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cult can save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53
153화
어두컴컴한 하늘.
홀든령에는 깊은 밤이 찾아왔지만, 그 안에서 숨 쉬는 이들의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영지민들도, 부상병들을 비롯한 홀든의 기사들도. 모두가 초조하게 카이로스교 간부들의 전투를 바라보고 있었다.
중급 마물들을 상대했을 때만 하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마신의 자식인 상급 마물들이 동시에 무려 네 마리나 등장한 순간.
보통 사람인 그들은 크나큰 충격을 받고 말았다. 당장 전투를 벌이고 있는 당사자보다 더한 충격을.
“상급 마물이 무려 네 마리나 나타나다니……!”
“진정 재앙이 닥쳤구나…….”
“카이로스 신이시여, 부디 저희를 굽어살피소서.”
그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절망과도 같은 상황을 맞이하고, 그들의 구원자가 될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응원했다.
하나, 정작 그 응원의 대상이 된 당사자들은 그것을 알아챌 틈도 없이 눈앞의 대상 하나만을 상대하기에도 바빴다.
그나마 그들 중 여유가 넘치는 건, 카이로스교의 교주인 레벨로프뿐이었다.
‘흐음…….’
레벨로프는 눈앞의 거대한 애벌레 맥스웜을 상대하면서도 주변을 살피는 것에 소홀하지 않았다.
촤악-
맥스웜의 독이 그를 향해 흩뿌려졌지만, 레벨로프는 그것을 기꺼이 맞으며 맥스웜에게로 돌격했다.
뻐억!
그의 몽둥이가 정확히 맥스웜의 촉수와 같은 다리를 가격했고, 맥스웜이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키에엑!
기괴한 음성을 흘려들으며 레벨로프는 시선을 돌렸다. 근방에서 건물 사이로 삐죽 튀어나와 있는 거대한 거인 하나가 보였다.
‘저놈은 마신의 열여섯 번째 자식, 카미시로군.’
지금 홀든령에 나타나 있는 마신의 자식 중 맥스웜 다음으로 강한 놈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카미시를 상대하는 간부가 바로 할머니인 헬레나 홀든이란 것이었다.
‘할머니는 내 도움이 필요 없으실 테고.’
레벨로프는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이어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허공에 떠 있는 거대한 검은 박쥐였다.
‘저 징그러운 놈은 마신의 열여덟 번째 자식, 조엘.’
사람보다 큰 대형 박쥐의 모습은 꽤 징그러웠다. 하여 레벨로프는 놈에게서부터 빠르게 시선을 돌렸다. 상대가 체스터이긴 하지만…… 그래도 크게 밀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한 놈은…….’
지금 위치에서 보이지는 않았지만, 균열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보았을 때.
‘분명 마신의 열아홉 번째 자식이었어.’
외형은 거대한 검은색 고양이와 비슷한 ‘쥬니스’일 것이다.
‘원작에서도 자세히 나오지 않았던 놈이라 자세히는 모르지만.’
방향으로 보아 쥬니스의 상대는 아마 트로이가 하고 있을 것이었다.
‘일단 놈들의 순위가 모두 10번대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상대하기 어렵지 않을 것 같군.’
레벨로프는 그리 생각하며 맥스웜과의 전투를 이어갔다. 맥스웜과 대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는 않았으나, 놈의 본체를 보호하기 위해 달려 있는 촉수와 같은 다리가 너무 많았다.
벌써 열 개 가까이 끊어냈지만, 맥스웜의 본체에 접근하려면 아직 조금 더 쳐내야만 가능했다.
하여, 레벨로프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빠르게 촉수들을 쳐내었다.
***
그 시각, 남쪽 성탑 부근.
“모두 이곳에서 물러나도록 하게.”
건물 위로 솟을 정도로 거대한 검은색 거인이 주변을 향해 제 팔뚝만 한 몽둥이를 휘둘렀다.
휘이익-
그것만으로도 강풍이 불었고, 나무 몇 개가 뽑혀 나갈 정도로 강한 세기였다.
헬레나 홀든, 그녀는 검을 뽑으며 거인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동시에 거인을 에워싸려던 홀든가 기사들에게 명했다.
“하, 하오나……!”
“그 목숨을 조금이라도 더 이어가고 싶다면, 당장 이곳에서 떨어지는 게 좋을 거다. 부상자들을 데리고 최대한 멀어지도록.”
헬레나의 말에 기사들은 그녀의 명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고블린들과의 끝없는 사투를 벌여 체력이 상당 부분 떨어지기도 했고, 여기서 그들이 끼어들면 오히려 헬레나 홀든에게 방해가 될 터였으니.
하여, 기사들은 그녀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멀어졌다.
그렇게 모두가 떠났을 때, 헬레나 홀든을 제외하고 남쪽 성탑 부근에서 남아 있는 유일한 이는 바로 자인이었다.
자인은 성탑에 기대어 선 채 헬레나 홀든을 바라보았다.
‘우리 스승님의 전투라…….’
그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이 귀한 광경을 마침내 제 눈에 담게 되었다는 것에 조금 긴장되기까지 했다.
“자인. 너는 계속 그곳에 있을 것이냐.”
자인이 그리 생각하던 순간, 헬레나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녀는 자인에게 시선을 주지도 않고, 거인을 바라본 채 말했다.
‘이크, 알고 계셨군.’
애써 기척을 감춰봤건만, 소드마스터인 그녀에게는 진작부터 들통이 난 모양이었다. 자인은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크음, 소드마스터인 스승님의 실전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니까요.”
“……그래. 그래도 너 정도라면 근처에 있다 허무하게 휘말리지는 않겠지. 그럼 놓치지 않고 잘 봐두렴.”
웃음기 섞인 헬레나의 음성이 이어졌다. 하지만 다음 순간, 자인은 그녀의 모습을 놓치고 말았다.
‘이런, 어디로 사라진 거지?’
빠르게 시선을 돌리자 어느새 거인의 뒤로 날아오른 헬레나 홀든이 보였다. 이어 그녀의 검이 휘둘렸다.
파앗-!
비록 이상함을 감지한 거인이 재빠르게 막아내기는 했지만, 거인의 팔에서 피가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저 힘, 저 속도…… 역시 굉장해.’
자인은 헬레나의 전투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비록 사용하는 무기는 달라도, 소드마스터의 전투를 보는 것은 황홀하기 그지없었다.
상대가 제아무리 마신의 자식 중 하나라고 한들, 헬레나 홀든의 앞에서는 무력하였으니까.
자인의 입매가 씨익 올라갔다.
***
한편, 체스터는 숨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허억, 허억.”
상공에 떠 있는 거대한 검은 박쥐이자 마신의 열여덟 번째 자식, 조엘.
놈을 상대로 체스터도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마신의 자식이 가진 힘은 상당했다.
마신의 자식이라는 것뿐 아니라 날개를 가진 이를 상대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꽤 벅찬 일이었다.
“도와드리겠습니다. 성기사님.”
그때, 누군가가 그에게 다가왔다.
‘누구지?’
분명 홀든가의 기사들에게는 피해 있으라고 이야기했건만!
체스터가 날카로운 눈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보인 것은 은색의 긴 머리카락과 보랏빛 눈동자를 가진 세베누스 홀든이었다. 전투를 위해 긴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은 그는 진중한 눈으로 체스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으니 어서 대피하십시오.”
체스터는 그에게 말하며 흐르는 땀을 닦아 내렸다. 이번 전투에서 성기사인 그에게 주어진 사명은 영지민 모두를 지켜내는 것도 있었지만, 교주인 레벨로프의 가족을 지키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레벨로프는 스스로 티를 내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꽤 많이 가족들을 아끼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성기사님의 체력이 먼저 소진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체스터의 계속되는 거절에도 세베누스는 물러나지 않았다. 그는 허리춤의 검집을 붙잡은 채 체스터를 향해 진지한 눈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상대가 상급 마물이라고는 하지만…… 제가 도움이 될 겁니다.”
“위험한 일입니다.”
“괜찮습니다. 영지를 위한 일이니까요. 그러니 제가 미끼가 되도록 하죠. 제가 저 녀석의 주의를 끌면, 그때 성기사님이 처리해주십시오.”
미끼. 다른 이도 아닌, 교주의 친형이자 영지의 후계자인 세베누스 홀든이 스스로 미끼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로 인해 체스터는 놀라고 말았다.
‘아무리 우리 카이로스교의 신도가 되었다고 하지만…….’
간혹가다 세베누스 홀든과 마주할 때면, 누가 봐도 냉랭한 사람임을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그는 차가웠다.
하지만 지금 세베누스 홀든은 차갑기는커녕 영지를 위해 제 목숨까지 내놓고 있었다.
“저놈의 시선이 돌아가기 전,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좋겠군요.”
세베누스 홀든이 재차 말했다. 결국, 체스터는 그의 제안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교주님. 제 능력이 고작 이 정도뿐이라.’
체스터는 속으로 레벨로프를 향해 사과했다. 최대한 제 선에서 끝내고 싶었지만, 마신의 자식은 아직 그에게 있어 높은 벽이나 다름없었다.
체스터는 그 사실을 인정해야 했으며, 결국 세베누스 홀든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
같은 시각, 북쪽 성탑을 지키고 있던 기사들은 균열에서 등장한 마신의 자식을 보며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
‘어째 우리 구역은 짐승만 나타나는 기분이군.’
그들은 지금 너무나도 안일한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상당한 힘을 가진 카이로스교 간부가 그들의 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트로이 몬트. 그가 함께한다면 어떤 적이 와도 쉬이 이길 것만 같았다. 만티코어를 상대할 때만 해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지금, 정작 그들의 수호신과 같은 포지션이 된 트로이 몬트는 눈앞에 나타난 자신의 상대를 보며 놀라고 있었다.
‘저건…….’
그의 눈앞에는 마신의 열아홉 번째 자식, 쥬니스가 나타나 있었다. 누군가는 그것을 보고 그저 커다란 검은 고양이라고 여기기도 했지만.
트로이의 눈에 그것은 꽤 익숙한 외형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
어째서인지 쥬니스의 외형은 제 아버지를 떠올리게 만들고 있었다.
물론, 군데군데 자세히 살펴보면 아닌 부분들도 존재하고 있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아버지와 쏙 닮아있었다.
‘아니. 아니야. 아버지는 절대 아니야.’
제 아버지는 이미 그 숲에서 숨이 다했었으니까. 게다가 눈앞의 상대는 아버지와 닮은 부분이 조금씩 존재할 뿐, 굳이 따지자면 다른 몬트족과 더 닮아있었다.
‘……설마 혹시 우리 일족 중 누군가가 마신의 자식이 된 것인가?’
트로이는 그리 생각하며 쥬니스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쥬니스가 코웃음을 쳤다.
“너, 몬트족인 모양이구나.”
짐승이 그르릉- 거리는 소리와 함께 흘러나온 중저음의 음성. 게다가 자신을 아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그러는 넌 아니란 소리인가?”
트로이는 조금 긴장하며 물었다. 그러자 쥬니스가 웃음을 터트렸다.
“뭐, 당연히 아니지 않겠어? 아버지는 나를 만드실 때 몬트족의 피를 조금 섞었다고 하시지만, 그건 극히 일부일 뿐이다.”
쥬니스의 샛노란 눈이 달빛을 받아 빛났다. 동시에 그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파앗-
그 움직임을 알아챈 트로이는 빠르게 그를 따라 이동했다.
탁-!
뒤이어 쥬니스가 나타난 곳은 홀든 가의 기사들이 모여 있는 담장 위였다. 트로이는 놈이 기사들을 공격하려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빠르게 인간으로 변모해 쥬니스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퍼억-!
비록 쥬니스를 제압한 것은 찰나에 불과했고, 쥬니스의 몸부림에 트로이 역시 내동댕이쳐지기는 했지만. 홀든가의 기사들이 공격당하는 일은 막아낼 수 있었다.
“허억! 이게 무슨……!”
“뭣들 하고 있어! 당장 달아나!”
트로이가 격분하며 외쳤다. 분명, 조금 전 대피하라고 일렀건만 몇몇 놈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쥬니스는 기사들을 먹잇감 보듯 바라보았고, 트로이는 그의 눈에서 일렁거리는 식욕을 읽었다.
“제길.”
트로이는 욕을 읊조렸다. 그리고 이내 흑표범으로 변모했다.
“네 상대는 나다, 마물.”
그제야 쥬니스의 시선이 돌아왔다.