았는데 아무런 느낌도 안나잖아. 적당히 하는 게 어때?”
내가 이래 봬도 야구가 몇 년 찬데. 되지도 않는 입 털기로 날 흔드시겠다고?
“흐흐. 재밌는 꼬마네. 개빈이 은퇴해도 쭉 재밌겠어. 잘 부탁해, 자기.”
확실히 싸이코는 싸이코다.
야구 재미없게 한번 만들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