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cult can save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06
106화
철혈의 교관으로 변해버린 할머니… 아니, 제국의 전쟁영웅 헬레나 홀든의 앞에서 검을 휘두른 횟수가 어느새 500번을 넘겼을 즈음이었다.
숨이 가빠진 레벨로프는 냉철한 시선의 헬레나를 힐끔 보고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나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목검을 두 손으로 쥐었다.
– 할 수 있단다, 아이야.
카이로스도 그를 응원했다. 레벨로프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조금 전 헬레나의 동작을 상기하며 목검을 들었다.
후욱-
약간의 바람과 함께 순식간에 동작이 끝났다.
‘이 정도면 괜찮았던 것 같은데.’
레벨로프는 자신이 헬레나와 똑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동작을 행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나 그를 보는 헬레나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아직도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갔구나. 그래서인지 다리의 균형도 무너졌어.”
헬레나는 여전히 차가운 눈으로 레벨로프에게 말했다.
“아, 그랬군요.”
레벨로프는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목덜미를 매만졌다. 분명 제대로 따라 했다고 여겼건만, 한 번에 성공하는 건 불가능했다.
“조금 더 힘을 빼고 해보거라.”
헬레나가 그리 이야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에 레벨로프가 다시금 목검을 휘둘렀다.
“다시.”
헬레나는 레벨로프의 동작을 꼼꼼히 살피며 연신 지적을 해나갔다.
“왼발이 너무 앞으로 나갔단다. 다시.”
레벨로프는 연신 잘되지 않는 동작에 초조해졌다. 하나 입술을 꾹 깨물고 집중을 이어갔다.
그렇게 다시 몇십 번이고 허공을 갈랐을 즈음.
후욱-!
“……이번 것은 잘했구나, 레비.”
자세만큼은 제대로 취할 수 있게 되었다.
그제야 차가웠던 헬레나의 눈빛이 풀렸다. 레벨로프는 목검을 쥔 채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고작 자세 잡기도 이렇게 힘들 줄이야.’
– 듣기로는 한 동작을 제대로 완성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더구나.
그나마 지금 레벨로프가 하고 있는 동작이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기에 습득이 빨랐던 것이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만, 이 정도면 충분하단다.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 되겠어.”
헬레나는 미소와 함께 레벨로프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자세는 제대로 취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는 검에 힘을 실어야겠지.”
레벨로프는 헬레나의 말을 경청했다.
“물론, 자세를 정확히 취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힘을 실을 수 있단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닥쳐올지 모르는 위협에 맞서기 위해선 너 자신이 가진 힘을 기를 필요가 있단다. 기적을 대가로 거래를 제안하는 신보다 말이야.”
헬레나가 의미심장한 말을 끝으로 옅게 미소했다. 그녀가 구태여 말을 덧붙이지 않아도 레벨로프는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기적을 대가로 거래를…… 설마……?’
한편 이어 헬레나는 레벨로프를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홀든의 직계들에게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호흡법이 있단다.”
“호흡법이요?”
레벨로프의 눈이 조금 크게 뜨였다.
“그래. 호흡법. 그리고 나는 이걸 ‘마나 수련’이라고 부른단다.”
호흡법. 그 단어에 레벨로프의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존재했다. 우세법 속 테르디안의 기본 스킬 중 그와 비슷한 것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신체 능력을 강화시키는 패시브였던 것 같은데.’
설마 이것도 그런 것일까?
레벨로프가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헬레나가 그의 앞에 서서 두 눈을 감았다.
“간단하단다. 체내에 있는 마나를 운용하여 전신을 돌아다니게 만드는 것이지. 그리고 이 호흡을 익히는 것이 이번 훈련의 진정한 목적이란다.”
헬레나의 말에 레벨로프는 저도 모르게 입을 작게 벌리고 말았다.
“마나의 운용이라면…….”
“보통 마나는 사람의 중심부에 고여있단다. 하지만 이것을 전신으로 균일하게 분배한다면 상당한 성취를 이룰 수 있지.”
레벨로프는 문득 이와 비슷한 것을 떠올렸다.
‘무협 소설에서 보던 것과 비슷한 건가?’
“마나 운용을 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란다. 검을 휘두를 때 체내의 마나를 흘려 보다 위력이 강한 공격을 할 수 있기 위해서지. 내리칠 때, 찌를 때, 올려 칠 때 몸속의 마나를 활용하는 방법을 제대로 깨닫는다면 기초 훈련의 완성이지.”
언젠가 읽었던 웹소설을 떠올리고 있을 때 헬레나가 감았던 두 눈을 떴다. 그녀의 주위로 푸른 기운이 일렁거렸다.
“골고루 퍼진 이 푸른 빛이 보이지? 이것이 마나란다. 호흡을 통해 균일하게 전신으로 방출한 것이지.”
“와…….”
레벨로프는 헬레나를 보며 감탄했다. 그녀의 마나는 언뜻 보아도 상당히 순도가 높고, 강하게 느껴졌다.
‘마나 번을 앓고 있으면서도 저 정도로 조절이 잘되다니.’
그가 놀라고 있을 때, 헬레나가 옅게 웃으며 마나를 갈무리했다.
“물론 호흡법과 흐르는 길을 배운다고 한들 이렇게 바로 마나를 방출하기는 힘들단다. 나조차 이 경지에 오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게다가 마나의 양도 상당히 많아야 하고.”
레벨로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에게는 마나지만, 내게는 성력으로 생각하면 되겠지.’
레벨로프를 바라보며 헬레나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호흡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머릿속까지 마나를 균일하게 보내야 한다는 것이란다. 그래야만 효율이 더욱 증대될 테니까.”
단순히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을 것을 레벨로프는 예감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헬레나의 말대로 레벨로프의 마나, 즉 성력 또한 그의 신체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었다.
‘성력을 방출할 때도 끌어모아서 했으니까.’
그 힘을 전신에 균일하게 보낸다는 것은 힘겹게만 느껴졌다.
“자, 한번 따라 해보거라.”
“네, 할머니.”
헬레나는 곧장 레벨로프에게 호흡법을 전수해주기 시작했다.
“우선 두 눈을 감고, 체내의 마나를 느끼거라.”
첫 단계는 간단했다. 레벨로프에게 성력이란 언제든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마나를 조금씩 꺼내어 발끝으로 이동시키렴.”
여기까지는 순탄하게 따라 할 수 있었다.
“천천히 발끝부터 마나를 균일하게 쌓아간다고 생각하고 움직이거라.”
문제는 여기부터였다. 헬레나의 말대로 성력을 운용하여 쌓아가기 시작했지만, 그 양을 일정하게 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균일하게…… 되는 건가, 이게?’
레벨로프는 긴가민가하며 성력을 운용했다. 그가 두 눈을 감고 있을 때, 헬레나가 눈을 떴다.
그녀는 잔잔한 미소와 함께 조용히 걸음을 움직였다. 이어 헬레나는 레벨로프의 뒤로 이동했다.
두 주먹을 꽉 쥔 채 열심히 마나를 운용하는 손주를 보며, 헬레나가 손을 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검지와 중지로 레벨로프의 정수리에 자리한 혈을 빠르게 눌렀다.
마나 운용에 집중하는 레벨로프조차 눈치채지 못할 속도였고, 그로 인한 고통 또한 없었다.
이어 헬레나의 손끝에서 바늘처럼 얇고 푸른 마력이 흘러나와 레벨로프의 안으로 흘러갔다.
이것이 바로 오직 홀든가의 직계에게만 전해지는 방법이었다.
세심한 마나 운용이 가능한 자가 초심자에게 길을 내주는 것.
무협지에 흔히 등장하는 벌모세수, 가문의 어른이나 스승이 후계자를 빠르게 키울 때 기가 흐르는 길을 알려주는 것과 유사한 방법이었지만 한 가지 커다란 차이점이 존재하기도 했다.
이 방법은 오직 혈족끼리만 통한다는 작지만 큰 차이. 하여 이 방법의 정수는 홀든가의 직계에게만 오롯이 전수되어왔다.
‘……어?’
헬레나의 마력이 흘러들어와 길을 안내해주기 시작하자, 레벨로프는 묘한 감각을 느꼈다.
빛 한 점 없는 어둠 속에서 길잡이를 만난 기분. 그 길을 따라 성력을 운용하자 어느새 전신에 성력이 퍼져나갔다.
삽시간에 뇌까지 성력으로 가득 차자, 레벨로프의 몸이 약간 흔들렸다.
“천천히 심호흡하면서 마나를 움직이거라. 지금보다 힘을 빼면 양을 조절하기 쉬울 거란다.”
레벨로프는 헬레나의 말을 따라 힘을 빼었다.
“나의 마나를 느끼고, 그와 균형을 맞춰보렴.”
레벨로프는 조금씩 성력의 양을 조절했다. 헬레나의 마력에 맞춰 점차 양을 줄여가자, 서서히 균등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옳지, 잘하는구나.”
칭찬과 함께 헬레나는 레벨로프에게서 손을 떼었다. 그리고 흐뭇하게 손자를 바라보았다.
길을 잡아준 것만으로도 레벨로프는 한 단계 성장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레벨로프가 감았던 두 눈을 떴다. 그의 호흡이 어느새 흐트러져 있었다.
“하아, 하아.”
“힘들지? 원래 처음에는 힘든 법이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나 수련을 꾸준하게 하다 보면 수월해질 거란다.”
“네, 할머니.”
레벨로프는 흐르는 땀을 닦아내었다. 그저 성력을 운용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지칠 줄이야. 그가 숨을 고르고 있을 때. 헬레나가 덧붙였다.
“지금은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힘을 내자꾸나. 마나 수련을 마치면 기초 훈련은 다 한 것이나 마찬가지란다. 결국, 이 훈련은 조금 전 네가 한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니까. 그리고 마나 운용이 완전해지면 기초 검술 동작도 쉬이 익힐 수 있단다.”
헬레나는 레벨로프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을 이었다.
“전신에 마나가 돌게 되면, 신체 능력이 향상된단다. 그 과정에서 더욱 빠르게 기술 습득이 가능하지. 원한다면 타인의 검술 동작도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물론, 약간의 훈련이 필요하겠지만.”
그 말에 레벨로프는 놀라고 말았다.
‘홀든가의 훈련법이 이런 걸 줄은 몰랐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수확이었다. 이 마나 호흡법만 제대로 익힌다면, 그는 지금까지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레비, 네게는 재능이 있는 것 같구나. 제법 마나 양도 많고, 마치 이전부터 마나를 사용해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움직임이던데.”
“아…… 그런가요?”
레벨로프는 솔직하게 대답하는 대신 되물었다. 카이로스로부터 받은 성력을 사용했다고 이야기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그래. 어쩌면…… 일주일보다 더 빨리 끝날지도 모르겠구나.”
헬레나의 입매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이어 레벨로프의 어깨를 쥔 그녀의 손에 약간 힘이 들어갔다.
“자, 그럼 다시 한번 해보자꾸나.”
그리고 이때의 레벨로프는 상상하지 못했다.
이 힘든 마나 수련이 늦은 저녁까지 이어지리라고는.
***
사람의 피로가 극한에 달하면 앓는 소리도 내지 못한다는 것을 오늘에야 알게 되었다.
할머니의 마나 수련은 오랫동안 이어져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죽겠다.’
나는 의자에 늘어진 채 두 눈을 감았다. 전신으로 성력을 운용하는 것은 생각보다 몹시 힘든 일이었다.
균일하게 힘을 분배하고, 지속 시간을 조금씩 늘리는 연습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성력이 소모되었다.
‘분명 내 성력은 이전보다 훨씬 늘어났는데…….’
아무래도 아직은 성력의 양 조절이 어려워서 그런 듯했다.
‘그래도 할머니께서 처음치고는 잘한다고 그러셨지.’
할머니는 박수까지 치면서 몹시 좋아하셨다.
– 고생이 많았다, 아이야. 많이 피곤해 보이는구나.
‘네. 죽겠어요.’
이제 남은 기간 동안의 목표는 마나 수련과 할머니가 알려주는 기초 검술 자세를 완벽히 흡수하는 것이었다.
‘이것만 제대로 해내면…….’
언젠가 테르디안의 검술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이 험한 히든 루트의 세상을 나아가는 데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게다가 단순히 검술뿐만이 아니라 신체의 움직임도 따라 할 수 있다고 했으니, 여러모로 쓸만하겠어.’
물론, 그에 따른 약간의 훈련이 필요하긴 했지만.
생각을 마친 나는 사용인들이 방으로 가져다준 식사를 하고, 빠르게 몸을 씻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밤이 깊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 잠들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나는 방 한구석에 포탈을 설치하고는 로벨의 신전으로 향했다. 교주실 책상 위에는 자인이 준비해준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그것들을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교주실에서 읽어도 되긴 하지만, 아무래도 여기 침대가 더 편하단 말이지.’
나는 침대에 엎드려 누운 채 ‘마나 번’과 관련된 책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하나씩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까.
나는 책을 통해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