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cult can save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10
110화
레사모?
파나틱이 중얼거린 알 수 없는 단어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줄임말인가 싶었다. 하여 나는 파나틱에게 물었다.
“‘레사모’요? 그게 뭔가요, 형제님?”
그러자 파나틱의 눈이 조금 크게 뜨였다. 그리고는 녀석이 숨을 들이켰다.
“헉…… 교주님, 모르셨군요. 레사모는 ‘레비아탄 교주님을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뜻입니다. 줄여서 편히 ‘레사모’라고 부르죠.”
잠깐만. 지금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는 거야? 나를 사랑하는 모임이라고?
– 호오, 아이야. 좋겠구나!
카이로스가 웃음기 어린 음성으로 내게 말했으나, 당황스러움에 대꾸하기가 어려웠다.
놀라서 헛숨을 삼키는 사이 파나틱이 신이 나서는 떠들었다.
“로벨의 신자 중 많은 이들이 레사모에 가입했습니다. 남자, 여자 성별의 비율이 반반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로벨에 그런 모임이 있었을 줄은 전혀 예상도 못 했었다. 애초에 카이로스가 아닌 나를 대상으로 한 모임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안 해봤으니까.
– 이거 꽤 부러운걸?
‘아니, 부러워하지 마세요! 어차피 다 카이로스님의 신도잖아요.’
– 그건 모른단다. 나를 믿지 않고, 너를 좋아할 수도 있는 거지 않느냐.
‘아마 아닐걸요. 제 직업 자체가 카이로스교 교주인데, 저를 좋아하는 이들은 대부분 카이로스교 신도일 겁니다. 저는 겸사겸사 좋아해 주는 것이고요. 그래야 앞뒤가 맞죠.’
– 글쎄. 사람은 누구나 아름다운 걸 추구하지 않느냐.
그리 말하며 웃음을 흘리는 카이로스가 얄밉게만 느껴졌다. 나를 놀리는 게 똑똑히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아마 제가 알기로 레사모의 회원이 한 오십 명 정도 됩니다. 물론, 저도 가입했습니다. 아, 이런.”
파나틱이 잔뜩 들떠서 이야기하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는 곤란한 낯을 하고는 침울하게 어깨를 늘어트렸다.
“교주님께 직접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못, 못 들은 걸로 해주십시오. 교주님!”
그러고는 파나틱은 줄행랑을 쳤다. 꽁무니가 빠질 기세로 달아나는 녀석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레사모라는 건…….’
현대로 치면 팬클럽 같은 건가.
어째 카이로스교 교주가 된 후의 생활들이 대개 연예인들의 것과 겹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도통 적응이 안 되기도 하고.’
애초에 칭호 옵션으로 받은 스킬의 이름에도 ‘팬 서비스’가 있지 않은가.
심지어 ‘카이로스교의 아이돌’ 칭호도 있었다.
‘……이거 괜찮은 거 맞지?’
나는 떠름하게 미소 지으며 걸음을 옮겼다.
***
“후우…….”
나는 가빠오는 숨을 애써 진정시키며 호흡을 고르게 유지했다. 할머니와의 훈련을 시작한 지 5일째.
“그동안 고생했다, 레비.”
나는 마침내 할머니의 기초 훈련을 완료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간 아침부터 저녁까지 마나 운용을 통해 호흡법을 완전히 익히고, 신체 능력을 극한까지 향상시킬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할머니가 알려준 정확한 기초 검술 자세들까지 완벽하게 익혔다.
“이제 더는 손 볼 구석이 없게 되었구나. 호흡도, 자세도 완벽해.”
할머니는 몹시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다가왔다. 나는 목검을 바닥에 내려두며 이마의 땀을 훔쳤다.
“정말이요?”
“그래. 레비, 내 강아지. 역시 내 손주는 다르구나. 일주일보다 더 빠르게 훈련을 끝마칠 줄이야.”
할머니의 칭찬을 들으며 나는 미소 지었다. 나 또한 세베누스와 같은 기간 만에 기초 훈련을 끝내게 된 내가 꽤 자랑스러웠다.
“힘들지는 않니?”
할머니는 땀으로 젖은 내 머리카락을 정돈해주며 따스하게 물었다.
“조금 지치기는 하지만, 그래도 첫날만큼 힘들지는 않아요.”
“그렇지? 그만큼 레비, 네가 마나 운용을 잘해서 그런 거란다. 같은 강도로 신체를 단련한다고 하여도 마나를 운용했을 때가 피로감이 덜 하지. 앞으로도 꾸준히 잘 활용하거라.”
“네, 할머니.”
나는 할머니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카이로스도 뿌듯한지 내게 폭풍 칭찬을 날렸다.
– 고생했다, 아이야. 그동안 정말 많이 노력했구나. 네 전신을 돌아다니는 성력이 확연히 느껴질 정도란다!
‘정말요?’
– 그럼! 그 덕분에 신체가 이전보다 더 활기를 띠는 것 같지 않니?
‘그런 것 같기도 해요.’
– 네 할머니의 훈련을 쭉 지켜보면서 알게 된 것인데, 성력과 마력 즉 생명력은 전신을 맴돌수록 신체에 큰 활기를 가져다준단다. 그러니 앞으로도 꾸준히 성력을 운용하다 보면, 성력을 운용하지 않을 때도 이전보다 활기가 돌 것이란다.
‘호오, 그래요?’
– 그래. 그러니 네 할머니가 저 나이대에도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것이지.
카이로스가 대뜸 할머니를 향해 감탄했다.
‘그건 근데 소드마스터이기에 그랬던 게 아닌가요?’
– 물론 그 말도 맞단다. 하지만 네 할머니가 소드마스터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이 마나를 운용하는 것 같더구나.
‘아, 마나…….’
– 그녀는 체내에 풍부한 마나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잘 운용하여 신체를 극한까지 단련한 거겠지. 그 과정에서 신체는 끊임없이 활력을 얻으니, 노화가 더뎌지는 거란다.
‘……오.’
그러니까 이 마나 운용 하나만 잘해도, 미모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건가?
‘그거 되게 좋네요.’
– 그렇지? 그러니 아이야, 너도 꾸준히 해보려무나.
‘네. 알겠어요.’
할머니의 나이가 70대지만, 외양은 50대나 다름없어 보이는 비결이 바로 이것 덕분이었다니.
성력의 운용을 더 열심히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났다.
“그러고 보니 레비, 이제 곧 홀든령으로 돌아가겠구나.”
잠깐 동안 카이로스와 이야기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고 있자, 할머니가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아, 네. 그래야죠. 한 이틀이나 사흘 뒤쯤 돌아갈 것 같아요.”
어제저녁, 세베누스가 방으로 찾아왔었다. 그 녀석은 지난번부터 종종 내 방을 찾아와 카이로스교에 관해 묻곤 했다. 그래서 어제도 대답을 해주었는데, 그때 귀환 일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내 훈련이 끝나고 이틀 정도 후에 귀환하자고. 물론, 확정이 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 그렇다면…… 돌아가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은 없니?”
귀환 전에 하고 싶은 일이라면, 할머니를 카이로스교 신도로 만드는 것이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했지만.
정 안되면, 귀환 전날 할머니에게 온갖 팬 서비스를 선보이는 방법도 있기는 하다만…….
아무튼, 그리 대답할 수는 없으니 나는 그다음으로 하고 싶은 일을 말했다.
“저, 네젠에 한번 가 보고 싶어요. 하시스 근처에 있다고 알고 있는데, 맞나요?”
“아아. 네젠? 그래. 마차로 세 시간 정도면 도착한단다. 그런데 네젠은 왜 가고 싶은 게냐?”
“아, 네젠의 음식이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거든요.”
나는 미소와 함께 이야기했다. 네젠의 음식이 맛있다는 이야기는 진짜였다. 물론, 내가 네젠을 가고 싶어 하는 이유는 아니긴 하지만.
나는 네젠에 있을 테르디안과 그 동생의 집을 한번 방문해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렇다고 집에 들어갈 생각은 아니고, 먼발치에서 확인만 할 생각이었다. 그들이 그곳에 머물고 있는지. 특히 테르디안의 동생을.
“그래? 그렇다면 내가 안내해주마.”
“정말요?”
“그럼 당연하지.”
할머니가 잔잔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기대하지 않은 행운이었다. 안 그래도 할머니를 설득하기 위한 시간이 조금 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고민하던 중이었으니까.
한편 내가 새로운 기회가 생겼음에 기뻐하는 사이 카이로스가 천진하게 물었다.
– 호오, 아이야. 그게 진짜니? 네젠의 음식이 맛있다는 게?
‘아, 네. 이전에 자인이 이야기하는 걸 들었어요.’
얻어걸린 것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듣기는 했었다. 자인 녀석, 꽤 맛집을 많이 안단 말이지.
– 그렇다면 기대되는구나!
‘……카이로스님께서 드실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요.’
– 응? 왜? 나도 먹고 싶구나!
‘할머니께서 안내해주신다고 하셨으니까요. 그럼 카이로스님이 현신하기 힘들잖아요.’
– 끄응. 그래도 맛을 보고 싶은데…….
‘그러시다면 일단 제가 보관은 한 번 해볼게요.’
인벤토리에 음식을 넣어두면, 넣었을 때와 같은 상태로 보관이 되곤 했으니까.
– 호오, 그래 주겠느냐?
‘네에, 네에.’
– 고맙다, 아이야!
나는 카이로스의 감사 인사를 흘려들으며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 바쁘시지 않으세요?”
“괜찮단다. 내 강아지가 네젠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데, 그렇다면 내가 동행해야지. 레비, 네 말대로 네젠에는 맛있는 음식들이 꽤 많단다.”
“정말요? 기대되네요.”
“나도 기대되는구나. 우리 강아지와의 동행이라니. 그럼 내일 아침 일찍 가 보자꾸나.”
“네, 좋아요!”
나는 환히 미소를 지으며 할머니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훈련장을 천천히 거닐며, 내일의 계획을 정리했다.
‘할머니와 네젠에 방문해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잠깐 산책 겸 테르디안의 집에 다녀와야지. 상황이 안 따라 줄 수도 있으니 다른 계획도 세우긴 해야겠네.
그나저나, 네젠에서 그 형제가 원작처럼 잘 지내고 있으면 좋겠는데.
‘……아마 힘들겠지?’
일단 테르디안은 디에고교의 사도가 되었으니까.
그래도 아직은 모르는 일이었다.
***
다음날, 오전 7시경.
나는 들뜬 마음으로 방에서 빠져나왔다. 출발까지는 아직 10분가량 남았으니 느긋하게 복도를 걷고 있을 때.
“레비, 잘 잤느냐.”
평소처럼 깔끔한 차림의 세베누스와 마주쳤다.
“아, 좋은 아침입니다. 형님.”
“그래. 오늘 할머님과 네젠에 방문한다고 들었다.”
어, 잠깐. 설마 이 녀석도 함께 간다는 이야기는 아니겠지?
“아, 네.”
제발 아니기를 속으로 빌고 있을 때. 세베누스의 입매가 옅게 올라갔다.
“그럼 조심히 잘 다녀오거라.”
“어, 네?”
“마음 같아선 나도 함께 가고 싶다만,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있어서. 아쉽구나.”
“아아, 네. 알겠습니다.”
휴. 다행이다.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세베누스와 함께 계단을 내려왔다.
“레비, 세비. 내 강아지들. 좋은 아침이구나.”
그러자 홀에서 기다리고 있던 할머니가 우릴 반겼다. 할머니는 평소와 다르게 깔끔한 푸른 제복을 걸치고 계셨는데, 확연히 멋있었다.
“와, 할머니. 제복이 정말 잘 어울리세요.”
“그래? 우리 레비도 깔끔하게 입으니 아주 예쁘구나.”
할머니의 칭찬에 흐뭇하게 미소를 짓자, 카이로스가 난리를 쳤다.
– 아이야, 나는 네 할머니가 꼭 우리의 신도가 되었으면 좋겠구나!
‘예, 예?’
– 아주 아름다워! 외면도, 내면도 고결하기 그지없구나.
‘하, 하하. 노력해볼게요.’
– 분명 우리의 성기사단 복장도 잘 어울릴 것이란다.
카이로스의 말에 문득 머릿속으로 카이로스교의 성기사단 복장을 걸친 할머니가 그려졌다.
순백의 제복을 입은 할머니의 모습은 고결한 기사, 그 자체였다.
‘그러게요.’
그리 생각할 때. 할머니가 내게 손짓했다.
“자, 그럼 출발하자꾸나. 레비.”
“네, 할머니.”
할머니에게로 다가가자 그녀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할머니의 손을 잡았다.
“할머님, 레비.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우리는 세베누스의 배웅을 받으며 마차로 향했다.
이제, 네젠으로 출발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