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late's Villain RAW novel - Chapter (49)
홈플레이트의 빌런-50화(50/363)
# 50
양키 고 홈 (4)
1
[필라델피아 필리스 2 : 1 뉴욕 양키스. 필리스의 드라마틱 한 역전극! 홍빈 동점 득점 및 끝내기 주자를 막아 낸 환상적인 수비!]┕저거 사기 아니냐?
┕사기면 뭐 ㅋㅋㅋㅋㅋ 존나 좋구만 ㅋㅋㅋㅋㅋ
┕속은 놈이 나빠.
┕저게 18살짜리 플레이라고? 진짜 개쩌는 거다. 사기도 아무나 치는 줄 아냐?
┕와 진짜 소름이었다; 우리 팥 메소드 연기 개지림;
┕미국에서도 난리던데 ㅋㅋㅋ 필리건 vs 양키ㅋㅋㅋㅋ 필리건 일기당천 수준임 ㅋㅋㅋ
┕저 상황에서 열심히 안 뛴 놈이 프로 의식 없는 거 맞음. 참고로 국뽕 아님.
┕아니 시발, 저건 존나 매너가 없는 거지ㅡㅡ 미쳤나 진짜. 저걸 보고 환호하는 놈들 싸패임? 홍빈 저러다가 곧 뒤지게 처맞고 팔다리 다 부러져서 은퇴할 거 같다. 루키 주제에 개건방지네 진짜.
┕영근이 ㅎㅇ
┕영근이 왔냐. 놀다 가라.
┕영근아, 오늘은 좀 늦게 왔네?
┕시발 자꾸 어제부터 나한테 영근이라 하는데 대체 누가 영근이임?
┕ㅋㅋㅋㅋㅋㅋㅋ영근아 밥 먹게 나와라.
┕영근아 겜방 갈래?
┕씨발놈들이 진짜.
2
[요정님은 초소형 포수에게 관대합니다.] [성의가 좀 없긴 했으나 요정님은 인성 문제가 있는 포수에게 굉장한 선물을 내리기로 했답니다!] [선택형 컨셉 패키지 증정! 주제를 고르세요.] [1. 공격, 2. 수비, 3. 주루, 4. 공통, 5. 성장.]오.
이걸 벌써? 아니, 이걸 지금? 승리에 공헌한 건 맞지만 그냥 시즌 경긴데?
KBO에서 뛸 때는 시즌 결산 때나 줬던 거다. 그것도 성적이 괜찮을 때였지.
ㅇㅅㅇ : 이렇게 주는 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거다.
ㅡㅅㅡ : 흥.
그래. 고맙다, 고마워. 약간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사실, 내가 애당초 생각한 것보다 공격적인 면에서 더 잘하고 있는 것은 맞다.
메이저리그 수준에서 얼마나 통할지 두렵기도 했었는데, 지금 내 성적은 표본이 적긴 해도 2할 9푼을 치고 있고 출루율이 3할 9푼 2리다. 게다가 홈런도 벌써 9개나 쳤다.
시즌이 끝날 때는 달라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확실한 건 나름 통하고 있다는 거다.
수비적인 면에서는… 사실 지금 당장 스킬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있으면 좋겠지만.
주루? 일단은 논외다. 좋은 게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것들에 비하면 크게 중요하지 않다.
공통도 나쁘진 않다. 금강불괴만 해도 공통이다. 여기가 은근히 꿀 옵션이 많은 카테고리다. 다만 폭탄도 많다.
성장도 꽤 끌리는 편이다. 왼손으로 비비고가 중복으로 뜰 때만 해도 진짜 짜증이 솟구쳤는데, 그거 말고는 스킬들이 다 알짜배기로 뜨고 있다. 성장 후 옵션들도 다 좋은 것들이니, 요정이 확률 조작으로 날 몰래 도와주나 싶은 생각도 들 정도다.
ㅍㅅㅍ : 요정님은 관대하지만 공평하기 그지없는 존재다.
ㅍㅅㅍ : 확률 조작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런 말은 대한민국 게임사들의 단골 멘트다. 물론 그건 거의 거짓말이고.
그리고 사실, 스킬이 몇 개 더 생긴다고 당장 엄청난 변화가 생기는 것도 아니기는 하다.
스킬을 죄다 달고 다 만렙을 찍는다 해서 메이저에서 4할을 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건 한국에서도 꽤 힘들었다.
가진 게 아예 없으면 몰라도, 애매하게 있으니 이것도 고민이다.
아, 젠장.
모르겠다.
남자는 닥공이지. 안 그래?
ㅇㅅㅇ : 남자는 생물학적으로 XY 염색체를 가진 사람을 말한다.
어, 이번 건 좀 웃겼다.
灬ㅅ灬 : 흥.
이상한 부분에서 흐뭇해하지 말고 공격 패키지로 주라.
아, 뭐. 어떻게든 되겠지.
물량이 최고야.
[선택형 컨셉 패키지 : 공격 컨셉을 선택하셨습니다.] [S~A 등급에서 하나, B~C등급에서 하나, D등급 이하에서 하나가 각각 지급됩니다.]요정 만세!
요정 만세!
요정 만세!
다른 거 다 구린 거 줘도 되니까 S급 하나만!
3
요새 경기 도중 무슨 일이 있으면, 경기 종료 후 속 편하게 스마트폰을 아예 꺼 버리는 습관이 생겼다.
어차피 신경 쓸 필요 없잖아?
우리 미친 팬들이 피의 실드를 쳐 줄 텐데.
한국에선 이런 캐릭터가 아니었다. 카리스마, 위엄, 최강자, 과묵한…….
ㅇㅅㅇ : …….
ㅇㅅㅇ : 힘내라.
그 반응 뭔데.
차라리 침을 뱉으라고.
ㅇӦㅇ : 캬아아아아아아아악!
ㅇ3ㅇ : 퉤.
가래침 모으는데 콧구멍 쓸데없이 디테일한 건 대체 뭔데. 고개 돌리면서 가래침 모으는 거 어디서 배운 건데.
어쨌든, 한국에선 좀 달랐다. 여기선 뭐라고 해야 하나… 같은 편이면 든든한데, 적이면 상대하기 짜증 나는 그런 캐릭터가 되어 가고 있다.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랑 비슷하긴 한데, 뭔가 느낌이 다른 거지. 뭔가 당돌하고 살짝 악동 기질 보이는 신인 정도.
인터넷 기사나 댓글 반응을 보지는 않았지만, 안 봐도 어젯밤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겠다.
내가 타격 훈련에 나서면…….
“Booooooooooo!”
“이 더러운 사기꾼!”
그냥 걷기만 해도…….
“이 비열한 놈!”
“지옥에나 떨어져라!”
양키스 팬들의 반응이 이렇다.
“너 같은 놈은 양키스에 올 자격이 없어!”
누가? 내가? 양키스를? 갈 생각도 없는데 뭔 소리야, 대체. 하여튼 간에, 저런 팀 팬들은 당연히 선수들이 자기 팀에 오길 바란다고 생각한다니까.
사랑해요, 필리스. 당신들 덕분에 저런 건 어린애 장난같이 보이는군요.
“인기 많은데?”
“주머, 컨디션 좋아 보이네요. 어제 맥주 많이 안 마셨어요?”
“흐흐. 어젠 두 병만 먹고 잤어.”
주머는 낄낄 웃으며 거대한 배를 퉁퉁 두들겼다. 정말 신기하단 말이야. 저 배로 어떻게 그렇게 날렵하게 움직이는 건지.
“오늘 홈런의 구슬이 잘 익었네요. 두 방 정돈 치시겠어요.”
“크크. 하난 네게 양보하지.”
“감사합니다.”
주머가 배를 내게 내밀었고, 나는 주머의 배에 손을 얹었다.
라이언이 항상 하는 건데, 주머의 거대한 배를 만지고 나면 홈런을 터뜨린다나.
사실이 아니다. 그럼 라이언은 시즌 160홈런은 쳤겠지. 그냥, 선수들끼리 웃고 즐기는 장난 같은 거다.
“어젠 대단했어.”
“운이 좋았어요.”
“아니, 수비 말이야. 메이저리그에서 10년은 뛴 베테랑 같았다니까.”
“스카우팅 리포트에 주루 플레이 시, 성실하지 않다고 쓰여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그 상황에서 그런 걸 할 줄은 몰랐어. 저것 봐. 양키스 팬들도 널 좋아하잖아.”
주머가 고개를 까닥거리며 경기장에 일찍 들어온 양키스 팬들을 가리켰다.
“이 도둑놈!”
“저주할 거다!”
저게 좋아하는 거라고?
“예. 홈에서 욕먹다 여기서 욕먹으니 이건 그냥 응원 같기도 하네요.”
“필리스는 세계 최고의 팀이지.”
껄껄 웃으면서 말하는 것에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것 같지만. 그냥저냥 넘어가자.
오늘 상대 선발은 Y.J.라이프다. 더블A에서 대결했던 그 선수.
커터에 탈탈 털리다가 결국 마지막에 내가 끝내기 홈런을 때렸던 그 선수. 그때 짐이 노 히터 승리를 거뒀었지.
7경기 2승 3패 4.13으로 꽤 선전 중인데, 앞선 3경기보다 뒤의 4경기가 좋았다고 한다.
오늘 선발이 짐이라면 더 재밌었을 테지만 오늘은 로즐이 선발로 나선다.
그리고 라이프의 스카우팅 리포트에는 새로운 정보가 적혀 있었다. 원래는 포심, 커터,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최근에 에이머리에게 슬라이더를 배운 이후 많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다. 저걸로 라이프는 에이머리의 후계자가 될 것이다.
어쨌든, 로즐의 장점은 어떤 상황이든 간에 씩씩하게 던진다는 거다.
“잘 잤어?”
1회 말, 양키스 1번 타자 앨런 벨트가 타석에 들어오면서 내게 한 말이다.
잘 잤냐고? 명백히 시비조로 이죽댄 거다. 절대 인사가 아니다. 아마 어제 그런 플레이를 하고도 발 뻗고 잘 잤냐는 이야기겠지.
속은 쪽이 잘못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어차피 나도 속는다면 열 받을 테니까. 그래도 시비 걸면 받아 주는 게 인지상정이다.
“잘 잤어. 뉴욕 호텔은 침대도 좋은 거 쓰더라.”
“필라델피아에는 그런 침대가 없나 보지. 아, 네 고향에도 그런 게 없나?”
“맞아. 뉴욕 침대는 네 머리통처럼 말랑말랑하더라고. 그런 건 처음 봤어.”
“뭐?”
눈 부라리고 노려보면 어쩔 건데. 이거나 먹어라.
“볼!”
내 노예들(영혼의 배터리 대상으로 찍은)은 내가 요구하는 대로 아주 잘 던지는 데다, 로즐은 제구 좋은 싸움닭 스타일이다.
“저런. 잘 잤어? 특이한 자세로 자는 걸 좋아하나 보네.”
초구부터 몸 쪽 바짝 붙은 공에 거의 넘어지다시피 한 벨트를 본 양키스 팬들의 거대한 야유가 쏟아진다.
아이, 짜릿해.
벨트는 이를 악물고 다시 타석에 섰다.
흠. 그래도 양키스 선수라 이건가.
초구로 그런 공을 받고도 홈 플레이트로 바짝 붙어 서는 걸 보니, 그래도 근성은 있는 것 같다.
좋다. 그럼 스플리터.
탓!
“아웃!”
가뿐하게 유격수 땅볼 아웃. 로즐의 스플리터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
2번 타자에게는 조금 고전했다. 8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켄트 롱의 다이빙 캐치로 허크만 앞에 주자를 내보내는 불상사를 막았다.
사실, 로즐의 스플리터는 허크만과 그리 상성이 좋지 못하다.
허크만은 ‘당겨 치는 어퍼 스윙’을 하는 타자고, 떨어지는 공은 좋은 먹잇감이 된다. 쇼만 하더라도 거의 바운드 직전까지 가는 커브를 얻어맞지 않았던가.
그나마 다행이라면, 로즐은 미친놈이라는 거다.
그 미친놈은 경기 전에, 허크먼 앞에 주자가 없으면 패스트볼만 던지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 왔다.
이유는 단순하다. 어차피 주자 없으면 한 대 맞아 봤자 1점이라고. 그리고 칠 때마다 홈런이 나오면 어벤저스가 돼서 풀스윙맨 같은 걸 해야지 왜 야구를 하겠냐고.
“파울!”
어느 정도는 동의하는 바다. 이게 뭐 홈런더비도 아니고. 투수가 저런 마음가짐이면 포수도 편해지는 거지. 실점 좀 했다고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맞아도 상관없다.
단, 로즐 같은 스타일은 한 번 무너지면 완전히 개박살이 난다는 게 문제일 뿐.
“파울!”
허크만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2스트라이크 상태에서 배터 박스로 돌아왔다.
완전히 나쁜 접근은 아니다. 어지간해서는 허크만에게 이렇게 도전하는 투수는 없을 테니까, 오히려 당황하게 만드는 데는 좋을지도.
로즐은 3구째도 패스트볼을 던지겠다고 직접 사인을 보내왔다.
그래. 나도 모르겠다 이 미친놈아. 던져봐, 끝내주는 걸로.
따악!
오… 미친놈을 응징하는 아메리칸리그 MVP의 타격음!
…인 줄 알았는데, 너무 높게 떠서 그런지 진 테프먼의 글러브로 타구가 쏙 들어갔다.
“미친놈.”
“내 구위 봤냐?”
그래. 듣고 싶은 것만 들어라. 좋아 보이니 좋네.
[투수 체력 : 94%.] [투수 컨디션 : 상.] [투수 자신감 : 99%.]상태를 보아하니 한 방에 와르르 무너지진 않겠네.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 두자.
4
라이프는 그때의 그 경기를 기억하고 있을까. 내 생각엔 분명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7회까지 퍼펙트, 8회까지 노 히터를 기록하다 내게 끝내기 홈런을 맞은 경기를.
선수들은 생각보다 그런 것을 잘 기억한다. 하물며 그게 올해 일이라면 더더욱.
“스트라이크!”
어, 기억 못 하나?
“스트라이크!”
음… 보기보다 머리가 나쁜 건가.
진지하게 배트를 움켜쥐었다.
방심한 건 아니다. 그냥 예측이 빗나갔을 뿐이다.
패스트볼 두 개를 놓쳤다. 이 상황에서 큰 스윙을 하는 건 자살행위에 가깝다. 생각을 좀 고쳐먹어야 할 것 같긴 하다. 나 이놈한테 완전 털리다가 마지막에 겨우 한 방 친 거였지.
어쩌면 볼 세 개를 연속으로 던지고 홈런을 맞았던 기억 때문에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나오는 걸지도 모르겠다.
맞히는 데 집중하자. 인간 각도기 스킬과 굉장히 시너지가 좋은 스킬을 얻었거든. 물론 못 맞히면 꽝이긴 하지만…….
[로켓 인간(S).]타격 성공 시, 타구 발사 속도 상승.(lv.1)
작명 센스는 누구의 만행인지 모르겠지만, 이상적인 발사 각도와 타구 속도 상승으로 배럴드 볼(타구 속도 최소 98마일, 타구 발사 각도 26-30도로 타율 0.500, 장타율 1.500을 기대할 수 있는 타구)의 증가를 꾀할 수 있게 됐다.
나머지 스킬이 딱히 좋지는 않았지만, 이거 하나로도 충분하지.
‘한번 기다려 보자.’
결정구로 에이머리에게 배운 슬라이더가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스 히팅에 정확한 답은 없다. 그냥 감이 오는 대로다. 실패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볼!”
그리고 감이 한 번 맞기 시작하면, 다음번 예측은 더 어려워진다. 때론 무당이라도 된 것처럼 성공할 때도 있지만, 그건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포심-포심-슬라이더.
라이프의 원래 주무기는 커터다. 하지만 체인지업이 올 수도 있고, 다시 슬라이더가 올 수도 있다.
종종 연속으로 예측이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에는 커터 혹은 슬라이더를 노리기로 했다.
둘 다 궤적이 비슷하고, 대처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다.
맞을지 안 맞을지는 모른다.
그건 항상 그렇다. 패스트볼이 오면 타이밍이 늦을 테고 체인지업이 오면 배트 끝에 걸릴 가능성이 높지만, 성공도 야구고 실패도 야구다.
따악!
아무래도 존 바깥으로 던지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살짝 존 안으로 쏠린 커터를 그대로 잡아 당겼고, 나는 그리 길지 않은 아홉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시즌 10호 홈런이다. 이거 어쩌면 대븐포트랑 경쟁할 수도 있겠는데?
선취 홈런을 때려 내고 베이스를 도는데, 2루에서 애드리안이 내게 엄포를 놓았다.
“홈런을 친 걸 다행으로 생각해. 네 다리를 박살 내 버릴 수도 있었을 텐데.”
겁먹은 개가 짖는다고 했던가?
나는 애드리안에게 윙크하며 오른손으로 OK 사인을 만들어 주고는 홈으로 돌아왔다.
“The Magic ball of homer!”
“Yeah!”
그리고 우리 선수들은, 모두 함께 주머의 배를 두드리며 내 홈런을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