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late's Villain RAW novel - Chapter (45)
홈플레이트의 빌런-46화(46/363)
# 46
남들만큼만 (4)
1
저 이상한 반응은 다소 혼란스럽지만, 그래. 좋게 생각하자.
포수 뒤로 날아가는 파울플라이는 생각보다 잡기 힘들다. 팬들이야 왜 저걸 못 잡느냐고 욕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무거운 장비를 차고 있는 포수가 목을 위로 꺾어 공을 확인하고 올바른 위치로 뛰어가 미트를 내미는 건 정말 어렵다.
대체로 이 구역으로 가는 파울 타구는 역 스핀이 걸려 일반적이지 않은 궤적을 보이고, 관중석이나 더그아웃 난간, 카메라 같은 장비와 충돌할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공 위치와 주변 상황을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한다. 수비수들에게 홈구장이 훨씬 유리한 것은, 펜스나 그라운드 및 기타 구조물의 위치나 컨디션들을 더 잘 파악하고 있기에 더 좋은 수비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쨌든, 그냥 내 다이빙 캐치에 감탄한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ㅇㅅㅇ : 놈의 박수에서 네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저주파가 발생되었다.
ㅇㅅㅇ : 그리고 놈의 고향에서 두 손 따봉은 결투 신청의 의미지.
ㅎㅅㅎ : 이대로 둘 거냐, 초소형 포수?
……?
그래?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따봉 두 개가 결투 신청의 의미를 갖는 줄은 몰랐네.
그리고 박수에서 저주파? 이 말갈족 주술사 같은 놈이.
꺼져, 나쁜 놈아.
메이저리그 최고 포수가 아웃되고 난 후 내게 박수를 친 것과는 별개로, 쇼가 거의 같은 코스로 슬라이더를 던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요새 쇼의 컨디션은 최상에 가깝다.
에이스의 좋은 분위기는 팀의 상승세에 거대한 힘이 된다.
“스트라이크-아웃!”
2이닝 동안 안타 1개를 맞았지만 삼진 3개를 따내며 깔끔한 시작.
나는 삼진을 따낸 공을 그라운드로 던져 놓으며 심판에게 말했다. 아부가 아니라 그냥 진짜 진심으로.
“미스터 메이든. 오늘은 누구도 존에 대해 불평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그러자 메이든은 특유의 그 무표정한 얼굴로 내게 대답했다.
“그렇다고 해서 자네가 타석에 들어올 때 존이 좁아지진 않을 거야(won’t narrow). 구심이 내가 아니라 지금 1루심을 보고 있는 버니 나로우(narrow)라면 몰라도 말이야.”
예……? 뭐요? 지금 설마, 이걸 조크라고 한 건가?
웃어 줘야 하는 거야? 제기랄. 아무리 심판을 존중해 주는 게 좋다 하더라도 이건 나도 못 웃어 주겠다.
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흠…….
너 이런 취향이었냐…….
2
“정말 좋은 수비였어. 거기로 공이 날아갈 걸 미리 알고 있기라도 했던 거야?”
우리 코치님이 한 말도 아니고 우리 선수들이 한 말도 아니고, 심지어는 우리 감독님이나 우리 팬이 한 말도 아니다.
비밀 필리스 회원으로 보이는 샘 이델이, 내가 무사 주자 2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자 한 말이다.
글쎄, 이걸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어디로 파울 타구가 날아갈지 보여서.”
이러면 뭐라고 반응할까?
우습게 본다고 발끈할까, 아니면 침착하게 무시를 할까?
“그래? 대단한데!”
뭐?
그러니까 지금 여기서 나만 쓰레기인 거지? 그런 이야기지?
[크리스 울프.] [우투우타, 선발투수.] [키워드 : 폭포수, 스터프, 닥터 K, 전천후.]떨어지는 공을 조심해야 한다.
무사 2루 상태라 저 선수의 특기인 스플리터를 던지기 어려울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 오판일 가능성이 크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수비를 잘하는 선수가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다. 투수는 마음 놓고 바운드되는 공을 던질 수도 있다. 포수 평균 자책점(CERA)은 신빙성 있는 스탯으로 결코 인정받지 못하지만, 이델만큼은 조금 다르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래, 20여년 전에 메이저리그에서 인간 스테로이드 소리를 들었던 야디에르 몰리나처럼.
“볼!”
초구가 조금 애매한 곳으로 들어왔지만 볼.
심판이 내 편을 들어준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공정하게 판결을 내렸을 가능성이 크고, 그걸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5년 연속 골드글러브 포수 샘 이델과 루키 타자 홍빈의 대결에서 내 손을 들어 줄 심판은 없을 테니까.
일단은 볼을 하나 얻어 냈으니, 존을 조금 좁히되 바깥쪽 패스트볼을 노려 1루수와 2루수 사이로 강하게 밀어 쳐 볼 생각이다. 이 상황에서 투수가 던질 가능성이 꽤 높은 코스와 구종이다.
“스트라이크!”
“파울!”
2구는 허를 찌르는 체인지업에 이어 3구째 스플리터. 손목을 비틀어 배트 컨트롤로 어떻게 맞혀 보려 했는데 옆으로 튕겨 나갔다.
코스는 예측했는데 구종이 틀렸다.
이제 투수의 카운트다. 주자가 130kg의 주머인 데다 레드삭스 외야수들의 송구 능력이 메이저리그 상위권인 걸 생각하면, 공을 멀리 날려야 한다.
홈런이면 좋고, 그게 아니라면 주머가 안전하게 태그 업 할 수 있도록 먼 곳으로.
딱!
존에 들어오는 공을 강하게 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공이 존 끄트머리로 오다가 살짝 안쪽으로 꺾였다.
그리고 내 파울 타구는…….
“아웃!”
이델은 아까 내가 공을 잡은 곳보다는 가깝지만, 꽤 어려운 코스임에도 주저 없이 달려들어 공을 잡아냈다.
그리고 실제론 송구하지 않으면서도, 송구하는 척하며 주머를 다급하게 베이스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음…….
나도 와우 하고 휘파람 불면서 박수 치고 쌍 따봉 하면서 들어가야 하나? 솔직히 좀 멋있었다.
3
“투수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경기 시작 전부터 말씀드린 대로 쇼 주니어와 울프가 모두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군요.”
“양 팀 포수들의 수비력도 상당하죠. 사실, 이 경기만 놓고 보면 루키인 홍이 이델에 결코 밀리지 않는 모습입니다.”
“두 포수 모두 수비면에서는 완벽한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공격 쪽에서는 조금 아쉽기도 한데, 묘한 모습이죠.”
“맞습니다. 두 선수 모두 첫 타석에서 포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고, 두 번째 타석에서는 둘 다 삼진을 당했죠. 그리고 이델의 세 번째 타석이 돌아왔습니다.”
“마치 짠 것처럼 같은 타격을 보여 주는 두 선수. 무사 주자 1루 상황에서 이델이 번트 자세를 취합니다.”
“이델은 번트를 많이 시도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성공률은 상당히 높습니다. 아무래도 레드삭스 벤치에서는 1점이라도 먼저 내는 편이 유리하다고 생각한 거겠죠?”
“사실 이런 분위기라면 번트가 꽤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죠. 오늘 이델의 타격이 그리 좋지 못하고 직전 타석에서 다음 타자인 제이소가 좋은 타구를 날려 안타를 만들었다는 점을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4
[샘 이델.] [우투우타, 포수.] [키워드 : 야전 사령관, 해결사, 강견, 명경지수, 철벽, 번트.]말 그대로 포수가 가질 수 있는 수비적인 면모는 다 가진 데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으며 득점권 상황에서 결정적인 안타를 때려 내는 선수.
수비력에 묻히는 경향이 있지만 2할 중후반대의 타율을 꾸준히 기록하며 타점도 꽤 잘 먹는다. 게다가 번트 키워드도 있다. 그리고 지금, 번트를 대려고 자세를 잡고 있지.
‘싱커.’
이 상황에서는 그냥 번트를 대도록 내버려 두는 게 맞다. 괜히 존 밖으로 공을 던지다간 되려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으니까.
일반적으로는 번트를 대려는 타자에게는 스트라이크존 상단으로 패스트볼을 던진다. 빗맞아서 뜬 공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오늘 쇼의 컨디션이 좋기에, 싱커로 번트 실패를 유발해 볼 생각이다. 타자들은 포심 타이밍에 번트 연습을 주로 한다. 아래로 휙 꺼지는 싱커는 실패를 유발할 수도 있다.
쇼가 주자를 힐끔 바라보곤 세트포지션으로 빠르게 투구했다.
“스트라이크!”
그런데 이델은 빠르게 자세를 바꿔 타격을 시도했고, 날카로운 싱커를 예상치 못했는지 헛스윙.
음. 번트를 대기에 나쁜 타이밍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버스터는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번트 키워드도 있었으니까. 이델은 다시 번트 자세를 취했다. 신경 쓰지 않고, 몸 쪽 높은 코스 패스트볼.
딱!
이번엔 진짜 번트였다.
게다가 3루 쪽으로 절묘한 코스, 절묘한 스피드.
3루 방향 번트는 3루수가 빠르게 처리하는 게 베스트다. 포수가 잡으면 몸을 한 바퀴 돌려야 하기에 빠른 송구가 이어지기 어렵다.
하지만 이 번트 타구는…….
“라이언! 내가 처리할게요! 내가 한다고! 멈춰요!”
나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라이언을 멈추었다. 코스나 속도가 절묘해서 번트를 댄 주자를 잡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타구는 굉장히 느리게 굴러갔다. 1루 주자와 타자 주자는 이미 각자 베이스에 도착해서 눈치를 보고 있을 때에야 파울라인을 벗어날 정도로.
“파울!”
아쉬울 법도 한데 이델은 살짝 웃으며 타석으로 돌아왔다.
“Wow. 대단해. 마치 밖으로 나갈 걸 미리 안 것 같았어.”
사실이다. 밖으로 나갈 걸 미리 알고 있었으니까. 나 잡아 봐라는 번트 타구 판단에 엄청난 힘을 주는 스킬이다. 하지만 상대 선수에게 악의 없는 칭찬을 듣는다는 게…….
흠. 그래도 샘 이델이니까 이게 뭔가 기쁘기도 하고 묘하게 기분이 이상하기도 하고…….
내가 요새 너무 전투적으로 살았나?
“스트라이크! 아웃!”
하지만 쇼의 슬라이더는 내 기분과는 상관없이 여전히 날카롭다. 이델은 날 보며 허허 웃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이 괴상하게 찝찝한 감정은 벗어 두고 내 할 일이나 마저 하자.
5
우리는 아메리칸리그 전체 2위 팀인 레드삭스를 상대로 2 대 0으로 신승을 거두었다.
타자로서는 몰라도 포수로서는 굉장히 훌륭한 경기였다고 감히 자평할 수 있을 정도다.
잔실수는 단 한 번도 없었으며, 투수가 던진 공을 내 뒤로 한 번도 보내지 않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타자를 상대로 상당히 좋은 볼 배합과 수비 시프트를 성공시키며 깔끔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최고의 수비력을 가진 포수라는 이델을 상대로 경기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 이델은…….
“개빈, 이 친구 정말 멋져요. 듣던 것보다 더요! 아마 당신이라면 알겠죠?”
개빈과 내 앞에서 이렇게 떠들고 있다.
조금 묘한 상황이다. 이게 뭐야? 정말 나 혼자만 쓰레기였던 거지?
“흐흐. 띄워 주지 마. 고작 20경기에 나선 애송이일 뿐이야.”
“오, 딱 보면 안다고요. 긴장도 안 하잖아요. 전 20경기를 뛰었을 때 당신을 상대하면서 반쯤 오줌을 지렸는데 말이에요.”
그냥, 별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이 사람은 그냥 천성이 이런 거였다.
“별말씀을요. 감사합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주머니를 뒤져 야구공을 꺼냈다.
“응? 너 뭐하냐?”
“사인 좀…….”
개빈이 날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봤지만.
뭐요. 이 사람은 샘 이델이라고요.
우리 셋은 각자 다른 기분으로 웃었다.
나는 이게 조금 민망해서, 개빈은 어처구니없어서, 그리고 이델은 이 상황이 즐거워서.
우리는 한 시간 정도 떠들었다. 이델은 꽤 친한 개빈과 오랜만에 만나기로 약속하면서 나를 데려올 수 있냐고 부탁한 모양이다. 나와 이야기해 보고 싶다면서. 썩 나쁘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는 자신이 투수를 다루는 방법을 알려 주었고, 레드삭스 홈구장에 대해서도 말해 주었다. 그리고 언제나 평정심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물었을 때, 이렇게 대답했다.
“언제나 그렇지는 않아. 사실, 프로 의식이 부족한 선수를 보면 화가 나. 그럴 땐 개빈처럼 엉덩이를 걷어차고 싶어지지.”
“레드삭스 팀에 그런 선수가 있나요?”
“글쎄.”
이델은 그렇게 말하고는 슬쩍 웃었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어떤 녀석이 하나 있었지. 걔는 그렇게 말했어. 저는 남들남만큼만 하고 싶어요! 슈퍼스타가 되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이미 메이저리거가 되는 꿈을 이뤘으니까요! 웃기지 않아?”
“그래서 뭐라고 하셨어요?”
“남들만큼? 빅 리그에서 남들만큼 하려면 죽도록 노력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마이너리그에서 남들만큼 하게 될 테니까. 그리고 그 녀석은 곧 마이너리그로 사라졌어. 그 뒤론 볼 수가 없었지.”
“맞아. 가끔 메이저리그에도 그런 멍청이들이 있지.”
나도 동의한다.
나는 언제나 배트를 휘두르고 야구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이델도 아마 그런 타입일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저 자리에 있지 못할 테니까.
오늘은 스윙 500번만 하고 잘까. 내일은 이델을 상대로 한 방 때리고 싶다. 아니, 반드시 때리고 말 테다.
6
다음날 경기에서 나는 그에게 결정적인 병살타를 유도해 냈다.
문제는 그도 내 타격 접근법에 대해서 꽤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게스 히팅이 이틀째 전혀 먹히지 않았다.
나는 6 대 6 동점 상황의 8회 말에 타석에 들어섰다. 2사 3루, 감독님은 다행히도 영 좋지 못한 나를 교체시키지 않으셨다. 사랑해요, 뚝심 야구.
그런데 아무래도 게스 히팅은 이 사람을 상대로는 그다지 쓸모 있는 접근이 아닌 듯하다. 내가 뭘 노리는지 다 아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
언제든 상황은 바뀔 수 있고 무안타 경기가 이어질 수도 있다. 잘 맞은 타구가 수비수 정면으로 갈 수도 있고 바람이 날 도와주지 않을 때도 있고.
하지만 이 정도로 답답하게 안 풀리는 경기는 메이저리그에 온 뒤로 처음이었다.
나는 게스 히팅을 버리고, 비슷한 공은 모조리 때려 내기로 했다. 타격 밸런스가 무너질 위험은 있지만 이대로 가는 건 그리 현명한 행동이 아닐지도 모른다. 자칫 잘못했다간 한동안 주전 자리를 뺏겨 버릴 수도 있기에.
올스타전 이후로 내 타격 성적은 18타수 2안타다. 사람들은 내가 이미 밑천이 드러난 게 아니냐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내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훌륭했다.
따악!
슬럼프는 예기치 않게 다가오는 법이고 나 자신도 모르게 끝나곤 한다.
완벽하게 때리기보다는 최대한 강한 라인 드라이브 타구를 때려 내겠다는 생각으로 스윙했는데, 유격수와 2루수 사이를 날카롭게 꿰뚫는 1타점 적시타가 나왔다.
9회 초에 등판한 밴델튼은 완벽하게 경기를 마무리 지었고, 나는 4경기 만에 타점을 기록하며 짧은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보스턴에 오면 연락해. 개빈과 함께 와. 끝내주는 곳을 소개할게.”
뭔가 헤어지는 게 아쉬운 이 기분.
세상에 저렇게 착하고 훈훈한 사람만 있으면 얼마나 좋아?
ㅇㅅㅇ : 일단 너부터 좀…….
사실 그건 좀…….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죽을 때가 다 된 거라고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