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late's Villain RAW novel - Chapter (63)
홈플레이트의 빌런-64화(64/363)
# 64
판타스틱 듀오 (1)
1
“Hello, baseball. 선데이 MLB, 척 리들리입니다. 한 주간 잘 지내셨죠? 예? 말린스 팬이시라고요? 이런. 뭐라고요? 자이언츠 팬이시라고요? 하하. 영 좋지 못하셨겠군요. So what?”
“자이언츠 숙명의 라이벌 팀인, 다저스 코디 밸린저의 51경기 21홈런 기록을 깰 거란 기대를 받던 자이언츠의 폴 대븐포트가 그 기회를 날렸습니다! 다음 경기에서 3홈런을 치면 타이기록이 가능하지만… 안 될 것 같죠? 그는 최근 5경기에서… 예? 자이언츠 팬에게서 항의 전화가 왔다고요? 예. 어쩔 수 없군요. 이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해야겠네요.”
“자, 최근 아주 뜨거운 팀이죠. 남자의 팀 필리스! Oh my god! 뭐라고요? 21 대 5? 저는 오늘 방송에 나갈 내용을 미리 받아 보고 PD에게 이렇게 말했죠.”
“지랄하지 마, 잭. 방송에서 날 우습게 만들고 싶었나 본데 상대 잘못 찾았어. 뭐? 진짜라고? 이봐, 내가 네 갈비뼈를 박살 내도록 만들지 마. 내가 복싱을 3주간 배운 걸 알고 있지?”
“하지만 진짜였죠. 잭의 갈비뼈는 무사합니다. 레드 빈이 2홈런 4타점을 기록했고 진 테프먼이 5타점을 기록했지만, 진짜는 여깄습니다! 불펜에서 뛰어나온 패트릭 다우너가 그랜드슬램을 작렬했죠!”
“필리스 팬들은 중반까지만 해도 예년과 비슷한, 그러니까 초반에 반짝하고 올스타전쯤 서서히 하락하는 페이스를 보이는 팀에 대한 실망감을 과격한 방식으로 드러내곤 했습니다. 하지만 행운의 부적 같은 레드 빈이 팀에 합류한 뒤로는 달라졌죠.”
“그가 데뷔하기 전, 홈경기 쓰레기통 파손율은 77%였습니다. 그런데 데뷔 후에는 무려 16%로 경이적인 변동 폭을 보였습니다! 젠장! 레드 빈! 당신이 필라델피아의 쓰레기통 제조업자들을 망하게 하고 있다고요! 이 지역 경제를 망치는 주범 같으니!”
“하하. 다들 농담인 거 아시죠? 위의 통계 수치는 다 제 뇌 내에서 만들어진 망상입니다. 어쨌든, 필리스는 최근 가장 무서운 팀 중 하나입니다. 타격도, 팬도, 선발도요. 네? 불펜은 어디 갔느냐고요? 지옥에나 가서 물어 보시지! Hell yeah!”
2
[나 잡아 봐라(S)]수비 시 타구의 낙구 지점이 표시됩니다. (Lv.1)
주루 시 타구의 낙구 지점이 표시됩니다. (Lv.3)
타격 시 타구의 낙구 지점이 표시됩니다. (Lv.5)
요정과의 내기에서 얻은 스킬 레벨업권 세 개와 어찌어찌 모은 SP로 스킬 레벨업을 완료했다.
모험적인 주루 플레이는 실패하면 본헤드 플레이가 되고 성공하면 과감한 플레이다. 그런데 매번 성공하면 나만의 무언가가 된다. 이 스킬의 부가 효과를 잘 활용하면 잘 치고, 잘 잡고, 잘 던지고, 잘 뛰는 선수가 될 수 있는 거다.
그리고 개미 눈물만큼의 효과일지는 몰라도 경기에서 한 타석이라도 더 들어설 기회가 생길 것이다.
뭐…….
그렇지.
그렇지?
ㅣㅅㅍ : …….
뭐. 왜 눈치 보냐.
ㅣㅅㅠ : 유감을 표한다.
됐다. 이제까지 운이 좋았으니까. 한 번 정도는 선택형 스킬 팩에서 구린 게 나올 수도 있지. 그게 C급이라서 더 열 받기는 하지만.
좋은 날이 오겠지.
“헤이, 빈. 오늘 좀 어때?”
오늘 선발인 짐이다.
좀 어떠냐는 질문은 무슨 뜻일까.
오늘도 어제처럼 홈런을 두 개 정도 칠 준비가 되었냐는 질문일까 아니면…….
“왜? 표정이 왜 그래?”
음. 표정이 안 좋았나.
오늘 같은 날, 그러니까 지난 경기에서 팀이 안타를 20개 정도 때려 낸 다음 날은 오히려 더 힘든 경기가 될 수도 있다.
“아니, 잠시 딴 생각하느라고. 컨디션은?”
“나쁘지 않아.”
짐이 나쁘지 않다고 말하면 좋은 거다. 저놈은 워낙 자기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기에.
“그거면 됐어. 커브를 제대로 던져야 할 거야. 오늘도 커브를 바닥에 처박으면 캡틴 필리스가 잡으러 올걸?”
“오, 젠장. 그 사람 이야기는 하지도 마.”
내 팬인 캡틴 필리스. 캡틴 맥스는 가장 격렬한 팬 그룹 중 하나의 리더이며, 과격한 방식으로 팬심을 표현하기로 유명하다.
나는 캡틴 필리스의 아들인 토미에게 홈런 배트를 선물한 뒤로는 그 집단에서 욕을 거의 먹지 않는다. 물론, 다른 팬들은 여전하다. 4만여 명 중 수십 명이 욕을 하지 않는다 해서 내가 삼진을 당했을 때 쏟아지는 욕설의 데시벨이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좋아. 네가 보기엔 오늘 경기 어떨 것 같아? 어제처럼 쉽게 할 수 있을까?”
“음, 글쎄. 사실, 그들이 캡틴 필리스만큼 무섭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짐은 무슨 대답을 내놓을까?
어제처럼 타자들이 터져 주기를 바랄까?
아니면 더 어려운 경기가 될 거라고 예상할까?
모든 경기는 시작하고, 끝나기 전까지는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이런, 꼬마 놈들! 또 날 빼고 둘이서 숙덕거리고 있나?”
갑자기 나타난 개빈이 큰 소리로 우리 둘의 등을 치자, 짐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놀라며 개빈을 향해 삿대질하면서 소리쳤다.
“오, 오, 캡틴 필리스!”
응? 뭐?
“뭐? 캡틴 필리스?”
“아… 개빈, 그게 아니라…….”
짐의 마음속에는 두 명의 캡틴 필리스가 살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두 캡틴 필리스 모두 짐에게는 공포의 대상이겠지.
“What? 젠장. 더듬거리지 좀 마!”
아마 짐이 야구도 못했더라면 개빈에게 매일같이 혼쭐이 났을 거다.
하긴, 그 전에 이미 마이너리그로 쫓겨났을지도 모르지만.
“죄송합니다…….”
짐은 구멍난 물풍선처럼 쪼그라들었다.
뭔가 재밌는 상황 아닌가.
나는 실실대며 웃었고, 짐은 개빈의 눈치를 봤으며, 개빈은 기가 팍 죽어 버리는 짐을 보며 답답해했다.
“흐흐. 캡틴 필리스, 슈퍼 히어로가 소시민을 괴롭히면 어떡합니까.”
“젠장. 네 녀석까지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긴.
필리스 전설의 개악당을 슈퍼 히어로로 만드는 소리지.
이제 내가 악당할 거니까 영감님은 그… 프로페서X나 하세요.
캐릭터는 좀 안 맞는데 둘 다 대머리니까 괜찮잖아?
3
홍대 빤쓰남은, 나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긴, 나오는 대로 막 뱉어 놓고 그걸 지키는 놈을 찾기가 더 어렵다.
나는 홍대 빤쓰남에 대한 분노를 어제 21실점을 기록한 말린스에 풀 준비를 마쳤지만, 경기 전에 들었던 불길한 예감이 조금 맞아 들어 가고 있다.
아무리 세계 최고 레벨의 프로 리그인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라 하더라도, 8월 중순에 들어서는 시점에서 밸런스 유지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어제의 그 약해 빠진 투수 대신, 아메리칸리그 사이 영 상 2회 수상자가 될(이제 내셔널리그로 와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Y.J.라이프의 공을 때려야 할 상황이라 더 그런 걸지도 모른다.
“젠장. 어제는 나 빼고 다들 날아다니더니 어떻게 된 일이야?”
어제 혼자만 안타 1개로 만족해야 했던 주머가 투덜거린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주머가 친 안타 하나가 3회까지 팀 안타의 전부다.
아직 경기가 그리 많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답답한 형국임은 틀림없다.
“대신 오늘은 혼자 안타를 때렸네요.”
“흐흐. 어제 최악의 타자에서 오늘은 최고의 타자가 되는 건가?”
어제 경기에서 말린스는 무려 6명의 투수를 소모했다.
정상적인 팀이라면, 그 상황에서 이미 이 시리즈에 쓸 투수의 대부분을 썼다고 봐야 하겠지만, 말린스는 오늘만 3명의 새로운 투수를 마이너리그에서 콜업했다.
어제 가장 많이 두들겨 맞은 세 명의 투수가 내려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웃!”
2번 타자 라이언 필로우의 타구가 워닝 트랙 앞에서 잡혔다.
내가 보기에는 스윙 밸런스가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펜스를 노린 스윙이었고, 아주 조금 모자랐을 뿐이다.
하지만 이럴 땐 무언가가 선수들의 마음을 잠식하기 마련이다.
다들 누구도 말을 꺼내지는 않지만 큰 거 하나만을 노리느라 스윙이 커졌나 하는 그런 거 말이다.
“주머. 공을 반으로 쪼개 버려요.”
“좋은 아이디어야. 그러면 집에 가서 맥주를 5병은 마실 수 있겠지.”
주머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대기타석으로 나갔지만, 3번 타자 진 테프먼은 고작 3구 만에 삼진을 당해 버렸다.
“스트라이크-아웃!”
그는 삼진을 잘 당하지 않는 유형이다. 하지만 잘 당하지 않는 거지, 절대 당하지 않는게 아니다. 그 마초남은 입속에 들어 있던 해바라기 씨 세 개를 쓰레기통에 도로 뱉어 버렸다.
팀 전체에 조정이 필요한 것은 명확하지만, 어떤 방식이 옳은지 그 누구도 모른다.
하지만 주머는 그런 걱정에서는 조금 비켜나 있다.
“베이스 온 볼스!”
항상 주머가 내 앞에서 1루에 나가 있으면 하는 말이지만, 주머를 홈으로 들여보내기 위해서는 거대한 타구를 날려야 한다.
그리고 라이프는 좋은 투수이며 훌륭한 슬라이더를 던지지만, 나와 두 번 만나 두 개의 홈런을 헌납했다.
“안녕.”
제리 데이밴드는 내 인사를 무시했고, 나는 신경 쓰지 않고 떠들었다.
“라이프가 내 이야기 안 해? 내가 쟤랑 두 번 붙어서 붙을 때마다 홈런을 쳤는데.”
“…2경기에서 홈런 두 개를 쳤다고 말하고 싶어? 누가 들으면 2타수 2홈런인 줄 알겠네.”
“오. 어제 하도 맞아서 말하는 방법을 까먹은 줄 알았어. 말을 안 하길래. 좋아, 잘 생각해 봐. 1경기당 1홈런이란 이야기야. 안 그래?”
원래 야구계는 기적의 논리가 판치는 곳이다. 야구만큼 갖다 붙이기가 좋은 종목은 없다.
“두 경기 가지고 잘난 척하지 마.”
어제보다 조금 침착해진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박수 쳐 줄 생각은 없다.
“조심해. 그 2경기가 3경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
입을 열지 않는 포수를 상대로 더 떠들기보다는 어떻게 공을 때릴지를 고민할 시간이 왔다.
라이프는 까다로운 상대다.
구분이 힘든 포심과 커터를 던지며, 체인지업도 좋다.
그리고 에이머리에게 배운 슬라이더는 제대로 들어오면 알고도 치기 힘든 공이다.
2아웃에 주자 1루인 상황이기에 배터리는 공격적으로 나올 수도 있고, 유인구로 승부할 수도 있다.
첫 타석에서 커터를 포심으로 착각해 땅볼을 쳤기에, 비슷한 방식으로 끌고 나가지 않을까 싶다.
“볼!”
초구는 바깥쪽 낮은 패스트볼. 운이 좋았다. 스트라이크로 잡아 줘도 할 말이 없는 코스였다. 하지만 그런 걸 인정할 이유 따윈 절대로 없다.
“이딴 공을 던지다니! 이건 확률을 피해 가는 거야. 혹시 라이프가 무서워해?”
모험적인 볼 배합을 해서 성공하면 칭송을 받을 수 있지만, 정석대로 승부해서 맞으면 타자가 잘 쳤다며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물론 그렇게만 해서는 절대 좋은 포수가 될 수 없지만, 데이밴드의 입장에서는 모범적인 볼 배합을 하고 싶을 것이다. 실패에 대한 책임을 졌다간 마이너리그로 쫓겨날 거란 공포에 시달릴 테니까.
주자는 느리고 2아웃이다. 볼을 내줬으니 쉽게 가려면 뜬공을 유도하고 싶을 텐데, 내게 홈런을 두 번 맞은 기억이 있으니 쉬운 공은 안 줄 테고.
커터를 스트라이크존 안에 구겨 넣고 싶어 하지 않을까.
몸 쪽 높은 코스의 커터만 노리고, 나머지는 다 버린다.
딱!
“파울!”
내 예상과 비슷한 코스다.
같은 1-1이라도, 배터리가 느끼는 것은 다르다.
0-1에서 1-1이 되면, 존 가장자리에 던져 2-1이 되어도 상관없다고 배짱을 부릴 수 있지만, 반대의 상황이라면 투수는 심리적으로 조금 몰리기 마련이다.
겨우 한숨 돌린 상황이므로 신중하게 스트라이크를 잡으려 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체인지업을 존 안에 넣는 과감한 볼 배합은 배제해도 괜찮을 것 같다. 다만, 슬라이더는 조금 경계해야겠지만.
“슬라이더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는 느낌일 거다.
옛날 생각이 나는구먼.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안타 3천 개는 쳐야 하는데 수비에서 무너지니 타격도 안 되고… 하여튼, 존 바깥쪽 라인으로 들어오는 포심만 노린다.
여기서 크게 한 방 터뜨리면, 투수가 아무리 애를 써도 어제의 그 말도 안 되는 패배를 기억하고 있는 타자들에게 악몽을 떠올리게 할 수 있을 거다.
라이프의 손에서 공이 떠났고, 바깥쪽 높은 코스로 판단했다.
이게 패스트볼이 아니면 낭패를 볼 수도 있겠지만, 도박 정도는 걸어 볼 만하겠지.
좌완투수의 공이 맹렬하게 찔러 들어온다.
스트라이크를 잡아야겠다는 집착이 공을 약간 안쪽으로 밀어 넣었는지도 모르겠다.
따악-!
저 거대한 리버티 벨이 울리는 소리는 너무도 아름답다. 크고 아름다운 종소리 사이로 필리스 팬들의 환호가 섞이면 정말 끝내주거든.
그리고 나는 베이스를 뛰며 그 종소리를 감상할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어?
홈런 아니야?
홈런인 줄 알았는데, 펜스 끄트머리에 낙구 지점을 표시해 주는 밝은 빛이 비추어진다.
젠장.
뛰자.
“세이프!”
펜스 때리고 1루타 될 뻔했네.
하지만 주머가 나 대신 열심히 뛰어 준 덕에 1타점 2루타가 되었다.
고마워요, 주머.
젠장. 밀어 쳐서 펜스를 넘기기엔 아직 힘이 조금 모자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