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cult can save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퀘스트가 갱신된 이후, 나는 비몽사몽한 상태 그대로 침대로 가 잠을 청했다. 왜냐하면, 신전 환자들의 치료를 마치고 나자 어느새 정오가 되었기 때문이다.
밤을 꼬박 새워 치료제를 만든 통에 이미 하루를 꼬박 새운 상태, 원하지 않아도 수면을 취해야만 하는 상태가 되었다. 게다가 어차피 밤에 움직이는 것이 더 편하기도 했으니까.
하여 나는 오랜만에 교주실에서 푹 숙면을 취하고 일어났다. 그러자 어느덧 창밖의 시간은 깊은 밤을 지나 새벽녘으로 향하고 있었다.
“교주님, 피곤하지 않으세요?”
설마 내가 일어날 때만을 기다렸던 걸까.
푹 자고 일어나자마자 알피어스가 기다렸다는 듯이 교주실을 찾았다.
무슨 일이라도 또 생긴 것은 아니겠지.
“괜찮아. 그런데 어쩐 일이야? 설마 또 환자가 왔어?”
“아뇨. 환자가 아니라 식사를 갖다 드리러 왔어요! 제이콥이 피곤한 교주님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었답니다.”
알피어스는 환한 미소와 함께 음식이 가득한 카트를 밀고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로는 자인과 트로이가 침을 뚝뚝 흘리며 따라왔다.
“너흰 아직 식사 안 했냐?”
“그야 당연하죠. 신전에 돌아온 뒤로 지금까지 푹 잤으니까요. 덕분에 배가 엄청 고프네요.”
자인이 우는 소리와 다르게 기름기가 반들반들한 낯으로 말했다. 그리고 옆에 서 있는 트로이는 금방이라도 음식에 달려들 기세로 카트 위의 트레이만 노려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럼 둘 다 이리 와서 같이 먹자. 그래도 되지, 알피?”
“그럼요, 교주님.”
알피어스는 미소와 함께 테이블 위에 음식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정리가 빠르게 끝나자, 자인과 트로이가 내 맞은편에 앉았다.
“그럼 맛있게 드세요, 교주님.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부르시고요.”
“그래. 고마워, 알피.”
고마운 마음에 알피어스에게도 식사를 권했지만, 이미 알피어스를 비롯한 간부들은 식사를 했다고 한다. 게다가 간부들은 굳이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되고.
아무튼 알피어스가 교주실에서 떠나고, 우리는 식사를 시작했다. 나는 가장 먼저 맑은 수프부터 한 입 먹었다.
그러는 사이, 트로이가 주메뉴인 닭고기부터 뜯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자인이 샐러드를 먹으며 노려보았다.
“트로이, 아직 주인님이 수프를 드시고 계신데 넌 어떻게 메인 요리부터 손을 대냐?”
이럴 때 보면 어째 자인이 나보다 더 유교 사상에 찌든 것 같다.
“괜찮으니까 편하게 먹어.”
어차피 나는 별 상관하지 않았다. 그냥 내가 적당히 먹을 양만 있으면 되니까.
“교주가 괜찮다고 하지 않나.”
“에휴.”
“이럴 때 보면 자인, 참 까탈스럽다.”
비록 자인이 한숨을 내쉬기는 했으나, 트로이는 마음 편히 식사를 이어갔다. 그리고 나 또한 음식을 먹으며 두 사람에게 이야기했다.
“두 사람 다 푹 쉬었지?”
“네, 적당히 피로가 풀렸어요.”
“나도 그렇다, 교주.”
쉬는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 다 개운한 얼굴이었다. 다행이군.
“그럼 됐어. 식사 마치는 대로 다시 떠날 준비들 해. 우린 ‘프렐’로 떠날 거다.”
“프렐이요? 설마.”
자인이 다시 떠난다는 말에 표정을 굳혔다가 프렐이란 단어에는 급기야 입을 벌리며 반문했다. 그동안 들은 이야기가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래. 거기가 이번 ‘고블린 병’의 발생지야.”
“교주, 정말 거길 다녀와도 괜찮은가?”
“그럼. 어차피 우리에게는 전염되지 않는 병이잖아.”
나는 디저트로 준비된 과일 음료를 한 모금 마시며 답했다.
“그렇긴 하지만…… 프렐은 어디 있는 곳이지?”
“우리가 다녀온 수도 부근과 홀든 영지 그 중간쯤에 있는 작은 마을이야.”
대략 트로이의 속도라면 하루 정도 꼬박 달리면 도착할 것이다. 프렐 내에서의 일도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테고.
‘히든 루트의 변수만 없다면야…….’
설마, 별다른 일이 생기지는 않겠지.
***
식사를 마친 후 나는 자인과 트로이, 그리고 알피어스와 체스터, 사샤까지 불러 모았다.
우리는 환자들을 격리해두었던 사제 숙소의 응접실에 모였다. 응접실의 테이블에는 내가 지난밤에 만들어둔 치료제 100개가 준비되어 있었다.
“알피, 체시, 사샤. 이건 고블린 병의 치료제야.”
“호오, 네. 그렇군요.”
“와, 이, 이걸 다 혼자 만드신 거예요?”
“……와.”
세 아이의 각기 다른 반응에 절로 미소가 흘러나왔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응. 그러니까 혹시라도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고블린 병의 환자가 방문하면, 한 사람에게 한 병만 먹이면 돼. 혹시 몰라 넉넉하게 100개 정도 두고 갈 테니까.”
물론,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영지 내에 고블린 병의 환자가 그렇게 많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 잠복기인 환자가 기껏해야 50명도 안 될 테니까.
“그리고 혹시 치료제가 모자라거나, 다른 상황이 생긴다면 언제든지 연락하고.”
“네, 교주님.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아이들에게 다시금 당부한 뒤 자인, 트로이와 함께 신전에서 벗어났다.
아직 홀든 영지의 봉쇄는 풀리지 않았기에 흑표범으로 변모한 트로이를 타고 영지를 벗어났다.
“그런데요, 주인님.”
프렐로 향하는 길을 트로이에게 알려준 뒤, 내 뒤에 타고 있던 자인이 말을 걸어왔다.
“그 오래전에 등장했다 사라진 고블린 병이 어째서 지금 다시 나타난 거죠?”
자인의 진지한 음성에 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답했다.
“글쎄. 아주 오래전에 사라졌던 병이 다시 등장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왠지 누군가가 일부러 퍼트린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흐음. 그래요? 어째서요?”
“원래 믿음이란, 고난과 역경 속에서 생겨나는 것이거든. 그게 설령 올바른 방향의 믿음이 아니라고 해도 말이지.”
원작에서 고블린 병이 등장한 이유 또한 그 때문이었다. 디에고가 자신의 세력을 넓히기 위해서.
세상에 전염병이 퍼지고, 수많은 아이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리게 되면 그 부모들은 모두 신을 찾게 된다.
그리고 때마침, 디에고교에서 치료제를 개발해 퍼트린다면. 디에고교의 신도가 아니었던 자들 또한 디에고를 믿게 되는 것이다.
‘아주 단순하면서도 쉬운 방법이지.’
그나저나 원작에서는 카이로스교와 디에고교의 신도 비율이 반반에 가까웠고, 지금은 디에고교의 신도 숫자가 월등히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방법을 쓸 줄은 몰랐는데.’
월등히 디에고교가 앞서가는 데도 굳이 고블린 병을 퍼트렸다는 것은, 디에고에게 무슨 변화가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뭐지, 대체. 무슨 꿍꿍이를 부리고 있는 걸까.’
아무리 원작에 대해 전부 알고 있다고 한들, 히든 루트의 변수로 인한 변화까지는 나조차 예상할 수가 없었다.
하여, 지금의 디에고가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을 꾸민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설마 카이로스교의 신도 숫자가 나날이 늘어가고 있기 때문인 건가.’
마냥 가능성이 없는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단순히 그 때문만은 아닐 것 같았다. 아무리 카이로스교의 신도가 증가했다고는 해도 디에고교가 확보한 신도들의 수에 비하면 아직 새 발의 피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으니까.
‘아니면 설마……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하나 뭐가 되었든 당장 디에고의 의도를 알 수는 없었다. 그러니 일단 이것에 대한 생각은 접어두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는 계속해서 나아갔다. 트로이가 달리고 또 달린 덕분에 프렐까지의 거리는 빠르게 좁혀졌다.
***
저녁 무렵, 우리는 프렐과 가까운 거리의 작은 산에서 멈춰 섰다.
트로이의 체력 보충을 위한 휴식 시간을 갖기 위해서.
“아이고, 힘들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지금껏 열심히 달린 트로이보다 그 위에 앉아 온 자인이 더 힘들어 보였다. 풀밭에 풀썩 앉는 녀석을 보자, 자인이 찔렸는지 입을 열었다.
“왜 그런 눈으로 보세요. 저도 힘들었어요. 빠르게 달리다 보니 길이 별로 좋지 않았잖아요.”
“뭐, 그건 나도 마찬가지인데.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던데.”
“그건 주인님하고 제 체력이 다르니까 그러죠!”
자인이 앉은 채로 떽떽 소리를 질렀다. 나는 녀석의 말에 코웃음을 치며, 미리 챙겨온 간단한 식삿거리를 녀석에게 건네었다.
“그러게 누누이 이야기했잖아. 체력 단련 좀 하라고.”
“하고 있습니다만.”
“근데 그 모양이야?”
내 말에 정곡이 찔렸는지 자인이 입술을 잔뜩 내밀면서 구시렁거렸다. 너무 작은 소리라 제대로 들리지도 않을 정도였다.
녀석을 무시하자, 근처 나무에 기대어 쉬고 있던 트로이가 내게 일렀다.
“교주, 저 녀석이 교주의 욕을 한다.”
“아니거든?! 저 귀만 밝은 자식이!”
“맞다. 교주의 입을 한 대만 때려보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걸 내가 들었다.”
“아, 아니라고!”
자인이 서둘러 입을 막으려는 듯 트로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트로이가 가뿐히 공격을 피하며 자인의 시도는 무산되었다. 나는 육포를 씹으며 바닥에 앉았다.
“자인, 하고 싶다면 와서 한 대 때려.”
미소와 함께 말하자 자인의 표정이 굳어갔다.
“주, 주인님? 저 진짜 진심으로 한 말이 아닙니다.”
“아니야. 와서 때려도 돼. 맞아줄 테니까. 응? 해봐.”
그러나 자인은 시도하는 대신,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
“잘못했습니다. 주인님.”
녀석의 사과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아이야, 어쩐지 오늘따라 네 표정이 상당히 무섭구나.
프렐로 향하는 동안 신전에서 놀고 있던 카이로스가 언제 돌아왔는지 말했다.
‘제 표정이요?’
– 그래. 저 아이가 겁에 질렸잖니.
‘그건 자인이 잘못해서 그런 거잖아요. 실제로 겁줄 의도는 없었다고요.’
– 끄응. 아닌 것 같은데.
그런 시답잖은 대화를 나눈 후. 우리는 각자 잠자리에 들었다.
야영하는 터라 간이 천막에 몸을 뉘었다. 그래도 나름 야영을 자주 했기 때문인지 이제는 땅바닥이 익숙해졌다.
‘게다가 나름대로 개인 공간이기도 하고.’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해주기 위해 각자 원하는 자리에 천막을 친 터라, 나름 안락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나는 잠에 들었다.
***
문득 익숙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익숙한 천장, 그리고 익숙한 사람들.
‘레비, 괜찮니?’
‘우리 아들, 괜찮아?’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부모님이었다. 정확히는 내가 얼굴조차 모르는 나의 부모가 아닌, 레벨로프 홀든의 부모.
그들은 나를 무척이나 걱정스러운 낯으로 보고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 옆에는 어린 시절의 세베누스도 있었다.
어째서인지 나는, 이때가 어느 순간인지 알 수 있었다. 이건 내가 말로네 병에 걸리기 훨씬 전.
한여름에 독감을 앓게 된 때의 기억이었다.
‘레비, 많이 아프지.’
어린 세베누스가 내 손을 잡으며 눈물을 흘렸다. 이제 열 살도 채 되지 않은 세베누스가 울고 있는 걸 보니 나 또한 슬퍼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야, 형. 나는, 콜록, 괜찮아.’
독감에 전신이 아팠지만 ‘나’는 웃으며 이야기했다. 나를 걱정해주는 가족들이 있었기 때문일까. 그들의 간호에 몸이 아파도 행복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떴을 때.
“…….”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하아.”
나는 깊게 숨을 내쉬며 얼굴을 두 손으로 덮었다. 직전, 꿈에서 보았던 기억은 마치 내가 겪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느낌, 정말 싫다…….’
종종 레벨로프의 꿈을 꿀 때마다 갖게 되는 이 느낌이 싫었다.
정말 내가 레벨로프 홀든인 것처럼 느껴지는 이 감각이 너무도.
이 세계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질수록, 나는 더욱 이 괴리감에 적응하기가 힘들어지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